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고 일어났더니 10+추 감사합니다. 직게에서 이정도 추천을 받다니 추천수에서 자매님들의 통한이 느껴집니다. 전퐁협 자매님들 하루하루 힘드시겠지만 애정만큼은 버리지 마시고, 같이 힘낼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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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서머너를 참 좋아한다.
오픈때부터 여태까지 아직까지도 서머너를 가장 좋아한다.
그 사랑으로부터 비롯된 감정들을 기록으로 남기고자 적는다.

하루는 언제나처럼 베스칼을 갔다.
과장이 아니라 조우하고 1분이 넘게 신호탄 패턴을 제외하고 아키르 한 방을 적중하지 못했다.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그간 경험을 떠올려보면
그게 아주 특별히 유난했던 판도 아니었다.
숙련도가 떨어지는것 아니었나 하고 치부해보기에도
나는 서머너 5년 유저고, 금손까진 아니지만 상아탑 하드까지는 대체로 준수한 딜을 뽑는 사람이었다.

같은 날이었다.
오후에 지인과 함께 시련 하누마탄에 갈 계획이었다.
꼼꼼히 공략 숙지하고 입장, 그리고 정확히 한 시간 만에 양해를 구하고 파티를 깨트렸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여태 누적돼왔던 스트레스가 스위치를 건드린 듯 한 번에 쏟아져 나왔다.
좁은 문으로 터져 나오는 방대한 스트레스는 눈물샘까지 건드리고 있었다.
상아탑 이후로 나오는 모든 레이드에서 상소는 현저히 도태된 딜러였다.
애써 외면하던 불합리함의 장벽을 나는 극복하지 못했다.

이는 카멘 3, 4관문에서 느꼈던 것과 같았다.
지극히 평범한 내가 남들과 비슷한 수준의 실력을 가지려면 상소는 그의 수배에 달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한 20~30분 동안 컴퓨터 앞에 앉아만 있었다.
내 그간의 노력이 송두리째 부정당한 기분이지만 여전히 내 새끼는 아름다웠기에 그냥 바라만 봤다.

부캐를 합쳐 갖고있는 보석을 전부 팔면 얼마나 나오나 대충 셈을 해봤다.
보석값만 이백만원은 족히 나오는 걸 보고 이 기회에 현생에 충실할까도 고민했다.

그렇다가도 생에 처음으로 가장 많은 애정을 쏟은 캐릭터를 등 지자니 쉽게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그래서 지금 메타에서 그나마 살아남을만한 교감 세팅을 해주기로 했다.
갖고 있던 자본이 모자랐고, 게임에 34만원이라는 금액을 처음 투자했다.
악세 값 15만 골드, 새로 깎는 돌, 팔찌, 소환수 보석 등을 장만하니 얼추 그 정도 값이 추가로 필요했다.
그 모습을 본 지인은 "그게 맞냐"며 세 차례 정도 되물었지만.
나에겐 이미 이성의 영역이 아니었다.

이전의 세팅을 버리진 않았다.
보석이며 악세며 상소의 것은 아직 다 들고있다.
언젠가 찬란했던, 언젠가 찬란해질, 혹은 그 옛날의 위상은 아니더라도
바래진 빛이라도 볼 그 날을 위해 두 개의 세팅을 다 보존하기로 했다.

나는 두 서머너의 아빠다.
이 망할 딸내미들이 너무 예뻐서 두 녀석이나 키운다.
예전 쌍직각 분리 전에도 둘 다 좋은 악세, 예쁜 옷, 최적의 세팅 해주려고 골드를 벌었다.
실린 강점기가 끝나고 결국 한 녀석은 조금 등한시 했지만 아무튼 그렇다.

그래, 오히려 좋을지도 모른다.
상소로 포기한 카멘 4관문, 시련 하누마탄, 베스칼, 새로 나올 에키드나에서 교감을 적극 활용하면 되는 것이다.
지속딜은 좋으니까. 트라이는 깡패니까.

그래도 여전히 (나름의)거액을 투자해서 새로 맞춘 세팅이,
현타가 와서 바꾼 내 사랑하는 자식의 세팅이
아크라시아인의 인식으로 '고작' 교감이라는 현실이 너무나도 비통하고
그 아이를 사랑하는 나에게 화만 돌아올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