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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



아크라시아의 역사와 진실에 대한 해석 -2-






 세 종족이 가진 힘의 균형은 ‘할’에 의해 곧 깨져버리고 말았다. 할이 불의 신 안타레스를 속여 아크의 힘을 갖게 된 것이다.
 실린과 라제니스가 연합하여 할을 막아내려 했지만, 아크의 힘을 가진 할을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라제니스는 신계로 숨어 들어가 프로키온의 아크를 훔쳐 할에 대항했다.
 아크의 힘 덕분에 실린과 라제니스는 전쟁에서 승리했지만 루페온의 노여움을 사게 되었다.
 안타레스는 할에게 아크를 넘겨준 죄로 신계에서 추방되었고, 아크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프로키온은 언어를 빼앗겼다.
 전쟁의 원흉이었던 할은 신을 기만한 죄로 소멸의 형벌을 받았다.
 마지막으로 프로키온의 아크를 훔친 라제니스 종족은 날개를 퇴화시켜 더 이상 날 수 없게 만들었다. 그리고 신들이 사는 세계 밑에 '엘가시아'라는 대륙을 만들어, 천 년에 한 번 거대한 날개를 펼 수 있는 자가 나타나면 차원의 틈 '트리시온'에서 아크라시아의 미래를 내다보도록 했다.

 그것은 라제니스를 아꼈던 루페온의 신뢰이자 벌이었다. 



역사 해석 1편을 보고 왔거나 엘가시아 퀘스트를 완료한 사람이라면,
마지막에 적힌 한 줄의 내용만 봐도 이 기록이 가증스러운 거짓이라 느낄 것이다.
이번 글에선 위 사건에서 뭐가 거짓인지, 왜 숨겼는지에 관해 추측해보는 내용이다.

까마득히 오래 전이고, 정황을 알 수 있을 만한 정보가 너무 적기 때문에
저 시대에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부 밝힐 수는 없다.
다만 큰 줄기의 진실 조각은 더듬어 볼 수 있도록 열심히 탐구한 결과를 공유하려 한다.

진실에 조금씩 다가갈수록
지금까지 알았던 로스트아크의 풍경이 달라 보일 것이다...




(주화에 그려진 모습을 보면 대충 이렇게 생겼을 것 같은 안타레스)


우선, 비극의 원인제공자인 할족과 안타레스 신.
이들에 관한 오해를 풀지 않고서는 이야기를 진행해나갈 수 없을 것 같다.
판단의 단서가 되는 팩트만 나열해보자.

- 할은 안타레스의 권능으로 과거를 볼 수 있다.
- 지나간 과거를 바꿀 수는 없다.
- 할은 아크를 사용했다.
- 할이 아크를 가진 것은 안타레스가 허락한 일이다.
- 할이 아크를 사용한 목적은 라제니스와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큐브의 완성을 위한 것이었다.
- 라제니스는 프로키온의 아크를 신계에서 훔쳤다.
- 라제니스는 아크를 사용해 전쟁을 이겼다.
- 할은 아크의 제물로 종족의 생명을 불태우는 순간에도 스스로를 신의 대행자라 불렀다.
- 할은 멸족할 것을 알고 종족의 미래를 대비하고 있었다.
- 라제니스와 실린도 할과 전쟁할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
-실린은 동맹인 라제니스를 배신하고 끝내 전쟁터에 나타나지 않았다.
-안타레스는 추방되었다.
-할은 마지막 불씨 만을 남겨 두고 결국 멸족 당했다.
- 프로키온은 자식의 용서를 구하며 루페온에게 목소리를 바쳤다.
- 라제니스의 날개를 꺾은 것은 프로키온이다.
- 루페온은 누구도 용서하지 않았다.


자, 이제 진실의 실마리를 잡기 위해 우리의 특별한 첫 기억들을 소환해보자.
프로키온에 관한 떡밥(프롤로그)은 많이 알려졌으니, 생략하고
우리가 '첫 번째 아크'를 만나게 되는 순간.

에스더 루테란이 모든 '진실'을 아는 상태로 자신의 무덤에 아크를 숨겼기 때문에,
나는 무조건 그곳에 스토리를 관통하는 결정적인 단서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빛의 길로 나아가라!"

모든 시험 끝에 모험가가 원하는 것을 얻을 거라며 어둠을 뚫고 빛이 인도하는 길로 가라는 로나운.
모험가는 전투라기보단 영혼들을 어둠에서 정화하며 빛을 향해 간다.
그리고 던전을 진행하는 동안 우리는 반드시 '선택'해야만 하는 갈림길을 마주하게 된다.





한 번이면 어쩌다 우연일 수 있지만, 두번 째 등대에선 선택지가 더 늘어난 것을 보고 절대 우연이 아니라 생각했다.
(엘가시아가 나온 시점에서 '선택'이란 말이 결코 가볍지 않음을 알 것이다. 특히나 루테란에겐 더...)
마침내 왕의 무덤 안으로 들어가면, 엄청난 위용을 자랑하는 자간이 불을 뿜으며 우릴 반겨준다.
너무나 악마 같이 생겼지만, 자간은 알비온 아르카디아와 같은 고대 생명체이다.
루테란의 무덤을 침입자로부터 수호하고 아크의 자격을 시험하는 가디언이라 할 수 있다.




자간을 샤워시킨 뒤 드러난 무덤의 모습이 이질적이다.
어째서 루테란의 충성스러운 기사들이 아니라 악마가 그의 관을 지키고 있는 걸까?
대체 어떤 놈들인지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조명 때문에 분위기는 다르지만 이 석상들은 우리가 매주 보는 무척 낯익은 친구들이다.
앞쪽에 아브렐슈드의 기사인 '몽환의 나이트'가 서있고, 뒷배경의 저 커다란 석상





확대해서보니 너무 익숙한 형이다




보스러쉬의 석상

회랑은 '할족의 유물'로 강해지기 위한 일종의 수련장이다.
위 석상들 말고도 루테란의 무덤은 할과 관련이 더 있는데,
이곳에 과거를 볼 수 있는 '안타레스의 불꽃'이 안배 되어 있다는 점이다.
(거의 500년 전에 죽은 루테란을 모험가가 마주 할 수 있었던 이유)
그 때문인지 주요 테마가 불이고,
몽환군단인 가고일을 제외하고 다른 컨셉의 몹은 나오지 않는다.
(심지어 자간은 안타레스와 상당히 닮아있다.)

결정적으로, 시즌2에 시작한 뉴비들은 모르겠지만
수많은 로인물들을 떠나 보낸 악명 높은 컨텐츠가 바로
안타레스의 악몽 - 왕의 무덤이었다.

당시 '안타레스의 악몽'을 없애 달라 의뢰한 단체가 세이크리아였고,
그 중에서도 [루페온의 눈]이란 칭호를 달고 있는 황혼의 사제가 컨텐츠 담당 npc였는데...
샛길로 빠지니 이 얘기는 세이크리아 파트에서 더 자세히 하는 것으로 하고....

우리가 알 수 있는 확실한 진실 중 하나는
루테란의 무덤을 건축할 때 시작부터 끝까지 관여한 할족이 있다, 라는 것.

현재 할족으로 거론 되는 인물은 둘.
카마인 그리고 카단
내 의견은 고민할 것도 없이 100% 확고하게 카단이다.
루테란이 말년에 노망이 나지 않고서야 자기 무덤을 카마인에게 부탁했을 것 같진 않다;


(위의 링크를 타고 가면 왜 카마인은 할족이 아닌지 상세히 적어놓았다.)

카단은 여러 밝혀진 자료들로 인해 이 시기 루테란과 함께 있었다는 점도 증명되었다.(임종을 지킴)
정리하자면, 왕의 무덤엔 안타레스의 권능이 잠들어있다.
루테란과 카단은 비밀을 공유한 영혼의 단짝이었다.
그런데 치열한 전쟁 끝에 마침내 안식을 취하는 친우의 관에
몽환의 악마를 배치를 하는 것은 특별한 이유가 아니고서야 인성 논란이 터질만한 일이다.

그래서 합리적으로 추측할 수 있는 것은 안타레스가 카제로스라는 걸 말하고 싶은 것 아닐까?
새삼스레 흔한 구도지만 빛의 경계를 사이에 두고 대칭을 이루는 석상 구도가 눈에 들어온다.
(대칭은 로아에서 자주 강조하는 개념, 예로 몽환의 체스판이나 푸바섬 퀴즈들)





할족도 된다는데, 원래부터 신인 안타레스가 추방 당하고 다른 세계에서 다시 신이 되는 건 과한 추측이 아니다.
그리고 공간과 차원, 이것은 카제로스와 이어지는 중요한 떡밥이기도 하다.
카제로스와 관련된 것에는 무조건 사슬 모양이 주변에 있는데...









이 외에도 카오스 던전 등등
스샷은 올리지 않겠지만, 카마인의 게이트는 도착지의 환경에 따라 색과 모양이 바뀌는 특성이 있고, 여정 퀘스트에서 아만이 카제로스를 만나러 가겠다고 하자 카마인의 뒤로 엄청나게 큰 문과 사슬이 나타났다.
사슬 = 카제로스





그냥 루테란이 카제로스를 봉인해서 업적을 기리기 위해 석상을 만들었을 가능성은?
그렇다기엔 몽환 나이트는 업적으로 좀....
안타레스의 '악몽'이라서 '몽환'군단이어야만 한다는 게 더 깔끔하지 않나?
안타레스의 악몽 = 카제로스의 악몽
위에도 언급했다시피 이 던전은 자간과 빛의 가디언 외에 잡몹으로 몽환군단의 가고일만 나타난다는 점도 특이하다.

-가고일-
중세 유럽의 건축 양식 중 지붕에 있는 괴수 형태의 석상을 뜻한다.
드래곤부터 사자까지 모습이 다양하지만 가장 흔한 건 '드래곤 모양'이다. 



왕의 무덤이 가진 서사는
빛의 길을 가는 모험가어둠을 만나 시련을 겪고
갈림길에서 '선택'을 해야 하지만,
어느 길을 선택하든 끝내 우리가 마주하는 운명이 있으며
어둠을 이겨내고 자격을 증명한 모험가에게
진실의 파편을 남기고 자신이 하지 못한 선택을 계승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