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환사의 회랑

 

싸움은, 여러모로 잭스에게 불리하기 그지없었다.


가가가가각

, 괴물 같은 자식……!”

…….”


기세만 본다면야 잭스가 멘드레이크를 완벽하게 압도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멘드레이크는 잭스의 푸른 불꽃에 변변찮은 대응도 못한 채 마법 장벽을 치기에 급급했고 잭스는 그런 멘드레이크의 방어조차도 무색하리만큼 착실하게 유효타를 꽂아 넣고 있었다. 결정타만큼은 어떻게 해서든 피하고 있었지만, 이곳저곳 그을리고 멍이 든 멘드레이크의 모습은 처절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싸움은 여러모로 잭스에게 불리하기 그지없었다. 일단 이 저주의 불꽃은 오래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그의 수명을 갉아먹는 유형의 힘이었다. 그런데 지금의 상황은 그러한 힘을 시간을 끌어야 하는 장기전에 써야만 하는 상황 아니던가. 멘드레이크에게 첫 타격을 제외하면 전혀 타격을 받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잭스의 내부는 만신창이었다. 게다가 이번엔 언제 한계가 찾아올지 그조차도 가늠할 수 없었다. 과거 어쩔 수 없이 이 저주의 불꽃을 사용해야 할 때가 있긴 했지만, 이번처럼 연속해서 하루에 두 번이나 썼던 적은 결코 없었다.


…….”


잭스는 가면 밑에서 바싹 마른 입술을 핥았다. 베사리아를 믿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으나 그녀가 마력 폭탄을 멈춘다 해서 상황이 종료되는 것은 아니었다. 마력 폭탄을 멈추는 일은 그저 최악의 상황을 해결하는 것일 뿐이었다. 학회의 상임의원인 멘드레이크가 이대로 세뇌당한 채로 있는 한,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터였다. 시간을 끄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지금 여기서그를 쓰러뜨려야만 했다. 베사리아가 반쯤 농담으로 말했던 걸 잭스는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었고, 그게 지금 닥친 상황을 가장 좋게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 믿고 있었다. 그렇기에, 맹수처럼 낮게 웅크린 그의 몸이 다시 한 번 멘드레이크를 향해 쏘아졌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당하고만 있을 멘드레이크가 아니었다.


어림없다!”

아닛?!’


까드드득


하지만 일갈과 함께 그의 공격은 무산되었다. 멘드레이크는 무려 네 개의 마법 장벽을 연속으로 세워 잭스의 공격을 막아냈던 것이었다. 아니, 그것은 마법이 아니라 고밀도의 마력을 있는 대로 뭉쳐놓은 덩어리에 가까웠다. 확실히 잭스의 푸른 불꽃은 주문을 이루는 마력 자체를 태움으로써 마법을 무효화시킨다는 점에서 마법사들의 천적이었지만, 제아무리 마력을 태우는 불이라 할지라도 고밀도의 마력을 태우는 데에는 당연히 시간이 걸렸다. 단순히 보호 마법을 쓰는 차원에 비하면 효율이 비할 수 없을 만큼 떨어지는 행위였지만 멘드레이크의 행동은 옳은 판단이었다. 물론 그것도 상임의원 정도의 실력과 세 개의 보조 마법진이라는 무시무시한 뒷받침이 있어야 겨우 가능한 일이긴 했지만 말이다.


세 개째의 장벽에서 잭스의 불꽃 창날이 막히자 찰나의 시간적 여유를 얻은 멘드레이크의 입가에 기분 나쁜 미소가 히죽 걸렸다. 그리고 그 순간, 잭스는 가로등에 대한 미련을 깔끔히 접고 뒤로 펄쩍 뛰었다.


콰과과광!


쿨럭! 흐흐, 아쉽군. 아쉽게 되었어, 잭스. 그렇지 않은가? 이제는 맨손으로 싸워야 할테니 말이야. 변변찮은 무기마저 없어져서 어쩐다?”


잭스가 뒤로 뛰는 순간 회랑 가운데에 있어야 할 묵직한 석조 원탁이 정확히 그가 있던 자리에 내리꽂혔다. 당연히 그의 목 부러진 가로등은 구부러진 철사 꼴이 되어 돌더미 속에 처박혀 버렸고, 밤거리를 밝힌다는 본래 용도에서 한참 벗어나 웬 돼먹지 않은 용병 손에서 한참동안이나 무기로 사용되어졌던 그것은 파란만장한 생의 종지부를 찍었다. 잭스 역시 조금만 더 지체했어도 가로등과 같은 꼴을 면치 못했을 터였다. 푸른 불꽃의 방어력은 두꺼운 갑옷에 견줄 정도로 단단했지만 당연히 집채만 한 바위덩어리를 막을 수 있을 정도로 단단할 리는 없었다. 멘드레이크가 푸른 불꽃의 약점을 정확히 짚어낸 것이었다. 낭패였다. 잭스는 푸른 불꽃을 거둬들인 뒤 멀찍이 물러서 회랑의 짙은 어둠 속으로 몸을 숨겼다. 이내 회랑 안은 언제 전투가 있었냐는 듯 정적에 휩싸였다.


! 입장이 완전히 바뀌었군.” 멘드레이크가 입 속에서 피를 게워내며 말했다. “어둠 속에 숨는다고 내가 못 찾아낼 줄 아나? 상임의원의 실력을 너무과소평가하는 것 같군!”


넓고 광원은 적은 탓에 회랑은 상당히 어두침침했지만 멘드레이크 정도의 소환사가 겨우 어둠 따위에 막힐 리가 없었다. 탐색 마법을 사용하자 희미한 마력선이 궤적을 그리며 순식간에 잭스의 위치를 표시했고 위치가 확인되자마자 그곳에 날카로운 돌 파편 수십 개가 짓쳐들었다. 하지만 기세 좋게 외쳤던 것과는 달리 멘드레이크가 노렸던 장소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어느새 잭스를 찾기 위해 활성화시켜 두었던 탐색 마법까지 흔적도 없이 소멸해있었다. 모종의 수로 잭스가 없애버린 것이 틀림없었다.


과연…….” 멘드레이크가 낮게 읊조렸다. “곱게 죽어주진 않으시겠다, 이건가?”


멘드레이크는 아까운 마법이 소멸해버린 것에 이를 갈며 등 뒤의 마법진들을 돌아봤다. 진에 저장해놓은 마력이 거의 다 고갈되었는지 마력선은 빛을 잃어가고 있었다. 지금의 몸 상태까지 생각한다면 앞으로 잘해야 마법은 3, 4번이 한계. 탐색 마법 따위에 다시 마력을 쓸 여유 따윈 없었다. 그건 잭스 쪽도 마찬가지일 터였다. 멘드레이크는 신음성을 삼켰다. 꽤 유리해졌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보니까 그렇게 유리하지도 않았던 것이다. 이제 초조해진 쪽은 멘드레이크였다. 이미 많은 시간을 여기서 지체하고 있었다. 여기까지 와서 위대하신 폐하의 원대한 계획에 먹칠을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는 누구보다도 이 계획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실행할 영광은 오직 자신의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시간이 없었다. 가능한 한 폐하의 뜻에 따라 이 학회의 우두머리인 베사리아와 자신만 없어지고 학회를 암투의 소용돌이로 밀어 넣고 싶었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그렇다면 최소한 이 학회 자체를 날려버리는 것으로 폐하의 명령을 수행하는 수밖에 없었다. 불안정 요소를 제거하지 않았다는 것이 영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이렇게 시간만 질질 끌리느니 이렇게 해서라도 주도권을 되찾는 쪽이 훨씬 나았다. 기폭 장치를 꺼내보인다면야 저쪽에서 알아서 기어나올테니.


결국 멘드레이크는 승부수를 던지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그가 결심을 내리고 품속에 손을 넣는 그 순간, 어둠 속에서 잭스의 눈이 기회를 포착한 맹수처럼 번득였다.

 

#. 잭스

 

에스트렐 일족의 세뇌는 무척이나 강력했지만 그것은 강점인 동시에 약점이었다. 명령 수행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나머지 정상적인 판단능력을 상실하기 때문이었다. 협곡에서의 럭산나와 베인의 태도만 봐도 그렇잖았는가. 자신들의 주인을 지키라는 명령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본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만약 그녀들이 온전한 정신으로 자신과 붙었다면솔직히 말해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을 것이라 여기는 잭스였다. 아무리 날고 기는 그라 해도 가로등을 던지지 않는 이상 원거리에 있는 상대에게 타격을 입힐 재주는 없었다.


거리. 싸움에 있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요소가 거리였다. 특히나 마법사를 상대론 거리와 시야까지 염두에 둬야 했다. 마법사란 놈들 중에선 시야에만 닿으면 즉발하는 마법을 쓰는 것도 가능한 괴물들도 있기 때문이었다. 불행히도, 멘드레이크는 지금 그 괴물의 범주에 속하는 인물이었다. 멘드레이크와의 싸움을 이 정도까지 끌고 올 수 있었던 것은 문자 그대로 잭스가 들어오자마자 공격하지 않아서였다. 말 그대로 베사리아의 선견지명 그 자체였다.


역전의 발판은 마련되어 있었다.


잭스는 어둠 속에서 멘드레이크를 조용히 노려봤다. 기척을 숨기기로 작정한 이상, 마법 실력을 제외한다면 육체적 능력은 허약한 노인에 불과한 멘드레이크가 그를 발견할 리 만무했다. 그의 마법진의 빛이 흐려지고, 더 이상 무작정 마법을 쓰지 않는 걸로 보아 그 역시 몸도 마력도 거의 한계에 다다랐음이 틀림없었다. 그건 잭스도 마찬가지였다. 억지로 푸른 불꽃을 갈무리하는 바람에 몸의 부담은 배 이상으로 심해져 있었고 무기라고 할 만한 가로등도 작살이 나 있었다. 상황은 여전히 최악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잭스는 포기라는 단어를 생각조차 하지 않는 듯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에스트렐 일족이 내린 강력한 세뇌의 허점, 잭스의 노림수는 바로 그것이었다.


명령에 대한 맹목적인 강박관념, 그것에 따른 비이성적이고 성급한 판단. 협곡에서야 협곡의 챔피언 소환 체계까지 그쪽에 넘어갔기에 르블랑을 통해 그 잘난 황제라는 놈이 제 목소릴 냈던 것이지, 아무리 그놈의 에스트렐이라 하더라도 멘드레이크 정도의 강력한 소환사를 그 정도까지 손아귀에 넣고 가지고 놀기는 무리였다. 애초에 그게 가능했다면 까다롭게 세뇌할 필요도 없이 진즉에 르블랑에게 했던 것처럼 그 황제라는 놈이 멘드레이크를 직접 조종했을 터였다. 그렇다면잭스는 뱀이 기어가듯 소리 없이 어둠 속에서 움직였다. 멘드레이크에게 내려진 명령엔 허점이 있었다. 그 허점만 충돌하게 한다면, 멘드레이크를 제압할 시간을 벌 수 있었다. 조금만, 조금만 더……. 마침내 잭스가 원하던 무언가를 손에 넣었을 때, 멘드레이크가 결심한 듯 품속에 손을 집어넣었다.


움직일 시간이었다.

 

#. 소환사의 회랑

 

멘드레이크는 기폭 장치를 꺼내들자마자 뭔가 자신에게 날아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넝마 조각 같은 보라색 망토, 틀림없이 잭스였다. 멘드레이크의 입가에 득의양양한 미소가 걸렸다.


그래, 이걸 꺼내드는데 네놈이 나오지 않을 리가 없지! 죽어랏!”


그는 지체 없이 기폭 장치를 가동시킬 최소한의 마력을 제외한 나머지 마력 전부를 사용해 전투의 여파로 생긴 회랑의 파편들을 몽땅 들어올렸다. 수백 개의 돌조각들이 마치 명령을 기다리는 총탄처럼 정확히 잭스를 겨냥했다. 그는 날아오고 있었다. 후드 밑으로 재수 없게 비비꼬인 콧수염이 보였다…….


콧수염?


멘드레이크는 순간 얼어붙었다. 속았다. 저건 잭스가 아니라 잭스의 망토를 뒤집어 쓴 헤이완 렐리바쉬였다! 잭스가 회랑 구석에 처박아 둔 소환사들 사이에서 찾아내 온 힘을 다해 던진 것이었다.


오오오오오오!”


잭스는 바로 그 뒤에서 멘드레이크를 향해 전력을 다해 뛰어오고 있었다. 잭스가 무방비 상태로 뛰어오고 있었다. 불꽃도 두르지 않았다. 던전 렐리바쉬야 피해버리면 그만이었다. 간단히 손짓만 하면 잭스는 수백 개의 돌 파편에 맞아 다진 고기 꼴이 될 터였다. 정상적으로 보자면 그게 옳은 행동이었다.


하지만 멘드레이크는 그러지 않았다.

그는 잭스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그리고 부유 마법의 대상을 헤이완 렐리바쉬로 지정해, 그를 안전하게 내려놓았다.


? 내가? 내가 왜……?”


멘드레이크는 당황했다. 이대로 헤이완 렐리바쉬를 피한다면 머리부터 떨어져 죽을 각도였기에 그를 살린 것이었다. 헤이완 렐리바쉬는 학회를 혼란으로 몰아넣을 상임의원이었다. 그는 베사리아가 죽기 전까지 죽으면 안 되었다. 그가 죽는 경우는 기폭 장치로 폭탄을 터뜨렸을 때 뿐, 그 이외의 이유로 죽은 것은 명령에 없었다. 이런 식으로 그는 죽으면 안 되었다. 그건 폐하의 명령의 어긋나는 일, 폐하의 명령 이외의 행동은 결단코…….


시간으로 치자면 멘드레이크의 망설임과 행동은 기껏해야 몇 초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 몇 초면, 잭스에겐 그에게 접근하기까지 충분한 시간이었다.


퍼억!


커흑!”


잭스의 주먹이 정확히 멘드레이크의 명치에 꽂혔다. 그 한 방으로 싸움의 승패는 정해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잭스의 비수와도 같은 주먹 한 방은 멘드레이크 같은 노인 정도는 충분히 기절시키고도 남을 만한 힘을 지니고 있었으니까. 잠시 비틀거리던 멘드레이크가 눈을 까뒤집으며 털썩 쓰러졌다. 동시에 마법진들도 스파크를 튀기며 소멸해버렸다. 잭스는 쓰러지는 멘드레이크를 붙잡아 눕혔다. 회랑에 정적이 찾아왔다. 남은 건 여기 저거 부서지고 깨진 전투의 흔적과 너덜너덜해진 잭스, 그리고 멘드레이크, 널브러진 소환사들이었다. 학회에 뻗치는 마수를 물리친 승리의 현장 치고는 너무나도 비참하고, 너무나도 어두운 광경이었다. 상처뿐인 승리였다.


쿨럭.”


잭스는 썩은 고목 쓰러지듯 털썩 쓰러졌다. 상태가 심각했다. 온 몸이 비명을 질렀다. 신경을 하나하나 산 채로 뚝뚝 잡아 뜯는 것만 같은, 내장을 쇠갈고랑으로 북북 긁어내는 듯한 고통이 그의 전신을 난도질했다. 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팔다리가 발작적으로 덜덜 떨렸다. 협곡에서 푸른 불꽃을 쓴 후부터 이미 한계를 넘어선 몸이었다.

상처는 아팠다. 몸은 철근 덩어리가 가득 찬 것처럼 너무나도 무거웠다. 깊디깊은 늪 속으로 빠져드는 것만 같았다. 추웠다. 피를 너무 많이 흘린 모양이었다. 가면이 너무 무겁게 느껴졌다. 벗고 싶은데, 팔이 도저히 움직이지 않았다. 내뱉은 피가 가면 속에서 잔뜩 엉겨 붙어서 기분 나빴다…….


이번엔 얼마나 병상 신세를 지려나.


잭스는 몽롱한 와중에 그런 생각을 했다. 저번엔 한 달 동안이나 병상 신세를 져야 했다. 이번이라고 그렇지 않을 리가 없었다. 아니, 이번엔 그렇지 않을지도 몰랐다. 이게 마지막일 수도 있었다. 죽음……. 그것이 왜 자신에게는 찾아오지 않겠는가. 그간의 삶을 생각해보면 오히려 너무 늦은 죽음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 죽는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수라와도 같은 전장에서의 삶, 수많은 피가 자신의 손에 묻어있었다. 지금까지 먹은 빵이나 고기 따위의 횟수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을 죽여왔다. 살아남기 위해, 어쩔 때는 돈을 위해. 또 어쩔 때는 대의를 위해. 이유는 갖가지였지만 죽인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누가 그러던가. 한 명을 죽인 자는 살인자요, 열 명을 죽인 자는 살인마지만, 천 명을 죽인 자는 영웅이라고. 그의 경우가 바로 그랬다. 단지 살아남기 위해, 먹기 위해 전쟁에 나갔고 살아남았다. 그랬을 뿐인데 어느새 그는 알아주는 용병이 되어 있었다. 실력은 출중했으나 그는 명성보단 악명이 더 높았다. 이기든 지든 그만이 살아남았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보면 운이 좋다고도 할 수 있으나, 그런 우연이 겹치면, 아무래도 질 나쁜 소문이 꼬이기 마련이었다저놈의 주위에선 사신이 떠돌아다닌다고 말이다. 그랬던 그가 찾은 안식처가 리그였다. 싸우는 것밖에 쓸모가 없는 용병이 더 이상 사람을 죽이지 않고도 싸울 수 있는 곳. 비록 그 속을 들여다보면 결코 깨끗하지만은 않은 곳일지라도, 아직 전쟁의 업화가 가시지 않은 현 대륙에 있어 꼭 필요한 곳……. 그게 잭스가 생각하는 전쟁학회였다. 학회가 남고, 베사리아와 멘드레이크가 남았으니 어떤 식으로든 대륙의 평화는 다시 유지될 터였다. 그렇게 생각하면 아주 의미 없는 죽음은 아닐지도 모르겠다고, 잭스는 몽롱한 와중에 그런 생각을 했다. 더 이상 춥지 않았고, 아프지 않았다.








그의 의식이 조용히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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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0. 20화 수정해서 올립니다. 너무 짧고 맘에 안들어서, 이 부분 세밀하게 조명해봤어요.


1. 간만입니다. 방학했어요.


2. 올해 가기 전에 아마 한두편 정도 더 쓸거 같습니다.


3. 봐주시고 기다려주시는 분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