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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29 01:38
조회: 1,100
추천: 9
술, 토끼, 요들피드백을 해주세요. 제발
[썸네일 처럼 쓰고 있던 스킬 아이콘을 첨부하니까 에러가난다. 아오빡쳐]
이제 대충 짐작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본 연구소의 자료수집은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대담과 관찰. 대담은 말 그대로 당사자에게 직접 찾아가 음주문화나 다른 화제로 대화를 나누며 필요한 정보를 얻는 방법이다. 두번째 방법인 관찰. 관찰의 경우는 사실 매우 은밀하게 진행된다. 그렇지 않고서야 흑마술사 사냥꾼과 자운 특급 살인마의 만남이나 빌지워터에서 발생한 소요사태, 쿠도 장군의 두 따님의 사생활 따위에서 음주문화에 관한 자료를 얻어낼 도리가 없지 않은가. 이와같은 방식의 정보수집은 중요한 장점이 하나 더 있다. 당사자의 견해가 아닌 실제 행동양식에서 음주문화와 관계 있는 요소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 이런 이유로 본 연구소의 요원들은 비 공개적인 방식의 관찰을 시도하고 있다. 물론 이렇게 수집한 정보는 일반공개, 대외비, 극비자료로 잘 구분하여 관리하고 있으니 뜨내기 저널이나 (폐간된다고 들었다.) 별도의 매체를 통해 공개된 부정확하고, 근거없는 텍스트들과는 격을 달리한다 자부할 수 있다. 이쯤에서 자료에 관한 이야기로 넘어가겠다. 평소보다 분류코드가 더 요상한 이 자료는 꽤 흥미로운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여느 뒷골목 뒷골목을 돌아 와전되고 변질된 괴담, 조악한 정보처리능력과 자극적인 요소에만 현혹되어 유포된 뜬 소문을 통해 이 사건의 전말을 접했다고 생각하는 멍청이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이 기록이 더욱 사실에 가깝다. 이렇게 호언장담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측 요원이 현장에 있었기 때문이다.
"진짜 끝내주는 무기는 아직 안꺼내놨는데 이건 크기 조절도 되고 너같이 [삭제] 한 [삭제] 해서 [삭제] 넣은 다음 [삭제]..."
녹서스 내 계파문제로 같은 자리에서 만나기 어려운 사람들을 한곳에서 보고 있는 것도 신기했지만 요원이 생각하기엔 순간적으로 우주류 봉술을 연마한 원숭이가 방금 [삭제] 씨 께서 설명한것과 비슷한 무기를 쓴다는 말을 꺼내려다 꾹 참은 자기 자신이 더 신기하다고 했다.
이와같은 유명인사들 말고도 흥미롭게 관찰한 음주문화중 하나는 이 가게 직원들의 복장이다. 남성직원들의 깔끔하고 선이 잘 잡힌 정장풍 제복도 훌륭했지만 중요한건 이 업소에 산재해 있는 토끼들. 이족보행 토끼. 남자손님에게 아양떠는 토끼, 여기 손님들이 팁을 많이 준다고 들었지만 이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감동하는 토끼, 그 기분에 넙죽넙죽 받아마시다 전설적인 분홍보석 칵테일을 마셔버린 토끼, 무대에서 허위적 흐느적 공연중인 토끼, 일부 손님들의 시선이 부끄러운 토끼, 당근을 들고 돌아다니는 토끼, 아잉 사장님 여기서 [삭제] 안된다는 토끼, 손님들과 VVIP실로 떠나는 토끼...
토끼는 우선 유달리 친절했던 남자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이어 뭔가 부러지는 소리에도 아랑곳 않고 소파를 밟고 도약하더니 이번에는 테이블을 쪼개버렸다. 술이튀고 깨진 술병이 튀고 당근에서 피도 튄다. 먹으려고 들고온 당근은 아닌게 틀림없다. 토끼가 뒤를 노려본다. 흉악한 날붙이를 꺼내놓은 녹서스놈이 보인다. 아까보다 크고 두꺼워진 당근을 휘두르자 섬뜩한 야채바람이 날붙이와 그 주인을 날려보낸다. 가장 먼저 달려온 경비원은 당근 이파리로 미간을 찍고 배를 걷어차자 잠잠해진다. 하지만 눈이 뒤집힌 건 얻어맞은 사람이 아니라 토끼다. 아직 안 박살난 테이블을 딛고 도약하더니 마공학자들이 술은 적당히 마시라고 권고했던 개조인간 쪽으로 날아오른다. 토끼가 날고 있다. 당황한 개조인간의 손에서 부식성 수류탄이 발사된다. 당근으로 쳐내자 산성 물질이 발사한 본인의 몸에 더 많이 튄다. 반대쪽 손의 로켓이 자기쪽으로 되돌아오자 기겁을 하며 도망쳤기에 망정이지... 목표를 놓친 토끼가 이번엔 근처에 눈에띄는 새 쪽으로 당근을 겨눈다. 새는 기괴한 마법진을 열어놓고 반대쪽으로 내뺐다. 토끼보다 다섯수는 앞선 판단으로 보인다. 주점 어딘가에서 괴상한 비명소리가 들린다. (우리측 요원은 그 비명소리를 해석하는데 성공했다. 이케시아 표준어로 "공허의 토끼다." 라는 뜻이라고 한다.) 말투가 기분나빠서 조용히 만들 요량으로 당근을 휘두르자 이내 그렇게 된다. 총 소요시간은 약 삼십초에서 일분 남짓. 단기간에, 혼자서 가게 하나를 이정도로 박살내려면 보통은 마공학 화력지원팀 1개소대나 아드레날린 과다분비중인 문도박사님이 일곱명 정도 필요하겠지만 오늘은 토끼 한마리가 그 위업을 달성했다.
"이야. 아주 박살을 내 놨네." "요들. 너도 녹서스 놈이냐." "토끼. 너는 제정신이냐?"
"계속 적대적인 언행을 이어가면 진심으로 공격 하겠다." "말로하자. 벼락맞은 토끼는 불쌍하잖아."
"알다마다. 너한테 커다란 당근을 쥐어주고 남의집에서 깡총거리라고 시켰지." "이 망할..." "어, 나도 너 때문에 망했어. 알아볼게 있어서 겨우겨우 숨어들어왔는데 왠 미친 토끼가 회동을 시작하기도 전에 접선지를 아작냈다고 보고하면 위에서 대체 뭐라 그러겠어. 다음달 활동자금을 컵케잌으로 줄까 무섭다 아주." "업무중이었다..." "너도 일하고 있었잖아? 바니걸? 너 이제보니 여자 맞구나? 평소에도 좀 그렇게 입고 다녀라. 최소한 자기 성 정체성은..."
"요들. 너 역시 녹서스의 군대가 무슨 참상을 저질렀는지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길게 설명하진 않겠다." "어휴. 그거때문에 여기와서 난동을 부리셨구나. 그런데 너도 많이 죽였잖아. 항상 강하게. 꾸물대지도 않고. 양심이라는게 1버섯질량 이라도 있으면 그냥 자살해야지." "그럴 순 없었다. 속죄하려면 녹서스를 지금의 전쟁집단으로 만든 자들을 처단하고 힘과 규율의 가치를 되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와 미치겠다. 중2ㅂ... 아니, 심각한 가치관의 왜곡이 느껴지는데... 힘과 명예? 내가 의사면허도 있어서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데 애꿏은 민간인이 일곱명 넘게 중상을 입었고 네 명은 이미 늦었다. 리그 규정 적용하면 4명 죽고 7명 빈사니까 현상금좀 만지겠네. 잘들어 멍청아. 너같이 힘자랑 명예타령 하면서 어디 칼빵 꽂을 데 없나 안달하는 멍청이들 때문에 룬 전쟁 비슷한걸 몇번씩 해먹고도 데마시아니, 녹서스니 하는 정신나간 놈들이 투닥거리는거 아냐. 아 응. 대답하지마. 진짜 화날거 같으니까. 그래 너 어차피 너 좋아하는 힘이니 명예니 꼴값 떨면서 어울리지도 않는 근육 키우는건 말려도 소용 없을거 아냐. 아무튼 기분 내킨다고 칼질 하고 그러다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이 다치고, 미워하고, 원수 갚네, 복수하네 밥맛없는 소리나 하면서..."
감정을 추스른다.
"넌 무능해. 그게 문제라고. 뭘 하고 싶으면 깔끔하게 당사자만 처리해야지. 너처럼 여기저기 들 쑤시고 다니는 애들이 질서에 엿을 먹이고 균형을 말아잡수신다는거에요."
토끼. 당사자의 입장에서 상황을 정리하면 '변질되어가는 고국의 가치를 되돌리기 위한 응징." 정도가 되겠지만 저널이나 일반대중의 입장에선 '정신나간 토끼의 테러행위' 라고 결론을 내릴것이다.
=연구소의 공식 견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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뇜희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