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하고 무거운 검은사막의 스토리 라인에서 잠깐 벗어나, 유쾌하고 시원한 콘셉트로 찾아온 커세어. 그런 콘셉트처럼 그녀의 전승과 각성 스토리 라인은 귀여운 해달들의 등장과 함께 다소 코믹하게 전개됩니다. 사실 검은사막의 메인 스토리 라인과는 크게 상관이 없을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빼놓기엔 너무 아쉬운 카메오 같은 그녀인데요. 이번 전승 스토리를 살펴보면서 그녀의 매력에 좀 더 빠지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기억을 잃고 흑정령과 계약한 그녀는 어떻게 팔딱생선해적단을 다시 만날 수 있었을까요? 또한 파트리지오의 딸로 알려진 그녀는 어떻게 인어의 힘을 가지게 된 걸까요? 그 모든 이야기가 바로 지금, 전승 스토리에서 펼쳐집니다.

*본 스토리 기사는 시리즈로 연재됩니다.
*메인퀘스트, NPC 대화, 지식 등을 참조하여 작성하였습니다.
*분기란 게임 내 유저의 선택에 따라 에피소드가 달라지는 부분을 뜻합니다.
*약간의 각색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으나 게임 내 설정 및 컨셉에는 지장이 없습니다.



■ 커세어 전승 스토리

첫 만남?
타리프 마을 나루터

타리프 마을의 아혼 키루스에게서 전서가 왔다. 웬 해달이 나를 찾고 있다고.

"그대를 해적 대장이라 부르며 애타게 찾는 해달들이 있습니다. 3일 전 마을 나루터를 처음 찾아왔을 때는 별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그대가 오기 전까지는 절대 떠나지 않을 거라며 온종일 노래를 불러 잠 못 드는 주민들의 불만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해달이라고? 내가 기억을 잃기 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과거에 내 뒤를 따랐던 그림자들이 어렴풋이 기억나는 것 같기도 하다. 나는 그 이상한 전서의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곧장 타리프 마을 나루터로 향했다. 근데... 솔직히 이 털뭉치들은 아니잖아.

"와 대장, 이게 얼마만이냐! 10년만인가? 끽!"

웬 흰색 해달이 갑자기 달려와 나를 와락 껴안았다. 덕분에 숨이 막혀 한참을 켁켁거리던 나는 온 힘을 다해 그의 몸뚱아리를 떨쳐내야만 했다. 뭔데 갑자기 이러는거야. 생선과 물 비린내로 푹 절여진 나루터 나무 바닥에 나동그라진 그 흰색 해달은 이런 나의 반응에 놀랐는지 눈을 크게 떴다. 너, 지금 그 동그란 얼굴이 더 동그래지고 있다는 건 알고 있는거냐.

"내... 내가 옛 동료라는 것을 믿을 수 없다고? 끽! 그럼 대장의 비밀을 하나 말하겠다. 끽!"

아니. 그런거 부탁한 적 없다고. 수다스런 흰색 해달은 당장에라도 혼이 달아날듯 멍하니 서 있는 나를 두고 주절주절 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후. 어쩌다 이런놈들한테 걸려서. 저 멀리 포구를 떠나는 나룻배의 고즈넉한 풍경이 참 평화로워 보였다. 이 끽끽거리는 소음 기계만 없었으면 좋았을텐데. 대장님은 예쁘고, 멋있고, 어쩌고저쩌고... 인어로 변해서 막 같이 수영을 했고... 엥? 잠깐만, 이 흰색 털뭉치는 내가 인어로 변할 수 있다는 비밀을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나는 자신을 '파루오'라고 소개하는 이 흰색 털뭉치의 말을 더 들어보기로 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우리는 백전백승 팔딱생선해적단!'으로서 생떼 쓰는 파푸를 울리거나 인간 범선을 터는 등, 누구도 막을 수 없는 해상의 천하무적 단체였다. 잠깐, 그냥 범죄자 집단이라는 소리잖아. 어쨌든 그런 천하무적의 단체는 하다하다 그런 일도 지겨워져서, 대장을 다시 찾기로 했다는 것이다. 까마귀의 함선을 몰고 자신들의 섬으로 돌진해, '야, 타!'를 시전하던 대장의 모습을 기억하면 아직도 설렌다며.


▲ 해달족 인성 논란. 아, 인성이 아닌가.

파루오는 심지어 당시 대장, 곧 내가 배에 가장 먼저 올라탔던 자신을 오른팔로 삼고, 아버지의 보물 창고에서 훔친 까마귀의 보물 지도로 온 해역을 누볐다고 말했다. 그리고 결국 파도의 힘이 담긴 보물, 마레카를 찾는데 성공했으며, 이를 기념해 기지에 나의 초상화도 그려놨다고 했다. 그 이후 내가 바다에서 더 이상 찾을 것이 없다며, 홀로 육지로 떠났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래 알았어. 그럼 지금은 왜 나를 찾아 온거야?"
"끽?!"

너가 왜 온지도 잊어버린거냐. 나의 말에 당황한 파루오가 팔인지 다리인지 모를 것을 파닥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황급히 주변을 돌아보더니 동그란 얼굴을 빼꼼 내밀고 '함께 온 파루오도 사라졌어, 끽.'이라고 말했다. 야야, 그럼 네가 움직여야지. 그냥 그렇게 귀여운 표정만 지으면 다냐고. 이것들이 진짜.

사라진 마타오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내가 서 있던 곳의 바로 옆, 타리프 마을 주민들이 잠시 어획물을 보관하는 창고에서 마타오가 허겁지겁 소라를 털어먹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제서야 왜 아혼 키루스가 나에게 그런 전서를 보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냥 이놈들 좀 치워달라는 거였구나. 하하하.


▲ 주민들의 어획물을 털어먹는 마타오

"마타오, 지금 먹을 거에 정신 팔려있을 때냐, 끽? 우리가 대장을 왜 찾으러 왔었지, 끽끽?"
"우리가 대장을 찾으러 온 이유? 소라가 너무 맛있어서 잊고 있었다."

행복한 표정으로 양손에 소라 껍데기를 든 마타오는 그렇게 소라 세 개를 더 입에 밀어 넣고서야 입을 열었다.

"아! 얼마전에 발견한 불길한 검은 비늘 조각 때문이지,끽!"

불길한 검은 비늘 조각. '인어'라곤 나밖에 몰랐던 팔딱생선해적단은 그 비늘이 내가 아파서 흘린 것이라 생각했다. 또한 마타오는 그 비늘을 처음 발견한 곳이 '갈기족 소굴'이라며, 그곳에서 이미 다른 탐사대가 조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와 동시에 파루오는 간만에 대장과의 모험이라며 잔뜩 흥분한 얼굴로 끽끽거리기 시작했다. 그래, 어서 가자, 가. 저 멀리 아혼 키루스와 타리프 마을 주민들이 인상을 찌푸린 채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혼 언니, 우리 그동안 사이 좋았잖아. 왜 그래... 휴, 당분간 타리프 마을은 못 오겠구만.


▲ 현타


합체! 팔딱생선해적단!
갈기족 소굴, 엘릭 사원

갈기족 소굴 깊은 곳, 갈기족들의 주거지로 보이는 동굴 입구에 해달 '우라오'가 보였다. 우라오는 이전의 파루오가 그랬던 것처럼 나를 보자마자 방방 뛰며 끌어안기를 시전했다. 대장을 만난 해달들은 다 이러는 건가. 앞으로 얼마나 많은 해달들이 나를 끌어안을지 생각하자 눈 앞이 깜깜해졌다. 한편 우라오는 눈물, 콧물을 줄줄 쏟으며 다른 해달들이 자신을 남겨두고 또 다른 검은 비늘 조각을 찾으러 가는 바람에 너무 무서웠다고 징징거렸다.

"우라오! 빨리 대장에게 우리가 발견한 검은 비늘 조각을 보여줘라, 끽!"
"그... 그게..."

우라오는 눈물을 훔치며 자신이 가지고 있던 검은 비늘 조각을 '작은 갈기'들이 물어갔다고 말했다. 파루오와 마타오는 그의 말을 듣고 '울보 우라오가 그렇지 뭐...'라며 혀를 끌끌찼다. 그리고는 잠시 멈칫하더니 나를 슬그머니 올려다봤다.

"대장! 오랜만에 대장의 실력을 보여줄 차례다. 끽끽!"

아니, 좀 전에 너네들도 엄청 쎄다고 자랑하지 않았냐? 휴. 그래도 나를 이렇게 지켜봐주는 친구들이 있는데 약한 모습을 보일 순 없었다. 그래, 대장의 실력을 봐라. 나는 나의 주무기 세레나카와 바다의 보물, 마레카를 들고 멋진 솜씨로 작은 갈기들을 베어넘겼다. 등 뒤에선 나의 솜씨에 감탄한 해달들이 끽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한편 작은 갈기에게서 찾은 검은 비늘 조각엔 알 수 없는 이빨 자국이 나 있었고, 고약한 침 냄새가 진동했다. 갈기들이 이게 무슨 뼈다귀 간식인줄 알고 열심히 씹어먹은 것 같았다. 그렇게 검은 비늘 조각을 다시 찾은 우리, 아니 나는 이제 나머지 해달들을 찾기로 했다.

울보 우라오는 그들이 '아마' 엘릭 사원으로 갔을 거라며 조그만 흰색 팔을 들어 북쪽을 가리켰다. 하지만 파루오는 명확하지 않은 그의 말이 영 불만이었는지 '대장이 없어서 소통이 안된다'고 툴툴거렸다. 아니... 너네 원래 그런 거 안 하는 것 같은데...


▲ 팔딱생선해적단 : 은근슬쩍 시키는거 잘함

▲ 책임전가

▲ 바른 말은 항상 어렵다

엘릭 사원에 도착한 나는 이전에 안면을 터놓은 '사나한'에게 여기서 해달을 본 적 있냐고 물었다.

"해달? 지금 당신 옆에 세 마리나 있잖소. 이 녀석들 말고 다른 해달 말이오?"
"아... (이자식들) 말고요..."
"삼심분 전인가 광신도들에게 해달 하나가 끌려가는 것을 보았소. 아니, 사실 끌려갔다기보다는... 광신도들의 망토를 붙잡고 괴롭히는 것 같기도... 비명은 지르는 데 신난 것 같았소. 그 두꺼운 꼬리로 녀석들의 뺨을 인정사정없이 때리더군..."

미안합니다. 광신도 분들. 사과드릴게요(?) 나는 앞으로 벌어질 일을 예감하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나 다를까 옆에서 잔뜩 화가 난 파루오와 마타오는 '팔딱생선해적단에 이런 치욕스러운 일이!'라고 끽끽거리며 양 팔을 공중에 휘두르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엘릭 사원은 한바탕 난리가 났다. 끽끽거리는 소음 공해와 함께 온 동네를 뛰어다니는 해달들을 잡으려던 광신도들은 서로 움직임이 꼬여 우당탕 넘어졌다. 그렇게 광신도들을 멋지게 해치운(?) 우리는 '테나오'라는 해달을 찾기 위해 엘릭 사원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갔다.


▲ 아, 얘네들 말고요.

▲ 얘들아, 이렇게 화 안내도 될 것 같은데...

엘릭 사원 가장 높은 곳, 허물어져가는 가옥 안에 테나오가 있었다. 해달들과 살금살금 옆 창가로 다가가 바라본 테나오의 모습은 상처하나 없이 말끔했다. 두 손에 포박이 묶여있지도 않았고, 심지어 처음보는 아리따운 여성과 신나게 대화를 하고 있었다.

"얼씨구, 아주 입이 귀에 걸렸다, 끽!"
파루오가 이건 배신이라며 조그만 목소리로 끽끽댔다.

"그래, 더 이야기해보렴. 겨우 찾은 보물을 동료가 건드려서 어떻게 됐다고?"
여자가 말했다.

"보물을 지키던 거대한 고대 병기가 깨어났다. 끽! 우리는 전부 멍하니 고대 병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끽! 녀석의 손에 들린 거대한 도끼가... 저~ 태양 높은 곳까지 올라갔다가 꽈아아앙 찍는데... 바로 그때! 대장이 물 흐르듯이 부드러운 동작으로! 끼익! 고대 병기로부터 동료를 구하고 지키던 보물을 낚아챘다. 끽끽! 그리고 감히 크라오로슈르님을 걸고 말하는데 대장의 몸놀림은... 예술이었다! 역시... 역시 우리 대장! 그리고 땅에 착지한 대장이 천천히 눈을 감았다 뜨는데, 끽! 머리가 푸른 빛으로 변하는 게 아니겠어! 끽! 그리고 저 먼 전설 속으로 사라진 몽환의 바다에서 나온다는 인어의 모습으로...! 대장이 너무 멋있어서 기절할 뻔... 끽?"


▲ 이게 어떻게 납치된 해달의 모습이냐고요.

테나오와 나의 눈이 마주쳤다. 그래 잘 떠들었니. 나는 나를 껴안으려고 버둥거리는 테나오의 머리를 오른손으로 막은 채로 '프란체스카 세릭'이라는 칼페온 여자에게 사과해야만 했다. 많이 힘드셨죠. 우리 애들이...

"내 군단이 엉뚱한 제물을 잡아와서 풀어줬다. 너는... 다행히 내가 기다리는 손님이 아니군. 여기는 곧 피가 흩뿌려질 수 있으니, 네 해달 친구들을 데리고 빨리 이곳을 벗어나는 게 좋을거다."

그 여자의 말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나는 그때 그녀가 등에 메고 있는 커다란 방패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꼈다. 이상하게 그녀가 기대고 있던 벽도 조금씩 얼어붙고 있는 것 같았다. 왠지 이곳을 빨리 떠나는게 좋아보였다. 그 와중에도 파루오와 테나오는 배신이라는 둥, 아니라는 둥, 삐졌다는 둥 서로 다투느라 바빴다. 너넨 참... 한가해서 좋겠다. 나는 그런 해달들과 함께 엘릭 사원을 무사히 빠져나왔다. 그런 애들의 모습이 미우면서도 이뻐보였다.


▲ 찾았다 이놈.


낭만 고래의 선물
사르마 전진 기지

테나오에게서 검은 비늘 조각 하나를 더 구한 나는 그의 말을 따라 '사르마 전진 기지'로 향했다. 사르마 전진 기지는 또 다른 팔딱생선해적단원 '쿠치오'가 있는 곳으로, 그곳 병사의 말에 따르면 그는 사르마 전진 기지의 유명한 해달인 '포리오 삼총사'에게 해적 생활을 청산하고 입대를 할 수 있도록 검증을 받고 있었다.

사르마 전진 기지의 성벽 위에는 정말 사납게 생긴 해달 셋에게 둘러싸인 테나오가 있었다. 테나오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나를 바라보며 '검은 비늘 조각이 성벽에 박혀있길래 빼서 돌아가려고 했는데 걸렸다'고 말했다. 그가 해적이라는 걸 알아챈 포리오 삼총사가 검은 비늘 조각을 뺏은 뒤 강제로 입대시키려고 했던 것 같았다.

그러자 파루오는 '니네가 뭔데 우리 팔딱생선해적단을 입대시키냐!'며 다짜고짜 화를 냈다. 하지만 포리오 삼총사도 지지 않고 '그게 뭐냐, 처음 들었다'며 더욱 큰 소리로 끽끽댔다. 그 다음 이어진 말은 '야이쒸, 한판 붙자!' 같은 것들. 곧 개싸움, 아니 해달싸움이 벌어지려는 순간이었다.


▲ 쿠치오가 갑자기 입대를...?

▲ 해달들은 다 이렇게 사납나요.

▲ 해달이 모이면... 시끄럽다.

그렇게 한참을 끽끽거린 탓에 주변 병사들이 한숨을 쉬며 귀마개를 찾기 시작했다. 결국 포리오 삼총사는 사르마 전진 기지의 골칫거리인 소산족을 혼쭐내주는 조건으로 검은 비늘 조각을 돌려주겠다고 합의했다. 물론 그들을 혼쭐내는 역할은 나. 이젠 별로 놀랍지도 않은 전개에 나는 마레카를 들고 소산 주둔지에서 소산족을 베어나가기 시작했다. 마레카의 신비로운 힘에 눈 깜짝할 사이 소산군 30명이 혼쭐이 났고, 뒤에선 팔딱생선해적단이 신나게 끽끽거리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래, 이 맛에 대장하는 거지.

포리오 삼총사에게서 마지막 검은 비늘 조각을 받은 나는 그것들의 모서리가 딱 들어맞는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나는 그 조각들을 하나로 맞추어 커다란 검은 비늘을 만들 수 있었다. 그런데, 검은 비늘이 만들어지자 어디선가 이상한 악취-해달들의 말에 의하면 베키오의 방귀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악취가 나는 곳은 사르마 기지에서 조금 떨어진 메디아 해안가였다. 그곳엔 팔딱생선해적단원 베키오가 엎어져 있었고, 그는 이 악취가 자신의 방귀 냄새가 아닌 저기 '검은 균열'에서 나는 냄새라며 억울해했다. 베키오의 말에 따르면 그는 검은 균열을 조사하다가 그곳에서 빠져나온 '못생긴 놈'에게 사정없이 뚜드려맞았고, 그 때문에 괄약근이 살짝 풀렸을 뿐이었다.

그 냄새의 원인이 베키오든 검은 균열이든 간에, 어쨌든 검은 균열은 정말 존재했다. 나는 호주머니에서 검은 비늘이 그 균열에 반응하고 있음을 느꼈다. 그래서 본능적으로 검은 비늘을 균열에 던져 넣었고, 그 비늘에 반응한 어떤 형체가 그곳에서 튀어나오는 것도 보았다.

균열에서 나온 '검은 파도의 그림자'는 나와 비슷한 생김새를 가졌고, 심지어 나와 동일한 기술을 쓰며 똑같이 인어로 변신할 줄 알았다. 그와 합을 맞추던 나는 마치 거울처럼 빛나는 파도와 싸우는 듯했다. 하지만 가짜가 진짜를 이길 수는 없는 법. 예상치 못한 전투에 나는 꽤나 고전했지만 수십여 합을 겨룬 끝에 그를 쓰러뜨리는데 성공했다. 그림자를 쓰러뜨린 내 손엔 어느새 '하늘빛 낭만 소라'가 쥐어져 있었다.


▲ 검은 균열에서 커세어와 매우 흡사한 그림자가 튀어나왔다.

나는 이 아름다운 소라를 바다로 돌려주자는 베키오의 말에 따라 해안가로 향했다. 그러자 시원한 물보라가 일더니 어디선가 청명한 하늘빛 낭만 고래가 나타나 소라를 물고 가는 것이 아닌가. 한번도 본 적 없는 고래지만, 왠지 따스한 바람이 온 몸을 감싸는 것 같았다. 그 고래가 떠나간 자리에는 웬 오색빛 물결 소라가 두둥실 떠 있었다.

오색빛 물결 소라를 집어 귀를 기울이자, 그리운 노랫가락이 부드럽게 몸을 감쌌다. 들을수록 어딘가 가슴 저릿한 선율이었다. 그것은 내가 열다섯 살 때, 꿈결에 들었던 부드럽고 달콤한 노래였다. 드넓은 마고리아를 향해 펼쳐진 모래사장으로 첫 발걸음을 이끌었던, 파도의 노래가 분명했다. 이제 그 노래는 신비로운 기운을 뿜어내며 나에게 힘을 불어넣고 있었다. 나는 그렇게 어디서, 어떻게 왔는지도 모르는 낭만 고래의 선물을 받았다.

사르마 기지로 돌아간 나는 파루오에게서 한 '까마귀 상단원'이 나에게 편지를 남겼다는 말을 들었다. P가 보낸 그 편지 안에는 나의 어머니가 인어였다는 것과, 바다의 악당들에 관한 이야기가 들어있었다. 나는 편지 너머로 '뭐냐, 혹시 연애편지냐? 배신이다! 끽!'라고 투덜거리는 해달들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아직 이놈들과 내가 풀어야 할 바다의 비밀들이 많이 남아있구나. 팔딱생선해적단! 다시 모험 시작이다! 끽!

"하늘빛 낭만 고래가 네게 인사를 했다고 들었다. 그 고래는 너를 낳고 떠나버린 내 사랑과 함께했던 낭만 고래였단다. 인어의 심장으로 불멸을 얻고자 했던 바다의 악당들이 내 사랑의 비늘로 끔찍한 괴물을 만들어 마음이 아팠는데... 내가 해야 할 일을 대신 해주어 고맙다. 보는 눈이 많으니 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하자꾸나. -P-"


▲ 하늘빛 낭만 고래. 커세어는 힘을 얻고 P의 편지로부터 새로운 사실을 알게된다.


▣ 검은사막 스토리 시리즈
※검은사막 스토리 특집 - 한 번에 보는 흐름 총정리
▶검은사막 스토리 #1 - 연대기 상편
▶검은사막 스토리 #2 - 연대기 하편
▶검은사막 스토리 #3 - 발레노스 지역 여정
▶검은사막 스토리 #4 - 세렌디아 지역 여정 상편
▶검은사막 스토리 #5 - 세렌디아 지역 여정 하편
▶검은사막 스토리 #6 - 칼페온 지역 여정 상편 (분기1)
▶검은사막 스토리 #7 - 오제 아가씨의 안타까운 사랑 (칼페온 분기2)
▶검은사막 스토리 #8 - 누구도 믿을 수 없는 권력의 도시 (칼페온 분기3)
▶검은사막 스토리 #9 - 드러난 고대신과 엘리언교의 비밀 (칼페온 마무리)
▶검은사막 스토리 #10 - 시라레의 불길한 예언과 의심 (메디아 프롤로그)
▶검은사막 스토리 #11 - 일레즈라의 어두운 흔적을 쫓아서 (메디아 분기1)
▶검은사막 스토리 #12 - 말할 수 없던 네루다 셴의 속사정(메디아 분기2)
▶검은사막 스토리 #13 - 모험가의 정체는 어둠의 힘이 담기는 그릇? (메디아 마무리)
▶검은사막 스토리 #14 - 나방은 결국 불빛으로. 피할 수 없는 운명의 이끌림 (발렌시아 상편)
▶검은사막 스토리 #15 - 발렌시아 건국의 비밀, 그 안엔 모험가가 있었다 (발렌시아 하편)
▶검은사막 스토리 #16 - 피와 복수의 카마실비아, 아름다운 얼굴의 이면 (카마실비아 상편)
▶검은사막 스토리 #17 - 캐더린 오네트, 그녀는 정말 아름다운 공주였습니다 (카마실비아 하편)
▶검은사막 스토리 #18 - 드벤크룬에 드리운 붉은 그림자, 가모스의 등장 (드리간 상편)
▶검은사막 스토리 #19 - 사그라든 불씨, 그러나 위협은 존재한다 (드리간 하편)
▶검은사막 스토리 #20 - 사실, 인간이야말로 가장 지독한 생물이다 (별무덤)
▶검은사막 스토리 #21 - 빛나는 카마실브, 다가오는 어둠 (오딜리타 1편)
▶검은사막 스토리 #22 - 그란디하 신탁의 결정 (오딜리타 2편)
▶검은사막 스토리 #23 - 모든 것은 처음부터 계획되어 있었다 (오딜리타 3편)
▶검은사막 스토리 #24 - 마지막을 지켜줘서 고마워요 (오딜리타 4편)
▶검은사막 스토리 #25 - 베디르의 과거와 브롤리나의 행적 (오딜리타 5편)
▶검은사막 스토리 #26 - 하둠에 대항하는 첫번째 준비, 올룬의 심장 (오딜리타 6편)
▶검은사막 스토리 #27 - 어머니께서 검은 태양을 떠오르게 하실 것입니다 (오딜리타 7편)
▶검은사막 스토리 #28 - 하둠=복수의 실비아? 드러나는 신들의 비밀 (오딜리타 8편)
▶검은사막 스토리 #29 - 불균형의 보석과 두 여왕의 믿음 (오딜리타 마지막편)
▶검은사막 스토리 #30 - 일레즈라의 덫에 걸리다 (아토락시온 : 바아마키아 상편)
▶검은사막 스토리 #31 - 각성한 아토락시온 (아토락시온 : 바아마키아 하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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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은사막 스토리 외전 #1 - 훔쳐야 산다, 도굴왕
▷ 검은사막 스토리 외전 #2 - 매화가 지던 날 (매화 각성)
▷ 검은사막 스토리 외전 #3 - 워리어, 고옌 용병단의 형제 (워리어 각성)
▷ 검은사막 스토리 외전 #4 - 레인저, 정령검의 계승자 (레인저 각성)
▷ 검은사막 스토리 외전 #5 - 위대한 소서러 (소서러 각성)
▷ 검은사막 스토리 외전 #6 - 이 세상에 피로 물들지 않은 왕좌는 없다 (노바 각성)
▷ 검은사막 스토리 외전 #7 - 에다나, 로크스 마하 데키아 (세이지 각성)
▷ 검은사막 스토리 외전 #8 - 끽끽! 끽! 끼끽! (커세어 전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