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편은 10화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라면가게를 나온 아리는 뱃속을 가득 채운 포만감 때문에 매우 만족한 얼굴을 하고 리신을 돌아보았다.


" 그렇네....리신, 너 갖고있는 옷은 그거뿐이지? "
" 옷 말이오? 스킨 몇 개 있소만 "
" 그런 거 말구, 사복말이야. 사복. 항상 웃통까고 다니면 춥지 않아? "
" 이것 또한 수련의 하나라 생각하면 아무렇지 않소 "
" 딱딱하게 말한다, 또. 가자. 너 입을 옷 사러 "
" 아, 아니. 난 이거면 충분하오 "
" 어허, 남이 옷 선물해준다고 하면 그냥 감사합니다 하고 따라오면 되는 거야! 빨리빨리! "
" 나, 난 아이가 아닌데....자, 잠깐 그렇게 끌지 마시오. 내가 가겠소, 내가 "


옷가게를 찾아 리신의 손목을 끌고 힘찬 발걸음을 내딛는 그녀를 그늘에서 몰래 감시하고 있는 아칼리와 이블린은 히죽 웃으며 그 행동들을 전부 보고 있었다.


" 흐흐흐, 이렇게 대놓고 꽁냥질이라니. 설마 리그 밖에서 이런 재밌는 일을 찾을줄은 몰랐는걸 "
" 동감이야, 아칼리. 공식적인 연인은 이즈리얼하고 럭스 뿐인데 개네 둘은 솔직히 이제 식상하니까. 신선한데? "
" 만의 하나를 위해 갖고 다니는 이 디카가 이럴 때 큰 힘이 될 줄이야. 세상 살고 볼일이네. 가자, 이블린 "
" 좋았어 "




" 휴우...저 둘은 또 뭘 하고 있는건지 "
" 우물우물, 남 연애하는 거 도촬할 시간에 자기들도 연애하면 될 텐데 "


그리고 잠행을 개시하는 그녀들을 퀸과 애니비아가 경보탑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었다.
하늘을 유유히 날며 돌아다니던 둘은 경보탑에 잠깐 내려앉아 군것질거리를 먹으며 수다를 떨고 있었는데, 그 와중에 저 둘이 보인 것이다.


" 어떻게 할 거에요, 퀸 씨? 우리도 쫓을까요? "
" 아뇨. 아리한테는 빚이 하나 있는데, 그걸 오늘 갚으려고요. 아칼리랑 이블린한텐 미안하지만 저들의 방해를 좀 해야겠네요. 발러 "


퀸의 부름에 발로가 곧바로 퀸의 등에 있는 고리에 발톱을 끼웠고, 힘차게 날갯짓을 하자 그녀의 몸이 두둥실 떠올랐다.
석궁을 매만지는 퀸을 보던 애니비아도 조금 남은 얼음과자를 날개를 써 입에 우겨넣은 뒤 날개를 퍼덕였다.


" 저도 같이 갈게요. 퀸 씨를 따라가면 재밌는 일이 생길 것 같네요 "
" 하핫, 같이 오신다니 듬직하네요. 그럼 가죠. 벌써 저만큼 갔어요 "
" 그럴 땐 민병대가 최고죠 "


신속의 장화 모양을 한 열쇠고리를 각자 몸에 걸치자 그녀들의 주변에 황금빛 오라가 생겨났고 그녀들의 움직임이 몇 배로 더 빨라졌다.
이윽고 둘은 매우 빠른 속도로 저만치 떨어져 있는 아칼리와 이블린을 쫓기 시작했다.




" 아냐....아냐....이것도, 아냐.....음, 리신은 뭘 입어도 어울리는데 이것도 문제네. 뭐가 더 좋은지 모르겠어 "
" 헐렁한 옷만 입다가 이런 걸 입으니 좀 갑갑하오만 "
" 뭘. 리신도 다른 인간들하고 같이 살려면 이런 옷을 많이 입어야된다고? "
" 난 처음부터 인간이오만 "
" 앗, 저거 좋아보인다! "
' 방금 말 돌렸.... '


아리에게 맞춰서 움직이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여우답게 후각이 고도로 높은 건 추측 가능하지만, 그것이 새 옷이나 치장품에 쏠려 있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다.
한번은 잡은 내 손을 놓친 것도 모르고 어딘가로 가버리는 아리 때문에 천장의 구조물에 방호를 써서 올라가 기척과 숨소리를 하나하나 구별해 그녀를 찾아간 일도 있었다.
장담할 수 있다. 평소에 하는 훈련보다도 그녀와 어룰려 노는 쪽이 몇 배는 더 힘들다.


' 게다가, 한참 전부터 이상한 둘이 끼어들고 있기도 한데, 이걸 언제 말해야 하나 '
" 리신. 이제 가자 "
" 응? 어디로 말이오? "
" 장 보러! 냉장고에 재료가 없던 게 생각났어. 미안한데 좀만 더 어울려줄래? "
" ........물론이오. 어서 가오. 그보다 아리 양이 요리라니, 의외의 면모군 "
" 그래? 여자라면 보통 다들 간단한 거라도 요리할 줄 알지 않을까? "


잘됐다. 이렇게 사람이 많은 곳에서 쫓아오면 아무리 나라도 힘들다.
그렇잖아도 오늘 학교에서 자르반 왕자가 말한 것도 있어서 더더욱 아리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한창 돌아다녔던 백화점을 나오니 이곳에 들어오기 전보다 공기가 더 차갑고 습기가 생겨나는 것으로 보아 해질녘 정도의 시간대인 것 같았다.
곧 일반인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이 온다. 그 때, 결착을 짓는다.
그래서 난 일부러 아리가 어느 슈퍼로 가는지 물어보았다. 다행히 내가 아는 곳이기에 한숨을 쉬며 말했다.


" 이대로 지름길로 가는 것보다, 그대와 조금 더 이야기하며 걷고 싶소. 저쪽으로 돌아가도 길은 나오는데 저기로 가는 게 어떻소? "
" 으, 응? 그, 그, 그럼 뭐 할 수 없지! 나랑 더 있고 싶다는데, 거절할 수야 없지. 가자, 리신! 흐흥~ "
' 애매한 말로 괜히 들뜨게 해 미안하오, 아리 양 '
" 잠시 손을 씻고 싶은데, 저 벤치에 앉아서 기다리겠소? 여기 화장실이 있으니, 금방 가겠소 "
" 응! "


벤치에 아리를 앉히고 짐을 그녀 옆에 놓은뒤 잰걸음으로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러는 척 하면서 오른팔에 힘을 꽉 주고 추적자들이 있는 곳을 향해 공을 던지듯이 팔을 후렸다.


" 이제 그만 나오시오. 같잖은 추적따위 내게 먹힐 것 같소? 봐주는 것도 한계가 있소 "




슈우우, 하고 연기가 아칼리와 이블린의 사이에서 피어올랐다.
카메라도 리신이 터뜨려 쏘아낸 권풍의 회전력에 휩쓸려 말려들어가 산산조각났고, 아칼리는 계속 유지하고 있던 투명상태를 풀고 바닥에 흩어진 카메라의 파편을 주워올리며 절규했다.


" 아, 아직 손때도 안 묻은 새것이었는데에..... "
" 야, 아칼리! 지금 그거 따질 때가 아니야! "


후웅, 콰직!!!


이윽고 리신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회전하면서 발뒤꿈지를 아칼리가 있던 곳에 내려찍었다.
찰나의 순간에 정신을 차린 아칼리가 옆으로 굴러 피하고, 그녀가 있던 곳엔 사나운 크레이터가 하나 생겨났다.
리신은 뒤꿈치에 묻은 흙먼지를 차서 털어내며 정확히 아칼리와 이블린을 번갈아가며 보았다.


" 한 명은 투명에, 한 명은....둘 다 여자군. 답하시오. 어째서 나를 미행하던 것이오? "
" 리, 리신? 나에요, 아칼리. 수상한 사람 같은 게 아니라.... "


그 때 표정을 무섭도록 굳힌 리신이 둘 사이에 있던 70m 정도의 거리를 순식간에 좁히더니 그녀의 얼굴을 향해 정권을 질렀다.
혹독한 수련을 받은 킨코우의 닌자답게 무조건반사적으로 고개를 틀어 피했지만 뺨에 생채기가 생겼다.
이윽고 옆의 공기가 빵 하고 터지는 소리가 들리며 권풍이 휘몰아쳤다.


" 에에에!? "
" 감히 내 동료를 사칭하는 발언을 하다니. 날 너무 화나게 하지 마시오. 이곳은 리그 밖.
그곳에서처럼 4개의 기술만 사용할 수 있는게 아니오. 유혈사태를 보기 전에 순순히 자백하시오! "
" 지, 지, 진짜 아칼리 맞다니까요!!? 그보다 너무 본심으로 정권지른 거 아니에요?! "
" 끝내 진실을 말하지 않겠다면, 좋소. 힘으로라도 당신의 입을 열게 만들겠소. 난 여자건 남자건 손속을 두지 않소 "
" 아칼리, 피해!! "


그 때 이블린이 아칼리의 앞에 나서며 리신의 주먹을 양 손바닥을 눈앞에서 포개어 막았다.
육체파가 아닌 그녀가 그 공격을 막았기에 그녀의 몸에 가해진 충격은 너무 컸다.
오른다리가 부들부들 떨리고 속이 메슥거렸다. 놀란 아칼리가 그녀를 밀쳐내려 하던 때 리신이 내뻗은 주먹을 반대로 돌리며 이블린의 손바닥을 밀듯이 부드럽게 눌렀다.


" 발경 "


투하앙!


그 때였다. 이블린의 등 뒤에서 조금 전의 위력과 비슷한 권풍이 뿜어져나와 아칼리의 명치를 정확히 노리며 날아들었다.
옷과 살이 뒤섞여 갈리는 소리와 함께 산 하나를 뱃속으로 때려박는 듯한 압도적인 충격이 그녀의 전신을 달렸고, 입에서 피를 토한 아칼리는 저 뒤로 회전하며 날아가 벽에 등부터 부딪친 뒤 바닥에  쓰러졌다.


" 아칼리!! 정신차려!!  "
" 목소리까지 똑같이 위조했군. 당신의 책략은 높이 사겠소. 아리! "
" 알고 있어! 여우불!! "
' 아리라고?! '


리신의 부름에 나타난 아리는 세로로 쭉 찢어진 눈을 부라리며 양 손을 머리위로 들어올려 거대한 여우불을 만들어내 부들거리며 일어나려는 아칼리를 향해 주저없이 내던졌다.


" 미, 미쳤어!? 그거 던졌다간 진짜로 죽는다고!! "
" 현혹되지 마시오, 이블린. 허상에 사로잡히지 말고 진실을 보시오 "
" 리신....? "


콰앙!!!


여우불이 파란 불꽃을 내뿜으며 폭발했고, 이블린은 떨리는 마음으로 아칼리가 있던 곳을 보았다.
모든 것이 시꺼멓게 그을린 곳에서 한 명이 서 있었다.
다만 그 자의 정체는 적어도 아칼리는 아닐 것이란 것이 이블린의 생각이었다.
눈에 보여지는 실루엣부터가 이미 아칼리의 그것이 아니었다.


" 말.....도 안돼...... "
" 이 진득한 '공허'의 기운. 이걸 숨기지도 않고 대담하게 발로란에 찾아든 목적이 무엇이냐, 저주받은 생명아 "
" 키힛, 뭐야~처음부터 알고 있던 거였어? 귀띔이라도 해주지~너희 챔피언들은 어떻게 어울려지내는지 관찰할 수 있는데다가, 저 그림자같은 년의 마력도 곧 있으면 다 흡수할 수 있었는데 "
" 내, 내 마력.....? 헉! "


이블린은 자신의 마나를 확인하곤 숨을 들이켰다. 10%도 채 남지 않은 양이 그녀의 뱃속에서 공명하는 것이 느껴졌다.
분명 아무런 마법도 쓰지 않은데다 그녀의 패시브 때문에 리그 밖에서 마나가 부족할 일은 절대 없다.
정체모를 생명체는 손에서 이블린의 마력을 뿜어내며 그 정체를 드러냈다.
하얀 배경에 붉은 라인이 들어간 옷깃이 포인트인 붉은 조끼와 하얀 반팔아래로 드러낸 얇은 팔. 무릎을 아슬아슬하게 가리는 붉은 치마와 등에는 보는 것만으로도 폭력적으로 느껴지는 굵기와 박력을 가진 검은 날개가 펄럭이고 있었다.
붉은 기가 섞인 금발 아래 비치는 두 새빨간 동공은 마치 피를 부어 만든 듯 강렬한 붉은색으로 날개와 머리카락 때문에 그늘진 그녀의 얼굴에서 가장 강력한 임팩트를 선사했다.


" 하~이, 처음 뵐게요, 전장의 영웅님들. 제 이름은 딱히 지어진 건 없지만 '테이라'라고 불러주실래요? 제가 지은 이름이거든요. 아, 사실 누군가를 죽이고 얻은 이름일지도 몰라요! 왜냐면 전 그런거 잘 까먹거든요! 크히킷! "
" 징크스는 애교로 봐줄 정도의 광기네 "
" 게다가 공허의 기운까지 섞여있으니 아주 가관이오. 이블린, 몸에 수상한 징후는 없소? "
" 어, 어. 없는데, 저건 대체...? "
" 그보다, 아칼리는 어디있어 "
" 내가 좀 전에 변신한 여자애? 글쎄~? 나도 모르겠는데? "
" 더이상 날 화나게 하지 마시오 "


뒤이어 리신이 다음 공격을 위해 자세를 취했다.
아리도 불여우를 만들어내 손바닥 위에 떠올렸고, 이블린도 적이란 걸 알자 발 밑의 그림자를 움직여 가시들을 뽑아낼 준비를 했다.
그걸 본 테이라는 아주 기쁜듯이 크게 웃어제꼈다.


" 아주 좋아. 날 당장이라도 죽이고 싶다는 그 눈빛! 오르가즘이 올 정도로 황홀해! 최고야! 역시 공허에 있는 같잖은 녀석들보단 너희들이 더 최고라고! 사랑해! "
" 역겨운 녀석 "


바람에 실으면 흩날려 없어질 정도로 작게 중얼거린 리신이 하체에서 상체 순으로 몸을 비틀며 손을 내뻗어 푸른 음파를 던졌다.
분명 테이라는 흘려넘기거나 피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아리, 이블린은 타이밍을 노리며 상체를 숙였다.
그러나 그녀의 반응은 그들의 생각과는 전혀 달랐다.
게걸스럽게 입을 쩍 벌리더니 날아오는 음파를 그대로 입으로 받아 이빨사이에 끼웠다.


" 카각...! "
" 뭣...!? "


그리고 천천히 이빨 사이를 좁히더니 이내 입이 쿵 닫히며 음파가 사라졌다.
목이 꿀꺽하고 울리는 소리를 내며 뭔가를 삼켰고, 테이라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 아주 좋은 맛이야. 수도승. 이 살기, 투지, 증오....이렇게 순수할 정도의 악감정이라니, 정말이지 대단하단 말밖에 안 나오는걸 "
" 뭐, 뭐야, 저 녀석....스킬을 삼켰어?! "
" 말도 안돼! 저게 가능하긴 한 거야?! "
" 으음...한가지 충고를 해줄게. 챔피언들아. 너희 챔피언들의 잣대로 내 동포들을 재면 정말로....죽어버린다? "


시시한 얼굴로 두 여자를 바라보며 내뱉은 테이라의 말에 그들은 등골이 오싹 얼어붙었다.
무심한 듯이 말하는 그녀의 말은, 지금 그들이 본 것과는 격이 다른 생물체들이 있으며, '일반적인' 상식으로 공허의 생물들을 판단했다간 죽도밥도 안된다는 의미가 품어져 있었다.
실제로 그러했다. 스킬을 삼킨다는 것은 그들이 생각조차도 못해본 일이었다.
게다가 그걸 눈 앞에서 봤으니, 그들이 받은 충격은 말로는 표현할 수 없었다.
그 때, 테이라가 뭔가를 느끼고 하늘을 올려다보더니 한숨을 푹 쉬며 서서히 공중으로 떠올랐다.


" 아쉽지만 소집령이 내려와서 지금은 가야 할 것 같네. 조금 더 너희들하고 놀고 싶었지만 일단은 다 모이라니깐.
뭐어, 걱정하지 마. 우리 동포들이 곧 이 대륙으로 소풍나올 거니깐! "
" 소....풍이라고? "
" 응! 현 시간을 기해서, 우리 공허의 20억 동포들은 룬테라 침공을 개시합니다~~! "
""" !!!! """

20억? 천도 만도 아닌 20억? 제발 저 말이 농담이길, 하고 생각했다.
그 말만 남긴 테이라는 상큼한 웃는 얼굴로 손을 흔들곤 뒷골목에 강풍을 남기곤 하늘로 날아올라 어딘가로 날아갔다.
이윽고 퀸과 애니비아가 오기까지 셋은 얼어붙은 상태로 그 자리에 못박힌듯이 서 있었다.




" 허억, 큭...!! "
" 이상하군. 리그란 시스템 밖이니까 핸디캡은 없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싱겁군. 별의 아이라고 칭해지는 너도 이 모양새면 다른 챔피언들은 어떻단 거지? "
" 으으....! "


한편, 궁사를 상대하는 소라카는 이미 체력이 다해 지면에 한 쪽 무릎을 꿇고 지팡이에 기대어 있었다.
몸에는 군데군데 화살에 스친 상처들이 있었지만, 어쩐 일인지 그녀의 회복 스킬로도 금방 치유가 되지 않았다.
마치 필멸자의 저주처럼, 계속해서 그녀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었다.
반면 궁사는 눈을 감은 채 다음 화살을 꺼내어 시위를 매기고 있었다.


" 그렇게 앉아있다간 꿰뚫릴텐데? 이미 겪어봐서 알겠지만, 내 화살은 특별한 놈이라서. 신성력을 자기 밥으로 생각한다만 "
" 으으.....윽.... "


틀렸다. 상처로부터 전해지는 저주와 독기가 계속해서 그녀의 마력을 옭아매어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
스킬 봉쇄. 스킬의 원천인 마력을 차단시킴으로서 소라카가 스킬을 쓰는 것 자체를 막고 있었다.
마력이 없어도 행동은 가능했지만, 지금의 소라카는 그것조차도 불가능했다.
이윽고 궁사의 활에서 화살이 직선으로 쏘아졌다. 목표는 그녀의 미간.
점점 시야를 메워오는 화살을 분한 눈으로 바라보던 그녀는 이내 눈을 감았다.


' 자크 씨....챔피언 모두들....! '
" 트아앗!! "


터엉!!


그 때였다. 우렁찬 고함소리와 함께 돌풍이 불더니, 뭔가가 단단한 것에 튕겨져 나가는 소리가 났다.
예상했던 통증이 없자 소라카는 눈을 떠서 앞을 보았다.
울그락불그락한 터질 듯한 등근육과 그 앞에 굳건히 세워진 푸른빛 방패가 그녀를 든든히 지켜주고 있었다.


" 아....당신은...!! "
" 허허, 오랜만이오. 소라카. 참 오래간만의 재회이건만, 많이 위험해 보이는구려. 뭐, 어찌됐든 이 브라움만 믿으라구! "
" 브라움 씨!! "


그녀의 앞을 가로막은 건 다름아닌 브라움이었다.
교사직을 거부한 그는 고향인 프렐요드로 돌아갔지만, 그가 어째서 여기에 있는지는 둘째치고 소라카는 브라움이 와줘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궁사는 땅에 떨어진 화살을 지그시 바라보다가 브라움의 방패로 눈을 돌렸다.


" 냉기의 정수를 두른 방패인가. 귀찮은 무구를 사용하는 방패사 녀석이군 "
" 음? 네 녀석, 룬테라에서 본 적 없는 기운을 풀풀 풍기고 있군. 어디 출신의 챔피언이지? "


궁사는 말없이 두개의 화살을 동시에 꺼내 시위를 당기고 발사했다.
브라움도 조용히 방패에 마나를 집어넣어 푸른 방어막을 만들어내 화살들을 튕겨냈다.


" 내 화살을 막다니...저주를 무효화시키는 힘도 가진 방패인가. 이거 참, 상성 나쁘군 "
" 어째서 이런 공격을 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썩 돌아가게. 이 이상 이곳에서 그 불길한 기운을 계속 쓰겠다면 나도 막고만 있진 않겠네 "
" ........안 그래도 이제 가야할 것 같군. 어차피 다시 보게 되겠지만, 브라움이라고 했던가? 네놈의 이름만은 똑똑히 기억했다 "
" 네 이름은 무엇이냐? 너도 전사라면 정정당당히 이름을 대라! "
" 루크다. 다시 이곳에 왔을 땐, 널 가장 먼저 찾아내 죽여주지 "


그 말을 남긴 루크는 천천히 공중으로 떠오르다가 어느 새 하늘 높이 솟구쳐올라 어딘가로 날아갔다.
방패에서 마나를 회수한 브라움은 그 궤적을 노려보다가 등을 돌려 소라카에게 다가갔다.


" 괜찮소? "
" 네, 덕분에요. 상처 치료가 좀 늦긴하지만 되고 있으니 곧 나을 거에요 "
" 일단 챔피언들에게로 돌아갑시다. 다른 놈들이 있다면 꽤 위험하니 말이오 "
" 그러죠. 저 좀 부축해 주시겠어요? 걷는 게 힘들어서.... "
" 물론이지. 아, 지팡이 이리 주시오 "



☆☆☆☆☆


안녕하세요. 버스를존경함 입니다.
3학년이 되어 복수전공을 하고 졸업준비도 하느라 쓸 여건이 없어서 급하게 새벽에나마 겨우 쓰네요.
여러모로 연재가 늦어지는 점 정말 죄송합니다. 대학생이란 게 공부해도 할 게 계속 나오네요ㅠㅠ
조금씩이나마 계속 쓰고 있습니다! 불규칙한 연재주기 정말로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