이 글은 게임 '리그오브레전드'의 팬픽물 중 소설작품입니다.

내용전개에 따라 기존의 롤 세계관이 왜곡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으나

글쓴이의 의도가 담겨져 있으므로 양해 부탁드립니다.  

 

 남자는 말을 아꼈다. 이제 이 정적을 만들고 없애는 남자야말로 리그의 챔피언같아보인다...퍽이나. 남자는 고개를 들어서 엘리스를 바라봤다. 여태껏 들려준 얘기를 전부 배제하더라도 답을 얻어내고자 하는 간절한 욕망이 담긴 그녀의 얼굴을 보면 '뭔가를 두려워하고 쫓기는 듯한 심정을 가지고 있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남자는 가볍게 웃어넘기면서 따가운 시선을 피해넘겼다.

"별거 아닙니다. 그림자 군도소속 챔피언이고 '거미교'를 만들어서 종교활동을 했던 사람입니다."
"전 또... 제 얘기였습니까?"
순간 옅은 미소를 띄는 집주인.

"그나저나... 이름을 모르는군요. 챔피언인건 알겠는데, 이름이 뭡니까?"
"엘리스, 엘리스입니다."
"네, 챔피언님. 분명 당신은 제가 말했던 '같은 처지에 있는 친구'가 당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라면 그 사람에게 가서 도움을 요쳥했겠죠?"

답은 역시 긍정이었다.

"그런데 그 친구가 엘리스님 '자신'이라고 해서 답을 찾거나 도움을 받을 수 없다 생각하시나요?"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질문이었다. 기억도 없고, 감정표현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자신에게 답을 찾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갖기 힘들다고 생각했다. 도움을 받는 행위에 대해서 역시 이와 다르지 않게 생각했다.

"답은 언제나 자신에게 있습니다. 어떠한 조력자가 있다 해도 답은 자기자신이 찾고 만들어가야 합니다. 그러니 자기의 생각에, 행동에 두려움을 갖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집주인은 짧지만 여운있는 말을 남겼다. 그런 말을 처음들은 엘리스는 감사함을 느꼈으면서도 어안이 벙벙한 나머지 어떠한 말도 꺼내지 못했다.

"제가 보기에 엘리스 님은 용기있는 분이시고 지금도 충분히 낼 수 있습니다. 이런 목표를 갖고 시작한 여정이 그 증거죠. 하지만 왜 지금은 그런 행동을 보여주지 못하는거죠? 아직 챔피언께서는 제 집에 들어온 이유를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게 처음 물어본게 아닌 재차 질문이어서 더욱 간단명료하게 말할 수 있는데, 그 '용기'를 다시 낼 수도 있는데요."
집주인의 말을 처음부터 끝까지 들은 엘리스는 더 이상 말을 끌 수 없다는걸 알아챘다. 이 사람은 초면이라는 것과는 달리 친근한 지인이라는 느낌을 주었다. 그러지 않고서야 쫓기고 있는 '자신'을 집으로 들여보낼리가 없다. 만에 하나 그렇다고 해도 즉시 이 남자를 죽이고 도망치면 끝. 그러나 이 집주인은 그녀에게 있어서는 중요한 사람이다.

 초면인 사람에게 쉽게 대화를 건네고 친근하게 다가간 첫 타인. 동시에 엘리스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은 최초의 민간인. 이정도면 충분했다. 물론 그녀가 위에서 말했던 모든 의의를 알고 있지는 않았다. 단지 집주인에게서 느끼는 친절함의 분위기에 오랫동안 머물고 싶을 뿐이었다.

"제가 당신의 집에 온 이유는..."
"마녀다! 마녀가 주민을 홀리고 있다!"
창밖에서 서성거리던 주민 1명이 외쳤다. 바깥에서는 그 소리를 듣기 원했던 사람들이 함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시간이 다시 빨리 돌아가기 시작했다. 집주인은 서둘럼 문을 잠갔다.

"일단 나갈 방법을 찾죠."
말은 그렇게 했으면서도 몸이 더 빨리 움직여졌다. 엘리스는 남자의 집을 이리저리 수색하기 시작했다. 처음에 이리저리 방을 찾아보다가 집주인에게 물어봤다.

"여기 이집에 창고가 있나요?"
"네."
"어디있는지...?"
"지금 엘리스님이 서있는 뒤쪽의 방문이 창고입니다만..."
그제서야 주변의 물품들을 살펴보기 시작한 엘리스. 아마도 질서정연하게 정렬된 무룸들을 보며 개인적인 방이라고 치부했던 것 같았다... 지금 상황에서는 쓸데없는 물품들로만 가득했다. 엘리스는 곧장 집주인의 손목을 잡고 같이 창고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무슨 짓입니까?"
"그들은 저와 얘기를 나눴다는 이유로 당신도 요주의 인물로 여길 거에요. 한동안은 같이 피하죠."
듣고보니 틀린 말은 아니라 집주인은 순순히 그녀의 힘에 이끌렸다. 집주인이 창고에 들어가자 사람들이 현관문을 부수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집주인은 서둘러 창고의 문을 닫고 잠그는데 성공했다. 1초의 차이로 잠금이 성공해서 습격이 중단된 사람들이 문을 열려고 애를 썼다.

 

 사람들의 외압에도 불구하고, 문은 꽤나 오랫동안 버티고 있었다. 그러나 이 공간 안에 있는 두 사람들은 문이 부서질때까지의 시간을 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하지만 좋은 탈출법도 떠오르지 않아 결국 아까운 시간만 흘려보내기만 하고 있었다. 엘리스는 앞으로 자기가 벌이게 될 행동에 대해 빠른 대처를 하고 있지 못했다. 이 상황은 분명 또다시 피를 일으키거나 누군가가 다쳐야 하는 상황이다.

"엘리스님!"
문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래도 여기를 벗어나야겠죠?"
"그래야겠죠."

일단 자기 목숨부터 중시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창문이 있나요?"
"네, 보시다시디피."
"저기로 나가는게 어떤가요?"
집주인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제서야 창문의 크기를 발견한 엘리스. 창문은 분명 환기용어서 성인의 몸이 드나들만한 공간은 아니었다. 그래도 엘리스는 한번 몸을 날려보기로 했다. 자기의 어깨와 상체를 창문 넓이와 비교해보았을 때 몇 센티미터 차이의 여백이 생기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집주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엘리스는 창문을 향해 몸을 던졌다. 완벽하게 그녀의 몸은 머리, 어깨순으로 통과하고 있었...

"끄응..."
지만 결국 창문 밖으로 몸이 온전히 나가는데에는 실패했다. 원인은 바로 엘리스의 골반때문. 창문의 크기가 애매한 것도 있지만 워낙 글래머한 몸매이기 때문에 하체가 빠져나가지 못했다.

'그래도 사람들이 보지 않아서 다행...'

이라고 안도하기전에 화살이 바로 엘리스의 얼굴 옆으로 지나갔다. 화살이 지나가는동안, 엘리스는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잠시 화살이 적게 날아오는 틈에 앞을 봤을 때, 활로 자신을 겨냥하는 무리들이 있다는걸 알았다. 창피함을 다급함이 가려준 고마운(?)사건이었다.

"얼른 안으로 당겨주세요. 밖에 사람들이!"
그러나 생각보다, 아니 한동안 엘리스는 어떠한 자극도 받지 못한 채 창문에 껴 있었다.

 

'어디를 잡아야 하지?'

집주인은 신중했다. 엉덩이나 허리쪽을 잡으면 구출해진 직후에 '어딜만진겁니까!'하고 뺨을 맞을것 같아 차마 못잡겠고, 다리나 발목쪽을 잡으면 너무 가늘어서 당기는데 아퍼할 것 같아 잡지 못하고 있었다.

"뭐하고 있습니까!"

"네... 네! 지금 당깁니다!"
엘리스는 자신을 향해 화살을 날리는 사람들을 향해 신경독을 내뿜으면서 공격을 저지하고 있었다. 그래도 워낙 쪽수가 많은지라 대부분의 화살은 그녀의 목숨을 위협하고 있었다. 함겹게 막아내고 있는 와중 엘리스의 몸이 창고쪽으로 당겨졌다. 드디어 집주인의 도움으로 인해 창고 안으로 몸을 피할 수 있었...

"크윽!"
는데, 불행히도 그렇지 못했다. 몸을 창고 안으로 들여보내는 도중 화살이 오른쪽 어깨에 그대로 박혔기 때문이다. 집주인은 엘리스에게 깔려눕혀졌다. 한동안 자기의 몸 위에서 떨어지지 않는 것에 대해 의문이 생긴 집주인은 어깨에 박혀있는 화살을 보고 깨달았다.

"엘리스님, 괜찮으십니까? 엘리스님!"

"저는 괜찮..."
아무렇지 않다는 듯 몸을 일으키려 했으나 실패. 한쪽 어깨에 힘을 줄 수 없어서 온전히 일어날 수가 없었다. 집주인은 자신의 신속한 행동을 취하지 않은걸 속으로 후회하고 있었다.

'무슨 부끄러움이 생겼냐, 이런 모습으로...'

"일단 화살을 빼내겠습니다. 참아주세요."
얼른 후회를 멈추고 행동으로 보답해야겠다고 결심, 엘리스의 오른쪽 어깨에 있는 화살을 빼기로 했다. 화살을 콱 쥐어잡는뒤 천천히 빼기 시작했다. 고통을 숨길 수 없어 온몸을 비틀면서 소리를 내기 시작하는 엘리스를 본 순간 집주인은 마음을 바꿨다. 한 방에 화살을 뽑기로 한 것이다.

 어깨에서 피가 쉴새없이 흘러내렸고, 이를 보고있는 집주인도 고통스러운 상태. 지혈만 관리한다면 오히려 이 방법이 나을 것이다. 집주인은 재빨리 화살을 뽑아냈다. 비명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엘리스는 바닥을 굴러다녔다. 창고 바닥과 엘리스의 오른쪽 어깨에는 피가 흥건히 적셔있었지만 엘리스의 복장이 워낙 검은색 중심의 빨간색 의상이라, 출혈로 인해 옷이 더러워진다는 느낌을 주지 않았다. 과장해서 말하자면, 엘리스의 복장과 결합해서 나름대로의 아름다움을 발산하는 것 같았다. 이 아름다움이 상처로 인해 생긴 혈흔의 작품이라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다쳤는데도 아름답다... 이러한 매력이 사람을 홀릴 수 있는건가.'

행적은 '마녀'라고 부를만큼 끔찍하고 비인간적이었다. 그러나 외모를 보면 사람을 홀릴만한 구석이 있는 것 같다. 황홀한 미모와 관능적인 몸매는 물론 청순가련한 여자가 아니라는걸 의미하기도 하다. 집주인은 속으로 엘리스의 미모에 대해 인정을 했다.

 

 집주인의 시선이 창고 바깥에서 들려오는 방향으로 옮겨졌다. 잠긴 문고리를 열 방법이 없으니까 문 자체를 부수기 시작한 것이다. 솔직히 엘리스와 집주인이 이런저런 행동도 취하고 있지 않을 때부터 부수기 시작했으면 완벽한 공격이 이루어졌을 것이다. 집주인은 창고에 있는 무거운 물건들을 들어올려서 문 앞에 놓기 시작했다. 책상이나 물품들로 가득찬 박스들을 옮길 때 문을 뚫고 나오는 창은 그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그런데 창문 쪽에서 반응이 없다?'

문득 집주인은 지금 상황에서 있을 수 없는 고요함을 느꼈다. 집주인은 아직 몸을 가누기 힘든 엘리스의 옆으로 걸어가서 창문 밖의 상황을 보려고 했다. 주인의 시야에 들어온 광경은 상상 이상의 충격을 주었다.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서 집을 포위한 뒤였고 단도나 검,도를 들고 있는 사람들이 조심스럽게 다가오고 있었다.

"젠장, 여기까지 밀리면 답이 없는데..."
집주인은 반격을 준비하려다가 엘리스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아직 그녀는 이 반격에 도움을 줄 처지가 아니었다. 엘리스는 고개를 들어 바깥상황에 대해 물어보았다. 주인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 이전에, 엘리스의 질문을 듣고나 있는지 모르겠다.

'지금이 기회다. 그동안 이 여자의 말을 모두 믿지 않고 기절시킨 뒤 던지면 알아서 죽거나 당하겠지. 그럼 이 사람, 단 한번도 거짓말을 한 것 같지 않다.'

"...저 때문이군요."
우연의 일치로 집주인의 생각을 이어나갈 엘리스.

"당신은 참 좋은 사람입니다. 제 동료들에게서 받지 못한 위로를 해주고 심정까지 이해해줬어요. 그런 은인에게 이 이상의 피해를 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엘리스는 말을 마치고 간신히 일어서는데 성공했다. 집주인은 그녀가 무슨 행동을 할지 대충 예상하고 있었으나 자신의 얘상이 틀린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아무런 말도 내뱉지 않았다.

"마지막이지만 제 실례 하나만 들어주실 수 있습니까?"
"무슨 일인데 그러십니까?"
엘리스는 심호흡을 가다듬은 뒤 말했다.

"이 집을 폭파시키려는데 허용해주실 수 있으신지요?"
<계속>

 

P.S : 믿어주셨으면 합니다만, 이 장면 하나를 위해서 '희망'이라는 간판을 달았습니다.그러나 느껴지십니까 엘리스의 힐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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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무자비한 비하어 표현은 자제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