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이니 라인이니 하는데 그냥 라인으로 쓰겠습니다.


정글도 탑, 미드처럼 하나의 라인이다.
정글이 왕귀형 라이너처럼 갱[라이너라면 로밍] 안가고 CS만 챙겨서 후반 왕귀하겠다는데 뭐가 나쁘냐.
정글이 라이너 뒤만 닦는 휴지냐.

섬광에 대한 정글러들의 말은 대충 저런 느낌인 것 같던데.


애초에 정글이 왜 있는지, 그리고 정글러는 왜 정글을 픽하는지부터 생각해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라이엇이 정글러도 그냥 라이너처럼 하게 하고 싶었으면 그냥 라인을 네개 만들고 정글을 안만들었겠죠?

정글링 자체, 즉 정글 캠프의 몹을 잡는 행위만 놓고 보면 리스크가 낮다는 이야기도 이미 라이엇에서 공식적으로 말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섬광이 몇차례 너프가 되었고, 또 너프가 되는거고요.

정글이라는 [라인]은 정글러는 라이너와 달리 위치가 쉽게 노출이 되지 않는 특성을 살려 적정글을 카정하거나 아군 밀리는 라인을 지원하기가 라이너의 로밍과는 확실한 차이를 보입니다.

여기서 로밍과 갱킹의 차이점도 설명이 되겠네요.

 

 

LOL은 5:5의 팀게임이고, 각자가 맡은 역할이란 게 있습니다.

야구로 비유하자면 유격수가 [난 맨날 존내 공쫓아 뛰어다니는데 포수 저쉐킨 맨날 편하게 앉아서 공이나 쳐받네ㅡㅡ 조아 나도 포수!] 하고 유격수 없이 2포수 체제라거나 하진 않죠?

축구로 비유하면 수비수가 [나도 골넣고 연봉올리고 싶으니 공격수 켈켈] 하고 골키퍼 1, 공격수 10명으로 축구하진 않죠?

 


정글러도 정글이라는 라인에 서는 라이너가 맞습니다. 다만 그 역할을

 

[아 쉬밤 난 맨날 똥싸는 라이너 색히들 뒤나 닦아주는 역할인가? 개 족같네ㅡㅡ]

 

로 생각하실 수도 있고

 

[탑이 좀 밀리고, 봇은 비등, 미드는 이기고 있네? 미드 저렇게 라인 밀다 갱올 거 같은데. 좋아. 핑찍고 역갱을 노려볼까? 어? 적 정글 봇에 보였네? 그럼 난 일단 탑 먼저 풀고 미드로 가면 역갱 볼 수 있겠다. 이 게임의 지배자는 바로 나지.]

(좀 오글거리네요)

 

로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라이너들이 정글러들을 자신의 뒤 닦는 휴지 쯤으로나 생각하는 건, 정말 그래서가 아니라 그냥 그렇게 생각하는 라이너들의 사고 방식이 잘못된 것뿐입니다. 정글러들이 자신을 라이너들의 뒤나 닦아주는 휴지 쯤으로나 생각하는 것 역시, 그렇게 생각하는 정글러 분들이 잘못 생각하시는 겁니다.

 


한 번 물어봅시다. 정글러 여러분, 왜 정글을 픽하시나요?


1. 왕귀형 라이너처럼 CS 파밍만 죽어라 해서 게임 캐리하고 싶은데 맞라인으로 파밍할 자신이 없어서 정글로 도망

2. 막타 부담 ㄴㄴ

 

 


섬광에 대한 이야기는 단순히 [정글러는 캐리하지 말라]의 이야기가 아니라, 라이너들이 정글러에게 기대하는 역할은 무엇이고 정글러가 자신이 정글을 픽하는 이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너프 후에는 추이를 봐야겠지만 적어도 너프 전까지는 [진짜] 정글러가 아니라 게임은 지가 캐리하고 싶고 그렇다고 맞라인은 자신없고 정글 어찌 도는지도 모르는 어중이 떠중이들이 섬광 스택이나 쌓고, 더군다나 그 스택이 플레 이하 레벨이나 일반 큐에서의  영향력은 또 매우 커서 [진짜] 정글러가 아닌 [가짜] 정글러가 판을치기 때문에, 저는 섬광이 현재의 방식이 아닌, 어떤 다른 형태로의 변경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깊게 고려해 보지 않은 다소 극단적인 예를 든다면

 

섬광을 위한 스택 수 : 30개 -> 15개, 혹은 10개로 감소

스택을 쌓는 조건 : 상대 진영 정글 몬스터나 드래곤/바론 사냥 시 +1스택

섬광 자체 스펙 : 1차 너프 정도로 롤백 (즉, 현시점보다 강화)

 

쉽게 이야기해서, 카정을 통해서만 스택을 쌓으며 스택을 충분히 쌓는다면 정말 강려크하지만 스택을 쌓기 위해 자신이 져야 할 리스크는 [상대 진영 정글로의 난입]입니다.

 

라이너가 상대 라인을 상대하며 왕귀를 준비한다면 정글러도 왕귀를 위해서는 상대 정글을 상대해야겠지요.

 

확실한 리스크와 그에 따른 확실한 보상. 카정을 막기 위한 아군 라이너들의 지원과 이를 뚫기 위한 아군 라이너들의 지원.. 막 짜낸 방식이지만 적어도 현재 섬광보다는 훨씬 소환사의 협곡이 박진감 넘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건 저뿐일까요?

 

 

마지막으로 바라는 것은.. [정글러가 왕귀하는 게 왜 잘못이냐?] 라거나 [정글러가 왜 라이너 뒤를 봐줘야 되냐?] 라고 주장하시는 분들은 부디 정글이 아니라 라이너로 돌아오시기 바랍니다. 여러분들을 위해 나서스, 뽀삐, 베이가, 잭스 등.. 많은 라인 챔프들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일 정글러를 픽하셨다면 


죽어가는 라인을 살리고, 위험한 라인을 위기에서 구하세요.

적 정글의 동선을 파악하고 완벽한 타이밍의 역갱, 혹은 카정으로 이득을 얻으세요.

정글 뿐만 아니라 전체 게임의 흐름을 지배하세요.

그리고, 승리하세요.

결과창에서 상대 팀의 [정글 클라스 차이 ㄷㄷ] 소리가 나오게 만드세요.

그것이 바로 정글러가 캐리한 게임의 바람직한 모습이겠죠.

[섬광 씹OP ㅅㅍ 30분 내내 전라인 탈탈 털었는데도 그냥 털리네ㅡㅡ] 가 아니라요.

 

 

 

이상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긴 글이니 두 줄 요약 첨부합니다.

 

1. 섬광 논란은 [정글러는 캐리하면 안된다]가 아니라 정글이라는 라인이 왜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2. 섬광러들은 라인에서의 도피처로 정글을 선택한 것은 아닌지 돌이켜 생각해 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