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제 아들 치후가 여행길에 올랐습니다!"

그다지 친한 사이는 아니네만, 어부를 그만두고 모험가를 자처한지 꽤나 시간이 흐른 탓에
마굿간 지기와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정도의 사이는 되어야지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네.
그 때문인지, 주거지 앞에서 폐지정리를 하던 나에게 비알을 희소식을 전해왔더군.

"아, 그런가? 축하하네."

"그래서 말입니다 모험가님..."

하이델까지 이렇게 빨리 돌아가야할 일이 생길거라고는 생각 못했네만,
마굿간지기의 부탁이니 어쩔 수가 없었다고 하고싶네.
물론, 거절해도 상관은 없었겠지. 하지만 주거지 앞을 지날 때마다 보는 얼굴이니...

"치후 나세르 님에게 전해주면 되는겁니까?"

"부탁하네"

콘스탄테라고 하는 여관 담당에게 비알의 선물을 맡기고, 황금 두꺼비 여관을 나섰다네.
언제와도 활기가 감도는 마을이기에, 유독 우리와 같은 자들에겐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하네.
다시 쿠샤 마을로, 폐지를 주으러 가야겠다고 생각한 찰나.
하이델 언덕 위 고옌을 만나러 가야겠다고 생각했다네. 지금 내 몰골로 그 앞에 다시 설 생각이 왜
어째서, 하필이면 그 때 들었는지는 모르겠네만, 그래야겠다고 생각했다네.

'살아라, 비록 비루한 용병일지라도, 긍지를 잊지말고 살아라'

그의 외침이 선명하게 떠올라, 언덕을 고생해서 오른 보람도 없이 금방 발걸음을 돌렸지.
지금의 우리의 모습을 본다면, 랜-챙들에게 핍박받으며 저급한 탄투의 후예들에게 '워-챙'이라고
불리우는 우리의 모습을 그가 목도한다면
무슨 말을 내뱉을지 두려웠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네. 아무튼 그 날을 이리저리 심란한 날이었어.
칼페온에서는 이런 날을 '메기스러운 날'이라고 부르는 모양이네만.

그래, 그렇네.
메기스러운 날이기 때문일까, 스멀스멀 올라오는 석양이 소름끼치도록 유혹했기 때문일까.
또, 뾰족한 마권을 손에 쥐고 있었네.
이것을 살짝만 데운다면 응축 되겠지... 그리고 나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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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옌의 외침이 들려왔네. '살아라, 긍지를 가지고'
병사의 무덤에서 만난 교관의 말이 들려왔네. '긍지를 잇는 한, 우리는...'
소산에서 만난 랜챙의 말이 들려왔네 '어-딜! 비천한 어부가?!'
하이델 경매장 앞에서 만난 탄투의 후예의 말도 '허허- 고옌의 대검이라더니 장광옌을 말하는거 아닌가?'

조심히 우겨넣은 41스택
12번의 실패

그리고 하이델 남쪽, 데미 강변
밀농장을 쓰다듬어, 풀 내음을 간직한 바람이 불어왔지.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석양이 어깨를 두드리듯 뒤에서부터 비춰져왔다네.

너무나도 길었어.
하지만, 그래.

'나는 고옌의 의지를 잇는자.
 고옌의 검이다. 그리고 자네, 또한...! 의지를 잇는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