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게임 '리그오브레전드'의 팬픽물 중 소설작품입니다.

내용전개에 따라 기존의 롤 세계관이 왜곡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으나

글쓴이의 의도가 담겨져 있으므로 양해 부탁드립니다.  

 

 녹서스 도심의 가장자리에 위치한 어느 주택가. 오늘 이 근방에서 몇 시간동안 숨가쁜 추격전이 일어났다. 이유는 바로 사람들을 잡아먹는 마녀의 출현. 사람으로서 차마 행할 수 없는 짓을 저지른 마녀의 출현은 근방의 주민들에게 퍼져나갔고, 이로인해 근방의 모든 주민들은 마녀를 잡으러 동분서주했다.

엘리스.

그 마녀의 이름은 얼핏들으면 평범하면서도 매력적인 여자이름이다. 그렇다. 마녀의 이름, 아니 모든면에서 마녀는 매력적이었다. 다만 그 매력의 결과가 좋지 않았던 것뿐.

"드디어 잡았군. 목숨은 붙어있나?"
"...있다. 뭐 죽어있어도 끌고가야하니까."
"그래. 가져가는거야 이 마녀를. 블라디미르님께..."

 엘리스가 목숨만 유지한 상태로 주민들에게 묶여가고있는 장면을 멀리서 바라보는 한 사람이 있었다.

'중요한 의미를 준 사람...만큼은 지켜주고 싶다는 마음이라는건가?'

집주인. 그는 엘리스의 말에 의하면 '중요한 의미를 준 사람'이다. 그것도 최초로. 남몰래 지붕위에 서있는 집주인이지만 어째선지 엘리스와 도망다녔을 때와는 달리 안정적으로 서있었다.

"꼬였군. 계획을 수정해야겠어."
집주인은 주민들이 멀리 사라지는걸 지켜보고 자신의 등 뒤에 있는 새끼거미와 같이 도약했다.

 

 잠시 후 집주인은 자신의 집 앞에 도착했다. 이제는 폭파되어 잔해만 남겨져있는데 왜 이곳에 왔는지 의문이 든다.

"...이곳에 남겨놓은 건 없지만 그래도 애착이 가는군. 이렇게 말해도 결국은 날아간 집이니 그냥 지나갈까."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무언가를 주워내려고 노력하는 집주인. 목재가 산산조각나서 물건을 찾기 어려워보였으나 집주인은 신경쓰지 않았다.

"마녀에게 홀린 사람인가?"
집주인의 목에 칼날이 들이닥쳤다. 집주인은 그제서야 이 주변에 사람들의 기척이 없다는걸 눈치챘다.

"허허... 그 땐 그랬나보군. 지금은 풀린 것 같다만..."
"그럼 어른의 등 뒤에 붙어있는 거미는 무엇입니까?"
가볍게 웃어넘기면서 대립을 무마시키려는 집주인의 말문이 막혔다.

"이제는 쓸모없는 생명체가 된 뒤야. 내 손으로 떼어내겠네. 그러니 내게 거울을 잠시 빌려줄 수 있겠나?"
"이봐요, 당신 정도의 연령이시면 제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고 계실겁니다. 그러니, 솔직히 말해주... 말해. 네녀석이 마녀에게 홀리지 않았다는걸 있는 힘껏 증명하라고!"
집주인의 위화감이 느껴지는 말을 남자는 듣기 싫다는 표현을 반말로 나타냈다. 집주인은 알고 있다. 이 사람은 혼자가 아니다. 자신을 잡기 위해 무리들은 일부 갈라져서 행동하고 있을 것이다. 단지 폭파된 자신의 집에 제발로 돌아왔다는 것에 의문을 품은 것뿐이다.

"당신은 날 믿지 않는군. 내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같나?"
"너같은 사람에게 '당신'이라는 존칭을 들으니 거북하군. 그래, 자의로 홀린 것은 안겠지. 그런데 왜 죽지 않고 홀렸냐는 말이다. 적대시하는 사람을 마녀가 홀리기에는 시간이 아까웠을거야. 안그래?"
집주인은 남다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자신의 집터에서 무언가를 계속 찾기 위해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칼을 들고있는 남자는 무안함과 이유모를 수치심때문인지 얼굴이 점점 달아오르고 있었다. 집주인은 그걸 노리고 있다는듯이 등까지 돌리면서 물건을 찾기 시작했다.

"녹서스의 같은 주민으로서 느끼는 유대감을 걸고 말해라. 마지막 기회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
"믿기지 않겠지만, 나는 그 마녀에게 홀리지 않았네 젊은이."
"그게 무슨...?"
"홀려있었던 대상은 마녀였다네. 자기 의지를 갖고 행동한 것이 아니라네."
"헛소리하지마.  정말로 믿을 수 없군. 아니, 그게 사실이라 해도 당신이 알 도리는 없어. 알 방법이 있었다면 둘이 친한 사이었겠지!"
칼을 겨누고 있는 남자, 그 남자의 뒤에 있는 건물에서 활과 검으로 무장한 사람들이 등장하기 시작햇다. 얼핏 제 3자의 입장에서 보녀 전자기기로 틀린그림찾기의 정답을 확인해보는 것 같았다.

"글쎄... 내 말을 믿는건 당신에게 달렸지만, 믿어주시게."
"처리해!"
결국 그 남자는 집주인의 말을 믿지 않았다. 칼을 든 남자가 소리치자 지붕 위에 있던 사람들이 화살을 날리기 시작했다. 실력자가 쏜느 화살이 아니라 정확도는 다소 형편없었으나 이미 물량 자체가 압도적이었기에 집주인을 죽이기에는 충분했다.

 좋게 평가하려 해도 집주인의 행동은 도를 넘어선 여유를 취하는 것 같다.사람들이 자신을 죽이려는 행동을 취하는 것을 이미 간파해냈고, 또한 눈치도 굉장히 좋았기에 유일하게 '마녀'와 대화할 수 있을 정도였는데, 지금 그는 아무런 행동변화도 일으키지 않고 있다.

 남자는 집주인의 말을 전면 부인하기로 했고 마녀에게 끝까지 홀려버린걸로 몰아붙여 죽이기로 결심했다. 최악이라고 칭할만한 만행을 저지른 마녀를 옹호한 저 사람을 같은 녹서스의 주민으로 취급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러나 만일 집주인이 녹서스의 평범한 주민이 아니라면 어떨까?

 

"살았나?"
"죽었겠지."
"이유는?"
"네가 화살로 고슴도치가 된 뒤에 생사를 확인해봐야 정신을 차리겠..."
"알았어. 그냥 가자."
김새게도, 집주인은 엘리스가 화살을 맞은 것처럼 고슴도치가 되어 쓰러졌다. 반전없는 반전이었다.

 

'으으으...'

엘리스는 눈을 뜨자마자 사람들에게 포박당한채 끌려가는 자신을 발견했다. 주위를 둘러보려고 목에 힘을 주었을 때 말로 할 수 없을 정도의 통증이 엘리스의 온몸을 찔러댔다. 고통을 참다못해 한숨에 가까울 정도로 작은 신음소리를 내뱉었다.

"음? 무슨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어?"
"그런 것 같은데... 설마 이 마녀에게서 나온건 아니겠지?"

일행 중 한명이 무심코 흘린 말은 주변 사람들이 엘리스에게 이목이 집중되게 만들었다. 물론 엘리스는 눈을 감고 의식을 잃은 척 연기하고 있었다. 자기 나름대로 살아남기 위해서 몸에 힘을 빼고 고개를 푹 숙이는 등 혼신의 연기를 펼쳤다. 사람들은 그녀의 연기에 속아넘어갔다.

"힘이 하나도 없는데? 그러고 보니 마른 여자로군. 명태아냐?"
"바싹 마른 여자라면 이런 몸매가 있을리도 없는거 아닌가? 누구에게서 받는지는 모르겠지만 외모관리는 철저히 받았나본데."
"남을 속이기 위해서라면 그런 것도 있어햐 했겠지. 그나저나 블라디미르님 말이야."
엘리스의 귀가 남몰래 열렸다.

"왜 이 마녀를 잡아오라고 하는거지?"
곧장 그녀의 귀는 활동을 멈췄다. 모든 신경과 에너지는 여러 생각을 하는데 쏟아부어지기 시작했다. 설마가 현실이 된 것이다. 블라디미르가 녹서스 시민들에게 엘리스를 잡아오라고 명령했던 것이다. 동료라고 생각했던 챔피언이 오히려 이 사건의 배후인물이었다.

"아마도 이 마녀와 무슨 사이가 있는 것 같은데... 하필 이 마녀도 재수없는 타이밍이 왔군."
"어쨌든 챔피언 대 챔피언으로서 대면하는 것이 목적이니, 일단 그분께 모시고 가자고."
 가능하면 여기 있는 시민들을 모두 폭사시키고 싶었다. 아니,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것이다. 블라디미르와 대면해서 압도적으로 승기를 잡은 뒤 멱살을 잡으면서 '왜 날 만나기 위해서 사람들은 동원했냐'라고 물어보고 싶었다. 적어도 기절한 척 연기를 하면서도 남몰래 부들부들 떨고 잇는 엘리스라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동시에 기댈 곳이 없어졌다는 좌절을 느끼기도 했다. 동맹관계인 블라디미르가 사람들을 선동해서 자신을 잡게 만들었다. 르블랑은 다르면 얼마나 다를까.

'틀렸어... 계획없이 이곳에 찾아온것부터가 예정된 결과를 낳을 것일지도 몰라. 왜 여기서 이런 꼴을 당해야 하는건데...'

외적으로는 몸에 박힌 화살들과 상처로, 내적인 좌절감 때문에 점점 그녀의 의지는 약해지고 있었다. 물론 희망 자체는 잃지 않았다. 다만 약해지고 있을 뿐이다. 집주인의 진심어린 충고도 떠올려서 다시 기운을 낼 수도 있지만 지금 이상황에서 그런 행동은 위기를 타파할 방법이 되주지 않는다.

'나에게는 내 옆에 계속 있어줄 누군가를 원해왔어. 하지만, 너무 늦은걸까? 나는 이제 그런 자격조차 없는걸까?'

"누구냐 넌!"
"잠깐 저 사람... 마녀에게 홀렸던 그 사람같은데?"
온몸의 통증을 무릎쓰고 전방을 둘러볼 가치가 있는 소식이었다.

 

해가 절정에 달하다가 식어가기 시작할 때였다. 녹서스의 주민들은 어디로 갔는지 거리에는 평소에 넘쳐났던 활기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아무도 집주인의 상태에 대해 주의깊게 본 사람이 없었다.

툭-

화살이 몸에 박혀있...아니, 거미들에게 박혀있었다. 새끼거미들은 숙주인 엘리스의 말대로, 목숨을 바치면서까지 집주인을 보호했던 것이다. 새끼거미들은 등에 박힌 화살을 견디지 못하고 죽어가고 있었다. 멀리서 보면 좀전까지 꽂혀있던 화살들이 저절로 떨어지는 것 같이 보인다.

"나를 위해서 자기를 희생하다니..."
자기 주위에 죽어있는 새끼거미들을 보면서 집주인은 천천히 일어났다.

"여왕의 거미라서 그런가? 상당히 튼튼하군."
조심스럽게 새끼거미의 등을 만져보았다. 작은 체구임에도 불구하고 단단함이 느껴졌다. 평범한 거미와는 달리 새끼거미들은 상당한 생명력을 가진 것 같다. 새끼거미들이 자신의 몸으로 화살을 맞더라도 약한 신체조건을 지녔다면 화살의 촉은 집주인의 몸까지 파고들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좋아, 그럼 그 약속을 지켜줄 때가 되었군 엘리스."
집주인은 나무막대기를 잔해속에서 발견한 다음 알 수 없는 말을 지껄이기 시작했다.그리고 텅 빈거리를 조용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는 걸어다니면서 사람들이 있나 없나를 살펴보았다. 그 도중 주택에 붙어있는 창문 속의 자신과 마주쳤다.

 

 창문 속에는 집주인의 자리에 여자를 비춰주고 있었다.

<계속>

 

소설에 오류가 생겼거나 스토리적 전개가 이상하다 싶을 경우 댓글로 올려주시면 참고하겠습니다.

그러나 무자비한 비하어 표현은 자제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