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왔다

끝나지 않은 전장 위로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부서진 성벽 틈 사이로
벚꽃이 핀다

검을 쥔 손 위로
연한 꽃잎이
가볍게 내려앉고

피와 먼지가 가라앉지 않은 이곳에
벚꽃잎마저 흩날린다

그래서인지
아주 잠깐

이곳이 지옥이라는 걸
누군가에겐 봄이라는 걸

잠시
잊을 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