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첫 MMORPG는 울티마 온라인이었다.


아리랑 샤드에서 땜장이를 하면서 EE 길드에게 삥도 뜯겨보고, 잠도 안 자고 블랙스미스로 첫 GM도 달아봤다.


지금 생각해보면 뭐 엄청난 업적도 아니고, 별것 아닌 일들이었다. 하지만 그때는 정말 재미있었다.


그리고 그때의 기억은 지금까지도 평생 잊히지 않는 추억으로 남아 있다.


그때의 재미를 다시 느껴보고 싶어서 정식 서버에 복귀해보기도 하고, 몇 년에 한 번씩 클래식 프리샤드를 찾아가기도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때의 재미는 다시 느껴지지 않더라. 그저 ‘아, 이런 게 있었지.’ 정도의 느낌만 남았다.


그리고 내가했던 다른 게임들의 기억들...


바람의나라에서 처음 지존을 달성하고, 처음 마력을 샀던 기억.


리니지에서 서버 최초로 9다마를 띄웠던 기억.


다크세이버에서 처음 올 8단 클체를 했던 기억.


길드워에서 플레임 메이지 세팅으로 올킬을 했던 기억.


와우 오픈베타 때 퀘스트 지역에서 처음 마주친 얼라와 싸웠던 기억.


아스가르드에서 마법사로 처음 리콜을 배우고 돈을 벌었던 기억.


아키에이지에서 처음 원대륙을 점령했던 기억.


이브 온라인에서 처음 크루저를 뽑았던 기억.


이외에도 정말 수많은 온라인게임을 해왔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어떤 게임이든 하나쯤은 좋은 기억이 남아 있다.

어쩌면 내가 그 게임들을 좋아했던 이유는 그 게임 자체가 재미있어서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 시절의 나와, 그때 만났던 사람들, 처음 무언가를 이루었을 때의 설렘과 성취감.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던 상태에서 게임 속 세상을 하나씩 알아가던 과정.

그 모든 것이 함께 기억으로 남아 있는 것 같다.


검은사막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아마 내 인생에서 가장 오랜 시간 플레이하고 있는 MMORPG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기대했던 만큼의 업데이트가 나오지 않을 때면 실망하기도 하고,
‘예전 같았으면 정말 재밌었을 텐데’라는 생각을 할 때도 있다.

그런데도 쉽게 접지 못한다. 게임이 너무 재미있어서라기보다는, 게임에서 만난 사람들이 좋기 때문이다.


같이 웃고 떠들고, 별것 아닌 일로 몇 시간씩 이야기하고, 때로는 게임보다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시간이 더 즐거울 때도 있다.


그래서 검은사막이 사라진다면 게임 하나가 사라지는 것보다 훨씬 더 허전할 것 같다.


아마 그래서 못 접는 것 같다.



어쩌면 이것이 MMORPG의 한계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새로운 게임을 찾아 떠나는 것이 아니라, 그 게임에서 처음 느꼈던 감정을 다시 찾으려고 떠도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때의 감정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게임은 다시 할 수 있어도, 


그때의 나와 그때의 사람들, 그리고 그때의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