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시간정도 테섭에서 썩고 나온 후기입니다.

우선 개발자 노트에서 알 수 있는 이번 블래스터 패치는 너프가 아닌 개편입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1티어 각인들 위주로만 사용하고 쌍직각을 쓰기에
악세값이 미쳐돌아가는 블래스터의 특수성을 해결하는 것이 건강한 방향이고
포강 화강 빌드를 좀 더 구분해야 밸런싱이 용이하기에 블래스터가 수술대에 오르게 되었고,
개발진 나름대로는 너프가 아닌 현상 유지를 목표하고 패치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여러 이유로 사실상의 너프가 되었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1. 쌍직각 선호 문제는 해결되었는가?

이전처럼 쌍직각이 필수는 아니게 되었으나 특화블래에게 조금 아쉬울 수 있는 받피감이,
그것도 1각인만 써도 3각인과 같은 수치로 화강에 달려있는만큼
일리아칸 트라이를 앞둔 현 시점 화강1은 상당히 괜찮은 1각인 후보로 보입니다.
더군다나 포강 3이 사실상 필수가 되었고 치적이 잘려 아드3 채용률 역시 높음을 생각하면
화강1이 고점용 세팅은 아니나 종합적 능력치를 봤을 때 여전히 경쟁력이 높은 선택지라서
예전보다는 아니라도 쌍직각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높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 화력버프 효율 vs 게이지 수급 증가


제가 로알못이라 그러는데 특화 효과 한줄을 저딴걸로 채우는 직업이 또 있나요?
원래는 30% 딜증을 약 80% 딜증으로 끌어올려주는 효과인데
이게 깎여나간 대신 일반스킬과 포격스킬 딜량이 올라가긴 했으나
깎여나간 수치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3. 컨셉의 분리는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는가?

신치(화강) 빌드와 특화(포강) 빌드간의 분리는 언젠가 이루어졌어야 했을 일이고
필연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세팅 부담으로 인해 피해를 입을 법한 과업이었기에
이미 세팅을 마치고 스펙이 안정된 유저들 입장에서는 언젠가 하긴 하겠지만
굳이 빠른 시일 내에는 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을 겁니다.

결국 이번에 올것이 왔고,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그 피해가 가치있을만큼 합리적인 컨셉 분리가 이루어졌냐는 겁니다.
2번에서 언급한 화력버프 효율의 연장선 문제인데, 특화 빌드의 경우
80% 이상 딜증이 되어야 할 3단계 효과가 30% 딜증으로 바뀌게 되었고
이에 대한 보상으로 스킬 피해량 16%, 포격 피해량 25%를 받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30% 딜증을 80% 딜증으로 올려주는 효과는 약 38.5% 딜증이며
보상으로 받게 된 수치는 여기서 본 손해에 전혀 미치지 못하는 수치입니다.
화력 게이지가 사실상 상시 3단계로 유지되는 메리트를 얻었으나
이는 신속 빌드에서의 이득이 큰 효과이고, 특화 빌드에서의 이득은 크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이번 패치로 특화 빌드에서 일반스킬 딜량이 많이 떨어진 점을 고려하면
결국 상시 3단계로 인해서 특화 빌드가 얻는 것은 적으면서 잃은 것만 많게 됩니다.

이전에는 화력을 채워 3단계에 돌입 후 3단계에서 가장 강한 딜을 넣는다는,
특화 빌드에 어울리는 구조가 신치 빌드를 침범하고 있는 상태였다면
현재는 상시 3단계가 유지되는 신치 빌드의 구조가 특화 빌드를 침범하는 상황입니다.
우리끼리 갈라치기 하자는게 아닙니다. 이 구조를 해결하기 위해 패치를 한 것이고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봄에도 불구하고 미래를 위해 강행한 것인데
결국 이번 패치는 갑을관계를 반전해놨을 뿐 전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우리끼리 누구 탓이니 싸울 문제가 아니라 이렇게 만든 놈들을 탓해야 합니다.


4. 패치 방향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게이지 수급 변화

이번 패치에서 특화 블래에게는 새로운 과제가 주어졌습니다.
낮아진 딜량, 버프 효율, 그러나 사실상 ON/OFF가 생긴 편해진 아덴 관리로 인해
이전보다 사이클의 주기를 줄여 이전과 같은 딜량을 유지하라는 과제입니다.

하지만 이런 패치를 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모든 일반 스킬의 포격 게이지 수급량이
40% 감소해버렸고, 스마게는 아주 한정된 선택지들만을 남겨두었습니다.
마치 이걸 쓰라는듯이 말이죠.

해당 선택지는 장전(구 화력조절) 트포가 생긴 강화탄,
수급량이 너프됐으나 원래 우수했던 다연장
기존의 전포 화방(화방의 경우 수급량 32.2% 너프)
이번에 게이지 수급량이 증가한 중폭 입니다.

이것들 외에 게이지 수급량이 준수했던 스킬은
연쇄폭발 네이팜, 빅팩 영풍 포탑, 미폭, 공폭이었으나 모두 40% 너프를 먹었습니다.
언급된 스킬들은 모두 8개로, 에필을 채용한다 가정했을 때 이 중 7개를 채용하는 것이 보통이고
사실상 거기서 거기의 스킬 구성으로 플레이하게 됩니다.

문제는 이번 패치로 인하여 우리에게 요구된 플레이 방식은
이전보다 빡빡하게 스킬을 굴려 게이지 수급을 하고 포격 사이클을 돌리는 것인데
이들 중 중폭은 30초, 화방은 이번 패치로 27초의 쿨타임을 가져
10홍을 채용한다고 해도 스킬 쿨이 사이클 주기를 전혀 따라오지 못한다는 겁니다.

패치 이전 기준으로는 2전포로 3단계 진입이 가능하거나 3번째 전포를 쓰면서 사이클에 진입했는데
패치 이후로는 어떻게 스킬을 구성해도 3전포까지 써야 포격모드 진입이 가능하며
어떻게 2전포로 포격모드에 진입했다 하더라도 다음 사이클에서 스킬 쿨타임 문제로
결국 3전포 진입을 하게 됩니다.

이전보다 사이클 주기가 많이 단축된다 하더라도 결국 지속딜러가 됨에 따라
딜컷과 기믹, 전탄 명중이 어려운 전포 구조 등으로 인해서 손해인 판인데
사이클 주기 단축도 생각만큼 많이 할 수 없도록 족쇄가 걸려 있는 상황이고

어떻게 어떻게 테섭에서 본섭만큼, 또는 그를 약간 상회하는 연습장 DPS를 뽑았으나
신속 0 극특치 빌드임에도 불구하고 영거리에서 피아노치듯이 사이클을 굴려야 해서
실전성은 예전보다 몹시 떨어질거라 예상되는 상황입니다.

이런 모순적인 패치를 '하향' 이 아닌 '개편' 이라는 이름으로 들고 오는 것이 상당히 괘씸합니다.
특히 게이지 수급 트포를 게이지 수급량이 쥐똥만한 강화탄에 준 점,
화방 쿨타임을 24초대도 아닌 27초 구간으로 늘린 점은(거기다 빠준은 장전 트포랑 같은 라인ㅋㅋ)
노골적으로 엿을 먹이려고 하는건가 싶을 정도로 악의적으로 느껴집니다.


5.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아니 늦었는지도 모르지만 노력은 해봐야 합니다.
지난번에도 테섭 결과보다 훨씬 좋은 본섭 패치를 받은 경험이 있으니
어떻게든 목소리 내고 피드백해서 고칠 것은 고쳐봅시다.


6. 개인적으로 ㅈ같은 점

패치 전 블래가 사기인지 아닌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리스크에 합당한 리턴이라고 생각하는데 팔이 안으로 굽는걸지도 모르죠.
다만 저는 기억합니다. 포강도 나오기 전, 뭐 이런 병신캐릭이 있냐며 울며 겨자먹기로 신치블래를 하거나
지금보다 50%는 구린 포격스킬을 가지고 꾸역꾸역 특화블래를 하던 우리의 모습

그리고 9월 패치 이후 반년이 넘는 시간동안 역대급 병신 캐릭터를 하면서
웃음거리 취급받고 불쌍한놈 취급받으면서도 다맞추면 쎄다고 올려쳐지던 기억
1티어~1.5티어 직업끼리 "지금 황밸 아님?" 하고 있을 때 조용히 피눈물을 흘리던 기억

그렇게 고난의 행군을 끝내고 이제야 빛을 보고 게임하고 있는데
정말 공교롭게도 그 후에 유난히 정신차리고 빨리 밸패에 손을 대는 스마게와
하필 메인 수술대상이 되어 버린 블래스터
정말 행복할 시간이 없습니다.

이상하게도 나쁜 것들은 미루고 미뤄서 고쳐지면서
좋은 점들은 빨리 고쳐지는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