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국 리그를 바꾸려면 그만한 대가와 고찰을 해라

윈터 없앤다느니 1팀 체제로 간다느니 다 좋다 이거다. 그런데 그만한 대가를 시장에 안 내놓고 단순히 윈터 없애겠다는 말과 단일팀 체제를 가볍게 언급했다면 그것 자체가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애초 판을 다르게 짜 놓고 갑자기 생태계를 바꾼다면 어떤 후폭풍이 닥칠지 생각은 했나?

예를 들어보자. 

나는 윈터 ogn 롤챔스 예선전을 준비하던 아마추어이다.
오늘 윈터를 삭제하고 lcs 방식으로 10개팀을 선정하고 리그제로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예선전을 위해 몇달을 준비했지만 16개이던 자리는 오히려 10개로 줄었고 lcs 방식으로 간다면 처음부터 1부리그에 소속되지 못한다면 올라갈 수 있는 길은 바늘구멍밖에 없어진다.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

잘 모른다는 분들을 위해 설명하면 lcs 승강전은 전시즌에는 2개팀을 선정하여 2부리그의 최상위 팀과 붙어서 직접 승강을 결정하도록 하는 시스템이었다. 1차적으로 리그의 최하위 2팀이 되어야 하며, 최하위가 되더라도 2부리그의 팀과 붙어서 이겨낸다면 1부리그에 계속 남을 수 있게 된다. 이 1부리그에게 지급하는 돈은 라이엇이 전적으로 부담하며 그 액수는 20만불이나 된다고 한다. 1부리그와 2부리그가 엄청난 격차를 보이는 것은 이 때문이며 거의 1부리그는 붙박이가 되어 절대 하위로 떨어지지 않는 이유가 된다.

이는 현재 한국이 강점이라고 생각되는 최상위권 아마추어들이 롤챔스 5,6위팀들과 한판 붙어 볼 수 있는 기회를 삭제하는 셈이 된다. 현재 nlb는 16강부터 8강 탈락한 프로팀들까지 포함한 토너먼트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최상위권 아마추어들에게 프로의 운영과 실력을 제대로 배울 수 있는 장이 된다. 또한 어느 팀이든 하위 리그로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안이한 운영이나 자만은 전혀 볼 수가 없어진다.

이는 한국 롤씬에 굉장한 메리트라고 생각되는데 lcs체제로 간다면 이 메리트는 삭제되고 1부 리그는 1부 리그대로, 2부 리그는 2부 리그 대로 다른 양상을 띄게 된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거리가 훨씬 벌어지는 상황이 초래된다는 것이다.

한국 롤판이 강한 이유는 다른 이유들도 있겠으나 롤챔스가 16강이든 12강이든 많은 숫자의 팀들을 받고 또한 시드권이 미약하며 아마추어들에게 최대한 넓은 문을 주려고 노력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만약 lcs 체제로 넘어가면 이 강점은 사라져 버린다. 처음부터 같은 방식을 적용했다면 이제와서 박탈감이 들 여지도 없었을 텐데, 한국의 리그 체질을 강제로 수정하고 싶다면 일단 한국 롤판의 구 체제에서 좋은 점을 반드시 이어받아야만 사람들을 납득 시킬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토너먼트 제가 된 이유는 아마도 ogn이라는 방송사와 함께 리그를 구성 했기 때문에 시청률이 잘 나오는 방식을 도입 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결과 한국 롤판은 강해졌고 나쁜 일도 있었지만 리그제와 다른 강점도 지니게 되었다. 이것을 하루아침에 바꾸려면 온게임넷의 수익 역시 생각을 해 줘야 한다. 16강 조별리그보다 8강 이후의 토너먼트가 더 불타오르고 화제가 되는 것은 뻔한 사실이었고 앞으로 리그제를 도입하려면 이 시청률과 리그제로 인한 탈력요소들을 제대로 잡아내야만 할 것이다. 그런데 과연 라이엇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가? 나는 의문이 든다.

현재 한국 롤판의 상황은 굉장히 힘든 상태이다. 
16강 진출팀들도 3개월 버티는게 어려워서 nlb 내려오면 우수수 나가고 갈리는 상황이 초래된다.
현재 인벤 메인의 이성은 감독이 스폰서를 구하느라 동분서주한다는 기사가 있다.
그 팀은 심지어 지난 시즌 16강을 뚫은 팀이지만 시즌 시작 1달 정도 남은 상황에서도 아직도 스폰서를 구하지 못했다.
16강을 뚫는 것도 어려운데 그걸 뚫었다고 해서 시즌 운영비는 커녕 선수들 한명의 월급도 안 되는 돈이 나오는 데 누가 현재 롤판에 아마추어들에게 더 많은 열정을 요구하고 프로들의 처우 개선을 바랄까?

라이엇의 현명한 결정을 바랄 뿐이다.

2. 롤드컵 올인 재고하고 중소규모 대회를 만들어라


라이엇이 스스로 e스포츠의 주체가 되기로 한 결정은 굉장한 일이었다. 대회의 권위도 살릴 수 있으며, 게임사 자체가 주도하는 리그는 게임이 서비스 되는 지역이면 어떻게든 e스포츠를 보는 시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힘이  있었다. 하지만 명이 있으면 암이 있는 법이라고 했던가?

lcs lpl ogn 다 좋은데 왜 단일리그만 허용하고 중소규모 상금을 지급할 수 있는 교류전과 국내 리그를 막는 조치를 취했는지 의문이다. 롤드컵의 권위와 라이엇의 통제가 쉽도록 구성한 것은 이해가 간다. 서킷포인트가 그 대표적인 것인데, 이 서킷 포인트를 통해 라이엇은 최고의 권위와 상금을 가진 롤드컵에 관련된 리그를 자신들이 직접 관리 할 수가 있다.
그러나 이 서킷포인트는 양날의 검으로 이 포인트의 존재 때문에 각 나라의 리그는 사실상 단일리그화 한 것도 모자라 교류전이 롤드컵으로 한정되어 버렸다.

이는 지원을 받는 lcs 팀들에겐 별 문제가 아니다. 
그들은 1부리그만 들어가면 안정적인 돈과 인기=스트리밍=돈이 보장된다. 
그러나 지원이 거의 전무한 한국의 중소규모 팀들은 설 자리가 없어져버렸다.

중소규모의 서킷이나 돈이 걸린 대회가 전혀 없고 모든 것이 롤챔스에 올인된 상황에서 중소규모 팀들은 16강을 뚫어도 나오는 지원금은 턱없이 부족하고 리그제가 아닌 까닭에 토너먼트에서 떨어지면 노출될 기회는 현저히 적어져버려 이중고를 겪고 있다. 지원을 늘리거나 결국 토너먼트가 아닌 리그제로 가는 양극단만을 생각하지 말고 오히려 작은 중소규모 대회를 열면 되지 않느냐 하고 묻고 싶다. 

작은규모의 대회의 상금도 아마추어와 하위 프로씬들에게는 소중한 기회가 될 수도 있는데, 지금은 아무도 그런 것을 할 수가 없다. 모든 것이 롤챔스와 롤드컵에 올인된 상황에 누가 함부로 자신의 최대의 기회를 발로 차면서 눈앞의 작은 상금만을 노리겠는가.

물론 누군가는 한국만 다른 방식의 리그전이 아닌 토너먼트 전이라 문제라고 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왜 한국을 예외 지역으로 두면서 돈도 적게 주고 다른 리그도 없애는 이중차별을 두었는지부터 묻고싶다.
완전히 예외지역으로 두려면 적어도 다른 리그를 만들 권한은 줘야하는 게 아닌가?

3. 정말 e스포츠를 키우고 싶다면 표준계약을 만들고 문호를 개방해라

이번 중국으로의 엑소더스처럼 이뤄지는 한국 프로씬들의 유출은 어쩔수 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가 아는 한 한국만큼이나 프로들이 프로답게 행동 할 수 없게끔 만드는 리그는 보지 못했다.
프로가 프로답게 행동하려면 그만한 품위를 유지할 돈과 권위가 필요하다.

MLB에서 활약한 박찬호 선수 일화중에 이런 이야기가 있었다.
박찬호 선수가 마이너에서 메이저로 올라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무렵 원정을 나가게 되었다.
박찬호 선수는 원정을 나간것이 익숙치 않아 식당을 찾지 못했고 어쩔 수 없이 햄버거 가게에서 버거로 끼니를 때웠다.
그걸 본 동료 선수와 감독이 그 다음날 박찬호 선수를 불러 메이저리그 선수라면 품위를 지키라고 충고했다는 이야기다.

이야기만 들으면 버거 가게에서 버거를 먹은게 무슨 잘못인가 싶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이야기도 일리가 있다. 박찬호는 누구나 선망하는 메이져리거의 일원이 되었고 그만한 돈과 명예을 받았다. 그런 사람이 버거 가게에 들어가서 아무렇게나 밥을 먹고 행동하며 메이저리거도 별 다를 바 없음을 내보인다면 마이너리거들 및 일반 대중들이 메이져리그를 어떻게 생각하게 되겠느냐는 것이었다. 
권위와 품격은 아무렇게나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충고는 새겨 들을 필요가 있다.

물론 야구와 E스포츠는 규모가 다르다. 하지만 정말 e스포츠를 큰 규모로 키우고싶다면 이런 생각은 해봐야한다.
우리가 e스포츠의 주인공들에게 제대로 된 품위유지비를 내고 있는가?

지금 리그를 캐리하는 게 게임 만드는 라이엇인 것은 부정 할 수 없다. 그것 자체는 대단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한 발만 더 나아갔으면 좋겠다.
야구나 축구처럼 주체가 되어서 선수들의 계약을 표준화 했으면 좋겠다.
모든 리그에 공정한 계약이 되도록 표준 계약을 만들어서 그게 모범이 되고 e스포츠가 발전했다는 증표가 됐으면 좋겠다. 그게 진짜 e스포츠가 현실 스포츠처럼 발전하는 원동력이 될거라고 생각한다.
정말 그게 어렵다면, 정당한 트레이드 시장을 구축했으면 좋겠다.

나는 라이엇이 정말 큰 그림을 보고 시장을 키웠고 이만큼 성공한 것도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이대로 멈춘다면 라이엇은 굉장히 폐쇄적인 리그를 운영하고 있다고 밖에는 말 할 수 밖에 없다.
지금까지 내실을 다졌다면 이제 문호를 개방하고 좀 더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