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0년 (정확히는 9년인가요?)도 다 된 이야기네요.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검둥이 처음 공개되고 수많은 공격대를 해체시켰던 벨라스트라즈.

 

전 켈타스섭의 한 얼라이언스 공대의 비루한 도적이었습니다.

길드원이 주축이 된 공대였었지만 당시 서버 내에서는 내노라하는 진도를 뽐낸 공대였기도 했죠.

 

그 당시 저는 요즘 용어로 치면 거의 손님급 맴버였습니다. 포인트는 낮아서 남들이 노리는 템은 못먹고 남은 템들은 마이너스 점수 팍팍 채우면서 집어먹던... 그러면서도 집컴은 똥컴이라 전투가 시작되면 3초 간 화면이 정지하고 이후 1.5초 간격으로 상황 파악이 되던...완전 있으나마나 하던 맴버였죠 ㅋㅋ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공원으로 참여할 수 있었던 건 길드 활동도 오래한데다가 현모에서 얼굴도 보고 또 길드 내에서 저를 좋아하래주시던 아포앞마당 깃발 접수자 법사 형님의 지원, 그리고 저를 그 길드에 끌어드린 공대 탑원 힐킹 신기 친구 덕분이었습니다. 물론 엉망징창이지만 저를 받아주신 공대장님의 결정이 가장 큰 역할을 했겠지만요. 당시 템을 줏어먹으면 분위기는 3초간 정적이 흐르고 법사 형님이 '우와 축하해 이제 딜킹 되는거야?' 하면 다른분들의 ㅊㅋㅊㅋ가 나왔고 그 속에서도 신기친구의 알수없는 침묵이 주는 민망함이 흘렀다고나 할까요?

 

그런 뭔가 알수 없는 미안함에 레이드를 하던 차, 벨라스트라즈 공략을 하던 때였던 것 같아요. 언제나처럼 공대원들은 하나씩 죽어나가고...죽어라 딜을 해보자 하는 맘으로 저는 어그로 관리도 안하고 (템이 구려 튈 일이 없다는 믿음이 있었다고 할까요...-_-) 막 딜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그날 따라 저의 1.5초 렉 간격과 기술에 필요한 기력 재생률의 싱크로가 완벽하게 일치하게 됐고 전투가 끝나자 공대 법사형님이 '우와 딜 1등 이게 누구야' 하는 쳇팅이 올라오게 됐습니다. 네 제가 그날 벨라 딜킹을 한 날이었언 겁니다. 제 신기친구도 '우와 무기 파템아냐?'라 지원사격을 해주며 처음으로 밥값을 한 저를 응원을 해주었습니다. 의외라는 반응이 여기저기서 올라왔고 공장님이 공대 쳇으로 파랗디 파란 제 무기를 링크해주시며 한 말씀 하셨습니다.

 

'줄세라크 크리스 승리!' 

 

그 후로는 정말 즐겁게 레이드를 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종국에는 제가 게임을 쉬게 됨에 따라 민폐 공대원으로서 미안한 마음에 공장님께 장문의 사과편지와 함께 짬나는대로 불원소 앵벌을 해서 모았던 제 모든 전재산 (몇 백골이었던 것 같아요 ㅋㅋㅋ)을 공대 마나물약이나 사드렸으면 한다고 보내고 떠났지만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 분은 재산이 몇 천골은 있으셨을텐데 얼마나 가소로우셨을까요 ㅋㅋ

 

그 후로도 다시 복귀하여 (다른 서버 호드로) 여러 많은 추억을 쌓았지만...그리고 여지껏 쭉 와우를 10년 동안 즐겨왔지만 (중간중간 1~2년씩 쉬는 기간 도 있었음 ㅎㅎ), 제 와우인생 최고의 순간은 그때 그 벨라스트라즈 킬 때 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때 그분들이 가끔 생각이 나네요. 서버가 폭파되서 지금도 다른 어딘가에서 게임을 하고 계신지는 모르겠지만...

 

벨라스트라즈야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