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오브페이트
2016-03-01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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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의 정체성 -35화- <홀가분 IV>
이 글은 게임 '리그오브레전드'의 팬픽물 중 소설작품입니다. 내용전개에 따라 기존의 롤 세계관이 왜곡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으나 글쓴이의 의도가 담겨져 있으므로 양해 부탁드립니다.
마오카이의 주먹은 엘리스의 싸움을 재개할 수 없을 정도의 충격을 주었다. 순간이었지만 엘리스의 눈에 담겨있던 빛들이 없어졌다. 그리고 그녀의 눈빛에 생기가 돌아왔을때는 붉은 눈동자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깨끗한 흰자와 홍채만이 자리잡고 있었다. "챔피언으로서 준 기회도 얻지 못했다 엘리스." 엘리스는 자신의 기분이 껄끄러울 정도의 불쾌함이 있다는걸 알고있다. 무슨 일이 일어난걸까. 결국 자신이 바랐던 것은 얻지도 못했다. 안면근육에 힘이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그녀의 눈에 들어온 저녁하늘의 광경은 더럽게 깨끗하다는건 분명한 사실이었다. "끝이다. 다시 시작해라 거미 여왕."
엘리스는 힘없이, 그러나 누군가가 자신의 웃음소리를 들어달라는듯이 오랫동안 웃기 시작했다. 마오카이는 그 웃음소리에 연연하지 않고 산을 내려갔다. 그러면 저 기분나쁜 웃음소리가 작아질거라고 여겼다. 그러나 어찌된 일일까. 웃음소리는 그와 거미 여왕의 간격에 상관없이 같은 음량을 유지하는 것이다. 떡갈나무는 더이상 참을수 없다는듯 주먹을 쥔 채 다시 자기가 걸어온길을 찾아갔다. 전장에서 들어본 엘리스의 목소리는 남을 깎아내리면서 자신을 과시하는 형식이었지만, 지금 그녀가 내지르는 웃음소리는 전과 같은 느낌을 주지 않으며 소음으로 여겨도 무방했다. 마오카이의 시선에 쓰러져있는 챔피언이 들어오자, 그는 망설임 없이 소음의 원인을 없애버리기로 했다. 그 두꺼운 왼손으로 엘리스의 잘록한 허리를 잡고 앞으로 내던졌다. 내던져진 사람은 어떠한 힘도 곁들이지 않은 채 뒤로 굴러가다가 나무에 뒷통수를 찧은 뒤 고개를 숙였다. 노출도가 높은 복장에 나뭇가지와 흙이 어지럽게 상처를 만들어냈다. 그렇게 침묵은 유지된듯 했다. "하...하하하하!" 그러나 실성한듯이 웃어제끼는듯한 목소리를 다시 듣자, 마오카이는 그녀가 주저앉은 나무를 향해 걸어갔다. "하하하, 아하하하하!" "뭐가 그리 우습나?" "그 소움속에 네가 말하려는게 하나 있겠지. 단답형으로 말해라." "뭐냐." "그래, 그렇지. 현재 내 처지가 좋지 않다는건 나도 알아. 그래서 그런거야. 절박함을 느끼지도 않았다면, 너에게 오지도 않았겠지." 마오카이의 말은 정확했다. 그것은 동시에 엘리스의 생각을 더 입체적으로 발전시켜주는 열쇠가 되었다. '태평하고 할 짓이 없어서... 내 사정을 들어주는게 아니다?'
엘리스는 지금껏 단 한번도 남을 생각해본적이 없었다. 자신도 무의식적으로 그런 사실에 의문을 가져봤을 것이다. 왜 그런가에 대해 한번도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았다는게 문제라면 문제. 원래 자신에게 있어서 그런건 관심사 밖? 신에게 조종받으면서 생겼거나 감정을 느끼지 못해서 생기는 안좋은 습관? 챔피언으로서 가진 자부심? 아니면... 힘들어서 남에 대해 생각하고 싶지 않은 것? '여기와서 이유를 찾는건 무의미한 일이야. 나는 지금 핑계를 댈 근거를 만들고싶은 것일지도 몰라.' 이 마당까지 와서 핑계를 둘 이유는 없었다. 사실 그녀가 마오카이에게 도움을 요청한 이유는 단 하나. 전쟁 학회에 있는 도서관 자료시에서 그를 '그림자 군도의 유일한 선역'이라고 평했기 때문이다. 거기다 마오카이가 했던 말을 종합해보면... 엘리스는 마오카이가 자신을 도와주는게 가장 호의적인 챔피언일거라고 '만만하게'여겨서 그를 찾아왔다는 결론이 나온다. '네녀석이 바란건 결국 동료가 아닌 '용병'이었군. 안그런가?' 원하지 않은 타이밍에 떠오르는 마오카이의 말은 엘리스의 가슴을 무겁게 짓눌렀다. 이제는 말할수 있다. 마오카이에게 접근해서 '대화하는 방식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 그러나 그녀가 지금 이 사태를 수습할수 없었기에 마오카이의 손에서 벗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서서히 저물어가는 저녁마저 그녀의 편이 아닌것 같다. "하나만 물어보자, 나와 나의 관계는 같은 그림자 군도소속챔피언이라는 것밖에 없는데, 왜 나를 찾아온거지? 어딘가에서 나를 보고 '그림자 군도의 선역'이라 평해서 온건가?" "네가 생각하는 친구만들기는 처음부터 잘못된거였군. 파티원도, 용병도 아닌 친구관계를 이렇게 시작하시겠다?" 훈계를 바탕으로 자책을 하는 와중에 그녀가 떠올린 한 사람이 있었다. 르블랑이었다. 생각하면 르블랑도 다른 검은 장미단일원 몰래 활동하면서 자신을 도와주었다. 하지만 엘리스는 전혀 그것에 상관하지 않았다. 그냥 극적인 타이밍에 나타나서 잠깐 도와줬다고 여기는게 더 편했기 때문이다. 고마움에 취할 여유도 갖지 않았다.
'적어도 난 도움을 준 사람들에게 감사함을 표현한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나는 그 어떠한 행동도 한게 아니었다니...' 순간 생기는 부끄러움이 엘리스의 모든 생각을 좌절로 이끌게 만들었다. 적어도 자기가 애써서 해왔다고 하는부분이 사실 아무것도 아니었다... 사람에 따라서는 오히려 해만 주었다고 생각한 순간, 엘리스는 마오카이를 찾아온 자기자신을 창피하게 여겼다. 여기까지 와서 훈계를 듣기에는 너무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이 부끄러움은 너무도 강렬해서, 엘리스라고 해도 입에서 나올것 같지는 않았던 말이 나오게 했다. "죽여줘..." "남을 생각하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왜 무거운 짐을 얹어주는거야..." 여태껏 쥐죽은듯이 마오카이의 말을 들어온 엘리스지만 그녀가 생각한 모순점을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람들은, 소환사들은 내가 그림자 군도에 조용히 처박히길 원했는데, 그까짓게 기회였다고...' 창피함과 후회 이 두가지가 가슴속에 있는 지금, 이 두 심정과 전혀 상관이 없는 감정이 복받쳐오른다. 낯익었다. 심판의 날 직후에도 그녀가 가장 표출하기 쉬웠던 그것이다. '그래, 내가 사람들에게 어떤 짓을 했는지 알아. 지금 심정으로서는 무릎이라도 꿇고 사죄를 하고 싶어. 하지만 그렇게 엄청난 짓을 저지른 사람을 용서할리가 없잖아. 설령 몇몇 사람들에게 용서를 받았다 해도, 그 외에 수만, 수십만의 사람들의 원성을 피할수도 없다고. 그런 나에게...' "기회라." "모두들 이런걸 보고 기회를 준다고 생각하는구나." "그게 아니면 죄를 지은 사람의 말을 들어주는 나는 기회가 아닌 무엇을 준다고..." "이게 네가 말하는 기회야!!!" '붉은색 눈동자가 아니라 흰자?' 그동안 마오카이가 봐온 엘리스의 눈은 모두 붉은색 눈동자에 검은색 홍채였다. 그녀가 지닌 사악한 느낌의 원천은 눈이라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눈이 보통사람처럼 변해있었다. 고통을 못이기고 정신을 잃어가면서, 그런 주제에도 엘리스는 뭔가를 말하려하는것 같았다. 허리를 움켜잡고 나무에다가 몸을 밀어붙여도 감출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 순간 마오카이는 처음으로 적대적인 눈빛을 풀고 그녀의 말을 들었다. 손에 잡혀있는 엘리스의 얼굴을 보기위해 그는 고개를 들어올려서 얼굴을 보았다. "도와줘..." <계속>
P.S : 여기에 쓰기엔 좀 길어서 아예 새 창에서 쓸게요.
소설에 오류가 생겼거나 스토리적 전개가 이상하다 싶을 경우 댓글로 올려주시면 참고하겠습니다. 그러나 무자비한 비하어 표현은 자제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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