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게임 '리그오브레전드'의 팬픽물 중 소설작품입니다.

내용전개에 따라 기존의 롤 세계관이 왜곡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으나

글쓴이의 의도가 담겨져 있으므로 양해 부탁드립니다.  

 

"거의 다 뚫었다! 그냥 문을 부숴버려!"

"우리가 성공하면 마녀를 잡는거다! 가자!"
엘리스를 잡으려는 사람들은 그녀가 있는 창고의 문을 부숴가고 있었다. 창문을 통해서 사람들이 끊임없이 들어오고 있었다. 집주인은 그들에게 주먹을 바쁘게 날리면서 대항을 하고 있었다. 엘리스에게 초점이 맞춰진 사람들은 집주인이 예상치 못한 주먹에 당황했다.

"이봐, 정신차려! 왜 우리를 공격하는거야?"
집주인은 대답하지 않았다. 어차피 자기는 엘리스를 이해하기로 했고 이 행동 역시 '마녀에게 홀렸다'라는 말 한마디로 정당화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엘리스는 부서지고 있는 문 사이로 가서 새끼거미들을 소환했다. 새끼거미들은 부서진 문틈으로 가서 창고를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새끼거미들은 창고 밖을 빠져나와서 집에 사람들이 몇 명이 있는지 파악했다.

'8명...'

엘리스는 80마리의 새끼거미들을 소환해서 문 밖으로 내보냈다. 그리고, 명령을 내렸다.

'공격해라.'

새끼거미들은 문틈을 통해서 창고 밖으로 이동, 주민들의 몸에 올라타기 시작했다. 이어서 주민들의 살을 물어뜯었다.

"아 뭐야, 벌레가 물었나? 근데 왜 이리 간지럽지? 아니, 아프다."
"베드릭, 네 몸에 벌레들이... 크악!"
"베드릭만이 아냐, 너도... 으윽! 우리 모두에게!"
이 때 부서지기 일보직전이었던 문이 갑작스레 열리더니 엘리스와 집주인이 튀어나왔다. 그 둘은 싸움보다는 탈출에 전력을 기울였고 사람들은 그를 허용해줄 수 없다는 듯이 그 뒤를 쫓아갔다. 그 주민들 중 한명이 속도가 좋아서 용케 엘리스를 잡으려 했으나!

"크... 배신자인가..."
집주인의 순간적인 보호용 주먹으로 호위에 성공, 집 밖을 빠져나간 뒤 엘리스의 고치로 봉쇄시키는 상황까지 연출했다. 집안의 사람들은 문을 열기 위해 애를 썼다. 그를 향해 가볍게 웃는 엘리스. 그러다가 사람들의 시선을 느껴 다시 앞을 바라봤다.

"거의 다 잡았군요."

여전히 무리들의 반응은 없었다.

"하지만 이런 수로 절 잡을 수 있을거라 생각하셨나봐요?"
그러면서 한쪽 손을 자신의 등 뒤로 숨긴 뒤 새끼거미들을 소환하기 시작했다. 여왕의 의도에 부합하듯이 새끼거미들은 은밀하게 움직이면서 활동을 개시했다. 그것들은 엘리스와 집주인의 등에 올라타서 밀착하는 것. 집주인은 신기한 듯이 거미들의 움직임을 지켜보다가 자신의 몸에도 올라타고 있는걸 알고 놀랐다. 괜찮다. 집주인에게 해를 끼치는 동작은 아니었다. 다만 엘리스의 계획을 몰라서 어리둥절 할 뿐. 사람들이 벌떼처럼 이 둘을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웅얼웅얼..."

'주문?'

그 와중에도 엘리스는 무언가를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집주인은 엘리스에게 영문을 알려 했다.

"가능한 높이 뛰어요."
"네?"
집주인은 어차피 지상에서 피할 수 없는 공격을 막는 것보다 더 나쁠게 없다고 생각하여 가볍게 뛰었다. 온 힘을 다해서 뛰지 않고 그냥 가볍게. 그렇게 뛰어올랐을 뿐인데 그는 사람들의 머리 위에 위치하게 되었다. 어리둥절하는 것도 잠시 등 뒤에서 엄청난 폭발이 덮쳐왔다.

"우아아악!"
비약적으로 향상된 신체능력과 더불어 불어닥친 폭풍으로 인해, 집주인은 상상도 못할 정도의 도약을 하게 되었다. 이러한 광경을 지켜보는 사람들은 폭발로 인해 생긴 연기에 가려져갔다. 그러나 잊지 않을 것이다. 집주인을 의식하는 사람들의 눈빛들을.

 

 집 근처에서 죽어나간 주민들과는 달리 엄청난 도약으로 살아남은 한 사람. 그 사람은 맞은편 주택 옥상에서 실컷 굴러떨어졌다. 정신없이 구른 나머지 몸은 멈춰있는데 정신이 어지러워서 쓰러진 횟수도 부지기수.

"안일어나. 그냥 누워있을까."
그러나 이런 때일수록 일어나야 한다는게 우스울 따름이다. 체념한 채 옥상에 뻗어있는 집주인을 들어올리는 손이 있었다. 안도하면서 숨을 고르는 집주인.

"마녀에게 홀린 자식. 네녀석에게 자비란 없다."
거미 여왕에게서 느껴지지 않는 말투를 들으며 주인은 고개를 똑바로 들었다. 장년의 남자가 몽둥이를 잡고 서 있었다. 재수없이도, 그곳에는 두명 이외의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다. 어딘가 모르게 풍겨오는 탄 나무의 냄새를 맡은 집주인은 이 냄새에 익숙해지기로 마음을 먹고 눈을 감았다. 그러나 한참이 지나도 고통은 전해지지 않았다. 그저 무슨 소리가 지나가듯이 들려왔다.

거미소리.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왼손을 보고 집주인은 그 손을 받아 마침내 일어났다. 감사의 의미로 얼굴을 아래로 가볍게 끄덕이는 집주인.

"과찬입니다. 그보다... 집을 잃으셔서 정말 유감입니다.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염려 마십시오. '전화위복'이라는 말도 있듯이 이것이 또다른 복을 불러올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참, 제 등뒤에 붙어있는 새끼거미들은 대체 뭘 의미하는 것입니까?"
자신의 집이 날아갔는데도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듯한 집주인의 태도를 보며 엘리스는 감탄했다.

"제 능력은 거미에게서 나오는 도고가 거미들을 활용하는 겁니다. 우리는 방금전 누구보다도 주택폭발반경에 근접해 있었는데요, 폭발시 날아오는 파편을 막기 위해 신체를 감싸게 한 것입니다."
"아~ 그래서 제 뒷머리까지도 거미를... 따갑습니다만."
"죄송합니다..."

엘리스는 집주인의 뒤통수에 달려있는 새끼거미들을 내려놓고 다시 설명했다.

"인간의 몸에는 특정 부분에 힘을 가하면 운동신경이 증폭되는 효과가 있는데요, 등에 있는 새끼거미들로 하여금 그 부분을 자극시킨 것입니다."

폭발 반경 내에서의 극적인 생존. 사람들의 눈과 심지어 자신의 눈마저 믿지 못할 정도의 신체능력...

"이제 어떻게 하실건가요, 엘리스님?"
"일단 사람들의 시선에서 벗어난."
둘 사이에 화살이 지나갔다. 날아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사람들이 활과 창으로 무장한 채 지붕 위로 올라오고 있었다. 이어서 여러발의 화살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지체할 것 없다는 듯이 옥상 위를 달려가기 시작했다.

'으앗!'

공중을 날아가는동안 몸 구석구석 스쳐지나가는 화살은 집주인이든 엘리스든 가슴을 졸이게 만들었다. 어쨌거나 별탈없이 다음지붕에 무사히 안착한 엘리스와 경사로인 지붕에 잘못 발을 디딘 집주인.

"아...!"
잘못 발을 디디자마자 조건반사로 튀어나온 탄식음. 이어서 느껴지는 불균형상태. 집주인의 몸이 뒤로 젖혀졌다. 순간의 실수는 집주인 혼자서는 불가항력적으로 멈출 수 없게 만들었다. 지금 굴러떨어지고 있는 지붕 밑에는 이 둘을 잡기 위해 두눈에 불을 켜고 찾아다니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젠장...'

집주인은 자신의 몸이 허공에 붕 떠있음을 느꼈다. 동시에 핑글핑글 돌아가면서 자신들의 머리 위로부터 들리는 소리를 의식해 고개를 들어올린 사람들과 눈을 맞췄다. 짧게 눈을 맞춘 뒤 다시 돌아가는 힘에 의해 시선이 돌려진다. 그에 비해 바뀌지 않는 시선의 의미. 사람들은 그 남자를 주민으로 보고 있지 않았다. 마치 '거미 여왕'을 보는 듯한 시선같았다.

집주인은 그 짧은 순간동안 자신이 마주한 상대에 대해 짧고 간결한 판단을 내렸다. 이미 엘리스는 오른쪽 어깨에 부상을 입었고 왼쪽에는 이상이 없지만 자기자신도 위험한 상황이라 손을 내밀지는 의문이었다.

"음...? 윽!"
순간의 강력한 이끌림이 집주인의 추락을 중단시텼다. 집주인은 자신의 팔이 엘리스에 의해 잡혀진 것을 보았다. 밑에서 주민들이 휘두르거나 던지는 물건들을 피해다니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이것 하나는 분명했다.

그녀는 오른팔로 집주인을 잡았다.

"끄...으으윽!"
근육에 들어갈 힘이 통증에 의해 감소되어가는걸 참지 못하고 신음하는 모습은 오히려 누가 위험한지 헷갈리게 만들었다. 집주인은 얼른 벽을 더듬거리기 시작해서 튀어나오거나 들어간 부분을 찾아 몸을 의지했고 끝내 옥상으로 다시 올라갔다.

 엘리스는 집주인을 잡아올린 뒤, 오른쪽 어깨를 잡은채 주저앉았다. 집주인은 왜 그러냐고 물어보려 하다가 알았다. 주저앉아있는 엘리스의 등을 봤기 때문이다. 그녀가 전장에서 입고 활동하는 옷은 등을 보호해줄만한 특별한 의상이 아니었다. 충격을 덜어줄 수 있는 의상은 커녕 시퍼런 멍이 새겨진 등을 가릴 수도 없었다.

"엘리스님, 이제 가야 합니다. 머무를 시간이...!"
감사하다는 말을 할 여유를 느끼지 못했다.

"... 형태를 바꾸겠습니다. 잠시..."
엘리스는 자세를 천천히 낮추면서 거미로 변화하였다. 평소같았으면 화살을 피하면서 백덤블링이라도 했을 것 같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어쩔 수 없다.

"올라타주세요."
"잠깐만요, 그런 몸을 이끌고 어떻게...!"
"인간일 때는 중요한 오른팔을 다친 것이지만 거미일 때는 단순한 앞오른발 하나가 다친 것입니다."

"왜... 저를 계속 구해주시는거죠?"
그녀는 더이상의 대답을 포기하고 집주인을 강제로 올려태웠다. 그러자마자 등에 새겨진 고통이 다시 한 번 큰 자극을 발산했다.

'왜, 이 사람은 나를 신경쓰는거지? 나는 저 사람에게 있어서 아무런 의미도 없는 자가 아닌가?'

사람을 태운 거미는 지붕 위를 뛰어넘기 시작했다. 활을 쏘는 사람들은 어느 건물에나 대기하고 있어서 순간순간이 천길 낭떠러지나 마찬가징였다. 집주인은 지금껏 마셔볼 수 없는 공기를 한껏 들이마쉬면서 자기가 타고 있는 동물의 등을 있는힘껏 끌어안았다.

그러나,

"카아악!"
"엘리스!"
말이 점점 짧아지는 건 무시하자. 엘리스의 오른쪽 등에 화살이 정확히 박혀버렸다. 그러자 공중에서 작용하던 그녀의 모든 힘이 사라진 채 건물 밑으로 떨어지기 시작했...

 

"어째서..."
엘리스는 왼쪽에 있는 4개의 발로 간신히 옥상에 발을 걸쳐놓았다. 집주인은 한참 미끄러지듯이 떨어지다가 그녀의 오른발에 매달린 채 묻고 있었다. 진짜 이유를, 왜 자기를 계속 살리려고 신경쓰는지.

"신경써야 할 사람은 제가 아니라 당신 아닙니까?"
거미는 집주인을 향해 시선을 맞췄다. 거미상태로 바라본 얼굴이지만 그 표정은 무언가의 감정을 나타내고 있었다.

"저는 당신을 살려야 할 이유가 있습니다."
그 표현은, 그 감정은 '감사'를 나타내는듯했다.

"당신은 제게 있어서 중요한 의미를 준 사람입니다. 계속 앞을 볼 수 있게 만들어줬잖아요. 그것만으로 충분합니다. 비록 무력한 챔피언이지만, 그 사람이 위기에 처하는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습니다."
집주인은 할 말을 잃고 거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의 눈빛은 사람을 보는 듯 했다.

"우악!"
"무사히 살아남아주세요. 새끼거미들이, 마지막까지 그대를 지켜줄 것입니다."
사력을 다해 오른발을 들어올려 공중으로 솟구치는 집주인이 들은 마지막 대사였다. 위에서 내려다본 거미의 뒷모습에는 수많은 화살들이 날아오고 있었다.

"엘리스 챔피언!"
불행중 다행이라고 할만한 것이 화살이 몸통밖에 꽂히지 않았다는, 겨우 그 정도의 공격을 받고 거미는 밑으로 떨어졌다. 힘을 잃어갔는지 인간의 형태로 돌아가면서 말이다.

"엘리스 챔피언!!!"
<계속>

 

P.S : 반복했겠지만, 여러분은 이 '희망'파트에서 가슴속이 따뜻해지거나 뭉클한 대사, 장면이 있으신가요? 몇몇 장면들은 있기를 바라고 있지만 없다면 어쩔 수 없네요. 아무튼 이번 편도 봐주신 여러분들께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더 열심히 써서 남들에게 와닿는 글이 나오길 빌면서 쓰겠습니다.그리고 희망편은 여기서 끝.

 

소설에 오류가 생겼거나 스토리적 전개가 이상하다 싶을 경우 댓글로 올려주시면 참고하겠습니다.

그러나 무자비한 비하어 표현은 자제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