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글: 마망충 검은마법사

 이전 글에서는 검은 마법사라는 인물이 신의 도시에 집착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과 그로 인한 검은 마법사의 인간관계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이번 글에서는 검은 마법사에 이어서, 데몬이라는 사람의 천성과 그가 바란 신의 도시, 그리고 그에 따른 인간관계에 대하여 생각해보려 한다.


1. 데몬: 나태한 전지(全知)

"신이 악을 막을 의지는 있지만 능력이 없는가? 그렇다면 신은 전능하지 않다."
"신이 악을 막을 능력은 있는데 의지가 없는가? 그렇다면 신은 선하지 않다."
"신이 악을 막을 능력도 있고 의지도 있는가? 그렇다면 이 세상의 악은 어디에서 기인한 것인가?"
"신이 악을 막을 능력도 없고 의지도 없는가? 그렇다면 왜 우리가 그를 신으로 불러야 하는가?"
에피쿠로스의 역설(Epicurean paradox)

 데몬은 매우 유능한 인물이다. 그리고, 나태한 인물이다. 그렇게 타고났고 그렇게 자라났다. 그의 유년시절을 살펴보면, 그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의 동생 데미안은 약하다는 이유로 구타당하는 것이 일상이었던 마스테리아에서의 삶에도 불구하고, 호기심이 많고, 어머니의 한마디 한마디에 풍부한 감정표현을 보여주는 등, 상당히 활발한 아이였다.

 반면에 데몬은 다르다. 동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면서도 어떻게 해주려는 시도를 해주지 않는다. 어머니의 기지 덕에 눈을 보러가는 일이 이루어져 기뻐하는 데미안을 보면서도 크게 기뻐하지 않는다.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은 분명 존재하지만 애초에 데몬이란 사람의 천성이 무던한 탓이리라

 이렇게 타고난 성격은 데몬이 타고난 능력, 마스테리아의 지식과 합쳐져 더욱 강화된다.

 예전에 썼던 "데몬에서 제른으로 이어지는 메이플 속 신화적, 철학적 은유 1"에서 데몬의 캐릭터성에 대해서 설명한 적이 있다.

 데몬을 상징하는 북유럽 신화의 생물 "요르문간드"는 그리스 신화의 "우로보로스"와 그 궤를 같이 한다. 이 우로보로스가 보여주는 머리가 꼬리를 문 모습은 곧 무한한 순환을 뜻하며, 이는 완전함을 의미한다.

 즉, 데몬은 혼혈마족임에도 불구하고 완전함이라는 캐릭터성을 가진 존재이다.

이러한 완전함은 곧 빼어난 통찰력으로 이어진다.




 스토리가 진행되며 나온 데몬의 고유 스크립트는 늘 진실을 담고있다. 데몬은 메이플 속 캐릭터 중에서 언제나 가장 진실에 가까운 존재이다. 그의 통찰력은 빗나가지 않으며 에스페라에서의 예측은 예지에 가까운 정확함을 보여주었다.

 타고난 성격, 타고난 능력, 그리고 마스테리아의 지식은 데몬에게 예지에 가까운 예측을 부여했다. 이는 곧 나태함을 낳는다.

 데몬에게는 딱 보면 견적이 나온다. 결말이 뻔히 보이는데 어찌 나태해지지 않을 수 있겠는가.

 비유하자면 밀레니엄 문제 같은 난제를 증명할 능력은 있지만그로 인해 겪게 될 고생또한 미리 알아챌 수 있기에 증명하지 않는 것이다. 애초에 자신은 직감적으로 알지 않는가 그 것이 참인지 거짓인지 말이다. 굳이 고생해가며 증명할 필요도, 이유도 없다.



 데몬의 혈통과 힘, 지식은 그가 언제든 마스테리아의 지배자가 될 수 있게 하였지만, 데몬은 그리하지 않았다.
데몬의 눈에 마스테리아의 상황은 해결할 수 있지만 매우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였기 때문이다.




 그 길은 가족의 행복을 위해 굳이 필요하지 않았다. "마스테리아에 뿌리깊게 박혀있는 힘의 법칙을 바꾸는 것" 보다 "약한 데미안을 리프레 남부로 이주시켜 행복을 누리게끔 하는 것"이 데미안의 행복이라는 목표를 이루기에 더 쉽고 고통이 덜한 길이다. 데몬의 가족이 리프레 남부로 이주하고 그들은 행복했다. 따라서 마스테리아의 지배자라는 감투는 데몬에게 딱히 가져야할 이유가 없게된 것이다.


 하지만, 그나마 쉬운 길조차 가시밭길이면 어떻게 되는가? 우리는 그 결말을 알고 있다.



2. 가장 쉬운 길

 데몬의 힘과 지식, 그리고 혈통은 그가 마스테리아의 지배자가 될 수 있게끔 하였으나, 그것은 가족의 행복이라는 데몬의 목적에 굳이 필요한 길이 아니었기에 데몬은 주저없이 마스테리아를 떠났다. 메이플월드 또한 몇 가지 문제를 갖고 있긴 했다. 끝없는 전쟁과 기아. 그리고 날뛰는 몬스터까지. 결코 순탄한 세계는 아니었지만 마스테리아보다는 훨씬 나았다.

 하지만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고. 

 가족을 지키기 위해 마족에 가까워질수록, 가족에게서 멀어지는 자신의 모습을 데몬은 깨달았다. 마스테리아에서와 비교하면 현저히 느렸으나, 언젠가 벌어질 일이었다. 예지에 가까운 직감은 그렇게 가리켰다.


 그렇게 고뇌하던 어느 날, 한 사람이 나타나게 된다.



"강한 자는 룰을 바꿀 수 있다. 힘을 길러라, 모든 것을 무너뜨려라. 폐허가 된 그곳에 새로운 신의 도시가 세워질 것이다. 그곳이 너와 내가 원하는 세상이다."- 검은 마법사

 절대적인 지배자에 의해 돌아가는 신의 도시라는 이상. 이상을 실현시킬 수 있는 힘과 의지를 가진 자.

 순혈마족과 다름 없어져, 가족과는 멀어지게 될 미래의 자신 대신 군림해줄 수 있는 완벽한 대체자. 

 검은 마법사는 그에게 그런 존재였다.

 자신이 가족에게서 더 멀어지기 전에 끝낼 수 있다. 마스테리아에서보다는 훨씬 쉬운 길이다. 데몬의 예지에 가까운 직감이 가리키는 일이었다.

 데몬은 주저없이 나섰다. 그렇게 그는 군단장이 되었다.



 천성이 나태한 데몬이었지만, 가장 쉬운 길이자 해야만 하는 일이었기에 망설임은 없었다. 영웅들조차 장애물이 될 수는 없었다. 순혈마족에 가까워져 가족과 멀어지는 것이 두려웠을 뿐, 힘이 모자란 것은 아니었으니...

 결국 시간의 여신을 제압하였고, 길의 끝이 보였다.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데몬의 이상이 이루어지기 직전이었다.



예지에 가까운 직감이었으나 간접적인 방법일 뿐, 검은 마법사는 직접 운명을 조작했기에 데몬의 직감은 빗나갔다. 

검은 마법사는 분명 데몬에게 친애의 감정을 갖고 있었으나, 자신조차 창세의 제물로 바치기로한 검은 마법사였기에 데몬을 배신할 수 있었고 데몬은 그렇게 자신의 모든 것을 잃었다.



3. 데몬의 인간관계

1) 검은 마법사

나 대신 총대매고 나서준 고맙고 존경스러운 조별과제 조장 -> 날 속여서 내 가족까지 날려먹은 씹새끼

-힘은 왜 안받았는가? 
군단장 활동하는데 검마 힘 받으면 난이도가 쉬워지긴 하는데 그만두면 파멸하게 됨... 힘이 충분한데 굳이? 
ex) 폰사는데 약정놓으면 할인이 되긴 하는데 중간에 그만두면 위약금 물어야 함... 돈이 충분한데 굳이?


2) 아카이럼

일하기 싫은데 나한테 짬때리는 놈.


일을 해도 비겁하게 간계나 꾸미는 놈이어서 마족 가치관으로도 마음에 안듦.


3) 레지스탕스

데몬: 나보고 같이 일하자니 거 견적은 보아야 될 거 아니오.


체키: 같이하다가 안맞으면 100퍼센트 환불해줄테니 쓰고 싶은 만큼 쓰다가 환불하시오.
데몬: 그렇게까지 말하니 신뢰가 가는구만 같이 일합시다.


4) 반 레온

나름 괜찮았던 직장 동료인데다가 처지도 비슷해서 설득 가능할 줄 알았는데 갑자기 선 넘어서 순간 자기도 선넘었음.


5) 오르카

천성이 비슷해서 묘하게 잘맞는 친구.


쓸데없이 안해도 될 일까지 사서하는 건 싫어하지만, 심심하면 일 열심히함.


쓸데없이 안해도 될 일까지 사서하는 건 싫어하지만, 심심하면 일 열심히함.


적당히 받아갈건 받아가면서 걱정은 해줌.
(포스 뽑아가는 와중에도 수백 년 동안 알에 들어있다는 거 은폐해주고 건강 걱정해줌)


적당히 받아갈건 받아가면서 걱정은 해줌.
(계획 방해+블랙윙 정보 털어가면서 "스우는 어디있지, 무슨 일 있나?"를 세 번이나 생각함)


6) 마스테마

도라에몽 -> 가족같은 소중한 존재.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도라에몽.


어디로든 문까지 써줄 수 있음.


내가 모르는게 있으면 안심하고 물어볼 수 있음. 사교활동도 안했는데 순혈마족이라 아는 것도 많음.


계약도 썩 내키지는 않지만 마스테마니까 해줄 수 있음.

이제는 가족같이 소중해짐.


7) 데미안


내가 헛짓거리 하는 바람에 수백 년 동안 개고생시켜서 미안함.


어머니를 죽였어도(실제로는 죽인 것도 아님), 마족의 힘을 각성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음. 자기도 마족에 가까워지는 것이 가족에게 해가 되기에 두려워서 군단장 한거라 찔리기도 함.


마족으로써의 운명때문에 어쩔 수 없이 죽일 수 밖에 없어서 매우 슬픔.


정리:
1. 데몬은 타고난 능력에 마스테리아의 지식이 합쳐져 예지에 가까운 직감을 가짐. 어지간한 건 보자마자 결과가 보이니, 어려울 것 같으면 굳이 건들지 않는 말년병장 마인드로 살아감.
2. 가족의 행복을 위해서는 마스테리아와 메이플월드 중 하나는 갈아엎어야 되는데 메이플 월드쪽이 갈아엎기 쉬워서 군단장이 됨. 직감만 믿고 살다가 운명조작한 검마한테 털렸음. 
3. 가족한테는 헌신하는데( 데미안, 마스테마), 다른 애들한테는 일하기 싫어하는거 팍팍티냄. 오르카랑 성격은 달라도 하는 짓은 비슷해서 묘하게 잘맞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