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많이 깁니다.

게임 상 가까운 이들에게만 알리고 사라지려 했지만, 이런 유형의 사이버 스토커들은 현실보다 게임 내의 지위를 상실하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고, 가급적 많은 이들에게 알리는 것이 현실상의 접근금지 처분 비슷하게 효과가 있다는 충고를 받았습니다.
(왜냐면 저는 계속 게임을 할거거든요!!)
심경의 정리도 되고, 법적 제재 절차도 얼추 마무리 되어 여기에 글을 올립니다.

단, 특정성이 성립 되면 명예 훼손이나 협박죄로 역풍을 맞을 수 있으니 제 아이디나 그 분 아이디는 언급하지 않고 두루뭉술하게 쓸게요. 양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물론 제 아이디와 서버 진영은 찾으려 한다면 찾으실 수도 있겠지만...
(혹시나 억측으로 인해 피해를 입으시는 분이 있을 수도 있어 명시를 하자면 불성 이후 저랑 같은 공대원은 아니었고, 1렙짜리 귓으로 괴롭히는 분이었습니다.)
그 분이 이 글을 볼 지는 모르겠으나 꼭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현실로도, 게임 내로도 불안에 떨었으면 좋겠어요. 그것도 제가 받은 고통만큼은 안 될 테지만요.

몇 개월 전부터 저에게 잘 해 주시던 그 분은 여느 유저와 마찬가지로 인간적인 호의를 갖고 잘 대해주시는 걸로 생각했습니다. 저도 제게 잘 해주는 사람 내치는 사람은 아니라서 귓속말도 주고 받고 몇 번 같이 던전도 가고 했죠.

혹시나
'니가 떡밥을 줬으니 그 사람이 문 거 아니냐 이유없이 왜 잘해주냐'
하며 꽃뱀 논리를 펼치시는 분이 있을까 굳이 tmi하자면 저는 단 한 번도 연애감정이 들게 할 만큼의 다정한 언행을 한 적이 없고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은 말투로 대했습니다.
또한 전 남에게 선귓을 절대 하지 않아요. 제가 애교 있게 쓴다고 해봐야
'안녕하세여:)'     '힝 으앙'     'ㅋㅋㅋㅋㅋ'
이 정도 말투였습니다. 저랑 채팅 섞어보신 분들은 아실 수도 있는데, 제 기본 말투는 NPC같이 딱딱하고 온점 하나까지 숨막히게 찍는 스타일이에요. 맞춤법도 잘 안틀리(려 노력하)고요.
개인정보를 알려 준 적도 없습니다. 제가 달고 살던 말이 '전 오프는 절대 안해요'입니다.
그러나 채팅하고 던전가고 노는게 그 분에게는 일종의 진지한 썸으로 다가왔던 모양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저에게 집착을 하기 시작하더니
'왜 나랑 안놀고 쟤랑만 노느냐'
'날 무시하고 따시키는거냐'
'넌 다른 여자들과는 다를 줄 알았는데 똑같다'
'너한테 버려지고 죽고싶다, 죽어버리겠다'
이렇게 비약이 되어갔습니다.

처음에는 당연히 장난으로 받아들여
'에이 제가 왜 xx님을 따시키고 다녀요 ㅋㅋ'
이런식으로 얘기를 했으나 점점 갈수록 선넘는 말을 했고,
'죽어버리겠다'가 '죽여버리겠다'로 바뀌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차단을 했으나 잠잠하다가 아이디를 새로팠는지 도용인지 모르겠으나 다시 귓속말을 하기 시작을 했습니다.
그 이전까지는 제 신변에 대한 위협이나 버려진(?)것에 대한 앙심을 토로한 것이라면, 이제는 저에 대한 모욕을 추가해서
'여태까지 정공이랍시고 불폭 올킬도 못한 x이 공대장 할 수준도 안되면서 공장한다고 나댄다'
'게임 하는 여자 중에 제 정신인 여자 없다 니도 그렇지'
'목소리 이쁜 x들은 목에 지방이 껴서 미성이라던데 너도 메퇘지지'
'너 같은 x 받아주는 건 나밖에 없다 그러니까 지금이라도 사과하고 뉘우치고 돌아오면 받아주겠다'(??)
등의 정신공격과 성희롱, 죽이겠다는 협박을 연이어 보냈습니다.
절 욕하려면 욕만 하던가 설득하려면 설득만 하던가 죽일거면 죽이던가 할 것이지 대체 왜 지킬앤하이드처럼 오락 가락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초반에는 얼떨떨해 증거를 남기지 못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정신차리고 녹화+캡쳐까지 다 떠놨습니다.
혹시나 몰라 GM에게 귓속말 로그 요청은 해봤지만 공공기관의 공식 업무 협조 요청이 없는 이상 로그 내역은 줄 수 없다고 해서, 고소를 진행하면서 로그를 줄 수 있는지 확인을 해 보려고 합니다.

살아오는 동안 평생 이런 이상한 사람을 본 적이 없었습니다. 주위에 하도 싸이코가 없어서 내가 싸이코인가? 생각해 볼 정도로 곱게 살았고 늘 사람의 선량함만을 믿었어요.
이런 인간은 지극히 드물다고 생각했고 뉴스에서나 가끔 보는 줄 알았는데 저에게도 일어나는 일이었네요.

안그래도 싱숭생숭한데, 노원동 세 모녀 살인사건이 조명되고 그 사건의 개요를 보니 제 상황과 전개가 소름끼치게 똑같아서 찬물을 맞은 것처럼 정신이 확 들었습니다.

증거자료가 넘치는만큼 고소는 가능하다고 하는데, 이런 건은 어지간하면 약식으로 벌금형, 악질이라도 집행유예, 초범+뉘우치는 기색이 크다면 벌금도 집행유예가 있다고 하더라구요?
합의를 한다해도 합의금보다 변호사 수임료가 더 비싸거나 쌤쌤이라 그냥 다들 참고 넘어간다고...사람이 찐으로 죽어야 처벌이 되려나봅니다 ㅎ
현실을 보고 고소를 할 지 말지 고민을 엄청 했는데 고통 받은 것이 너무 커서 이대로 넘어가면 평생 억울하고 밤잠도 못 잘것 같습니다.
솔직히 진심어린 사과고 나발이고 필요 없어서 선처는 하지 않을 것이며, 어차피 큰 돈 써서 변호사수임비까지 나간 상태라 형사고 민사고 다 고소해서 합의금이나 수임료만큼 건지는게 최선일 것 같네요.
변호사비 진짜 비싸더라구요... 왜 전문직 전문직 하는지 몰랐는데 이번에 알았어요. 지금이라도 로스쿨 준비해봐야 되나 ㅋㅋ

게임 상에서 이런 일을 겪는다는 거, 솔직히 남한테 알리기 쪽팔리고 민망해서 여태껏 꾹 눌러왔던 몇 달 동안 제 정신은 황폐 해졌습니다.
없던 짜증에 스트레스에 우울감까지 있어, 회사 건강검진에서 정신건강 고위험군으로 나오더라고요.
그리고 스트레스를 받으니 진짜 몸이 아파지는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살면서 스트레스 별거 아니라 치부했는데 대가리가 꽃밭이라는 말 저한테 해당되는 말이었네요. 반성했어요.
혹시 모를 불안감에 서버도 이사하고 현실도 이사준비하고 정신적 피해에 이어 물질적 피해도 참 막심합니다.
그냥 처음부터 이렇게 다 털어 놓을걸. 털어 놓고 나니까 마음이 한결 후련하네요.

그 분 뿐만 아니라 게임 내 유사 연애 하시는 모든 분들께 말하고 싶습니다.
게임과 현실을 동일시 하지 마세요. 연애는 현실에서 하시길 바랍니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인간을 뭘 믿고 그러시는지 모르겠네요.
제가 말마따나 뚱뚱하고 못생긴 사람일지, 목소리 변조한 남성인지, 아니면 메갈페미일지, 조선족 밀수업자일지도 모르는거 아닌가요?
여자도 그렇지만 남자들도 이상한 사람 잘못 만나면 장기 털리는 세상인데 왜 그렇게 겁이 없는건가요... 이해 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저와 같은 고통을 겪고 계신 모든 분들 괜히 끙끙대지 마시고 꼭 주위에 알리시고 고소미를 먹여줍시다.
저처럼 되지 마세요. 창피하다 생각 말고 피해 수준을 알리고 그에 대한 대응을 강경하게 해서 사건에 대한 처벌 케이스를 늘려야 사이버 괴롭힘도 범죄라는 인식이 강해질 것 같아요.
지금은 너무 솜방망이 처벌입니다.

이런 일을 겪고 나니 비로소 저도 어른이 된것 같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든 분들 환절기 건강 유의하시고 하시는 일마다 잘 풀리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