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게임 '리그오브레전드'의 팬픽물 중 소설작품입니다.

내용전개에 따라 기존의 롤 세계관이 왜곡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으나

글쓴이의 의도가 담겨져 있으므로 양해 부탁드립니다.  

 

 엘리스는 계속 노를 저으면서 그동안의 자신에게는 너무 과분했던 반성... 아니 계획을 세웠다. 이전 생활을 누리라면 계획 없이도 누릴 수 있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자신의 신에게서 통제와 지배를 받아왔다. 지금와서 돌이켜보면 엘리스가 해온 행위나 행동에 자의가 반영된 것은 하나도 없었다.

"기억과 감정마저 통제하는 신이 무엇을 못하겠어."
더 이상 이런 사실을 알고도 놀랍지는 않았다. 다만 그 때마다 드는 씁쓸함이 마음을 아프게 할 뿐. 자기의 신도들이 겪었던 풍랑을 똑같이 겪어보면서 엘리스는...

"안개가...?"
지금 자기 주변에서 발생하는 의미심장한 일들을 마주하고 있었다. 안개가 주변에서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건... 그림자 군도 주변에서 나타나는 그 안개 아냐? 하지만 이 곳 소속인 나에게는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았는데?"

그림자 군도의 기운을 가진 그녀가 무사히 지나간건 둘째쳐도 평소에 엘리스가 거미교의 추종자를 데려올 때도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기운같은게 있을리 없는 신도들이 엘리스와 같이 그림자 군도에 들어갈 때도 안개는 줄곧 엘리스와 신도들을 위협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이 안개는 뭐라고 해야 할까... 낯선 곳에 함부로 들어간 탐험가를 곱게 보내주지 않는듯한 태도를 보여주는 것 같다.

"내가 기운이 제거된 상태에서 그림자 군도로 이송되었을 때는 같은 소속의 챔피언 덕분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겠군. 하지만 지금은..."

안개 속에서 이상한 웃음소리와 비명소리가 교차해서 들려왔다. 엘리스 본인은 크게 궁금해하지 않았지만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소리의 원인이 밝혀졌다. 그림자 군도에서 돌아다니는 망령들이 엘리스의 앞길을 위협하고 있었던 것이다.

"역시 쉽게는 못보내 주겠다 이건가."

지금의 엘리스 입장에서는 버거운 상대를 만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운이 있었을 때는 안개가 그녀에게 상관을 하지 않았지만 현재라면 충분히 경우가 바뀔 수 있는데...

"아까 한말 있는데, 그럼 같은 소속의 챔피언들도 그림자 군도의 기운이 있다는 건가?"

청자라 해야 자신밖에 없는데 엘리스는 쓸데없는 질문을 남발했다. 왜 있지 않나, 주변의 망령들은 엘리스의 말을 들어줄 것 같지 않은가? 라는 의문이 들 것이다. 망령들이 지금 엘리스에게 무슨 태도를 취하고 있는지를 보고 있지 않으면 말이다.

'생각은 나중에 하고, 지금은 어떻게든 이 녀석들을 뚫고 나가야겠군.'

이미 그녀의 손에는 걸어오는 싸움을 받아들이겠다는 의지가 담겨있었다.

"...처음은 아닌 것 같군."
 

 그림자 군도를 있는 검은 안개는 망령들의 활동영역을 나타내면서 동시에 군도의 출입을 의미한다. 안개와 함께 나타나는 망령들은 희생자의 영혼을 그림자 군도로 끌고간다고 하며, 붙잡힌 영혼은 기억을 잃고 갈수록 커져가는 그림자 군도에서 나오는 기운의 원천이 된다. 이렇게 군도의 주변 바다에 국한되어있는 안개가 1년 중 하루꼴로 세력이 강성해져 군도 바깥 땅까지 뻗어나오는 날이 있는데, 이를 해로윙이라 한다. 하지만 오늘은 해로윙도 아니다.
 ...단지 그림자 군도를 벗어나려는 엘리스에게 있어서 첫번째 장애물이 되었다는 것, 그것이 전부다.

"신경독!"
엘리스의 입밖에서 내뿜어지는 붉은 액체들이 망령들에게 날아갔다. 붉은 액체로 적셔진 망령들은 해당 스킬의 데미지 체감을 연출하는 듯이 일정 간격 뒤로 밀려나갔다. 수십개의 망령들의 질주가 하나 둘씩 저지되고 있었다. 엘리스의 독에 여러번 맞은 망령들은 바다에 떨어지거나 형태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물론 그들이 보이는 것처럼 쉽게 죽거나 소멸되지는 않을테지만 이 싸움은 그것과 상관없이 형체가 없는 영적 존재에게도 거미의 독을 활용하는 엘리스의 면모를 부각시킨다. 비좁은 배에서 최선을 다해 독을 뿜어내는 엘리스의 모습을 볼 때 사람들은 챔피언의 위력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하아... 하아..."
멈추지 않는 땀과 다물줄 모르는 입을 팔로 막으려는 엘리스의 모습은 싸움의 우세가 점점 해로윙쪽으로 기울어진다는 것을 명백히 보여주는 장면이다. 엘리스는 지금껏 전장에서도 구사해보지 못한 독 분사를 딜레이 없이 뿜어내고 있다. 그만큼 엘리스에게 있어서 싸움은 챔피언이라는 직업치고는 참으로 낯선 관계이다.

"성가시군..."
망령들이 수적 우위를 앞세워 엘리스의 자그마한 배에 올라타기 시작했다. 사람 동물 아니면 그 외의 존재들이 밀려들기 시작하는데 엘리스의 체력은 떨어지고만 있었다. 그래도 그녀는 쉴새없이 독을 그들에게 내뿜어보이면서 자신의 힘을 과시했다.

"아윽?!"
힘을 과시하고 있는 입장에서 나올 리가 없는 단문의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더 이상 이리저리 망령들을 피해다니면서 위치를 옮길 장소가 없어지는 것이다. 건장한 사내로 보이는 망령이 엘리스의 등 뒤에서 어깨를 잡은 것이다. 엘리스는 그녀만의 힘으로 망령의 터치를(...) 뿌리쳐내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바다를 걸을 수 있다는 이점이 없다면 엘리스가 움직일 공간은 없다.

'어째선지 모르지만 내 스킬들이 망령들에게도 적용되고 있어. 그럼 내 물리적 충격도 안겨줄 수 있다는 건가?'

포위되는 도중에도 극소수의 가능성을 찾기위해 머리를 굴리던 엘리스에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그녀는 더이상 생각에 의문을 가질 시간이 없다.

 '신경독'은 전장 내의 엘리스를 부각시켜주는 핵심 스킬이다. 체력 비례데미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챔피언은 전장 내에서도 드물고 위력 자체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엘리스가 이런 싸움에서  신경독을 많이 써보지 않아 체력이 딸리는게 문제다.

 급한대로 손이나 발을 휘둘러봤지만 망령이 맞아야 할 공간에서 신체가 휘적거리는 모습만 보여줄 뿐이다.

"반칙이잖아... 왜 쟤네들의 공격은 내 몸에 접촉이 되고 내 물리적 공격은 접촉이 불가능한건데?"
...알면 엘리스가 이런 고생을 안할거라는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우어어어."
"네 영혼을 그림자 군도에 바쳐라!"
엘리스의 불만을 무시하고 망령들은 엘리스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만질수 없는 것들이 자신의 몸을 만지기 시작했다. 그림자 군도의 기운이 있을 때의 엘리스는 이런 느낌을 즐길 수도 있겠지만 기운이 없는 엘리스는 이런 기운을 즐길리가...

"놔, 놔! 어디로 가는거야!"
4~5개의 망령들이 엘리스의 몸을 잡고 배에서 떼어내기 시작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엘리스는 이들이 어디로 끌고가는지 눈치챘다.

 그림자 군도.

이렇게 가면 영혼만 남겨지고 육체는 어딘가에서 버려질게 뻔하다.

"그렇게 둘 수는 없지. 내 몸매가 썩히는건 보기 싫다고?"
이래봬도 자기의 몸매에 나름의 자긍심을 갖고 있는 엘리스였다.

 그녀는 망령들의 힘을 가장 덜 신경쓰인 곳에 힘을 주었다. 그곳은 바로 다리. 다리에 힘을 주면서 엘리스는 망령들의 포획에서 벗어났다. 동시에 선보이는 백덤블링...

잠시 후 그 공간에는 엘리스의 몸집만한 거미가 대신 존재했다.

<계속>

 

P.S : 후아... 초고에 없던 장면이라 쓰는데 좀 버거웠습니다. 아마도 이게 엘리스에게 있어서는 첫 싸움이죠?말자하와 싸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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