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베테랑 골드다. 게임 판수로는 누구에도 밀리지 않으며

나는 내 피지컬에 자신이 있었다. 


경험으로 나오는 완벽한 콤보와 카이팅

그리고 게임을 읽는 능력까지


롤챔스를 관전할때도 나는 김동준 처럼 해설할 수 있다.


나는 더이상 실력이 늘지 않았다. 이미 경험으로 모든것을 숙지하였기 때문에.



하지만 친구중에 다이아가 한 놈 있다. 게임 시작한지 1년도 채 되지 않았다.


나는 티어에 관심이 없다고 자위하였지만  자존심이 상하는건 어쩔 수 없었고

그 친구의 게임을 관전해봐도  나와의 차이점이 무엇인지 알기 어려웠다.


저친구가 나보다 나은점이 뭔가?? 도대체 알 수가 없었다.

그친구가 쓰는 스킬들, 라인전에서 압도하는 모습들

모두 나도 할 수 있는 것들이였다. 아니, 피지컬에는 오히려 내가 더 자신있었다.


그 친구의 플레이 스타일이  티어 올리기에 좋은 거라고 믿었다. 

지식도 내가 앞서고 경험도 앞선다. 그친구는 상대 요릭의 스킬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경험이 부족했다.


그래서 1:1을 신청했다. 골드라고 무시하는 내 실력을 보여주고 싶었다.


1:1 3판을 했는데 3판다 한두방 차이로 킬을 따여서 졌다.


나는 그날밤 잠이 오지 않았다. 너무나도 억울했다. 

그냥 운이 좋지않았다고 생각하려고 했지만 자존심이 너무 상했다.


나는 이유를 너무나도 알고싶었다. 그날 밤 나는 너무나도 간절했다.


내가 부족한게 무엇인가?? 

경험?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는다.

피지컬? 경험으로 충분히 나온다. 스킬 콤보 카이팅 완벽하게 할 수 있다.

도대체 차이가 무엇인가 ?? 나는 간절하게 그 이유를 알고싶었다.



나의 간절함이 통했던 것이였을까.

갑자기 머릿속에 좀 전의 1:1 상황이 생생하게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나의 생각과 친구의 생각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나의 cs 를 챙기면서 상대방의 움직임을 주시하였고 상대방이 cs를 치려고 할때 딜교환 하는것에 대부분의 신경을 쏟아부었다. 그리고 내가 cs를 챙길때 상대방이 스킬쓰는 것도 예상하며 플레이 하였다.

완벽하지 않은가?? 그런데 왜 조금씩 밀리는 것일까? 운이였나 ?

친구의 생각을 들여다보았다.


그친구도 cs를 챙기면서 나의 움직임을 주시하였고 내가 cs 치려고 할때 딜교환 하는것에 신경을 썼다. 그리고 나와 마찬가지로 cs를 챙길때 내가 스킬을 쓸 것도 예상하면서 플레이 하였다.


그런데 그친구는 나보다 좀 더 여유가 있었다. 저런것들을 동시에 생각하는 능력이 나보다 훨씬 뛰어났고

그렇기 때문에 포지션, 스킬샷 하나하나가 나보다 더 여유가 있었고 세세했다.


그리고 그뿐만이 아니였다. 그친구는 멀티테스킹 능력이 나보다 한참은 앞서있었다.

세세한 컨트롤을 함과 동시에 레벨업 타이밍을 계산했고  그와 동시에 이미 킬각을 보기 시작했고

딜계산을 하고 있었다. 이미 나의 탈진 점화를 계산하고 있었고  세세한 컨트롤을 함과 동시에 이미 맞다이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있었다.


나는 그친구가 갑자기 공격을 해올 때 즉흥적으로 받아쳤고 이길수 있을지 없을지 확신도 없었다.

그래서 당황하였고 그친구가 어떻게 나올지 몰라서 대응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나는 한두대 차이로 킬을 따였고 아쉽다고 생각하였지만

그친구는 이미 자신이 한두대 차이로 이길 것을 알고 있었다. 


선빵필승? 내가 먼저 싸움을 걸어도  그친구는 이미 예상이라도 한듯 유연하게 받아쳤다.


그제서야 난 그 한두대 차이가  엄청난 차이라는 것을 깨닳았다.





정글 개입이 없는 단순 1:1 이여서 차이가 좀 완화된거지

실전에서는 이 멀티테스킹 능력에 따른 실력차이가 얼마나 심각할까? 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서 그친구의 다른 경기도 들여다보기로 했다.


라인전부터 나와는 차원이 달랐다. 나는 2개를 동시에 생각할 수 있는데 그친구는 4개를 동시에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라인전 세세한 cs,딜교,무빙,스킬샷  부터 좀 더 세세했다.


그리고 상대방의 정글 동선도 생각하면서 게임하고있고  갱킹올때를 대비해서 어떻게 할지 미리 구상도 해놓고 있다.

세세한 컨트롤을 함과 동시에 말이다..


맵 보는 능력도 나보다 훨씬 뛰어났다. 당연히 멀티테스킹 능력이 더 뛰어나니까 맵을 보는 여유도 더 많아졌고

맵을 살펴보면서도 다른것들을 할 수 있는 여유가 너보다 훨씬 많았다.


라인전에서 부터 나와 이렇게 큰 차이가 났다. 눈에 보이지 않았던 차이가 바로 이것이였다.


한타페이지 까지 들여다보기가 두려웠다. 나와의 실력 차이가 적나라하게 드러날 것 같아 두려웠다.



나는 망치로 머리를 한대 얻어맞은 기분으로 꿈에서 깨어났다.


그래... 피지컬은 게임 경험이 없는 그친구도 충분히 가능해. 손이 빠르지 않아도 qwer만 누르면 콤보는 페이커 처럼 나가고

마우스 조작능력도 그렇게 중요한게 아니였어.. fps처럼 정교함이 필요한게 아니잖아? 


중요한건 두뇌였어.. 바로 멀티테스킹 능력..

손이 느려서 페이커 처럼 못하는 것이 아니였어... 컴퓨터 상대로는 페이커 처럼 할 수 있잖아?


상대방의 무빙을 예상하고 대응을 예상하고 내 포지션에 좀 더 신경써야 하고 맵리딩과 게임 흐름도 이해하면서 진입하고 미리 킬각이 계산된 상태에서 들어가는 것   이 모든것을 동시에 해야 페이커 처럼 슈퍼플레이를 할 수 있는거야.


그래... 나한테 부족한건 이게 전부였어.  이게 바로 롤 실력이구나..



자존심이 강한 나는 그래서 그날부터  멀티테스킹 능력을 향상시키는데에 전념하였다.


한타때 딜은 흘겨넣으면서 넓게 보려는 훈련을 의도적으로 하였고

라인전때도 미니맵,무빙,막타,견제,킬각 및 갱킹 대비 시뮬레이션 이것을 동시에 최대한 많이 생각하려는 훈련을 하였고

라인을 밀며 운영을 할때도 맵리딩, 상황에 따른 대비 시뮬레이션, 상대방의 아이템정보 등등 최대한 많은 정보를 습득하려고 노력하였고

끊임없이 생각하려는 습관을 들였다.  귀환을 누르는 타이밍에도 최대한 많은 생각을 하려고 하였고

귀환을 누르기 전에 좀 더 할게없나, 나의 필요 골드는 얼마인가, 내가 위험한 위치인가, 귀환을 하고나서는 어디로 갈까, 귀환을 하지 않고 한 라인을 더 밀까, 상대정글이 멀리있는데 정글을 빼먹어도 되는가


하나라도 더 생각하려고 노력하였다.



이런 피나는 노력끝에 나는 결국 다음시즌 최고티어 다이아1을 찍게되었다.


골드일때와 달라진점? 없다. 이미 그때 난 경험으로 모든것이 완벽했고


부족했던 것은 단 하나, 멀티테스킹 능력 뿐이고  달라진것은 단지 이것뿐이다.

이미 판수로는 다이아1 그 이상을 찍어도 이상할게 없었다.



내가 이 차이를 절실하게 느끼는 이유는

이 멀티테스킹 능력이 심각하게 부족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 능력을 평균 어쩌면 평균 이상으로 향상시켰고

멀티테스킹 능력으로 다이아1을 찍은것이 아니다. 나의 최대의 장점은 경험이다.


하지만 골드에서 다이아1로 변화시킨것은 90% 이상이 이 멀티테스킹 능력의 향상이다.


멀티테스킹 능력이 좋아지니까 좀 더 여유가 생기고 침착함 까지 따라오게 되었다.


한타에서 2개를 볼때는 뇌에 과부하가 걸려서 당황하고 내 위치도 놓치고 당황해서 qqqqq 누르는 경우도 있었지만

지금은 5개를 동시에 보기 때문에 안정적이다. 한타에서 삽질하는 우리 팀원 까지 싸우면서 눈에 보인다. 침착함이 저절로 따라오게 된다.



적정 수준까지 실력이 올랐는데 더 이상 실력이 늘지 않는다면 


그에 대한 해답은 바로 멀티테스킹 이다.





나의 판수를 보고 골드라는게 이해가 안된다던 그 친구.. 롤이 쉽다고 생각하였고 자신이 특별한게 아니라 내가 못하는거라고 하였던 그 친구..

그친구는 자신도 모르게 남들보다 멀티테스킹 능력이 뛰어난 것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게임 판수 상위 0.001%인 내가 느낀바로는


적정 기본기 이상부터는 거의 전적으로 이 멀티테스킹 능력에 실력이 갈린다.


순간판단력이 더 중요하다? 이것도 결국 멀티테스킹이 뒷바침 되어야 따라오는 것. 판단은 했는데 내 포지션을 신경 못쓴다면? 판단할 여유가 있을까?

그냥 실력차이다? 그 실력차이가 바로 멀티테스킹 능력의 차이다.


침착성,슈퍼플레이,라인전능력,맵리딩능력

그 모든것이 내 포지셔닝과 cs챙김과 딜을 넣는 동시에 이루어 저야 한다.

멀티테스킹 능력이 좋을수록 잘하는 것이다. 누구나 한가지에만 집중하면 잘 할수 있고

게임을 관전할때는 프로들의 실수까지 보일정도로 게임 흐름을 잘 읽는다.


실전에서는 멀티테스킹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관전 할때의 침착하고 넓은 시야 +플레이  두개가 동시에 안되는것이다.



이 글에 영감을 받았길 바라며 

빠른 실력상승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ps. 10% 픽션은 꿈에서 친구의 생각을 들여다본 부분입니다.

이것을 제외하면 모든것이 실화이고 

원래 가볍고 재밌는 이야기 형식으로 영감을 드리고자 하였고 그래서 저의 이야기 임을 얘기하지 않으려고 했으나

글을 쓰다보니 너무 진지한 글이 되었고 실제 저의 이야기다 보니 어쩔수 없었나봅니다.


그래서 글 초반에는 '나'가 필자가 아니라고 하였다가 후반부에는  사실을 공개한 형식인데

이 부분들은 오해의 소지가 크기 때문에 수정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