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트오버, 대륙 어느 도시보다도 발달된 과학기술은 사람들로 하여금 항상 놀라움을 안겨주었다.
청명한 날에 바다 너머 보이는 자운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발달된 과학 때문인지 이곳의 유흥거리는 다른 도시와는 차원이 달랐다.
솔라리가 태양을 위한 기도를 끝마칠때, 필트오버의 밤을 밝히는 자들의 활약이 시작됐다.

어느순간부터 거리 한 공터에 위치한 서커스단의 공연은 나름대로 도시의 명물로 자리잡았다.
관객들의 시선은 한 광대에게 집중되었다. 오늘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그 광대였다. 
평소보다 많은 사람이 몰린 탓이었는지 광대는 실수를 연발했다. 공연이 엉망진창으로 끝나고 광대에게 가해진건 단장의 무자비한 폭행이었다.

거리로 내던져진 광대는 밤하늘을 바라봤다. 밝게 빛나는 달 사이로 별똥별이 떨어졌다. 광대는 무심코 소원을 빌었다.
'이 상황속에서 날 버틸수있게 해줄 무언가가 있었으면..'
광대의 소원은 금방 이루어졌다. 처음 보는 소녀가 만신창이가 된 그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 치료해줬다.
광대는 댓가로 소녀에게 즐거움을 선물했다. 둘은 금방 친해졌고 광대는 소녀에 대해 조금씩 알아갔다. 소녀의 꿈까지.

광대는 날이 지날수록 소녀에게 점점 더 빠져들었고, 곧 소녀는 광대가 살아가는 이유가 되었다.
모처럼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소녀에게 가는 길에 광대는 충격적인 얘기를 들었다.
리그의 챔피언이 되겠다고 노래를 부르던 소녀가 모험을 떠나 죽은채 돌아왔다는 소식이었다.
광대는 슬픔에 휩싸였다. 자신을 지탱해주던 가장 중요한 부분이 사라졌다. 

슬픔은 곧 분노로 바뀌었다. 광대는 소녀가 죽은건 전쟁학회 탓이라고 생각했다. 분노의 대상은 자연스럽게 전쟁학회를 향했다.
하지만 광대는 자기 자신을 잘 알았다. 할 수 있는건 칼던지기, 마술등이 전부였다. 전쟁학회를 이 세상에서 영영 없애버리고 싶어도 할 수 없다는 생각에
광대는 다시 슬픔에 잠겼다. 허름한 선술집에서 술로 하루하루를 보내고있던중, 옆자리의 취객들이 하는 대화가 들렸다.
자운에 있는 어느 미치광이 과학자가 새로 만든 물약을 마시면 광기에 휩싸여 새로운 힘을 얻을수있다는 얘기였다.

광대의 눈이 번뜩였다. 술값을 내는것도 잊은채 비틀거리며 선술집을 뛰쳐나와 자운으로 가는 마차에 몸을 실었다.
마차가 자운에 도착하자마자 길가던 사람들을 붙잡고 수소문 끝에 미치광이 과학자를 만났다.
광대는 전쟁학회가 사라지면 대륙은 다시 전쟁이 일어나 실험대상이 여기저기 널려있을거라고 미치광이 과학자를 설득했다.
미치광이 과학자는 광대에게 물약을 넘겨줬고 광대는 물약을 받자마자 그자리에서 복용했다.
찰나의 시간이 흐른 뒤 광대는 자신의 몸에서 광기가 뿜어져나오는걸 느꼈다. 피부는 창백해졌고 눈엔 살기가 어렸으며 코는 비정상적으로 길어졌고
항상 기괴한 웃음소리를 내고다녔다. 광대는 리그에 들어가기 위해 다른 방식으로 노력했다. 닥치는대로 사람들을 죽이자 리그는 그를 강제로 소환했다.

광대는 이제 새로운 천막안에서 마지막 마술을 준비했다.

'마술 하나 보여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