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11-29 01:46
조회: 17,287
추천: 53
10년 전과 지금, 그리고 10년 후10년전 -어쩌면 더 전일지도-, 사실상 스타크래프트의 최전성기라 할 수 있는 시대를 풍미한 선수들이 막 뜨기 시작할
때 쯤 일이었다.
프로게이머 1호인 신주영이나,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을 대외에 크게 알린 이기석 같은 선수들이 나왔을 때, 사람들은 그
저 게임으로도 밥을 벌어먹고 살 수 있구나라는 정도로 신기해 하거나 소위 그냥 게임만 할 줄 아는 폐인으로 오해하는
일이 많았으나 임요환이나 홍진호와 같은 지금의 '판'을 심하게 말해서 만들었다고도 할 수 있는 큰 선수들이 등장하면서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이곳을 인정해 주는 사람들이 차츰차츰 늘어났고 그런 사람들을 바탕으로 e스포츠라는 말이
생겨났다.
사실 e스포츠라는 명문하에 선수들이 정식적인 스폰을 받고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상황이 됐어도 여전히 사회에서의
시선은 따가웠으며 -오죽하면 아침방송에서 임요환을 불러다가 게임폐인이라고;;- 연일 언론에서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내 기억으로 황당하게 게임잡지 기자들 조차도 프로게이머가 수년 내에 곧 사라질거라 말했다- 쏟
아내기 바빴다.
이런 부정적인 그리고 불안정한 바깥 시선 속에서도 그들은 열심히 일했고 그것들을 버텨냈다.
힘든 여건 속에서 수많은 선수와 e스포츠 관계자들이 이루 말할 수 없는 노력을 기울였고 그로 인해 이 판이 꽤나 크게 성
장할 수 있었던 거 같다.
억대 연봉을 받는 선수들이 생기더니 그 수가 서서히 늘어났고 - 사실 지금 우리나라에서 억대연봉을 받는 구기종목
스타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대형 기업들의 연이은 e스포츠 시장 진출로 한마디로 호황, 최전성기를 구가할 수 있는 시
절이 있었으며 그것이 꽤나 오래갈 거 같았다.
그런데 안타깝지만 이 와중에 몇 번의 위기가 오면서 공들여 쌓은 탑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내 생각엔 꽤나 튼튼하게 그리고 많은 노력을 기울여 만들었다고 생각했던 그 탑이 이리 쉽게 무너질 수 밖에 없던 이유
를 -사실 복합적으로 여러가지 이유가 많았다- 나름대로 생각해 봤었는데 최근에 들어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얼마전에 안 사실이지만 이런 최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절에도 수많은 선수들이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했으며 항상 그들
은 돈으로 인한 현실적인 싸움을 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
억대 연봉을 받으며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스타급 선수들 이면에는 밤새워 노력하고 주말까지 반납해도 박봉을 받
는 선수들이 있었다는 것, 그것이었다. -현재 국내의 비인기 종목 스포츠 선수들은 아마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경
우가 엄청하게 많을 것이고 인기스포츠에 종사하는 선수라 하더라도 별반 다르지 않다. 사실 상업성을 따지는 프로의 세
계에선 어찌보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지만 당시 e스포츠판의 선수들은 성적에 비해 어처구니 없는 연봉을 받는 경우가 참
으로 많았다.-
아마 이런 처지에 있다보니 프로게이머협회 같은 선수단체를 만들려하는 움직임도 있었으나 다들 아시다시피 -당시 게임
단들이 어떻게 대처 했는지 그리고 당시의 kespa가 어떤 움직임을 보여줬는지 생각해 보면...- 흐지부지 무마됐고 선수들
의 권익은 철저히 스폰서들에 손에 의해 상업적인 측면에 의해 무시되어 갔다. 아직 그들의 권리를 찾기엔 뭔가 시기상조
인 것이었을까?
이 와중에 몇 번의 사건이 연이어 터진다. e스포츠판에 위기가 찾아온다.
그리고 솔직하게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망했다. 뭐, 아니라고 부정하는 e스포츠 팬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몇개의 게임단이 연이어 해체했고 게임방송사 한 곳이 완전히 문을 닫는다.
그리고 그나마 인정을 받을려고 하던 이 판이 그런 사건들로 인해 또 다시 부정적인 견해가 쏟아지면서 엄청난 긴장과 위
축을 겪게되고 그로인한 상업적인 타격을 받았다.
이런 위기를 겪으면서 일자리를 잃는 선수들이 부지기수로 생겨났고 설사 자리가 보전됐다 하더라도 당연히 자연스레 전
과 같은 대우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e스포츠 시장이 위기를 겪자 그동안 이익을 보고 있던 혹은 보려 했던 몇몇 기업들은 발을 빼기 시작했고 그래도 포기하
지 않고 견뎌내려했던 몇몇 기업들은 굉장한 고심에 빠지게 됐을 거 같다.
그리고 그 안에서 그들만의 해결 방법을 찾은 듯 하다.
물론 상업적인 이익을 기대하는 스폰서들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당연한 판단이고 그 자체에 대한 비난은 절대로 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과연 이렇게 해서 이 판에 남아있는 것이 대체 무엇이며 앞으로 또 어떤 게 남아있을지 걱정스럽
다는거다.
e스포츠라는 말이 생겨난 뒤 10년 지났다. 그리고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무엇인가?
스타크래프트 이후에 리그오브레전드라는 게임이 각광을 받으며 또 다시 10년 전과 비슷한 상황이 만들어진다.
하지만 우습게 10년이란 세월이 지났음에도 어쩜 이리도 그 때와 상황들이 다르지 않은지.. -10년이란 세월의 노하우
는 대체 어디에 숨어버린 것인지? - 아니 어찌보면 더더욱 열악하다 해야할까?
10년전이나 지금이나 선수들의 처우는 그 활약에 비해 정당하다 볼 수 없는 상황이며 사회에서는 여전히 그들을 게임이
나 하는 폐인이라고 오해하고 손가락질 하는 상황이다.
이런 불안정한 상황을 이용하는 것이 현재의 게임단이다. 선수들은 이런 상황 속에서 그나마 자신의 가치를 존중받기 위
해 더더욱 승부에 목을 메야하고 그것을 부추기기만 하면 되는 것이 스폰서다.
그들에게 선수들의 권익은 뒷전이고 오로지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선수들을 마치 기계부품 다루 듯 마음대로 갈아끼우
고 이리저리 돌려보며 그것이 제대로 움직이고 결과를 만들어내면 그제야 상을 주는 것이 지금의 e스포츠판이 아닌지..
참으로 씁쓸한 기분이다.
결과주의가 만든 폐해.. 그것이 지금의 사태를 만들었다.
이기기 위해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해서 팬들에게 보답해야 할 경기들마저 그들은 이용했다.-비단 이런 일을
했던 한 팀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 lol판 전체가 모두 같이 떠안고 가야할 문제다.-
우승하기 위해 경기를 일부러 졌다. 그리고 그것이 어느정도 논란이 나긴 했으나 유야무야 넘어간다. 시간이 지나면 잊혀
진다는 듯이..(내가 화가 났던 건 10년을 넘게 응원해 온 팀의 프론트가 그런 걸 주문했다는 게 너무나도 황당했기 떄문이
다.)
왜 코치스텝은 그런 황당한 주문을 한 것이고 왜 선수들은 그것을 아무 꺼리김없이 따른 것이며 왜 팬들은 그것이 엄청난
문제임을 깨닫지 못한 것일까?
모든 것이 서로 아귀가 맞아가듯 문제들을 방관했고 이런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 또 일어난다.
정도의 차이는 있었을지 몰라도 내가 볼 땐 그 때와 전혀 다르지 않았다.
결과만이 우선되는 이 상황 속에서 그들은 애시당초 결과 자체를 포기했으며 과정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사실 결과만
큼 중요했던 게 과정이건만 그들은 그냥 생략해버린 것이다.
그리고 수많은 논란과 수많은 비판, 그리고 걱정들 그리고 뭔가 뒤늦은 대처들..
그런데 중요한 건 여기서 이렇게 끄트머리만 잘라내고 급하게 봉합한다 해서 나을 상처인가 하는 것이다. 언젠가 이런 사
태는 또 다시 일어날 것이다. 왜냐하면 여전히 우리에겐 그리고 그들에겐 결과만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프로라는 미명하에 "프로니깐 그래야 한다. 프로세계에선 당연한 것이다" 라고 단정짓는 그 속에서 또 다시 과정들은 무시
될 것이며 그 속에서 피해보는 건 결과를 만들어 내지 못한 사람들과 좋은 경기를 볼 수 없게 된 시청자들일 것이다.
스폰들은 이것을 스타판의 위기를 겪으며 깨달았던거다. 바로 이런 분위기를 이용하기만 하면 된다는 것을..
왜 10년이 지난 뒤에도 우리는 강민과 같은 선수들을 추억해야 하나.. 왜 아직도 임요환이고 홍진호인가? 왜 아직도 그들
을 기억하고 추억하는가? 그들에겐 지금의 선수들과 다른 뭔가가 있었다.
힘든 상황 속에서 노력해야 했고 그런 노력 속에서도 제대로 된 수입을 얻을 수 없었다. 라면 먹을 돈도 없거나 버스비 때
문에 몇 시간을 걸어야 하는 그런 열악한 시절을 견뎌내면서 경기를 했던 게 그들이다.
그리고 그런 상황을 알았기 때문에 우리들은 그들에게 승리를 강요하지 않았다. 승자도 패자도 모두가 인정을 받는 시기
였다. 그래서 더더욱 좋은 경기가 나올 수 있었고 그런 그들이 영웅으로 태어날 수 있었던 거 같다.
세월이 지나 왜 새로운 선수들에게 10년 전 선수와 같은 의식을 갖추지 못했냐고 말한다. 환경도 그때보단 나아지고 휠씬
편해졌지만 분명 그럴 수가 없는 상황이다. 팬들부터 이미 선수를 바라보는 시선이 그때와 너무나도 다르고 이걸 아는 스
폰들은 그런 선수들을 이용하고 있는데 어떻게 그 때와 같은 상황을 바란다는 것일까..
이런 상황 속에서 과연 우리는 임요환이나 홍진호를 대체할 수 있는 영웅들의 탄생을 꿈꿀 수는 있는 것일까?
시간이 많이 흘러 리그오브레전드의 인기를 누를 수 있는 게임이 등장한다. 새로운 e스포츠 시장이 형성된다. 그 속에서
과연 기존에 있던 lol 선수들과 팬들은 어떠한 대처를 할 것인가?
과거부터 지금까지 계속 선수들은 보호받지 못했고 정당한 대우를 받는 선수는 극히 적었다. 그런 가운데 lol판이 위기를
겪는다면 고스란히 이들은 잊혀지고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나서 lol을 대체할 수 있는 게임으로 자연스레 이 판이 그대로 대물림된다. 갑과 을이 그대로 옮겨가는 상황...
그것이 현재의 e스포츠다. 언제까지고 끝나지 않을 제자리걸음..
세월이 지나면 선수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으며 좋은 경기를 보여줄 수 있을까? 글쎄다.. 벌써 10년이 지나도 이판이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는 건 뭔가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겨우 10년이 지났다라고 말하며 희망적으로 생각해보기엔 현재 이 판
이 너무나도 불안정하다.
롤드컵같은 국제대회에 우승하고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경쟁력을 갖추고 한국 e스포츠의 브랜화를 꿈꾼다지만 당장 눈앞
에 닥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갈길이 멀다...
10년 후에 당신은 매라나 인섹 페이커 같은 선수들을 과연 기억하고 추억할 수 있을까? 과연 이들이 영웅이 될 수 있는 상
황인가? e스포츠가 단순한 오락거리로 치부되느냐 아니면 지금보다 나은 인식과 발전성을 가지고 완전히 합당한 문화컨
텐츠로써 당당히 그 명맥을 유지해 갈 수 있느냐는 여기에 달렸다.
EXP
15,891
(84%)
/ 16,201
|
비밥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