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03년 군 복무시절...
당시 일병이었던 저는 와우 오픈베타 시기에 맞춰 외박을 나가게 되었습니다.
물론 도심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들어갔던 곳은 PC방.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알바생을 향해 호기롭게 외쳤지요.

'여기 와우 오베 되는 자리 어디에요?!'

그런 저를 복잡미묘한 시선으로 쳐다보던 알바생 왈.

'와우 오베 연기 됐어요.'

으아아아아아아~~~~~~~~ 어떻게 얻어낸 외박인데에!!!!!!!


그 사건 이후 마음이 상한 저는 휴가를 나가던 외박을 나가던 와우는 거들떠도 안보게 되었고 그렇게 전역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06년 어느 여름.

중학생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건담 소모임 형님들과 온천 여행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저를 제외한 이들은 여행 내내 와우 이야기만을 나누더군요.
아니... 이보쇼 형님들! 원래 우리가 나누던 건담과 수 많은 콘솔 게임 이야기는 다 어디로 던져버리고 그 괘씸한 와우 이야기만을 한단 말이오!!

그렇게 여행의 마지막날 돌아가는 길에 맴버 중 한 명인 가토형이 넌지시 말을 던집니다.

'야, 너 와우 해볼래? 내가 봤을때 너 잘할거 같다.'

아놔~ 이 형이? 내가 칭찬에 약하다는거 어떻게 알고...
가토형은 그 즉시 저를 자기 집으로 데려갑니다.

'야, 일단 나 레이드 시간이 다 됐으니 우리집에서 줄구룹 한판만 뛰고 피씨방 가자'

줄구룹?! 그게 뭐여? 암튼 그렇게 저는 가토형네 집에 끌려가게 됩니다.




당시 세나리우스 서버에서 흑마법사 gatostyle을 플레이하던 가토형.
줄구룹에서 몹들을 쓸어내며 흑마법사의 위대함에 대해 입이 닳도록 어필하더군요.

40명이나 되는 대인원이 '줄구룹'이라는 던전을 활보하며 몬스터들을 사냥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대규모 전투를 좋아하던 저는 아마 이때부터 와우에 빠져들었던 것 같습니다.

줄구룹을 클리어한 가토형과 함께 피씨방엘 갔습니다.

'어... 형 저 무슨 클래스를 해볼까요?'
'야 흑마해 흑마. 흑마가 제일 쎄.'
'음... 성별은...'
'야 얼라는 무조건 인간 여캐야 인간 여캐'
'어? 그, 그래요?'
'어 그리고 헤어스타일은 깻잎머리로 하고'

가토형의 농간에 의해 훗날 더러운 깻잎머리 인여캐 덕후라고 불릴 줄 알았으면 다른 선택을 했을지도 모르겠네요.





처음에 엄청난 골드 지원과 가방 지원, 그리고 필요할땐 언제든지 날아가서 도와준다는 가토형.

그래놓곤 가방4개 쥐여주고 '전장속 삶과 전쟁의 매커니즘'이란 길드에 저를 쳐박은 뒤 함흥차사가 되더군요.
몬스터 잡기가 힘들다고 하면 항상 레이드 중이라 바쁘다고 내팽겨치고...

나중에 안 사실인데 가토형은 서버내에서 굉장히 유명한 플레이어였고 레이드에 모든 시간을 쏟아붓는 초하드 레게였습니다.

함께 피씨방으로 간 날, 가토형은 본래 플레이하던 흑마법사를 놔두고 쪼렙 성기사를 키웠는데 이 성기사의 이름은 kamiu.
이 쪼렙 성기사 kamiu는 훗날 성장해서 국가대표로 WWI에 출전해 세계 2위의 자리를 차지하게 됩니다.





정말 힘든 여정을 거친 끝에 서부몰락지대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이후에 겪게될 여정에 비하면 조족지혈에도 미치지 못할 난이도였습니다만 여기까지 오는데 얼마나 힘들었던지요.
들창코와의 혈투로 지친 저를 맞이하는 저무는 노을을 보는데 괜시리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힐스브레드로 쳐들어온 호드 군단.
가시덤불 골짜기에 이어 힐스브레드 구릉지 역시 얼라와 호드의 치열한 전쟁터 중 하나였죠.

근데 왜 얼라가 습격한건 기억에 없는데 호드가 쳐들어온 기억은 가득할까요?(울먹~)




 
오리지널 유저들에겐 전설과 공포의 장소인 가시덤불 골짜기.
그 가시덤불 골짜기의 마을인 무법항엔 얼라이언스보다 호드가 훨씬 많았습니다.
헐... 너무 무서워... 이땐 그 어떤 호드들도 경비병을 무시할 수 없었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그나마 마을에서는 안전 했지요.

귓속말을 나누던 dcgman이란 형은 함께 여행을 갔던 건담 소모임 맴버인데 오리지널부터 대격변까지 오로지 징기 외길을 달린 진성 징기입니다.
가토형이 방치하고 있던 저를 은근은근 도와주던 형이지요.
당시 한참 전장에 빠져있을 때였는데 곤경에처해 부르면 언제든 달려와줘서 고마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 형도 전장을 누비며 전장군 스코어 1위를 찍기도 하고 작전사령관을 거쳐 아전사령관까지 올라간 경력이 있습니다.
불성때 알방에서 100인을 베어넘긴건 길드내에 유명한 전설이지요.





아놔... 마을은 안전하다고 했던거 누구야. 나와!!!

마을이라도 경비병의 손이 닿지 않는 곳은 은근히 많았지요.
이를테면 지붕위라던가 지붕위라던가...

저 끄트머리에 걸쳐서 상대편 진영을 저격하던 사람들을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는 시절이었습니다.

한번은 퀘 완을 하려다가 계속 살해당하고 화가난 나머지 저 위까지 쫒아갔으나 가까이 다가갈 수 조차 없던 기억은 추억으로 치부하기에 무리가 있군요. ㅠㅠ





이렇게 털리기만하던 나날 가운데 무법항에서 톱니항으로 향하던 배 위에서 오크 한 명을 만났습니다.
저보다 레벨이 낮았는데 춤을 추며 분위기를 환기 시키더군요.

그래, 내게서 흘러나오는 기운이 느껴지느냐?
후후후~ 걱정말거라 나는 관대하기 때문에 먼저 건드리진 않으마.

이때만해도 저는 평화주의자였습니다.




 
아아... 가시덤불골짜기의 푸른언덕... 정말 짜증나는 퀘스트였지요.
한두페이지도 아니고 그 많은 페이지를 모으는게 얼마나 힘들던지.
퀘스트 보상 경험치가 쏠쏠해서 이를 악물고 단 한번 클리어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후 부캐를 키울땐 무조건 패스했지요;;;
정신건강을 위해서는 포기하면 편합니다. ㅇㅅㅇ
정말루요.




당시 대도시에선 인구가 많아 이런 퍼레이드를 종종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멋진 탈것을 타고 무리지어 도시를 활보하던 이들이 얼마나 부러웠던지요.

저도 언젠가 강력한 흑마법사가 되어 이들처럼 위풍당당한 자태를 뽐내겠다고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 2편으로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