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모 국회의원의 '롤이 한팀에 5명이라는것부터 과몰입 요소'라는 발언이 화제가 되었다.

안그래도 게임중독법 논란때문에 말이 많은 상황에서 나온 말이라 해당 국회의원은 대한민국 수천만 게이머에게 욕을 먹었다.

과몰입이니 어쩌니를 떠나서 일단 롤은 5명이 팀을 이뤄 게임을 하는것은 보편적으로 맞고, 또 상대방 팀또한 대게 5명의 팀으로 이루어져 5:5게임을 하게 된다.

무승부는 없다.

한팀이 지면 한팀은 이긴다.

즉, 한게임에 5명의 승자와 5명의 패자가 나온다.

 

롤은 ELO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알고있는 사람은 알테고, 모르는사람에게는 이러니 저러니 복잡하게 설명하는것보다

'수준이 비슷한 사람끼리 매칭해서 게임의 승률을 50%로 조절해 주는 시스템' 이라고 하고 넘어가자.

때문에 게임을 계속해서 하다보면 거의 모든 게이머들은 승률이 50%에 맞춰지게 되어있다.

110개가 넘는 챔피언들이 있고, 이들의 통계상 승률과 통계상 승패수를 조합해보면 결국 50%의 승률이 나올것이다.

결국 우리는 평균적으로 두판을 하면 한판은 승리자가 될것이다.

 

헌데, 과연 그럴까?

 

 

일단 수치상으로는 그럴것이다. 게임이 시작되었다면 어쨋든 각각 5명씩 5:5를 펼치고 결국 한팀은 승리로 한팀은 패배로 끝나게 되어있다.

하지만 우리는 단순 승리수를 쌓기위해 게임을 하지는 않는다.

누군가는 돈을 위해, 누군가는 직업으로 게임을 하지만

절대 다수의 게이머는 '재미'로 게임을 한다.

그런데 문제는 '승리'='재미' 가 아니라는 점이다.

롤을 하는 유저라면 누구나 짜릿한 역전승의 쾌감이 상대편에 있는 고의트롤러 덕분에 미드오픈되어 넥서스를 부시고 얻은 승리에서 오는 기쁨보다 훨씬 크다는것을 안다.

때로는 치열한 전투와 역전에 역전 끝에 비록 졌지만 훌륭한 팀원, 매너있는 적들과 재미있는 경기를 펼쳤다고 여겨질 때도 있다. (비록 져서 기분은 썩 좋지 않겠지만)

 

 


누구나 다 자신이 멋지게 캐리해내는 게임들을 하고 싶어 한다.

이부분은 서포터 유저의 비중을 보면 정확하게 방증된다.

일반게임에서 미드캐리를 잡기 위해서는 번개와 같은 순발력이 필요하다. 어쩌면 소라카를 클릭해놓고도 일단 미드라고 외치는 뻔뻔함도 필요할 정도다.

반면 선택화면에서 10초정도만 여유를 부려도 결국 남는건 서포터 뿐이다. (물론 종종 서포터 유저가 있을때도 있다.)

 

 

왜그럴까?

답은 대부분의 롤유저가 알고 있다.

: 내가 캐리해야 재미있다.

반대로 말해보자.

'내가 캐리하지 않는다면 이겨도 재미있지 않다.'

 

조금 비약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딱히 중대하게 틀린 말은 아닐것이다.

롤에서 티어를 막론하고 욕설과 비방, 조롱과 도발이 없는 게임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우리 누구나 잘하고서 진, 혹은 몇번의 실수때문에 40분 내내 욕을 먹었던 -결국 이겼다 하더라도- 게임때문에 후에 몇판을 이기고서도 기분이 좋아지지 않던 경험이 있을것이다.

자신이 죽었다는 이유로 조금 실수한 같은편을 욕하고 탓하고 책임을 돌린다.

자신은 잘하는데 항상 내팀원들이 못해서 랭크를 올리지 못한다는 말도안되는 푸념이 커뮤니티에 넘쳐난다.

피시방에서 쌍욕을 하며 게임을 하는 롤 유저를 찾아내는게 어렵지도 않다. (남녀노소를 가리지도 않는다)

심지어 이기고 있는 와중에도 '니들이 잘해서 이기는줄 아냐'며 화를 내는 사람들이 있고, 킬양보에 실수를 했다고 교전에서 이기고도 죄송하다는 말을 해야 하는 순간들이 있다.

 

게임 초반에 한 한두번의 실수 때문에 이기고 있는 와중에도 욕을 먹고,

내가 미숙한 챔피언을 했다는 이유로 네명의 아군에게 폭언을, 다섯의 적군에겐 조롱을 들어야 하는 상황이

내가 적군을 잡기위해 쉴새없이 스킬을 눌러서 킬을 먹었다는 이유로 사죄해야 하는 상황이 과연

 

 

'승리자' 일까?

 

 

 

그림-때때로 우리는 상대편의 칭찬까지 받고도 진다.

 

 

언뜻 보면 롤은 5명이 이기고 5명이 지는 제로섬 게임이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본다면, 롤을 즐겨하는 유저라면 누구나 그게 사실 캐리해내는 한두명의 승리자와, 그 들러리들 그리고 패배자가 남는 '-'의 게임이라는걸 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이런부분은 게임의 시스템적 뒷받침이 되어있지 않은 상태에서 유저들이 직접 만들어 내고 있는 상황이라는걸 안다.

어찌나 많은 욕과 폭언이 오가는지, 웬만한 욕설로는 정지조차 한번 먹지 않는다.

라이엇게임즈도 나름 이부분에 관해 고민하고, 유저행동 어쩌고 하는 분석팀도 꾸리고, 배심원단제도등을 만들어 제제에 효율성을 제고하려 했지만

정작 그 근본적 문제인 게임내부에 관해서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듯 하다.

이런 상황에서 롤은 어디로 흘러가고 있을까? 어디까지 흘러갈 수 있을까?

 


곧 블리자드의 AOS게임인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이 나온다.

그 게임의 간담회적 성격의 발표회에서 개발자들이 한 발언을 국내 유저가 번역한 글로 끝을 마무리 한다.

(원본 영상을 찾을 수가 없어 정확한지는 장담하지 못하지만...)

 

 

그림-와우를 10년 넘게 이끌어온 그들의 게임철학. 어쩌면 라이엇에 부족한 부분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