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우를 생각하면 10여년 전인 2004년 무렵으로 기억되는 오픈 베타에 대한 희미한 기억부터 떠오른다. 정확한 기억인지 모르겠지만 오베의 아서스섭(그렇게 기억하는데...)에서 Crazytiger라는 캐릭명으로 전사를 만들고 무작정 퀘스트를 한답시고 필드를 뛰어다녔던 기억, 워크래프트, 디아블로 같은 게임을 통해 블리자드에 대해 갖고 있던 설레임 가득한 기대감이 완성되는 느낌을 받았던 기억, 오베 마지막 순간 서버가 종료되기 직전에 공개창으로 작별 메시지를 남겼던 기억 등이 희미하게 남아있다.

 

   그 때까지만 하더라도 게임은 그냥 짧은 시간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간단히 즐기는 수준이라는 인식만 갖고 있었는데 결국 10여년간 인연의 끈을 이어올지 상상도 못했었다.

 

 

   2005년 와우가 정식으로 오픈을 하면서 동료들과 함께 와우의 세계관 안으로 뛰어들게 되었다. 엄청난 퀘스트, 방대한 지역, 끊임없는 도전과 정복... 저녁 시간은 어김없이 아제로스에서 시작되고, 아제로스에서 잠이 드는 나날이 반복되었다. 필드에서 몹인줄 알고 공격했다가 본의 아니게 전쟁에 휘말려서 죽고 죽이기를 반복했던 일들.. 바다를 횡단하다 피로도로 시체끌기를 반복했던 일들.. 던전에서 도망치는데 몹들이 끝까지 떼거지로 쫓아오던 일들.. 퀘스트 도중 보라색 아이템을 처음 주웠는데 크롤칼이라는 당시 엄청난 값어치를 갖고 있던 에픽아이템.. 상층이 아마 15명 정도였던 것 같은데 3-4시간을 전멸을 밥 먹듯이 장비가 깨져가며 공략해도 클리어 못했던 일들 등등 엄청난 일들이 와우 속에서 이루어졌다.

 

 

   특히, 공격대라는 팀 플레이에 처음 합류하게 되었던 일은 지금까지도 와우에 대해 갖고 있는 애틋한 첫 인상으로 잘 남아 있다. 불타는 군단 뉴스 공격대.. 지인의 소개로 전사 자리에 합류하면서 화산심장부라는 40명 던전을 처음 경험하게 되어 와우의 새로운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다.

 

   당시 똥개 리셋을 위해 화심 공략도 이틀에 걸쳐 이루어졌고, 막보스인 라그나로스도 그렇게 호락호락한 네임드가 아니어서 전멸도 잦았다. 주 2-3일 공략시간은 보통 1일에 3-4시간, 공대일정이 아닐 땐 화저장비, 쿠엘세라, 무멜론 등의 수급을 위해서 반복적인 던전, 필드 탐사.. 분명 와우는 게임 이상의 게임이었다. 뉴스공대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점점 성장하며 온오프라인을 초월하여 인연을 이어가며 내 삶의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화산심장부 라그나로스를 탱킹하던 순간이다. 메인탱커.. 이 당시 전사 플레이어들에게 로망은 투지풀셋+쿠엘세라로 힐러들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서 거대한 네임드와 맞짱을 뜨는 메인탱커의 모습이었다. 뉴스공격대에서 당시 메인탱커였던 푸른십자검 님의 모습이 전사들의 로망이라고 할 수 있었다. 

 

   몇 차례의 화심탱킹과 공대 전사진들의 가이드 속에서 빠른 리딩, 파밍으로 인한 멀티탱킹 등의 테크닉이 나날이 숙달되면서 나중에는 정식 공대가 아닌 주사위 막공 개념으로 사람들을 모아서 진행하는 수준까지 발전할 수 있었다.

 

 

   공포, 넉백, 착지 후 어그로 관리 등으로 메인탱커에게 조금 더 어려운 테크닉을 요구했던 오닉시아다. 나중에 오닉시아가 리뉴얼 되면서 오닉시아 탈것을 드롭하면서 국민 탈것 드롭 네임드로 바뀌긴 했지만..

 

 

   검둥 입구에서 뉴스공대원들과 함께 했던 순간이다. 한참 시간이 지난 후 복귀했을 때 다시 보지 못했던 분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뉴스공대에서 공대파괴자라고 불리던 벨라를 마침내 쓰러뜨렸을 때 엄청난 희열감 속에서 밤잠을 못이뤘던 기억이 난다.

 

 

   당시 녹색용군단으로 필드에서 특정 퀘스트 진행을 위해서 잡았던 네임드다. 자세한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공대 불시소집으로 잡으러 다녔던 것 같다. 이런 공략정보를 구해오고 전략을 준비하는 공대 운영진들에게 굉장히 감탄했었던 기억이 많이 남는다.

 

 

   마침내 쑨을 잡았던 순간이다. 쑨을 잡으면서 오리지널 시절의 낙스라마스 도전을 준비했었다.

 

 

   결국 오리지널 낙스라마스 공략 중 직장생활로 인해 와우와의 이별을 고하게 되었다.

 

 

   물론 와우는 접는게 아니라 잠시 쉰다는 말처럼 그 뒤에도 어김없이 접었다 복귀했다를 반복했지만 적어도 고정 공격대라는 오리지널 당시의 추억만큼은 다른 어떤 확장팩과도 비교할 수 없었다.

 

 

   불군 뉴스공격대 공대원들.. 그리고 길드에서 함께 생활했던 분들.. 와우 속에서 인연을 이었던 사람들.. 모두 보고 싶고 그리운 마음 가득하다. 모두들 그 때 와우에서 최선을 다했던 모습처럼 지금 현실에서 최선을 다하며 살고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며... 조만간 와우 속에서 낯익은 캐릭명을 볼 수 있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