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게임 '리그오브레전드'의 팬픽물 중 소설작품입니다.

내용전개에 따라 기존의 롤 세계관이 왜곡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으나

글쓴이의 의도가 담겨져 있으므로 양해 부탁드립니다.  

 

"어, 일어났어?"
"좀 괜찮나?"
 같은 그림자 군도 소속의 챔피언들은 엘리스가 깨어난걸 반갑게 여겼다. 엘리스는 그들을 만나자마자 자기가 최근에 겪은 사건에 대해 자세히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림자 군도 챔피언들도 궁금했기에 그녀의 말이 끝날때까지 외람된 말 단 한마디조차 하지 않았다. 한참의 설명이 끝나고 엘리스는 질문을 하나 던졌다.

"그럼... 이거 하나만 물어볼게. 너희들은 내 주변을 감싸는 기운이 있어보여?"
"지금?"
"지금."
"농담하는 거지? 넌 멀쩡해. 전이나 지금이나 다른게 없는데."
"아니야. 잘 봐. 엘리스의 눈이 좀 달라졌어. 일반인의 눈동자처럼 변했거든?"

이블린의 말을 듣고 자리에 있던 챔피언들은 곧장 엘리스의 눈동자로 시선을 모았다. 엘리스의 우아한 매력에 빠져들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괴리감이 느껴지는데, 그 중 하나는 엘리스의 눈은 전부 빨간색이라는 것이다. 물론 그녀도 사람인 이상 검은자가 없지는 않으나 그것은 얼굴 대 얼굴로 가까이 붙어서 봐야만 보이기 때문에... 엘리스는 깨어난 이후 거울을 본적이 없기 때문에 그러려니 하고 들었다. 그러나 이블린이 그녀에게 손거울을 내밀었다. 직접 보라는 뜻이었다.

"...아 이런 것이었구나..."
"그 외의 다른 점은 우리로서도 알지 못하겠어. 굳이 추측을 해보자면 그 눈동자와 기운이 연관되어 있을 수도 있다는거..."
"네 종교활동이 금지되었다는건 유감스럽군. 앞으로 6개월동안 뭘 하면서 지낼 건가."
거미교. 신.

다시 한 번 엘리스의 어깨가 주눅들었다. 엘리스는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한동안은 그 생각을 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요릭과 카서스는 이런 시간을 노려서 여행을 갔다오라고 말했으나 이마저도 엘리스는 고개를 저었다. 칼리스타는 자신의 일에 협조해달라고 했으나, 이 역시 부정했다.

"어이 거미여왕, 그렇게 좌절할 시간이 없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짭은 6개월을 훌륭하게... 아니 멋지게 보내야 네 종교활동을 어떻게든 재개하지. 넌 챔피언 이외의 삶인 '거미교'의 사제..."

엘리스는 입을 꾹 다물었다.

"아니면 네 신을 향한 숭배..."

"그만. 그 쪽은 잘 모르겠어."
"를 하거나, 음... 좀 도와줄 마음이 생기는군. 일단 다시 신에게 무얼 해야 할지..."
"지금 그 일에 신경쓰고 싶지 않아."
"엘리스. 예전 삶으로 돌아가야하지 않을건가. 돌아간다는 마음만 있다면, 소신껏 도와..."
"그만 하라고 했지!"
 최악의 기분을 만들어준 헤카림에게 엘리스는 고치를 소환해서 날렸다. 헤카림은 창으로 고치를 잘라버린 다음 싸움을 준비하려는듯 무장을 했다. 순간 그림자 군도의 챔피언들은 팽팽한 긴장감을 느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엘리스의 기분을 이해해주는 챔피언이 있냐하면, 그것도 아닌 것 같다.

"진정하고 헤카림 말대로 행동해보는게..."
"너희들은 아무것도 모라. 왜 내가 재판에서 그런 꼴이 되었는지."
쓰레쉬의 말도 엘리스는 듣기를 거부했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천천히 대답하기 시작했다.

"신이 내 생각을 막아. 그 때문에 재판 당시에도 집중할 수도 없었고 고뇌는 커녕 정신을 차릴수도 없었지. 그 내용은 뉴스나 소식을 들어서 알았을텐데 왜 그 분야의 안부는 묻지 않는거야?"
"우리가 뭐 그 쪽에는 얘기나 충고를 할 도리가..."
"내가 그런 거창한걸 바란 줄 알아? 단 한명도 나에게 안부나 '마음고생이 심했다'라는 말도 하지 않아.  아하. 너희들은 나를 '엘리스'가 아니라 단순한 '거미 여왕'으로 인식했구나."
"아니야. 우린 그저 네 생활..."

"듣기싫어... 똥파리같은 자식들."

 똥파리. 거미가 파리를 먹으면서 사는걸 확인하기 이전부터 엘리스는 '똥파리'를 비하어, 자신의 적을 지칭해 부르기를 좋아했다. 감정이 앞섰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좋은 의미로 말한 것 같지는 않다. 마지막까지 진정시키기 위해 말을 건넨 쓰레쉬조차도 얼굴이 굳은 채 서 있었다. 뭐, 그 얼굴이 굳어졌다면 얼마나 굳어질까 하나마는.

 엘리스는 챔피언들을 뒤로 하고 걸어갔다.

"엘리스!"

요릭이 무거운 목소리로 엘리스를 불렀으나, 그녀는 아무런 대답도 없이 걸어가기만 했다. 엘리스의 발걸음을 멈추게한 것은 칼리스타의 창이었다.

"네 기분이 얼마나 안좋은지는 모르겠지만 그 말투는 상당히 기분이 나쁘거든 엘리스?"
"그래서."
"좀 진정하지그래."
"핫. 성의없는 말을 듣고 내가 진정할거 같아? 꺼지시지."
"친구로서, 동료로서의 부탁이다. 마음을 좀 추스려보지그래."
"친구? 동료? 다시 만들 수 있다면 만들고 싶은게 친구와 동료다."
"... 그 창을 넘어가면 적으로 취급하겠다."

엘리스는 가볍게 웃어넘겼다.

"왜? 어째서 네 말을 들어야 하는데?"
"우린 한 소속이고 동시에 동료다. 동료의 어려움을 무시할 수는 없어."
"호호. 그래, 무시할 수는 없어서 더욱 상처를 주는건가? 눈물겨운 동료애네."
상체조차도 돌리지 않고 엘리스는 칼리스타의 말을 맞받아쳤다. 칼리스타가 참지 못하고 공격을 하려 할 때 모데카이저가 칼리스타를 가로막고 나타났다. 엘리스가 이미 칼리스타가 이의로 정해준 '창'을 넘은지는 오래되었다.

"엘리스, 제발 우리에게서 등을 돌리지 말아라. 너의 걱정을 하지 않은게 아니라 네 삶을 먼저 걱정한 거였라는걸 알아줘."
그러나 엘리스의 말은 하면 할수록 예리해지고 날카로워졌다. 단 두질문으로 모데카이저의 입을 닫아버린 것이다.

"너와 네 동료, 그림자 군도의 챔피언들이 날 믿는다고?"
"그렇다."
"그런데 왜 내가 자리를 뜨는 것을 '배신'이라 여기고 있는거지? 내가 이 곳을 떠나서 뭐라도 저지를 것 같다는 예감때문인 거 같은데..."
갑자기 모데카이저의 말문이 막혔다. 분명 엘리스의 심리는 불안하고, 또한 이로 인해 신경이 예민해졌다는 것 역시 사실이다. 상황을 바탕으로 판단해 봤을 때 엘리스가 기분이 상해서 자리를 피하는 것까지는 납득이 갔으나 칼리스타의 말처럼 '배신'으로 몰아갈 필요가 있을까? 없다. 이는 칼리스타의 과오이기도 하다.

'네 탓이다. 네가 사과하라.'

모데카이저는 칼리스타의 팔을 툭 쳤으나 반응은 없었다. 이 단순한 행동으로 그녀의 행동을 섣불리 정의할 수 없다. 모데카이저는 할말을 잃은 채 자리에 서 있었다.

"... 없잖아. 너희들은 나를 대체 무슨 존재로 인식했는지 정말 궁금하군... 하지만 알 필요는 없지."
아무도 그녀의 발걸음을 막을 수 없었다. 지금 억지로 말렸다가는 싸움이 일어나고, 전장 외에서 일어난 싸움으로 인해 소환사들의 처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챔피언들 사이의 정적은 엘리스가 자리를 뜬지 한참 뒤에 깨졌다. 요릭이 먼저 말을 꺼냈다.

"이런이런. 상태가 악화되었어. 잘못하면 큰 일이 벌어질 것 같은데. 어쩔텐가."
쓰레쉬가 반문했다.

"큰 일? 무슨 일을 예측하는 것이길래."
"그동안 자기가 지내온 생활을 모두 바꿔놓을것 같은데."

이블린이 살짝 한심하다는 눈길을 요릭에게 주면서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 건 우리도 어느정도 예상하고 있어. 그렇게 심오하게 말할 필요는 없는 거 같은데."
"우둔하긴. 아직도 모르겠나. 엘리스의 말투는 평소와 확연히 달랐다. 그냥 화난게 아니다. 계속 이 상황을 하면서 생긴 의문들을 풀어나가고 싶지만, 그 의문을 풀지 못한거지."

개연성 없는 모데카이저의 반박타이밍에 이블린은 어이를 상실했다는 듯이 말했다.

"대체 무슨 소리야?"
"엘리스의 재판은 정말로 그녀가 숭배하는 신이 망쳤다는건 분명해. 그 재판 이후 엘리스는 신을 원망함과 동시에 자기가 해왔던 것들에 대한 회의감을 느꼈겠지. 우리들, 특히 칼리스타는 그 부분에 대해서 너무 신경을 쓴 나머지 엘리스의 기분을 헤아리지 못했다는거다. 저 회의감을 없애지 못하면 이곳을..."
"설마, 그래도 그림자 군도 챔피언들은 암묵적인..."
헤카림이 조용히 손을 들었다. 요릭은 말을 멈췄다. 이제는 헤카림의 페이스.

"그 때는... '배신'으로 여기고 죽인다."

<계속>

 

P.S : 와~ 정말 희망적인 분위기다! 다음편을 어떻게 쓰지?소제목 잘못정했다 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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