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게임 '리그오브레전드'의 팬픽물 중 소설작품입니다.

내용전개에 따라 기존의 롤 세계관이 왜곡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으나

글쓴이의 의도가 담겨져 있으므로 양해 부탁드립니다.  

 

 분명히 '얘기'라고 했는데 그녀의 손에는 이미 새끼거미가 소환되어 있었다. 르블랑은 손으로 입을 막지도 않고 호탕하게 웃었다. 엘리스는 쓸데없이 그 웃음을 두번이나 들었기에 얼굴이 이미 일그러져 있었다. 아마 그 표정에는 '그렇게 놀릴 바에 차라리 입 닥쳐'라는 무언의 메세지가 담겨있을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르블랑은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다가 웃음을 멈춘 그 때, 그녀가 서있는 바닥에서 연기가 솟아나왔다. 그 연기가 르블랑을 덮었다. 잠시 뒤에 들려오는 낯익은 목소리.

"엘리스 챔피언님의 얘기는 다들었으니,"
연기가 사라진 그곳에는 집주인이 서 있었다. 엘리스는 집주인을 목격하고도 아랑곳하지 않고 서있었다.

"이제는 제가 얘기를 할 차럐군요."
"왜, 당신은 나를 만나려고 한거죠?"
집주인이 르블랑으로 변한 가능성이 없는데도 엘리스는 집주인의 모습을 보고 존댓말을 썼다.

"당신? 누구를..."
"...말하는거니? 나를?"
집주인은 르블랑의 모습으로 바꾸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집주인은 단지 네 위장'배역'이었다는건가, 르블랑?"
"말하자면 그렇지. 하지만 넌..."
르블랑은 또다시 집주인으로 모습을 바꿨다.

"이 모습이 내 진짜 모습이라고 믿은것 같은데?"
엘리스는 흔들리는 눈빛을 고개를 가로저음으로써 감췄다. 자기가 처음으로 마음을 놓고 대화를 한 상대가 과거에 만났던 챔피언이었다니.

"그래. 네가 이겼다고 쳐주지. 본래 챔피언인 네 모습으로 돌아가줄래? 그 모습으로 있으니 말이 편히 나오지 않아서 말이야."
"그러지. 나도 마음을 놓고 이야기해야 하니까."
집주인의 모습이 르블랑으로 바꿔졌다. 이로서 챔피언 대 챔피언의 대면이 성사되었다.

 

 처음부터 침묵이 이어졌다. 엘리스는 자기를 위한 침묵이라고 생각해 먼저 말을 건넸다.

"왜 녹서스 주민들이 날 잡아서 블라디미르에게 데려가려 하는거지?"
"이야기가 길어. 시간이 많은지 물어보고 싶은데."
"재판 이후 일주일이 지난 6월 29일이니까 6개월 가까이 남았어."
파격적인 여유였다. 어쩔 수 없다는듯이 르블랑은 입꼬리를 올린 다음 말을 꺼냈다.

"너는 3일동안 기절해있었으니까 엄격히 말하자면 7월 2일이란다. 그래, 몸은 좀 어때? 네 덕분에 비상용 약이 다 쓰였다고."
"빙빙 말돌리지 말고 얘기해줄래? 왜 내가 이렇게 쫓겨야만 하지?"
"반말하지마렴 엘리스. 너무 건방지다 생각하지 않아?"
엘리스는 르블랑을 흉내내서 기분나쁘게 웃었다. 르블랑의 나이가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신도들을 잡아먹음으로써 젊음을 유지하는 자신의 모습을 비교해보면 그다지 존댓말을 해야할 지경까지는 아닌 것...

"너 20대인거 다 아는사실인데 뭐가 그렇게 우스워?"
엘리스 얼굴앞에 디바이스가 들이밀어졌다.

'20대...?'

그녀의 머리속에 '뭔가 잘못되었다'라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신도들을 잡아먹어서 자신이 취해왔던 의문에 모순이 생길 수밖에 없으니까.

"너는 나이가 얼마나 되는거야."
"60대라는것만 알려줄게."
"그 이상일 경우는?"
"신경쓸거 없잖아 내 나이따윈. 그리고 넌 네 나이에 대해 의문을 가질려고 나에게 온게 아냐. 그렇지?"

이야기를 해야하는 상황에서 말다툼이 이미 2차전으로 넘어가기 직전에 르블랑의 이성이 상황을 진정시켰다. 엘리스도 그녀의 이성을 수용하고 잠시 숨을 들이마셨다.


"'인류의 재구성'이 일어나기 전 세상에서, 나는 '검은 장미단'이라는 비밀 조직에서 활동했어. 초창기부터 가진 놀라운 정보력을 활용해 전 세계의 인재들이 소속된 이 단체는 단순한 시위활동부터 국가정책에도 영향력을 끼치는 중요한 활동들도 해왔지.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우리 조직의 성과는 점점 줄어들기만 했지. 왜였을까. 우리들이 원하는 목표가 없어서였어. 서로 다른 이상을 품고 여기까지 들어오는데 성공했지만 조직이다보니 조율해야할 의견이 생겼는데 조직은 그걸 극복하지 못했단 말이지. 결국 조직은 해체되고 거리의 방랑자가 되고있을 무렵에 중요한 사건이 터졌지."
"인류의 재구성."
다짜고짜 자기의 스토리를 말하는 르블랑의 말을 듣고도 엘리스는 조용히 듣기만 했다. 장황하게 얘기하지 말라고 말하려 했지만, 두려운 나머지 그 정도의 행동은 자중하기로 했다.

상대를 믿을 수 없다는 마음에서부터 비롯된 불안함때문일까.

"진짜로 소환사라는 이름의 창조주인지, 사이비교도들의 사기극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의 세계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거라는 그들의 말을 듣고 난 결심했지. 두번 다시 오지 않을 기회라고, 저들에게서 살아남자고. 인류의 재구성이 일어날 당시 하늘은 하얀색으로 가득찼고 사람들은 청자없이 어떠한 대답을 했는데, 그들이 원하는 대답을 하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공간으로 끌려갔어. 나는 운좋게도 그들의 기대하는 답안을 말했고 마지막까지 살아남았지. 살아남은 사람들은 이세계로 통하는 포탈을 타고 여기에 온 것 같아."

"..."
"미안하군. 어쨌든, 인류의 재구성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전체 인구의 0.01%도 되지 않았어. 나중에 전쟁학회 도서관에서 알게된 정보였지. 정신을 차려보니 세상은 과학과 마법이 양립하고 있는 세계로 바뀌어져 있었고, 정말이지 그 당시에는 평화로운 세상이 왔다고 믿었어. 나는 그동안 한 분야의 마법을 배웠고 그 마법은 지금의 내가 쓰는 마법의 기초가 되었지. 여유로운 생활을 누리고 있을 무렵, 전쟁이 일어났어. 데마시아와 녹서스가 광산개발을 앞두고 벌인 전쟁이었지. 제딴애 멋지게 둘러대는 데마시아보다 거칠지만 사실성있는 녹서스의 연설에 끌렸달까. 그래서 나는 녹서스의 편을 들었고 전쟁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어. 그 때, 전쟁을 강제로 종식시킨 세력이 있었지. 바로 전쟁학회야.소환사들의 지원을 받아서 대두한 세력이 전쟁을 멈췄는데, 들리는 바에 의하면 이런 전쟁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 라이벌 의식을 스포츠맨십으로 전환시킬 계기를 마련했다고 하더군. 그것이 바로 '챔피언'이라는 직업의 등장이라 한다나."

"스포츠맨십이라..."
"적지 않은 피해를 입고, 전쟁 학회가 등장했지만 나는 이 세상이 다시 한 번 모순된 사이클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다시금 인류의 재구성 이전의 활동을 재개하기로 마음먹었어. 내가 '검은 장미단'을 다시 만들어서 활동을 재개했지. 블라디미르와 스웨인은 인류의 재구성 이전부터 활동해왔던 동료들이야."
"대체 내 얘기는 언제하니, 르블랑?"
15~19줄이 넘는 분량의 이야기를 들었는데도 슬슬 자기얘기가 나오지 않아 슬슬 갈증이 나던 참이었을 것이다. 르블랑은 직접적인 대답을 하지 않고 이 질문 하나만 날렸다.

"그래. 생각해봐. 지금이 챔피언이란 직업이 대두한지 5년이 다되가지. 그런데 5년동안 운영해온 검은 장미단의 멤버가 3명이라는 사실이 좀 마음에 걸리지 않아?"
듣고보니 마음에 짚이는 것이 있어서 일단 엘리스는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말해보라는 뜻일 것이다.

"이제야 네 얘기를 직접적으로 하게되었군 엘리스."
"무슨 소리야?"
"챔피언으로서의 활동에도 불구하고 우리 검은 장미단은 활동멤버가 부족하다는 단점을 극복하지 못했어. 그래서 수많은 정보를 토대로 우수한 인재들을 찾기 시작했는데, 그들 중에 엘리스, 네가 있었다."
 

 엘리스에게 있어서 중요한 순간이 왔다. 그동안 들어왔던 얘기는 르블랑이 실컷 떠벌리게 장단만 맞춰주고 한귀로 흘려보내도 되었지만, 지금 그러면 스스로 발등을 찍는 격이다. 엘리스는 평소보다 눈에 힘을 주고서 르블랑을 바라보았다. 르블랑은 엘리스의 그런 눈이 너무 낮설어서, 그녀가 있는 이 공간속에서 미묘하게 춤추고있는 촛불을 인식하기 전까지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 눈 꽤나 부담스럽군."
"미안."
"너를 비롯해서 10명의 멤버가 새로운 단원이 되었고 동시에 나는 검은 장미단의 수장이라는 자리를 맡게 되었지. 초창기 멤버인 우리 3명은 이 단체에 대해 철저한 비밀보장을 하는 대가로 흑마법을 연구하는걸 허용했어. 그리고 우리는 여러 활동을 하고 다녔는데... 녹서스의 민심확립, 스웨인을 녹서스의 왕의 자리로 등극시키기, 카타리나와 카시오페아의 아버지인 드 쿠토 장군 암살등을 예로 들 수 있어."
"그런면에서 보면 꽤나 성공했군."
"꽤나. 그렇지. 문제는 그 이후였어. 새로 들어온 단원들이 초창기멤버인 우리들에게 어설픈 협상을 걸어왔지. 자기들에게 더욱 강한 흑마법을 알려주지 않으면 검은 장미단의 기밀을 모두 누설하겠다고. 겁이 없더라. 그렇게 개죽음 당하기 직전까지 말이지."

"잠깐, 나도 새로운 멤버 중 한명이었다며?"

"그래. 넌 다른 뉴비들에게선 찾아볼 수 없는 가장 큰 차이점이 있었어. 바로 넌 그들중에서 유일하게 '챔피언이 되지 못해 이곳으로 온 사람'이었다고."

엘리스는 검은 장미단에서 활동할 당시의 자신의 모습을 추상해보며 한가지 중요한 기억의 퍼즐을 조립해냈다.

'그럼 내가 본 기억은 검은 장미단으로 들어오라고 회유당하는 장면이었군.'

"그래서 그런지 너는 줄곧 흑마법연구에 빠져서 애송이들이 그런 거래를 요구할때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았지. 그래, 넌 아직도 챔피언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을거야. 새로 들어온 멤버들이 너를 제외하고 모두 죽고 한달이 지나자, 넌 내게 다가와서 검은 장미단을 나가고 싶다했어. 나를 포함한 블라디미르와 스웨인은 이 조직의 기밀이 누설될까봐 절대로 허락해주지 않았지. 솔직히 거역하면 죽일 수도 있었는데 네 사정이나 들어보자는 심정으로 한번 대화를 가져봤지. 너와 나, 둘이서 말이야."
 

 엘리스는 그 당시의 자신이 르블랑에게 어떤 말을 건넬지 대사를 지어보았다. 그 당시부터 챔피언이었던 그들을 힘으로 겨뤄서 이겼을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기에, 과거의 자신이 지금의 자신처럼 인생이 파탄나지 않았기를 희망할 수 있기에 가능할 것인지도 모른다.

<계속>


P.S : 이번 글은 유난히 대화체가 많네요...

 

소설에 오류가 생겼거나 스토리적 전개가 이상하다 싶을 경우 댓글로 올려주시면 참고하겠습니다.

그러나 무자비한 비하어 표현은 자제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