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03-18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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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26
첫날) 디아4 원소술사 진심 후기피곤하고 무기력해진 몸을 이끌고 밖으로 나왔다. 새벽12시50분 스산한 바람이 내 머리 위를 스친다. 아직은 쌀쌀한 초봄의 새벽은 서늘함을 넘어 뱃속에 오장육보를 스치듯 지나가는 서슬퍼런 무언가의 날카로움 마저 느껴진다. 잠시 잠을 잊고자 나갔다 들어온 나의 눈에 배틀넷 화면이 보인다. "게임을 플레이 할 수 없습니다." 초록색 글씨로 적혀 있는 문구에 눈이가며 이어서 바로 모니터 구석의 시간을 바라 보았다. 12:59분 어느새 이렇게 시간이 훌쩍 다가 왔던가?? 숨이 가파오며 가슴이 뛰는게 느껴진다. 새벽 1:00 전자 시계의 보이지 않는 초침의 째깍 거리며 넘어갔고, 나는 이리 저리 화면을 바꿔가며 클릭이 안되는 어두워진 플레이 버튼의 불이 들오길 바라며 이리 저리 바삐 마우스를 놀려보았다. 3분이나 더 지나 검색차 유튜브를 보니..스트리머들도 접속이 안되는게 보인다. 하지만 그 누군가 집단지성은 위대하다 하지 않았던가?? 시청자 중 한명이 클라이언트를 끄고 재접속을 해봄을 권했고, 그 의견을 확인한 스트리머는 한시의 망설임도 없이 클라이언트를 재 실행 하였다. 이윽고 영롱한 파란 빛을 내며 불이 들어오는 플레이 버튼. 그 관경을 지켜 본 나는 마치 할머니집에 한 이틀 머물다 데리려온 엄마에게 뛰어가 안기는 어린아이의 심정으로 바삐 손가락을 놀러 클라이언트를 재 실행 하였다. 화면이 넘어가고, 디아블로 4 메인 화면이 나오며 실행이 되었다. 비교적 빨리 접속해서 그런지? 블리자드가 준비를 잘해서 그런지..얼마의 로딩 시간 이후 바로 접속이 되었다. 캐릭터 선택창.. 첫 캐릭은 원소술사라 점 찍어뒀던 나는 커스터마이징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리 만져도 저리 만져도 어떻게 건들어봐도 미리암 이 되어버리는 원소술사의 외형은.. 젊게보면 30대중반 많게 보면 못해도 40대 중반은 될 법한 나잇대가 짙어보이는 얼굴에.. 여 야만용사의 떡 벌어진 어깨에 견주어도 꿇리지 않을 의젓함과 당당함을 갖고 있었다. 그나마 로그가 괜찮아 보였으나.. 디아1,2,3뿐만 아니라 와우에서조차 활쟁이 캐릭은 단 한번도 안하는 나로써는.. 선택의 여지란건 애당초 존재 조차 하질 않았다. 그래도 나름 어려보이는 외형에 로우 포니테일로 묶은 붉은 머리 스타일의 형태를 고르고 나니 약간의 수줍은 소녀가 보이는 듯 했다. 적당한 커스터마이징을 끝내고 접속을 하니 하얀 눈밭에 휘몰아치는 눈보라가 내 눈앞을 가로 막고 있었다. 나는 이 눈길을 헤쳐 나가며 길을 찾아야 한다. 시간이 조금이라도 지체되면 이 눈보라에 파뭍혀 다신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리... 디아3의 그것 마냥 대뜸 길에서 시작하는 디아4였지만,개의치 않았다. 나에겐 한끼 든든한 얼큰 순대국밥 같은 원소술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나의 첫 포효는 그 흔한 마력탄 따위도 없이 공기를 가르는 칼질로 적의 사지를 찢으며 울부짖었다. 덤벼드는 북부의 늑대들.. 매섭고 날카로운 이빨로 사지를 찢고자 달려드는 광야의 짐승들. 하지만 내가 누구이던가?? 누가 감히 나를 심판 하는가??! 내가 바로 정의다! 전직 네팔렘이며, 디아블로와 바알을 찢어 버린 나 이다. 27,28 시즌 목표를 훌륭히 끝맞친 시즌 영웅!! 그게 바로 나 아니었던가?!! 그런 나에게 있어 사나운 북부의 늑대들이란 그저 작고 가련한 갈색 푸들 정도 밖에 되질 않는 것 이었다. 졸툰 쿨레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나의 무자비한 지팡이질에 늑대들은 속수무책으로 쓰러졌고.. 그 짐승들의 붉은 피로 하얀 눈밭은 서서히 짙은 붉은색으로 물들어갔다. 늑대들의 울부짖음이 잦아들때쯤 ..나는 첫 시작 거점에 도착 할 수 있었다. 지친 몸을 이끌고 들어간 작은 마을에 여정을 풀기도 전.. 마을 주민들이 무릎을 꿇으며 흐느꼈다. 그들은 한 줄기 희망을 본 눈빛으로 현재 마을이 봉착한 문제를 해결해 주길 간곡하게 간청하며 빌었다. 그들도 알고 있는 것 이다. 전직 네팔렘이자 5대 악마의 융합체를 쓰러뜨린 시즌 영웅의 아우라를.. 이 자야 말로 세상을 구원할 구세주 이자 메시아임을.. 나는 그들의 간곡한 청을 거절할수 없어, 그들의 문제를 해결해주기로 했다. 마을 주민들의 말로는 산 자락 폐허에 악마들이 자리 잡고 있어 피해가 이만 저만이 아니라 고했다. 마을의 걱정 거리인 폐허 던전을 궤멸시키고자 나는 곧 바로 던전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술이 식기 전에 돌아오리라' 는 말을 나지막하게 건내며...당신들의 삶에 축복이 있으리.. 산 중턱에 던전에 다다랐을때 나의 놀라운 영혼의 힘은 썬더란의 번개를 다루는 법을 깨우치고 말았다. 내 손에선 강력한 번개가 마치 살아 있는 민물장어 마냥 꿈틀대며 움직였고..나는 이를 전기채찍이라 부르기로 했다. "전기 채찍!!" 마치 산군 범의 울부짖음과 흡사한 포효에 요동치는 번개는 쏜갈같이 날아가.. 붉은 소 악마 몰락자의 가슴을 찢었다. 매케한 연기 사이로 몸이 반쯤 찢겨 죽어가는 몰락자는 강력한 전력으로 인해 몸이 지져져 피조차도 제대로 흘리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이윽고 도착한 던전 가장 깊은 곳.. 나의 강력함에 숨어 호시탐탐 기회만 노리고 있던 상위 악마 군주가 뛰어 내렸다. 악마 군주가 내리친 칼날은 내 앞을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이미 네팔렘의 영혼으로 인간의 범주를 벚어나기 시작한 나의 상대는 되질 못한 것 이다. "전기 채찍!!" 단말마의 비명을 남기며 악마 군주가 쓰러졌고..나는 그의 죽음 앞에서 전리품을 챙기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사악한 어둠이 화면을 가득 메우며 기괴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오류가 발생 했습니다. (code 316719)"] 사악한 어둠의 속삼임과 함께 나는 성역에서 추방 당했다. 팅긴 것 이다. 하지만 나는 이미 이런 상황을 대비 하며 머릿속으로 수차례의 시뮬레이션을 돌려왔었다. 서버의 불안정함. 하지만 내가 누구던가?! 네팔렘 아니던가?!!! 바로 대비책으로 마련 하고 있던.. "캐릭 선택창에서 안나가고, 개같이 뻐팅기기"를 시전 하였다. 역시나 사악한 어둠의 존재는 강력한 네팔렘인 나를 내쫒고자 온갖 노력을 하는게 보였다. 하지만 나는 나가지 않겠다. 아니다 이 악마야!! 사악한 어둠의 존재가 방심한 틈을 타 재 빠르게 접속을 시도해 본다. ["요청시간이 초과 했습니다. 다시 신청해 주십쇼. (code 300008)"] 유튜브에 웃으며 잘만 즐기고 있는 스트리머가 보인다. 에라이 너도 팅겨라!! 하는 그 순간 거짓말 처럼 스트리머도 팅겨 버렸다. 하하! 나만 당할순 없지! 그런데.. 아까 누군가 그러지 않았던가?? 집단지성은 위대하다고.. 시청자 중 한명이 기다려봤자 안되고 재접을 해야 된다며 빨리 재접해야 대기열이 안 밀린다 말을 해줬다. 그 말을 들은 스트리머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접속 종료를 눌렀고,곧 로딩 화면의 나오며 악마들의 조각상에 대기열 화면이 새겨졌다. ["게임 대기열 등록 중 - 남은 시간은 28분.."] ..... 나는 주말도 일해야 하기에.. 조용히 컴퓨터를 끄고 차디찬 침대에 몸을 눕혔다. 원래 잘러고 생각한 시간 보단 좀 이르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나는 조용히 눈을 감으며 나지막하게 읊조렸다. "전기 채찍! 얍!"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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