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그사론의 수수께끼의 상자'는 네루비안의 영웅등급 고고학 희귀 발굴품으로써, 수많은 경첩, 걸쇠와 장식, 잠금장치들이 달려있고, 그 상자 안에선 음침한 속삭임이 들려와 열기 힘든 수수께끼의 유물입니다. 이 유물을 사용하면 고대 신 요그사론의 속삭임이 들려오는데 그 귓속말은 남은 고대 신들과 그들의 영지들에 대해 속삭이고 있습니다.

이는 아직 등장하지 않은 고대 신들과 그들이 머물고 있는 어두운 장소들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차후 등장할 고대 신들에 대한 의미심장한 떡밥들이죠.
그 내용들은 물에 잠긴 신과 그의 검은 심장, 가라앉은 고대의 죄악의 도시. 그 아래서 모든 것이 숨을 멈추는 검은 까마귀, 그리고 일곱 눈을 가진 검은 염소와 음침한 검은 숲에 대해 얘기하고 있습니다. 

검은 염소.

"또 그 꿈을 꾸었는가? 눈이 일곱 개 달린 검은 염소가 밖에서 쳐다보는 꿈을..."
(Have you had the dream again? A black goat with seven eyes that watches from the outside...)

'검은 얼음의 심장을 지닌 물에 잠긴 신'과 마찬가지로 등장하지 않는 고대 신을 암시한다고 추정되는 일곱 눈의 흑염소. 크툴루 신화를 패러디한 고대 신 답게 이 또한 그 암흑 신화 내에서 오마쥬한 존재가 있습니다. 크툴루 신화를 아시는 분들은 흑염소하면 딱 떠올리는 존재가 있을 겁니다. 바로 천마리의 새끼를 밴 숲의 흑염소(The Black Goat of the Woods with a Thousand Young), 슈브 니구라스(Shub-Niggurath)입니다.

'음산한 촉수로 감싸인 염소의 형상을 취한 악마. 슈브 니구라스(Shub-Niggurath)'

슈브 니구라스는 크툴루 신화에 등장하는 신성으로, 다른 그레이트 올드 원들과 달리 드물게 여성형으로 묘사되는 존재입니다. 그는 형언할 수 없는 자, 하스터(Hastur)의 아내로도 묘사되며, 다른 작품에선 시공의 지배자, 요그 소토스(Yog-Sothoth)의 아내로, 위대한 크툴루의 부모인 음란한 쌍둥이, 누그와 예브(Nug and Yeb)라는 그레이트 올드 원을 낳은 신격으로도 표현됩니다. 
러브크래프트의 동료작가인 어거스트 덜레스에 의해 크툴루 신화가 체계화되는 과정에서 그녀는 요그 소토스에 준하는 외계 신(Outer Gods)으로 분류되어, 아자토스의 궁전에 머물며 어둠의 만신전의 정점에 이른 존재로 그려지기도 합니다.

그녀는 풍요와 다산의 여신으로 많이 숭배받으며, 만물의 어머니로 섬겨지기도 합니다. 그녀에 대한 신앙의 흔적은 세계 여러 곳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고대 무대륙에선 크툴루의 맏이인 화산의 신 과타노차(Ghatanothoa)에 적대하는 그녀의 신도들에게 축복을 내리는 등 인간 사이의 분쟁에도 개입합니다. 다만 그외에는 그녀를 만나는 것은 굉장히 힘들다고 합니다. 그녀의 신화 내의 위치에 비해 크툴루 신화 작품 군에서의 비중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 

슈브 니구라스는 그녀의 별명답게 수천의 자손들을 몰고다니는 음산한 신으로도 묘사됩니다.
'슈브 니구라스의 권속인 검은 어린 양(Dark Young)들'

40피트에 달하는 긴 촉수를 지닌 거대한 생물체인 어둠의 어린 양들은 슈브 니구라스의 종복으로써, 그녀의 신도들이 거주하는 음침한 숲에서만 출몰한다고 합니다. 그들은 인간 신도들이 풍요의 여신께 바친 제물들을 시식하기 위해 나타난다고 합니다. 거대한 덩치에 맞게 소나 말의 크기 정도의 제물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다곤의 딥원과 크툴루의 별의 자손들과 대응되는 대표적인 종복들이죠. 

크툴루 신화의 대표적인 여신, 슈브 니구라스를 패러디한 이 고대 신은, 지금까지 굵직한 남성목소리로 귀를 간질였던 다른 고대 신들과는 달리, 최초의 여성형 고대 신이 아닐까 합니다. 과연 어떤 마귀할멈같은 음산한 목소리로 우리에게 속삭일지 새삼 기대되는군요. 그리고 다른 고대 신들이 특정 신체기관을 가장 끔찍한 방법으로 과장한 형상을 취한데 반해, 이 고대 신은 동물의 형상에 가까운 모습이 아닐까 하네요. 물론 눈이 일곱 개라는 점에서 정상의 범주를 벗어나겠지만...

또한 슈브 니구라스의 특징으로 보건데, 요그사론이 크툴루와 비슷한 얼굴 없는 자를 다루고, 이샤라즈가 그의 잔재인 샤들을 다루는 것처럼 이 '검은 염소'도 슈브 니구라스처럼 그(그녀)만의 종복을 부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대체로 얼굴 없는 자와 샤들은 고대 신의 분신과도 같은 존재로 묘사되니, 슈브 니구라스의 어린 것과 같은 새로운 고대 신 진영의 종족이 등장하지 않을까 츠측해봅니다.

여태까지 등장한 고대 신들 중 가장 음침하고 소름끼치는 거무튀튀한 고대 신일 듯하네요.

검은 숲.

숲의 제왕(Lord of the Wood)으로 묘사되는 슈브 니구라스는 숲이란 지역과 깊은 관계를 갖고있습니다. 그녀의 별명에도 있으며, 그녀의 어린 것들과 신도들의 주요 거주지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점에서 수수께끼의 상자에 언급된 일곱 눈을 가진 검은 염소와 검은 숲 간의 긴밀한 관계에 있다는 것을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둘러보라. 그들은 모두 당신을 배신할 것이다. 비명을 지르며 검은 숲으로 도망쳐라."
(Look around... They will all betray you... Flee screaming into the black forest...)

검은 숲(Black Forest)이란 지명은 요그사론의 수수께끼의 상자에서 처음으로 언급되어, 이샤라즈의 기운이 깃든 '잘라토-피의 울음소리의 황폐한 환영'의 속삭임에도 다시 한번 언급됩니다.

"검은 숲을 걷다 보면.. 알게 될 거야.."
(When you walk among the black forest, you will see.)

검은 숲은 가라앉은 고대 도시, 니알로사(Ny'alotha)와 함께 언급된 고대 신의 영토로 추정됩니다. 니알로사는 물에 잠긴 신과 깊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물에 잠긴 신은 세번째 고대 신 느조스(N'Zoth)가 가장 유력하죠. 그에 대응하게 검은 염소와 검은 숲은 고대의 영토와 그곳을 다스리는 고대 신의 관계로 보입니다. 이샤라즈의 속삭임은 언젠가 우리가 그 숲을 거닐게 될 거라 말합니다. 그리고 거기서 무언가를 알게 될 것이라 합니다.

"어둠의 숲에서 길 잃은 작은 양 한 마리 있으니."
(There is a little lamb lost in dark woods...)


그렇다면 현재 검은 숲이 존재하는 곳은 어딜까요? 검은 숲에 대한 떡밥과 정체는 오히려 니알로사보다 더 베일에 싸여있습니다. 오직 요그사론과 이샤라즈가 속삭인 귓속말로 그 존재가 언급되었을 뿐이죠. 어쩌면 지금 아제로스에 드러나지 않는 다른 곳일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우리가 알고있는 대륙 어딘가 깊고 어두운 곳에 감춰져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무런 단서도 없어서 함부로 추측할 수가 없지만, 숲이란 점, 그리고 아직 고대 신이 나타나지 않은 지역들로 범위를 좁혀보면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지금까지 고대 신들이 봉인된 장소는 그 대륙의 위치와 지형이 각각 달랐습니다.

크툰: 칼림도어 남서쪽의 실리더스 사막
요그사론: 노스렌드 동토 북쪽 끝단의 폭풍우 봉우리, 울두아르.
느조스: 정확한 위치는 불명이나 바다 깊은 곳 아래.
이샤라즈: 판다리아. 그의 심장은 영원꽃 골짜기 지하.

현재 고대 신이 등장하지 않은 대륙은 딱 하나 동부왕국이며, 동부왕국에 있는 어떤 숲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숲이 한둘이겠냐만은....한때 하나였던 고대 칼림도어 대륙이 찢겨져 나간 지금, 고대 신이 잠들어있는 장소도 각 대륙에 흩어져 위치하지 않을까 합니다. 물론 이는 단순한 추측입니다. 

가령, 한때 티리스팔 숲 지하에 고대 신 혹은 그와 관련된 것이 잠들어있고, 검은 숲이 티리스팔 숲과 관련있지 않을까 하는 가설도 있었습니다만, 개발진이 고대 신은 아니라고 했으니 검은 숲에 대한 행방은 묘연하기만 합니다.

허나 이샤라즈의 속삭임이 우리에게 말했 듯 언젠가 검은 숲을 거닐며, 그곳에 도사린 끔찍한 악몽과 마주하게 날이 올 것입니다. 그리고 검은 염소와 마주할 그 날은 머지 않았겠죠. 


"결국 당신은 홀로 남을 것이다."
(You will all be alone in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