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소개해 드릴 영웅은 얼라이언스 최고의 영웅 안두인 로서 경 입니다.

로서는 인류 최초의 왕국 아라소르의 아라시 왕조 최후의 왕족입니다. 아라소르 왕국은 오래 전 멸망하여 인간 7왕국으로 분열되었지만, 아라시 가문은 인류 최고의 명가로서 그 명맥을 이어왔습니다.
7왕국의 양대 맹주격 국가 중 하나인 스톰윈드에서 태어난 그는, 왕궁에서 왕자 레인 린, 티리스팔 수호자 에이그윈의 아들인 메디브와 함께 자라났습니다. 어릴적부터 뛰어난 능력을 보여준 세 친구는 어린 나이에 각각의 위치에서 정점에 오르게 됩니다. 통찰력 있는 왕세자로 자란 레인 린, 수호자인 어머니의 피와 마력을 이어받아 엄청난 마력과 두뇌를 가진 대마법사 메디브와 함께, 로서는 스톰윈드 기사단에서 최연소 기사단장의 자리를 역임하게 됩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생전 처음 보는 기이한 생명체인 오크들이 급작스럽게 스톰윈드에 침공해옵니다. 레인 린의 부왕인 아다만트 린 3세는 결전을 각오했지만 급작스럽게 숨을 거두고, 그의 친우 레인 린이 20살의 나이에 국왕의 자리에 오릅니다. 아버지의 유지를 이어받아 아제로스에서 오크를 박멸하기로 결심한 레인 린은 로서에게 총사령관의 지위를 맡깁니다. 10년이라는 오랜 세월 동안 공방을 거듭하던 전쟁은 오크의 내분에 힘입어 스톰윈드에게 승기가 돌아가게 되고, 로서는 오크들을 슬픔의 늪 까지 몰아내게 됩니다.

그러나 정작 오크를 아웃랜드에서 불러오는 다크포탈은 파괴되지 않아 전쟁은 끝없이 이어졌고, 다크포탈의 비밀을 파헤치던 로서는 오크를 아제로스로 불러들인 장본인이 그의 오랜 친우 메디브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로인해 스톰윈드 내부에선 메디브의 처리에 대해 격렬한 논의가 이어졌지만, 로서는 배신자는 단호히 처단할 것을 다짐하며 개인병력을 이끌고 메디브의 탑, 카라잔으로 향합니다. 메디브의 제자이자 대마법사인 카드가, 오크호드 진영에 있었지만 전향하여 그들의 친구로 인정받은 하프오크 가로나와 함께 카라잔에 도착한 그는, 미쳐버린 친구를 마주하게 됩니다. 아제로스에서 가장 강력한 마법사와 대면하게 된 그들은 격렬한 싸움을 벌이게 되고, 메디브의 노화의 저주에 걸려 힘을 잃은 척 방심을 유도한 카드가가 최후의 일격을 날리게 됩니다. 이렇게 타락한 수호자는 쓰러졌지만, 오크군의 진격은 막을 수가 없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굴단의 정신지배에 의해 조종당한 가로나가 국왕 레인 린을 암살하고, 내전을 통해 대군주 블랙핸드와 굴단을 몰아낸 오그림 둠해머의 영도하에 하나가 된 오크호드는 두번다시 방심하는 법이 없었습니다.

대군세에 의해 수도 스톰윈드까지 파괴당했지만, 로서는 이에 포기하지 않고 잔존세력과 백성들을 모두 끌어모아 또하나의 강대한 인류왕국, 로데론으로 찾아가게 됩니다.

그는 로데론 왕국의 대전에서 유창한 언변으로 스톰윈드의 외로운 결전들, 오크의 흉악함, 그리고 아제로스를 통째로 삼킬 수도 있는 그들의 힘과 물량에 대해 역설했고, 로데론의 국왕 테레나스는 이에 감화되어 적극적으로 오크에 대항하기로 결심합니다. 성군이자 뛰어난 외교가로 유명한 테레나스는 남은 인간왕국들에 파발을 띄워 동맹을 주선했고, 로데론을 중심으로 Alliance of Lordaeron, 이후 얼라이언스 라고 불릴 연합을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로서에 대한 소식을 듣게 된 하이엘프들은, 오래 전 숲트롤과의 전쟁에서 아라시 왕가와의 혈맹을 기억해내게 되고, 아라시 왕가 마지막 후손인 로서를 위해 얼라이언스에 참전합니다. 또한 당시 맹금의 봉우리를 침공한 오크를 막아내고 있던 드워프 와일드해머 부족도 얼라이언스 결성의 소식을 듣고 재빠르게 가입하였고, 와일드해머를 통해 오크호드의 위험성을 전해들은 브론즈비어드 부족 드워프와 그들의 혈맹 놈리건 노움들도 참전하게 됩니다.

여러 종족과 왕국의 연합군이었기에, 총사령관의 신임 문제도 큰 정치적 쟁점이 되었습니다. 이에 맹주 테레나스 국왕은, 멸망한 스톰윈드 왕국의 출신으로 중립적 입장에 있고, 이미 그 뛰어난 능력으로 전 아제로스에 기사 중의 기사로 이름이 높으며, 십수년간 오크와의 전면전을 이끌어 온 로서를 총사령관으로 임명합니다.
이에 로서는 기꺼이 그 자리를 받아들고, 가장 뛰어난 인재들로 자신의 사령부를 채워나갑니다. 성기사이지만 신앙심보다는 전략전술에 뛰어난 면모를 보이는 투랄리온을 부사령관으로, 해양대국 쿨티라스의 왕족이자 아제로스 최고의 제독인 델린 프라우드무어를 해군 사령관으로 임명하였습니다. 또한 1세대 성기사이자 가장 강력한 성스러운 빛의 힘을 지니고 있으며, 은빛 성기사단의 대표를 맡고 있는 빛의 인도자 우서와, 스톰윈드 시절부터 그의 전우이자 강력한 대마법사이며, 달라란을 대표하여 전장에 나와있는 카드가를 부관으로 삼았습니다.

아제로스 최고의 인재들을 이끌게 된 로서는 뛰어난 지휘력을 바탕으로 각지에서 오크호드를 몰아쳐 갔고, 당장이라도 아제로스를 집어삼킬 것 같던 오크의 예봉을 꺾는데 성공합니다.
그는 스스로 기사라는 것에 자부심이 컸으며, 모든 전투에서 자신의 기사단을 이끌고 강력한 기마돌격을 가하여 적 선봉을 깨부쉈습니다. 특히 메디브와의 오랜 인연으로 인해 마법에 대한 지식과 그 대응책을 갖추게 되어, 그와 그의 기사단은 적 마법사와 흑마법사를 제거하는데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였습니다.

팽팽한 공방이 계속되던 와중, 배신자 굴단의 반란으로 인해 호드는 다시 한번 내분을 겪게 되고, 결국 급작스럽게 전선에서 후퇴하게 됩니다. 승기를 잡게 된 얼라이언스는 기세를 몰아쳐 빼앗겼던 드워프와 노움들의 영토인 카즈모단을 되찾고, 뒤이어 호드의 본거지인 검은바위산까지 진격하게 됩니다.

섬멸군의 선봉을 이끌고 검은바위산 일대에 진입한 로서 경은, 오그림 둠해머의 계략에 의해 본진과 떨어지게 되고, 오그림이 이끄는 정예 호드가 그에게 기습적인 공격을 가합니다. 로서는 기사 중의 기사라는 명성에 걸맞게 수많은 오크를 배어넘기며 분투했으나 결국 그의 친위대들도 대부분 사망하게 되고, 그는 적의 총사령관 오그림 둠해머와 1:1로 대면하게 됩니다. 오그림은 그에게 결투를 신청하고, 드디어 맞붙게 된 양측의 총사령관은 그 명성에 걸맞게 전설적인 전투를 보여주게 됩니다. 그러나 고령의 나이와 기습으로 인한 오랜 분투로 이미 기력이 쇠한 로서는 차츰 밀리게 되고, 전설적인 무기 둠해머의 힘을 이겨내지 못한 그의 검이 부러지며 로서의 생명도 끊어지게 됩니다.

사실 이 전투는 말이 많습니다. 워크2에선 분명히 로서가 홀로 떨어지게 되고, 문답무용으로 수많은 오크들이 그를 둘러싸고 다굴쳐서 죽여버립니다. 그러나 블리자드의 오크 설정변경과 주인공화로 인하여 비열한 암살이 아니라 전략적인 행동과 1:1 결투에서의 패배로 바뀌게 되었지요. 이 설정 변경은 많은 비판을 받게 되지만...어쩌겠습니까 공식 설정이 변한걸.

어찌됬든 오그림 둠해머는 로서의 용맹함과 힘에 경의를 표하면서도, 이 위대한 총사령관의 죽음이 얼라이언스의 패배에 쐐기를 박게 될 것이라고 판단합니다. 그러나....뒤늦게 로서를 구하기 위해 찾아온 투랄리온은 로서의 시체를 발견하게 되고, 격분한 그는 로서의 부러진 검과 방패를 들고 적진으로 돌격합니다. 이와 함께 강력한 성스러운 빛이 그의 몸에 깃들었으며, 총사령관의 죽음에 대한 분노와 투랄리온의 용기에 투지를 불태우게 된 얼라이언스 연합군은 외려 오크 호드를 정말 가루로 피박살을 내버리게 됩니다.

이후 다크포탈을 파괴하기 위해 아웃랜드로 진입한 다섯 영웅과 특공대는 그를 기려 자신들을 로서의 후예들이라고 명명했으며, 목숨을 아끼지 않고 그 임무를 수행하여 아제로스를 훌륭하게 지켜냅니다.

대전쟁 이후, 오크의 침공 시작부터 그 끝까지 최전선에서 군대를 이끌었던 로서는 당연히 얼라이언스 최고의 영웅으로 추앙받게 됩니다. 얼라이언스의 수많은 종족과 왕국, 단체들은 서로 반목하고 깔보고 무시하지만, 그들 모두가 대영웅 안두인 로서 경의 업적과 능력은 인정하며 칭송합니다. 단지 그것에 지나지 않고, 로서경은 약자와 백성에 대한 사랑, 왕국에 대한 충성과 완벽한 기사도의 표본으로서 언급됩니다. 스톰윈드의 국왕 바리안 린이 아들의 이름을 안두인이라 지은 이유도 그 때문이지요.

다 쓰고 보니 로서경의 이야기라기 보단 워크 1,2 인간진영 스토리가 되어버렸군요. 그만큼 로서는 오리지널 워크 스토리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큰 영향력을 미치는 인물입니다.
개인적으론 워크래프트에 존재하는 몇 안되는 진짜 기사(Knight)로서, 그리고 검과 방패를 주력으로 삼는 몇 안되는 검방 전사로서, 좀 유명하다 싶으면 성기사인 얼라이언스 영웅들에 비해 진짜 자신의 신념과 육체를 무기로 싸우는 기사인 그를 매우 좋아합니다. 고인이 된지 오래인지라 얼라이언스의 불멸의 영웅임에도 슬슬 팬덤에선 잊혀져 가고 있지만, 언젠가 그가 시공의 폭풍에 나타나 애검 쿠엘자람을 들고 적에게 차징을 걸 날이 오길 기대합니다.

막짤은 와우 게임 내에 불타는 평원에 세워진 그의 동상. 검은바위산으로 진격을 명하는 그의 마지막 모습을 보여줍니다. For Allia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