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주의 시즌 전 예상은 튼튼한 하체와 다소 부실한 상체로 대변되는 모습이였다. 많은 사람들은 이번 롱주 vs 아프리카의 매치업이 하체와 상체의 대결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롱주의 상체는 강했다.


1. 밴픽구도

   밴픽에 대한 경기전의 예상은 앞서 이야기 했듯 상체와 하체에 대한 서로간의 견제였다. 아프리카의 상체, 특히 마린에 대한 견제와 롱주의 하체인 프릴라에 대한 견제 구도가 펼쳐질지, 이들에 대한 밴카드가 얼마나 소모될지에 대한 예상이 지배적이였다.

   롱주는 블루팀에서 말자하/럼블/라이즈를 밴했다. 말자하는 본디 껄끄러운 픽이고, 럼블의 경우에는 워낙 마린이 럼블로 좋은모습을 많이 보여줬으며, 최근 탑에서 각광을 받고있는 픽이기에 밴을 해주었고 라이즈 누가 사용하든 변수를 만들기에 좋은 픽이기에 밴했다고 볼 수 있다.

   아프리카는 레드팀에서 카밀/바루스/르블랑을 밴해주었다. 보통 아프리카는 바텀이 상대적으로 약하기에 바텀에 힘을 실어주고, 스피릿의 자신감을 바탕으로 렝가를 풀어주는 모습을 자주 보여왔으며, 프레이의 바루스가 승률이 좋고 좋은모습을 많이 보여왔기 때문에 밴해주었다고 볼 수 있다.

   롱주는 자연스럽게 풀린 렝가를 1픽으로 가져왔다. 크래쉬가 렝가에 대한 자신감이 없지도 않았으며, 풀린 OP를 가져오는 선택은 언제나 좋은 판단으로 보인다. 렝가가 자주 밴되는 상황은 아니지만, 방어구 관통력 패치의 수혜자중 하나이고, 여전히 좋은모습을 보이는 픽이기에 풀리면 먼저 가져가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 이어서 아프리카는 마오카이와 진을 가져가는데, 마린의 자신감이 엿보이는 대목이라고 볼 수 있다. 마린은 누구를 상대로든 주눅들지 않고 자신의 플레이를 펼칠 수 있으며 자만이 아닌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선수이기에 보일 수 있는 픽이였다. 이어서 아프리카는 진을 가져오면서 크레이머에게 조금 더 자신있는 픽을 건네준다. 다음 롱주의 차례에서 롱주는 애쉬와 자이라를 가져오며 바텀라인의 주도권을 가져간다. 아프리카는 자이라에 대항하기 좋은 미스포츈을 가져오면서 바텀라인의 주도권을 내주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최근 10밴 시스템이 어느정도 정착한 이후 최근 보여지는 첫번째 밴 픽 페이즈의 모습은 대부분의 경기에서 흡사하게 드러나고 있다. 팀이 준비한 전략을 기본으로 주로 첫번째 픽에서 바텀과 정글을 가져가는 경우가 많다. 바텀과 정글에서 각광받는 픽의 숫자가 많지 않고, 두세장의 밴카드 만으로도 상대의 픽을 제한하기 가장 용이하기 때문에, 두번째 밴 페이즈에서 준비한 전략이 꼬이지 않으려면 첫번째 픽 페이즈에서 미리 자신들의 카드를 가져가는 편이 좋기 때문이다. 이날 역시 첫번째 픽 페이즈까지의 흐름은 이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이어지는 두번째 밴 페이즈에서 아프리카는 플라이의 에코를 견제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또한 탑의 마오카이 선픽이 등장한 시점에서 쉔을 밴해줌으로써 상대 조합의 시너지를 견제하고, 자신들의 조합에 대한 안정성을 가져간다.

   롱주는 카시오페아와 카직스를 밴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 시점에서 롱주는 탈론을 염두에 두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카시오페아와 라이즈 모두 탈론을 상대하기에 굉장히 유용한 픽이다. 들어오는 탈론에게 하드CC를 선사해주기 좋으며, 기동성이 좋은 탈론에 대한 대처를 하기 매우 쉬운픽이다. 또한 라인에서의 주도권도 놓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이 두 챔프를 먼저 밴함으로써 탈론에게 큰 힘을 실어주고자 하였다. 이어서 카직스를 밴함으로써 상대 정글픽을 그브/올라프정도로 압축해주게 된다.

   아프리카는 두번째 픽 페이즈에서 스피릿의 자신감이 살아있는 올라프를 픽하고, 이어 롱주는 탈론과 노틸러스를 가져간다. 마지막으로 아프리카가 제이스를 가져가며 밴픽이 마무리된다.

   롱주의 밴픽은 전체적으로 탈론을 위한 판이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었다. 탈론을 상대로 위협적인 챔피언을 밴하고, 탑에 하드 CC를 가진 탱커인 노틸러스를 보냄으로써 팀에 부족한 탱킹과 CC를 굳건하게 만들어 주었다. 특히 노틸러스는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탑솔러로써 팀에 전체적으로 모자란 CC를 보충할 뿐만 아니라, 상대의 전진을 저지하거나, 아군과 함께 들어가서 어그로핑퐁을 할 수 있는 등 탈론을 위한 마지막 조각이나 다름없었다.

   아프리카는 마린을 필두로 한 자신감이 있는 픽을 가져감으로써 자신들의 플레이를 놓치지 않으려 하였다. 양팀 모두 전체적으로 AD에 치우친 조합구성이였으나, 롱주가 데미지 밸런스 측면에서는 보다 좋은 부분이 있었고, 아프리카는 탱딜 밸런스 측면에서 좋은 모습이 있었다. 양 팀 모두 미드의 존재감이 크고 중요한 상황이 되었다.

 

칼에살고 칼에죽는다. (출처 : YouTube 롱주 vs 아프리카1세트 - OGN채널 중계화면 캡쳐)

2. 게임 초반의 흐름

   게임 초반의 흐름은 아프리카에 있었다. 4분경 상대 정글에 와드를 박으러 갔던 고릴라의 자이라가 상대 바텀 듀오와 올라프에 의해 짤리면서 퍼블을 내주고 소환사 주문에서 손해를 보고 시작하게 된다. 이어서 8분경 플라이의 탈론이 패시브와 점화의 지속피해를 통해 스피릿의 올라프를 잡으며 킬스코어를 원점으로 돌려준다.

   이어서 13분경 다시한번 스피릿의 올라프를 자른 롱주가 드래곤을 치는데, 이 시점에서 엑스페션의 콜미스가 있었다. 당시 미니맵을 보면, 마오카이에 핑이 찍히는걸로 봐서 마오카이의 텔을 알고 있었다고 보여진다. 여기서 엑스페션은 마오카이를 끊어주거나 팀원에게 드래곤을 치지 말라는 콜을 해야했다. 하지만 (인터뷰에 따르면) 제대로 콜이 이뤄지지 않았고, 드래곤은 가져가지만 3킬과 포블을 내어주며 아프리카에게 흐름을 상당부분 내어주게 된다.

 

마오카이를 충분히 끊어줄 수 있었다.(출처 : YouTube 롱주 vs 아프리카1세트 - OGN채널 중계화면 캡쳐)

   여기서 엑페의 실수가 아쉬운 이유는, 콜도 콜이지만 사실상 마린이 텔을 타는 위치도 알고 있었고, 궁극기도 있었으며, 체력상황 역시 좋았다는 점이다. 이 상황에서 엑페가 한번 끊어줬다면 롱주의 흐름이 훨씬 수월하게 흘러갔을 수 있었다.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이 부분에서 다소 재밌는 판정이 나왔는데, 렝가가 죽은 상황에서 미포가 궁극기를 사용하는데 미포가 아닌 렝가가 드래곤을 먹는 장면이 나온다. 이 상황을 보면, 미포의 궁은 한발당 52의 데미지가 들어가는데 렝가의 정글템효과(5초동안 몬스터의 체력 30흡수)를 통해서 드래곤을 가져가는 것을 알 수 있다.)

   롱주는 흐름을 내어줬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싸움을 유도하지만, 아프리카는 이를 잘 회피한다. 17분경 반대로 아프리카가 고릴라의 자이라를 끊어낸다. 하지만 동시에 크래쉬 역시 엑스페션과 함께 탑에서 마린의 마오카이를 끊어내는 성과를 올린다.

이어서 21분경 게임의 승패를 가르는 중요한 싸움이 펼쳐지게 된다.

 

3. 암살자의 플레이와 플라이의 유려함

   20분경, 드래곤이 젠 된 시점에서 양팀은 드래곤앞에서 힘겨루기를 한다. 양측 모두 사상자 없이 궁극기만을 소모하며 넘어가는데 21분경 다시 한타가 열리게 된다. 이 상황에서 플라이의 유려한 플레이가 빛을 발한다.

   싸움은 아프리카측에서 먼저 걸었다. 크래쉬의 렝가가 미스포츈의 e와 진의 w를 맞고 속박 된 상황에서, 올라프와 마오카이가 싸움을 열기 위해서 쫓아간다. 이때, 고릴라의 자이라가 속박과 궁을 통해서 상대를 띄우고 진입을 한번 멈춘다. 한편 플라이의 탈론은 후방에서 상대방을 교란하는데, 여기서 아프리카에게 문제가 발생한다.

 

아프리카의 진형이 완벽하게 무너져있다. (출처 : YouTube 롱주 vs 아프리카1세트 - OGN채널 중계화면 캡쳐)

 

   앞서 들어간 탱커진은 상대를 쫓아가기 바쁜 상황에서 후방의 딜러진은 탈론에게 위협을 느껴 더 전진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한타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진형이다. 진형이 무너지게 되면, 아군이 원하는 대로 싸움을 펼쳐나갈 수 없게 된다. 여기서 아프리카는 크게 불안한 상태로 싸움을 펼치게 된 것이다. 결국 앞서 들어간 올라프와 마오카이가 허우적대는 사이, 후방에 진입한 탈론을 아프리카가 노리게 된다. 하지만 탈론은 뛰어난 기동력을 바탕으로 어그로를 뺴고, 아프리카는 다시 진형을 정비하기 위해 모인다. 여기서 또 한번 롱주 선수들의 플레이가 빛을 발하는데 플라이는 먼저 진입하지 않고 상대의 시선과 정신을 교란하는데 중점을 두고, 엑스페션은 앞선 콜실수를 만회하듯 미스포츈의 궁을 끊고 어그로를 제대로 빼준다. 이어서 애쉬의 궁극기와 재진입한 챔피언들의 힘을 바탕으로 한타를 대승하고, 바론까지 획득하게 된다.

 

어그로 핑퐁이 잘된팀의 한타 후 상태 (출처 : YouTube 롱주 vs 아프리카1세트 - OGN채널 중계화면 캡쳐)

   여기서 집중할 부분은, 플라이의 탈론이였다. 보통, 암살자라고 하면 상대 한명을 끊어내는데 집중하기 마련이다. '상대방의 주요 챔프를 잡아내고 내가 죽으면 비등비등한 교환이 되겠지..' 라는 생각은 크나큰 착각이다. 솔로랭크와 같은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게임의 경우에는 조금 다르지만, 프로경기와 같은 확실한 소통이 가능한 팀게임 단위에서는 암살자가 적을 끊기위해 진입하는 순간은 동시에 적에게 가장 크게 노출되는 순간이다. 즉,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의 상황으로 들어가서 적을 끊고 살아나오면 대박이지만 최소한 체력적인 손실은 감안해야하고, 운이 나쁠경우 그자리에서 즉사하면 팀원들의 상황이 너무나 안좋아진다.

    따라서 암살자는 자신의 존재가 위협적인걸 최대한 이용해야한다. 상대방이 죽일 수 있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그 기회는 암살자가 진입한 순간에 생기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암살자에게 신경을 써야한다.

   플라이가 노린 부분은 바로 이것이였다. 자신의 존재를 최대한 보여주고, 시선과 신경을 분산시킴으로써 상대방이 원하는구도와 플레이를 펼치지 못하게 만드는 것. 그리고 킬을 만들어내고 주인공이 되려고 하기보다는, 팀원을 믿고 자신이 최대한 상대방의 스킬 및 공격을 받아내는 데 초점을 맞추고 플레이를 했다.

   이 한타에서 획득한 바론을 바탕으로 아프리카의 타워 대부분을 밀고, 주도권을 놓치지 않은채로 다시한번 바론을 획득하며 진군하여 경기를 마무리 짓게 된다.


시즌 전 롱주의 상체는 하체보다 약하다 라는 평이 지배적이였다. 그리고 시즌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그 예상은 확실한 것 같았다. 하지만 경기를 거듭할수록, 팀원간의 호흡이 맞아갈수록, 롱주의 상체는 성장하고 있으며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든든한 탑과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는 미드는 롱주의 밴픽구도와 전략에 많은 힘을 실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롱주라는 팀의 색깔을 찾아가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을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