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배우다

내가 일을 구하는건 그렇게 어렵진 않다
다른 동료 배우들이나 스태프들이 나를 좋아해주기 때문이다
아마 내가 이것저것 할줄아는게 많아서 그런것같다
배역을 구하기 힘들어하는 사람도 있는데 나는 훨씬 좋은 입장이란것에 감사한다

촬영장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동료 배우 김스커와 이데헌이 왔다 이 둘은 정말 잘생겼다 이렇게 잘생긴 사람이 하는 연기는 나처럼 외모가 별로인 사람이 하는것과는 느낌부터가 다르다

그래도 이들은 내가 하는 대사가 자기 연기를 살려줘서 좋고같이 있으면 든든하다고 한다
오디션을 봤을때도 내가 와줬으면 좋겠다고 감독님한테 말했다고하니 고마울따름이다

촬영중엔 하는 일이 정말 많다 스태프분들이나 매니저님 코디네이터분들이 하는 일을 도와드리기도 하고 센스있게 대사 한마디씩 넣기도해서 동료들에게 칭찬도 종종 듣는다
이럴땐 정말 기분이 좋고 이 일을 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한다

한 영화 평론가가 저번에 촬영한 영화에 관해 글을 썼다 내가 어떤 평가를 받았을지 궁금했다

그런데 나에대한 이야기는 아예 없는것이다 글을 다시 읽어보니 나를 촬영 스태프정도로 취급하는것같다

스태프들의 일을 도와주긴했지만 엄연히 배우로 캐스팅 되어서 온것인데 이상하다
배우로 참여해서 촬영을 했는데도 아예 신경을 안써준다는게 기분이 상한다

저번엔 촬영중 문제가 생겨서 한명이 자리를 비워야하는 상황이 됐는데 나보다 연기도 잘 못하는 후배 배우가 내가 비중이 제일 적고 할줄 아는게 많으니 갔다오는게 어떻겠냐는 말을 했다

화가났다 내가 너에비해 경력도 연기력도 좋은데 그래야하나는 생각이 들어서 싸움이 났었다

다른 동료와 술한잔 하며 신세한탄을 했더니 넌 그래도 찾는데가 많으니 그거면 된거 아니냐고 한다
또 넌 이것저것 할줄아는것도 많고 다른 잘나가는 배우들이 좋아하니 차라리 매니저를 해보는게 어떻냐고한다

나는 내가 안다 내가 할줄아는게 연기말고도 많지만 내가 하고싶은 일은 배우다
매니저나 스태프들의 일을 도와줄순 있어도 그 사람들에 비하면 한참 모자란걸 내가 제일 잘 안다

내 연기를 모니터링 해보고 다른 선배들에게 조언도 구해보고 이런저런 노력을 해보지만 한계가 느껴진다

결국 근처 교회에 가서 신에게 기도를 해본다
제가 조금만 더 배우로써의 역량을 달라고 대작영화에 주연배우는 바라지도 않을테니 비중있는 조연의 역할을 맡고싶다고

기도하는 모습을 보고 누군가는 이렇게 말한다
할줄아는것도 많고 배역도 잘 구하면서 지금보다 연기 잘해지고 잘생겨져서 뭐할거냐고 대작영화 주연을 맡고싶냐고 욕심이 많다고

다른 누군가는 이렇게 말한다
넌 그게 어울린다고 너의 위치는 딱 거기까지니 그 자리에 만족하면서 살라고

또 다른 누군가는 이렇게 말한다
대학교 졸업작품 정도 되는곳에선 주연이 될수있는거 아니냐고

또 또 다른 누군가는 이렇게 말한다
잘나가는 김스커 이데헌 발닦아주면서 살라고

내가 더 비중있는 배우가 되고싶어하는건 다른 예쁘고 연기 잘하지만 배역을 잘 구하지 못하는 다른 배우들에겐 배부른 소리처럼 들리는건가?
할줄 아는것도 많은 내 위치는 이정도면 되는데 내가 이 이상을 바라는게 욕심인건가?

이젠 잘 모르겠다

내 이름은 워로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