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게임 '리그오브레전드'의 팬픽물 중 소설작품입니다.

내용전개에 따라 기존의 롤 세계관이 왜곡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으나

글쓴이의 의도가 담겨져 있으므로 양해 부탁드립니다.  

 

 엘리스에게 녹서스라는 나라의 이미지가 어땠는지는 몰라도 녹서스는 자운과 별 다를 바 없는 나라로 보였다. 사람사이의 온정이 충분하게 느껴지는 것은 자운의 국민들과 녹서스의 국민들에게 없지 않으니까. 다만 자운이나 녹서스나 모두 과학 절대주의 신봉국가와 스파르타라는 이미지가 워낙 강하기 때문에 두 국가가 엄청난 오명을 얻고 있는 것 같다.

"들은 바에 의하면 힘이 모든걸 결정하는 나라라고 하더만..."

(녹서스 - 자료제공 : 나무위키)

 

 자운시에 비해 훨씬더 좋은 체격을 가진 사람들을 보아하니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 외에는 눈에 띄지 않았다. 그녀가 자신이 위치해있는 나라가 녹서스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은 산 밑에 있는 마을 팻말에 위 그림(?)을 봤기 때문이다. 마을 사람들은 먼 곳에서 온 이방인에게 시선을 던졌지만 아무도 말을 걸지는 않았다. 이방인은 그것만으로 만족했다. 그리고 계속 걸어갔다.

"아 잠깐, 밥먹어야 하는데..."
그러고보니 식당을 찾아야 한다. 며칠을 바다에서 떠돌아다녔는지 모르겠지만 그전부터 배는 고파왔다. 하는수 없이 엘리스는 주민 한명을 붙잡아서 물었다.

"이 주변에 식당이 있나요?"
"없습니다만. 이 마을 바깥으로 나가야만 조그마한 소도시가 있는데, 그곳에서 찾으면 좀 보일겁니다."
엘리스는 조용히 감사의 인사를 남기고 갈 길을 찾아갈...

"그런데 당신은 누구입니까? 이 산을 넘어왔다면 쇠가시 산맥을 넘어온 것 같으신데..."
그녀는 덤덤하게 말했다. 자신의 이름을 숨길 필요가 없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엘리스입니다."
"음, 이름이 딱 그 챔피언과 똑같군. 며칠 전에 재판에서 졌다는 그 챔피언 말이야..."
귀가 솔깃해지는 말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평하는 자신은 대체 어떤 이미지일까? 그녀는 일부러 질문을 던져보았다. 그 챔피언을 어떻게 생각하냐고.

"그 챔피언에 대한 인상은 안좋은 편인데, 굳이 듣고싶나?"
"동명이인으로서 생기는 궁금증입니다. 깊게 짚지는 말아주십시오."
마을 주민은 한숨을 깊게 쉬더니 욕설을 섞어가면서 온갖 비하어를 남발했다. 그녀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모욕적인 발언이라 그 말에 큰 신경을 쓰지는 않았다. 그러나 신경을 쓰지 않는다 해도 심기가 불편했기 때문에 재빨리 주민에게 감사의 표시를 전하고 자리를 떴다. 마을 자체는 작은 규모라서 도로의 폭이 넓지는 않았지만 길이 선명하게 연결되어있어서 길을 헤메지는 않았다.

 

'산아래에 있는 마을에서 만난 주민에게 얻은 지도에 의하면 녹서스는 북쪽의 쇠가시 산맥만 제외하면 동,서,남쪽은 모두 평야지역. 특별한 지형이 없다. 이 길은 소규모 도시가 아닌 도심 한가운데까지 연결되있을 수도 있는 간선도로...'

달리말하면 마음먹기에 따라 녹서스 중심부까지 걸어갈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럼 소도시로 향할 필요가 없다. 단지 밥 한끼 얻어먹으려고 여기까지 온거지만 솔직하게 말하자면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다.

'... 마침 녹서스에 대한 풍경도 살펴볼까. 산자락에 있는 마을이 그 나라의 모든 풍경은 아니니까.'

공복에게 다시 한 번 용서를 구하고 도심으로 가는 엘리스였다.

 

 산자락 마을에 비하면 규모는 압도적으로 차이가 나지만 풍경 자체는 견줄 필요가 없었다. 녹서스는 모두 그런 마을이려니 엘리스는 생각했다. 도대체 기대했던 도심마저도 똑같이 우락부락한 체격을 가진 남자와 강인해보이기만 하는 여자들로만 구성되어있다. 김이 샌다고나 할까?

'그래도 밥은 먹어야지.'

아무 식당이나 들어간 엘리스...지만 무얼 시켜야 할지 전혀 몰라서 가만히 있었다.

'이런 곳에서 푸아그라나 캐비어같은건 나올리가 없어. 아 주먹이 날아오겠구나. 맞으면... 좀 아프겠다.'

전장 내에서 메이지인 동시에 탱커의 포지션도 갖고 있지만 사실 그녀의 방어력은 하위권! 녹서스의 사람들이 풍겨내는 포스는 싸워보기 전까지는 가슴을 졸이게 만들었다. 뭐, 싸우면 바로 소환사에게 잡혀가겠지만.

"어이 젓가락녀."
'젓가락?!'

자운에서는 몸매에 대한 칭찬으로 써왔겠지만 녹서스에는 그.딴. 용도로 쓰진 않았겠지? 라는 생각이 들기 무섭게 주인으로 보이는 여자는 식탁을 쿵 내리쳤다.

"뭘로 시킬거야."

"뭐...뭐가 있나요..."
'안돼, 떨지마. 나는 이래봬도 챔피...'

"딱봐도 이방인이군. 어느 나라가 그렇게 마른 여자를 좋아하던?"

대화 분위기가 이미 산으로 흘러들어갔다. 그걸 알면서도 엘리스는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아무말도 하지않은게 아니라, 못했다.

"빨리 말해!"
쿵-

"메뉴판이 어디있나요?"
"메뉴판? 그런게 왜 필요해? 저기 벽에 붙어있는거 안보여?"
쫄았다. 거미 여왕이나 되는 사람이 녹서스 주민에게 쫄았다. 그래도 일단 허기가 심하게 져서 아무 음식이나 시켜서 먹게되었다.

 음식은 고급스럽지 않았지만 간이 적절하게 되어있어서 부담없이 먹을 수 있었다. 아직까지도 포스를 극복하지 못한 그녀지만 음식 맛이 좋다는 말을 하러 주인아주머니에게 다가갔다.

"뭐야?"
"아, 저... 음식 맛이 너무 좋아서 잘 먹었습니다. 어쩜 그렇게 좋은 음식을 만드나요?"
"생판 모르는 남에게 비법같은걸 알려하는건 아니겠지? 녹서스는 힘, 특히 물리적인 힘이 모든걸 좌우하는 국가지. 그래서 이 나라 사람들은 건강한 몸을 지니는 것 이상의 목표인 강함을 추구해왔어. 그래서 화려하지는 않지만 영양분이 풍부한 음식이 많이 개발되었지."

"그렇군요."
"돈이나 내. 이야기는 더 이상 할 필요가 없는 것 같거든?"
그녀는 주인아주머니에게 식비를 건네고 문밖으로 나섰다.

"그나저나 아가씨, 그렇게 마르기만 해서 세상 살아가기 힘들어. 특히 이 나라에서는 더하고. 좀 살도 찌우고 운동도 해보지 그래?"
'오지랖 넓은 아줌마군 그래...'

녹서스 주민들의 체격때문에 상대적으로 마른 체형을 가진 엘리스로 보이는건 당연할 수 있다. 그러나 그녀는 여성으로서 가져야 할 신체부위에 적당한 살이 있는 편이다. 다만 팔이나 다리가 그런 특징을 모두 무시해버릴 정도로 가는 편이라는게 전체적으로 마른 체형으로 보일 뿐.

"괜찮습니다. 말랐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강한 편입니다. 그래서 챔피언이 되었겠죠?"
아줌마의 말을 듣고 자존심이 두번이나 상한 나머지 일부러 자기의 직업을 밝힌 엘리스. 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식당 안의 사람들은 모두 한 사람을 향해 시선을 집중했다. 주인아주머니마저 얼굴에 움찔하는 표정이 보였다.

 

 구석에 앉아있던 장년의 남성이 자리에서 일어나 식당을 나갔다.

 

"아, 그러십니까? 이, 이름이 어떻게 되시는지?"
순간 주인아주머니의 목소리가 부자연스럽게 끊겼다.

"엘리스. 엘리스입니다."
사람들의 시선이 점점 날카로워지기 시작했다. 엘리스도 그 사실을 눈치채고 있었지만 또박또박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이어나갔다.

무시받고 싶지 않다는 무의식적인 심정때문일까... 감정조절이 미숙한 그녀가?

"3년 전, 아니 어쩌면 그 이전부터 사람들을 죽인 사람입니다. 모든걸 잃고 난 지금 그 행동에 대한 후회감을 느끼고 여러 곳곳을 방랑하고 있습니다만."
"... 그러십니까. 얼른 나가시죠. 챔피언님께서도 아시겠지만 그런 죄를 가진 사람들은 당신들을 좋게 보지는 않을테니까."

엘리스는 고개를 끄덕이고 식당을 나갔다. 죄책감이 그녀의 온몸을 구속해가고 있는 마당에 자신의 정체를 숨김없이 밝히는 행동은, 자신감때문이라고 쳐도 매우 무모한 행동이었다.

 

 식당에서의 불안한 대립도 있었고 자신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기도 해서 무작정 거리고 나온 그녀였지만 막상 할 일이 없었다.

"...조용해."
사람들이 왁자지껄하게 돌아다니고 있는데도 엘리스는 자신이 갖고있는 침묵을 느꼈다. 자운에서는 유혹이든 매혹이든 어떤 사람들도 그녀에 대해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재판 이후 보기좋게 몰락한 이후 아무도 그녀에게 신경을 써주지 않는다. 그건 동료들도 마찬가지였다.

"...친구가 필요한거구나 난..."
무심코 던진말치고는 엘리스에게 있어서 중요한 해답이 나왔다. 그것도 엘리스의 입에서.

'친구... 일단 많이 말을 나누어본 사람들을 친구라고 하겠지. 그럼 그 사람을 찾아가볼까?'

마음속의 고요함이 너무 싫었다. 신이 있던 빈자리가 도저히 메꿔지지 않고 있다. 기분전환을 위해서라도 엘리스는 자기와 많이 친하게 지내왔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찾아가서 얘기하기로 결심했다.

"그럼 찾아볼까? 나와 가까이 지내는 사람은 챔피언밖에 없으니, 직접 검색해보는 수밖에."
엘리스는 자신의 왼쪽 손등을 가볍게 눌렀다. 그러자 손등 위에서 투명한 사각형 전자기기가 손등 속에서 나타났다.

 챔피언들에게는 특정 부위에 저장이 가능한 전자기기가 배분되어있다. 그 전자기기는 전장 내에서 사용할 시 챔피언들의 활동 데이터베이스나 아이템을 구입하는 상점이 되고, 전장 외에서 사용시 모든 기능을 지원해주는 '스마트폰'과 비슷한 역할을 해주는 기기로 활용된다, 단점은 통신기능이 없다는 것. 그러나 저번의 루시안의 경우처럼 전장 밖에서도 전투 측정기로도 사용할 수 있다. 

 어쨌거나 엘리스는 자신의 디바이스를 왼쪽 손등에 저장시켜놓았다가 꺼낸 다음 검색을 실시했다. 검색창에는 '엘리스 - 관계'라고 적혀져 있었다.

'르블랑과 블라디미르...'

공교롭게 모두 녹서스 소속 챔피언이다. 녹서스에 온것이 정말 계획된 것 같이 느껴졌다. 챔피언이 동맹 관계에 대한 근거에 대해 탐색해보려 했으나 정보를 찾지 못했다. 웬만한 백과사전보다 많은 정보가 들어가있는 이 기기에 정보가 없다는 것은 정말로 관련자료가 없다는 뜻이다.

'만나봐야겠어.'

누구를 먼저 만나봐야할지는 정하지 않았지만 정말로 그녀에게 도움이 될 사람이라면 순서따위는 상관없다. 이 둘은 분명 엘리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챔피언들로 보인다.

지금으로서는...

<계속>

 

P.S : 작중 서술상 엘리스는 마른 체형이긴 하지만 여자에게 있어서 살이 있어야 할 부위에서는 충분히 있다고 했습니다. 글을 쓸 당시에는 엘리스가 주인아주머니의 말보다는 마르지 않았다는 뜻으로 쓴 것인데 엘리스가 거유거나 엉덩이가 크다라고 해석할 여지를 남겨둔 것 같습니다.그래도 어때 초반부터 몸매가 좋다고 썼으면서

 

소설에 오류가 생겼거나 스토리적 전개가 이상하다 싶을 경우 댓글로 올려주시면 참고하겠습니다.

그러나 무자비한 비하어 표현은 자제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