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랬듯이 CJ는 이번에도 중요한 고비, 큰 무대에서 안일하고 방심한 대처로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작년 윈터시즌의 트위치/신짜오, 올해 스프링의 제드, 그리고 이번에는 자크까지.

이번에도 CJ Frost는 '하던대로만 하자' 였고, 반면 KT Bullets는 그러한 프로스트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8강전 완승, CJ를 방심하게 만들었나?

KDA 40 슈퍼루키 빠른별, 8강 3경기 클템의 아무무까지 8강전에서 프로스트는 '명불허전'의 모습이었다.

돌아온 빠른별과 클템이라는 칭찬이 커뮤니티에서도 수없이 쏟아졌다. 그러나 빠른별은 1,2경기 류에게 개인기량으로 완전히 압도당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클템은 16강의 부진했던 모습 그대로였다. 

1경기
                       [ 밴 ]                                             [ 픽 ]
KT B -  쓰레쉬 블리츠 아무무                자크 이블린 제드 케이틀린 소나
CJ F  -  리 신 엘리스 트위치                쉔 자르반 아리 트리스타나 알리스타

개인적으로 필자는 3경기 내내 KT의 픽밴에 너무 감탄했다. 너무나도 프로스트의 약점을 잘 알고 있었다. 픽밴의 기본싸움인 '적이 원하는 챔피언은 주지 않고 우리가 원하는 챔피언을 가져온다' 에 정말 충실한 밴픽을 잘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픽밴에서부터 불릿츠는 자신감을 보여줬다. 8강에서 클템이 좋은모습을 보여줬던 아무무를 밴하고 매드라이프의 쓰레쉬 / 블리츠를 밴하면서 '변수차단' 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에 프로스트의 밴은 너무나도 예측가능한 범위내에서의 밴이었다. 최근 프로레벨에서는 리신 / 엘리스가 하나만 풀리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리신과 엘리스 두 챔피언의 성능이 좋아서이기도 하지만 리신을 대처할만한 정글러로 엘리스, 엘리스를 대처할만한 정글러로 리신을 많이들 생각하기 때문에 둘 다 풀어서 나눠갖거나 둘 다 밴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KT에는 리신, 엘리스를 최고급으로 다룰 수 있는 카카오가 있지만 프로스트의 정글러 클템은 리신과 엘리스 모두를 선호하지 않는다. 프로스트의 리신 엘리스 밴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고, 8강전에서 스코어 선수가 4번을 사용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트위치를 밴하면서 추후에 베인을 겨냥한 트리스타나 픽까지 이어지는 픽밴 승부수를 짜왔지만 어찌보면 너무나도 뻔했고 프로스트의 한계가 너무나도 뚜렷하게 드러났던 밴상황이었다.

쉔과 자크가 모두 살아있으며 대세서포터인 쓰레쉬가 밴당한 상황에서 이후 주류서포터로 떠오르는건 소나, 나미 정도였다. 여기서 KT는 과감하게 소나 선픽을 가져가버리고, 이후 쉔과 자크를 나눠갖는 무난한 밴픽이 이어지다가 프로스트의 비장의 카드였던 트리스타나를 선택하게 된다. 이는 트위치/베인 원딜 투톱시대에서 베인을 겨냥한 픽이라 볼 수 있는데, 프로스트의 예상과는 다르게 KT는 케이틀린을 선택하면서 라인전 최강 조합인 케이틀린-소나 조합을 구축하게 된다. 

김동준 해설도 언급했듯이 CJ 픽의 핵심은 '트리스타나' 였다. 개인적으로 트리스타나를 프로스트가 막픽으로 뽑지 않은 건 실수였다고 본다. 쓰레쉬와 블리츠크랭크라는 두 카드를 뺏기고 소나까지 상대가 뺏어간 상태에서 매드라이프가 선택한 서포터는 알리스타였고, 봇듀오끼리의 대결에서는 처참한 결과가 나왔다.

1경기 초반 선취점을 가져가고 드래곤 주도권을 먼저 잡은 쪽은 프로스트쪽이었으나, 미드의 개인기량 싸움에서 완전히 빠른별이 밀렸으며 케이틀린-소나가 트리스타나-알리스타 듀오를 완벽하게 제압하며 미드-원딜 간의 CS차이가 30개 가량 나게 되고, 아리가 이블린-제드 암살자에게 계속해서 위협받으면서 쉔의 궁극기가 수비적인 용도로만 쓰이게 되어 이득을 전혀 챙기지 못하게 된다. 이미 미드와 봇에서 주도권을 잡고 있는 KT에게 쉔의 이러한 궁극기 사용은 자크에게 날개를 달아준 격이 되어버렸다. 팽팽하던 탑상황에서 쉔이 하산하는 사이 자크는 완벽한 라인주도권을 쥐고 이후 쉔의 스플릿푸쉬를 완벽하게 봉쇄해버린다. 



거기다 이블린의 도움으로 제드가 위협적인 존재로 확실하게 성장하면서 제드의 스플릿으로 바텀라인의 주도권도 완전히 KT가 쥐게 되었고 탑라인에서는 자크가 쉔을 찍어누르는 상황에서 미드에서는 대치상황에 탁월한 케이틀린까지, KT는 주도권을 전혀 놓지 않은 채 1경기를 완승으로 장식한다.

1경기 물론 여러가지 패인이 있었으나 가장 중요했던 패배요인들을 뽑아보자면

1. KT의 케이틀린-소나 봇듀오
쉔과 자크, 제드와 아리 모두 프로스트가 불리한 라인상성이었다. 이 상황에서 KT가 베인을 뽑지 않고 케이틀린을 선택하면서 봇라인까지 상성에서 완벽하게 KT가 앞서나갔으며 라인전에서부터 KT가 웃었다.

2. 두 팔이 모두 묶여버린 매드라이프

3. 빠른별이 류의 제드에게 완벽하게 압도당하면서 계속된 수비적인 쉔궁 사용
-> 스플릿 운영 불가능, 자크와 쉔의 격차가 점점 벌어짐

특히 가장 중요했던건 미드라인에서의 차이였다. 트리스타나의 후반캐리력이나 쉔의 스플릿 운영이 가능하다는 점 등으로 보아 탑과 바텀에서의 차이는 웃어넘길 수 있었으나 미드라인에서는 단순히 라인전에서 패배한 것 이외에도 수비적인 쉔 궁사용 유도 등으로 프로스트가 한 번도 주도권을 잡고 운영할 수 없었다. KT 불리츠의 완승이었던 한 판이었다.

2경기
                    [ 밴 ]                                      [ 픽 ]
CJ F -    리 신 제드 이블린        쉔 람머스 트위스티드 페이트 베인 나미
KT B - 쓰레쉬 블리츠 엘리스         자크 자르반 카서스 케이틀린 소나

비슷한 픽밴상황에서 1경기 클템이 사용했던 자르반을 뺏어오는 느낌이었고 아무무정도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클템은 람머스를 선택한다. 양팀은 여전히 쉔-자크를 나눠갖는 선택을 하며. 카서스픽은 상대의 쉔-트페 글로벌 궁극기에 대항한 픽이었고 KT는 여전히 케이틀린-소나 봇듀오를 선택한다. 2경기에서 핵심픽은 람머스였다. 쉔과 자크, 베인-나미와 케이틀린-소나의 라인상성을 보았을 때 이번에도 불리한 라인전을 프로스트는 치룰 수밖에 없었고, 그걸 해결해주기 위해선 클템의 람머스의 활약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이 경기에서 정말 중요한 픽인 람머스는 갱킹형 정글러이나 초식형 정글러이다. 즉 주도권싸움에서 패배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어지는 픽이었는데, 미드와 바텀 듀오간의 싸움에서 초반부터 하드하게 푸쉬하며 CS손실을 유도하는 KT였고 여기서 카카오의 자르반은 적극적인 갱킹 이전 상대 정글에 철저한 와딩으로 람머스의 경로를 완벽하게 예측하고 미드쪽을 찔러주며 람머스의 이동을 강제한다. 이후 쉔과 자크의 맞라인 구도에서 선취점을 가져오며 정글 주도권을 완벽하게 잡는다.


2경기는 이 한장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주도권 싸움에서 완벽하게 패배한 람머스. 항상 먼저 움직이는 카카오와 그를 따라오는 클템.

람머스가 아무것도 해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라인전에서의 완벽한 주도권을 바탕으로 경기를 지배하는 건 KT였다. 이후 자크의 슈퍼플레이, 클템의 의아한 플레이 등이 겹치면서 2경기 또한 KT가 완승을 거둔다.



작렬, 마파센도! 2경기 역시 KT쪽의 완승이었다.

1. 라인전 주도권 장악, 쉔 vs 자크, 케이틀린-소나 vs 베인-나미

2. 람머스픽 의미의 퇴화 - 정글 주도권 싸움 카카오 완승

3. 글로벌 궁극기 (쉔, 트페) 로 초중반 싸움에서 이득을 전혀 보지 못했다.

* 초반 와드싸움에서 마파 > 매라 -> KT가 맞라인을 설 수 있었음
2경기 초반 퍼플 레드쪽 언덕와드로 KT는 적이 라인스왑 여부를 파악했고 맞라인 구도를 형성하여 라인전에서 찍어누르겠다는 자신들의 의도를 완벽하게 성공시켰다. 

람머스의 최종스코어는 0/4/0, 람머스 픽의 의미가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 

3경기
                     [ 밴 ]                               [ 픽 ]
KT B - 쓰레쉬 블리츠 아무무  자크 이블린 제드 이즈리얼 피들스틱
CJ F -  리 신 엘리스 소나        쉔 자르반 그라가스 케이틀린 나미

KT는 여유로운 상황에서 여전히 '변수차단'에 목적을 둔 자신들만의 밴을 이어간다. 반면 CJ는 1,2경기 라인전에서의 악몽을 너무나도 의식한 나머지 퍼플진영에서 소나를 밴하고 자신들의 1-2픽으로 케이틀린-나미를 가져가며 봇라인전을 많이 의식하는 모습을 보인다. KT는 1,2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제드와 자크를 다시 한 번 선택하는 여유로운 밴픽. 그리고 의아한 그라가스픽, 이건 어떤 의미였을까?

마지막 한 판이 될 수 있는 3경기에서 CJ가 설계했던 그림은
믿고쓰는 샤이의 쉔, 케이틀린-나미로 라인전 압도, 그리고 그라가스였다.

그러나 케이틀린-나미는 공포를 선마스터하는 피들스틱 - 이즈리얼 봇듀오를 전혀 압도하지 못했으며, 카카오의 이블린과 인섹의 자크는 샤이의 쉔을 말려버리며 탑에서의 주도권을 완벽하게 가져온다. 그나마 그라가스가 제드와의 라인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타워까지 먼저 밀어냈다. 하지만 CJ가 설계했던 그림은 완벽하지 못했다. 특히나 케이틀린-나미가 라인전을 압도하지 못하며 주도권을 전혀 뺏어오지 못했고 미드라인에서 쉔의 궁극기가 허무하게 빠지며 탑라인을 인섹이 '완전히' 휘어잡았다. 이 자크는 이후 미드 5인다이브와 용싸움에서 KT의 선봉장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해내며 게임을 캐리한다. 리안드리의 고통까지 장착한 자크는 쉔의 스플릿을 완전히 차단해버린다. 쉔은 그저 2차타워를 수호하는 존재해 불과했다. 이후 제드와 자크의 엄청난 화력으로 KT는 3:0 완승을 이끌어낸다.

1. 믿었던 샤이도 2:1은 이길 수 없었다. KT 정글-탑 듀오의 완벽한 호흡

2. 그라가스 픽의 의미는 무엇이었나? 중반한타에서 그라가스의 존재감은 제로

3. 우리는 KT Bullets의 봇듀오를 너무나도 과소평가했다. 케이틀린-나미 상대로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던 스코어-마파의 이즈리얼-피들스틱 듀오


리안드리의 고통을 간 자크, 김동준 : "악몽입니다, 악몽!"


경기총평
3경기 내내 빠른별은 '역빠체'에 걸맞는 플레이를 보여주지 못했으며, 두 팔이 모두 묶인 매드라이프는 아무런 변수도 만들어내지 못했습니다. 클템은 여전히 정글주도권을 완전히 내준 채 수동적인 플레이에만 매달리는 모습을 보였고, 샤이만이 고군분투했으나 쉔이라는 챔피언의 특징상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프로스트는 자기들의 정글러의 특징을 알고 있었고, 탑을 샤이가 버텨주며 미드라인을 대등하게 가져가고 바텀라인의 캐리를 바라보는 그림을 그리지 않았을까 추측해봅니다. 하지만 미드를 류가 압도하고, 바텀라인의 판세를 완벽하게 읽어버린 KT의 수준높은 밴픽과 경기력에 박수를 보냅니다.

먼저 수준높은 경기를 보여준 양 팀 선수들 모두 감사하고 수고하셨습니다.
4강 정도의 높은 무대에서는 단순히 '하던 대로만 하자' 라는 안일한 마인드로는 전혀 승리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 한 판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인섹의 3자크픽에 전혀 대항하지 못했고, 3경기 내내 샤이는 쉔으로 고통받는 모습을 보여주기만 했죠. 클템은 자르반-람머스-자르반 갱킹형 정글러를 세 번이나 픽했으나 세 경기에서 유효갱킹을 단 한 번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1경기 빠른별의 아리, 3경기 그라가스 역시 픽의 의미를 전혀 보여주지 못했죠. 반면 KT는 자신들의 '픽의 의미'를 확실하게 보여줬습니다. 인섹의 환상적인 자크, 류의 완벽했던 제드플레이와 스코어-마파 듀오의 엄청나게 강력했던 라인전까지 우리가 KT다! 라고 외치는 듯 했습니다.

결국 CJ는 큰 무대에서 고질적으로 보여줬던 문제점들을 여전히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정글러 추세가 어떻니, 미드의 CS수급력이 어떻니 하는 수많은 문제제기에도 그들만의 경기스타일로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프로스트였지만 상대의 픽밴에 완전히 휘말려버리고 대처법을 전혀 연구해보지 못한 채 무기력하게 끌려다니지 않았나 싶습니다.

KT Bullets의 결승진출을 축하드리며 양 팀 앞으로도 좋은 모습 기대하겠습니다.

필자는 롤을 잘 하지도 못하고, 그저 좋아할 뿐입니다. 첫 글이라 너무 많이 부족할 것이라는 것도 알고, 지적도 감사히 받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