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게임 '리그오브레전드'의 팬픽물 중 소설작품입니다.

내용전개에 따라 기존의 롤 세계관이 왜곡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으나

글쓴이의 의도가 담겨져 있으므로 양해 부탁드립니다.  

 

 엘리스는 자신의 거주지인 동굴에 조용히 앉아있었다. 새끼거미들도 그녀의 남다른 분위기를 느끼고 재롱을 삼가하고 있었다.

'천천히 생가해보자... 첫째, 나는 내 신을 섬기기 위해 종교를 만들었지만 그 이외의 목적이 없다. 둘째, 같은 소속의 챔피언들조차 내 안위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걸로 보아 나와의 관계는 동료가 아닌 그저 같은 소속의 일원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셋째, 내 신에 의해 통제받는 나의 활동... 대체 내 삶의 낙이란 대체 무엇인걸까?'

눈을 감는 것도 아니고 깜빡일 때조차도 자기가 적어놓은 의문들이 생각나자, 엘리스는 이왕에 떠오르는 의문에 대해 생각해봤다. 일단 자기의 물음에 대답을 해보자면 거짓말로 꼬드긴 신도들의 체액을 마셔 아름다움과 힘을 유지하는 일, 밤마다 남자들을 매혹시킨다음 잡아먹는 일을 삶의 낙이라 보기엔 부족한 면이 있다. 무롤ㄴ 이 두가지 행위가 엘리스에게 독이 되는 행동은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활동하는 계기나 동기에는 모두 자신의 신을 섬기기위한 반강제적 행위라는 사실을 간과할 수는 없다. 그렇게 숭배하는 기도를 올린 정성이 있었는데 엘리스를 도와준 적은 한 번도 없었다.재판 당시에는 오히려 생각을 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 집중력을 분산시켰다.

'엘리스여, 생각하지 마라. 저들의 물음에 답하기 위해 없는 기억까지 떠올릴 필요는 없다. 네 종교는 나를 섬기기 위한 표면적 수단이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재판 당시 엘리스의 머릿속에서 말했던 신의 대사. 현재 그림자 군도의 기운이 사라진 덕분에 신과의 강제적인 접촉은 할 수 없기에, 지금만큼은 이 대사에서 모든 것을 끄집어내야 한다.

"종교는 진짜 나의 신을 섬기기 위한 표면적 수단... 맞아. 물음에 답하기 위해 없는 기억까지 떠올릴 필요... 잠깐만, 말이 이상하다, 없는 기억을 떠올려?"
기억이 없는데 떠올릴 수는 없다. 이 대사는 엘리스가 자신의 신에 대해 회의적으로 생각하게끔 만드는 계기를 주었다. 과거의 행적조차 기억할 수 없는 현재, 그리고 기억을 떠올리지 않아도 된다...

"현재의 내 기억조차 통제할 수 있는 능력."

루시안.

그에게 의문점을 가졌지만 끝내 답변을 얻지 못했다. 자신에게 가능성이 보였다는 말. 엘리스는 그 가능성을 직접 찾고싶었다.

"일단 신이 나를 통제할 수 없으니 내 과거에 대한 기억을 떠올릴 수 있겠다. 잠시 생각해보자."

30분동안 앉아서 호흡만 해온 엘리스는 또다시 긴 생각에 잠기려했다.


"안돼잖아?"
 그러나 실패.

 지금은 신이 자기를 통제할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기억을 떠올릴 수 없다. 분명 그 기억들은 엘리스 자신이 알면 신 입장에서는 좋지 않은 내용일 것이다. 또 그 기억을 찾아나선다는 것은 그동안 섬겨온 신을 '배신'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엘리스는 더 이상의 접근은 자기의 길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 같다는 걸 예측했다. 최근에는 신에 대한 원망밖에 하지 않았던 엘리스였지만 이러한 경우는 좀 신중해질 필요가 있었다.

"까짓거, 신... 따위는 상관없어. 나는 내 스스로의 삶을 살 거야."
중얼거렸다고 치기에는 너무 큰 목소리였고 결정했다고 말하기에는 참 자신감이 없는 말투였다. 신에 대한 실망감을 질리도록 느꼈음에도 불고하고 말문이 막혔다... 혼자 중얼거리는 소리라는 사실은 지금 인지할 필요가 없는 것 같다.


 엘리스는 자기 집을 천천히 둘러보기 시작했다. 거미줄이 사방팔방 널려있어 다소 지저분한 느낌을 주지만 충분히 좋은 거주지였다.

"이 변화를... 난 받아들이고 싶어. 아니, 받아들여야만 해."
다시 이곳에 언제 올지 모른다. 가능하면 오지 않겠지. 하지만 그림자 군도라는 위치에 있으면서도 가장 편안한 장소였다. 엘리스는 잠시 자기 가믓에 손을 얹고 눈을 감았다. 새끼거미들도 잠지 그녀를 따라서 조용히 서 있었다.

"...?"
뭔가 어색했다. 보통 다른 매체나 사람들을 보면 눈물을 흘리거나 슬퍼해야 하는데 그 감정을 표출할 수 없었다.

"이러한 것도 내 신에 의해서 통제되었다는건가... 뭐, 그렇게 믿고 싶은 것일지도."
엘리스는 조용히 동굴을, 숲을, 해변을 걷기 시작했다.그곳에는 조그만 배 몇 척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 배도 그림자 군도처럼 빛을 잃은 뒤였다. 엘리스는 그제서야, 어떤 생명체나 물건에서도 그림자 군도를 보고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이 살아있든 죽어있든. 엘리스는 말없이 배에 올라탔다.

"잘 있거라, 그림자 군도."
다시는 오지 않으 거라는 다짐을 가지고 엘리스는 노를 저었다.

 달조차 구름에 가린 그믐이었다. 누구도 현재 배를 타고 떠나려는 그녀를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엘리스가 그림자 군도에서 지내게 된 이래로, 최초로 자기 손으로 배를 몰고 떠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배와 함께 '거미 여왕'은 저 멀리 수평선과 합쳐지면서 사라져갔다.


뒤틀린 숲에서 괴성이 울려퍼졌다.

<계속>

 

P.S : 여러분 다음화부터 챕터 이름이 바뀝니다! 다음 챕터는 바로 '희망'이죠개노잼이다 뭐지 괜히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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