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양철 인형에 대한 이야기를 보게 됫는데
오리아나와 연결 시키면 어떨까 싶어서 써봣습니다.
오리아나 본래 설정과는 크게 다를수도 있어요 ㅠㅠ. 그냥 망상하다보니 만들어진거라.
그냥 재미로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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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장

사신은 눈멀고 귀먹은 농부. 라는 말이 있다.
채여물지도 않은 것까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마구잡이로 거두어들이는 어리석고 잔인한 죽음의 속성을 빗댄 말이다.
거의 모든 사람들은 이러한 사실을 잘알고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막상 사신의 낫이 자신이나 가까운 사람의 목에 걸리게 되면,
자신이 죽음의 잔혹함에 얼마나 무지했는지를 뼈저리게 깨닫게 되고만다.

필트오버의 코린 레벡이 바로 좋은 예이다.
평소 온갖 위험천만한 기계장치들이 널브러져있던 그의 작업대 위에는 왠 소녀하나가 죽은듯이 누워있었다.
끊어질듯 가는 숨을 이어가고 있는 그 소녀의 이름은 오리아나.
코린레벡이 애지중지하며 키워온 하나밖에 없는 그의 딸이다.
주변에서 필트오버의 요정이라고 불리던,
춤과 모험을 사랑하던 소녀 오리아나의 모습은 현재 차마 두눈뜨고 보기 힘든 상태였다.

믹서기에 사람을 넣어놓고 전원을 몇초정도 켜놓으면 비슷한 모양새가 될까?
인간의 끈질긴 생명력을 저주하게될 그 모습앞에 코린 레벡은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사랑하는 딸을 보내야한다는 슬픔에 잠긴 흐느낌도, 잔인한 운명을 향한 증오의 외침도 없다.
그저 넋을 놓은듯 '미안하다. 미안하다.' 라는 말만 고장난 기계마냥 반복하고 있었다.
그리고 전원이 떨어져가는 시계의 초침마냥 위태위태하게 고개를 넘어가던 오리아나의 생명은 결국, 
얼마지나지 않아 힘을 다하고 죽음의 골자기로 굴러 떨어졌다.
그리고 오리아나의 숨이 그치는 순간, 코린 레벡의 움직임 역시 뚝 멈추었다.

마치 딸과 함께 목숨이 끊어져 버린것 처럼,
혹은 세상의 시간마저 함께 멈추어 버린것처럼
그는 숨소리조차 내지 않고 얼어 붙어 버렸다.

그리고 죽음과 함께 찾아온 침묵이 무겁게 가라 앉은 그 공간에서
마치 밤하늘에 파묻혀있던 별빛들이 차차 빛을 발하듯.
작고 규칙적인 소리들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똑딱 똑딱
그것은 운명을 재촉하는 소리였다.

똑딱 똑딱
고민 하는 이 순간에도 시간은 흐르고 있으며

똑딱똑딱
사랑하는 딸이 점점 멀어지고 있다고.....

똑딱똑딱
그렇게 속삭이고 있었다.

똑딱 똑딱
똑딱 똑...
똑딱 ...
똑...
...

무수한 상념의 미로에 빠져있던 그는 별안간 누군가에게 끌어올려지듯 일어섰다.
그의 손에는 폭이 넓은 톱과 드라이버가 꽈악 쥐어져 있었다.

딸의 시체에 한발 더 다가선 그의 얼굴에선 표정이 싹 가셔 있었다.
잠시동안 멍하니 딸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던 그는 마치 잠시 잊고 있었다는듯 말했다.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