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문제다>

~병렬은 없는, 직렬만의 사회~

 

요즈음 롤 인벤 칼럼 게시판에서 1위를 달리는 글이 있다.
'압도의 브론즈, 브론즈의 압도(
http://www.inven.co.kr/board/powerbbs.php?come_idx=2971&l=10367)'라는 글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브론즈의 입장에서 브론즈의 인간성을 고찰하는 글이다.
본문에서는, 저 글의 맹점을 추가로 보충하고자 한다.

* 글이 좀 길고 많이 뒤죽박죽이라서, 읽지 않으실 분은 조용히 뒤로가기를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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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이아몬드 티어가 아니다.

골드5 턱걸이를 위해 허덕이는 실버 1티어의 심해 유저다.

 

하지만, 지인 중 의외로 다이아몬드 티어가 꽤 있다.
플레티넘 티어까지 합치면 상당히 많은 편이다.
친구 목록의 많은 사람들 중, 두 티어를 합친 인원만 40%쯤 되니까.

 

그런 그들 중, 피지컬만 매우 좋을 뿐 인간적인 성향 자체는 브론즈나 다름없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가끔 관전을 해 보면 10명 중 플레이 및 전체 채팅에서 그런 인간성이 도드라지는 사람도 있다.
실제로 그들 또한 말한다, 다이아든 플레티넘이든 쓰레기같은 놈들은 있다고.

 

거기서 나는 의문이 들었다.
전 티어에 골고루 분포되어 있을 정도면, 이게 과연 단순히 리그 오브 레전드라는 게임에만 국한된 문제일까?

 

아니다.

 

나는 리그 오브 레전드에 입문하기 전,
사이퍼즈라는 게임에 먼저 발을 들였었다.
해당 게임은 이쪽 동네보다는 혼자 잘 커서 다 따고 다니기가 조금쯤은 나은 편이지만, 본인밖에 모르며 본인이 하고싶은 플레이만 하는 놈들이 만연한 것은 똑같았다.

 

그리고 아마 나는 AOS라는 장르에서는 카오스를 가장 먼저 접했을 것이다.
그 동네 또한 한 명이 잘 커서 무쌍하는 플레이가 비교적 자주 나오지만, 결국 많은 사람들과 플레이하다 보면 똑같은 문제점이 드러난다.
사실 카오스는 워크래프트3 기반이라는 특성 상 자동 매칭 시스템이 전무하며, 실제로 보통 공방에서는 어느 팀 챔피언이 더 무쌍하냐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 일이 흔했던지라 팀 파이트 개념 부족이 지금처럼 심각한 문제로까지 부각되진 않았었다.
게다가 카오스는 '테러 캐릭터'라는- 현재로 치자면 스플릿 혹은 대놓고 백도어(심지어 프론트 도어까지..) 플레이용 챔프가 존재했고, 실제로 그것 또한 운영의 한 방법이었으므로 더욱 더 저 문제점이 드러나지 않은 부분도 있다.

 

각 게임들의 설명은 중요하지 않으므로 이쯤 하고(사실 카오스는 하드하게 했던 적도 없고 워낙 오래전 일이라 가물가물해서 밑천이 드러날까봐 짧게 언급하는 면도 있음ㅎㅎ), 어쨌든 어떤 게임 어떤 실력대에서든 저런 인간성의 문제는 절대로 존재한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간혹, 어떤 사람들은 이런 말을 하기도 한다.
'상위권으로 오면 생각이 달라진다' 혹은 '니가 심해라서 그렇다'라는 말들.

 

사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맞는 말도 아니다.
개인적인 성향을 최대한 억누르고 '팀의 승리'를 위해 합을 맞출 줄 아는 사람은 당연히 상위권으로 모이게 마련이므로.
그리고, 그 와중에도 개인적인 성향만을 추구하는 사람은 하위권보다 적지만 여전히 존재한다.
게임에서 뿐 아니라 사회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들 중 개인주의적인 사람이 적지만, 아예 없지는 않다는 것이 그것을 반증한다.

 

개인적인 성향이라...
여기서 말하고 싶은 개인적인 성향은 결국 끝없는 '자기과시/자기확인/자기만족'같은 '자기'류 플레이가 두드러지는 것을 말한다.
몇 가지 예시를 들면 이해가 더 빠를듯 하다.

 

1. 맞 라인을 서는 상대방을 철저하게 짓밟고도 하산/로밍 등으로 다른 라인을 압박하러 가지는 않고 끝까지 라인전에만 도취.
2. 철저하게 짓밟히고 상대방은 다른 라인으로 이동했음에도 계속 자기 라인만 고집하며 헛된 '왕귀'를 꿈꾸는 농부적 플레이만 고집(본인이 재기해서 왕귀를 하기 전에, 상대방은 이미 왕귀를 마친 상태라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한다).
3. 본인은 성적이 저조한데 아군이 흥했을 경우 아군의 도움을 기대하기보다는 게임을 포기하고 던지며 전체 채팅을 시작하는 플레이(2번의 경우와 합쳐서, 심지어 내가 상대 봇 타워를 파괴하고 미드로 올라갔는데 상대 미드가 엄청나게 커서 타워 수비도 튼튼한데다, 망한 아군 미드 애니가 자기는 어디서 파밍하냐고 징징대는 상황까지 겪어봤다).
4. 아군이 대치를 하든 한타를 하든 혼자 스플릿을 빙자한 백도어 테러링만을 고집하고, 심지어 2번의 경우와 연관되어 CS/오브젝트 등 파밍만을 하는 플레이.

 

대표적으로 생각나는 것들이 이런 것들이 있다.
이건 전부, '내가 흥해야 팀이 흥하는 것이며, 내가 흥해야 게임이 흥하는 것이다'라는- 이기적인 인간성에서 비롯된다.
아군이 흥하면 안된다.
반드시 본인이 흥해야 한다.
그런데 그렇지 못한 판은 아군과 스스로를 비교하며 패배심에 찌들어 그 판을 포기하게 되고 더 나아가 그 판을 던지게 되는 것이다.
아군이 흥하면 내심 시기하기 바쁜 애들이, 정작 본인이 흥해서 아군과 적군에게 경외심이 듬뿍 깃든 시선을 받길 원하는 것이다.

심지어 상대팀의 쌍둥이 타워와 넥서스를 파괴하면 되는데, 다른 라인의 억제기 타워와 억제기를 부수러 가는 애들도 있다.

억제기를 3개 모두 파괴해놓고, 몰려오는 미니언을 막아보겠다고 발버둥치는 상대방을 짓밟으며 계속 강함을 과시하려는 심리다.
그들은 '강한 놈이 이기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스스로의 강함을 끝없이 확인하려 하지만, 사실은 '이긴 놈이 강한 것'이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승리- 팀의 승리라는 것을 죽어도 모른다.

 

덧붙이자면, 다이아쯤 되는 애들이 저런 인간성을 가지고 있다면 더 심각한 경우가 벌어진다.
시쳇말로 '부심'이라는 그릇된 자만심까지 덧붙여져 더 심각하게 던지는 상황도 심심찮게 벌어지곤 한다.

 

이런 문제점은 '팀'이라는 개념의 부재에서 발생한다.
그리고 그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지만 그다지 문제점이라 여기지 않는- '내가 팀이고 팀이 나'라는 식의 이기적으로 비틀린 인간성이 문제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들 또한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숫자는 생각보다 적다.

 

더 나아가, 심지어는 픽 단계에서부터 이 이기심은 드러난다.
랭크 게임인 경우 닷지 혹은 양보의 결과도 심심찮게 나오긴 하지만, 노멀의 경우에는 그런 경우가 훨씬 적어진다.
조합부터 벌써 20분 칼서렌을 넘어 10분 고속도로의 냄새가 나더라도 본인이 하고싶은 픽을 서로 고집하는 경우가 잦아진다.

 

사실, 나 또한 절대 이타적이지 않다.
때론 팀을 고려하기도 하고 타인을 배려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내 기준'에서일 뿐, '상대방의 기준'에서 상대방을 배려해 본 적은 손에 꼽을 정도다.
그게 여러모로 훨씬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하는 배려일 뿐, 반쯤은 진심으로 하는 배려가 아닌 것이다.

 

같이 합숙하는 프로 팀도 아닌데, 처음 보는 사람을 위해 어떤놈이 간디마냥 상대방의 기준에서 배려하겠냐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네이버에 '미국 시민의식 몰래카메라'라고 검색해 보면 몇 편의 동영상을 볼 수 있다.
그들의 시민의식이란 저렇다.
생판 처음 보는 사람들의 입장을 생각할 줄 아는 시민들.

 

물론, 내가 보는 면이 미국의 전부는 아니다.
다만, 일단 저 영상으로 보기에는 저런 시민들이 대부분이라는 이야기다.

 

대한민국으로 돌아와 보자.
저렇게 몰래카메라를 찍는다면 어떨까?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나?
아마, 저렇게 나서지 않고 관망하는 시민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어쩌다 나서는 사람이 있으면 '올ㅋ'하는 생각이나 하겠지.
왜냐고?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서로는 '우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무조건적인 사대주의를 몹시 혐오하는 편이다.
그리고 나는 한국인이다.

 

아마 이 글의 아래에는 '너도 한국인이면서 한국을 싸잡아 비난하냐'라는 뉘앙스의 댓글이 달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이게 대한민국 인간성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은 '우리'라는 개념보다는, 어릴때부터 '나'라는 개념부터 가르친다.
심지어, 지금은 바뀌었나 모르겠지만, 초등학교 1학년 시작부터 배우게 되는것이 '나, 너, 우리'였다.
배움의 단계부터 '나'라는 개념이 가장 우선이었던거다.
특히나 요즈음의 대한민국은, 줄세우기 의식이 더해져서 '나보다 잘난 놈'의 뒤통수만 쳐다보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좌우를 둘러봐도 옆엔 아무도 없고, 저마다 줄을 서기 바쁠 뿐이다.
결국 다들 '이 줄의 가장 앞'이 궁금하고 탐나는 것이다.
본인은 자신 바로 앞의 뒤통수 자체에는 전혀 관심조차 없고 저 멀리 까마득한 앞사람에게만 관심을 가지면서, 정작 누군가의 바로 앞에 서서 본인의 뒤통수에 닿는 시선을 즐기고 싶은 것이다.
심지어 누군가 자신 바로 앞으로 와서 선다면 관심을 가지긴 커녕 뒤틀린 패배감과 시기심만 가지면서 말이다.
참 아이러니하고 변태같은 성향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그것은, 롤의 문제도 아니고 게임의 문제도 아니며 대한민국의 문제이다.

단순히 'AOS같은 팀 파이트 게임을 하지 말고 RPG나 하러 꺼져라'라고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것이다.

(여담이지만 요즘은 RPG도 팀 단위 레이드가 워낙 주요 컨텐츠라서, 그렇게 따지면 RPG도 하면 안된다ㅎㅎ)

그리고 사실 대한민국 자체의 문제라서, '대한민국에서 꺼져라'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게다가 지금의 대한민국에서 그런 사람을 진짜로 다 추방하고 나면 국민의 90% 이상이 사라질지도 모른다ㄷㄷ)

 

어쨌든 이 글은, 절대 '나는 한국인이 아니라는 듯 한국인을 욕하겠다'라는 의미가 아니다.
이것은 한국인을 욕하는 글이 아니라 사실 나를 포함한 우리 모두를 욕하며 반성하는 글이다.
대한민국의 현실을 고쳐보자.
크게 생각할 필요 없다.
당장 롤을 하면서도 조금만 바뀌려 노력하면 된다.
본인만 생각하지 말자.
적어도 한 팀으로 매칭된 이상, 우리는 '우리'일 뿐이지 5명 저마다의 '나' 따위가 아니라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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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전문적으로 배워 본 적도 없고, 이런 칼럼 게시판에 진지하게 장문의 글을 써 보는것도 최근들어 몇년만에 끄적대고 있는지라 많이 두서가 없을 수 있습니다.

글머리에 언급한 글에 비해 본문은 정작 많이 부족한 글솜씨입니다.

아직도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많지만, 제 지식과 필력과 근성으로는 여기까지가 한계인 듯 싶습니다.

최대한 무슨 말을 하려는지는 알아들을 수 있게 써 보려고 노력했습니다.

혹시라도 여기까지 쭉 읽어주신 분들이 계시다면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합니다.

별 의미도 없는 단순한 비난만 아니라면, 개인적인 의견들 또한 환영합니다.

 

추가)

개인주의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최근 한국 사회 전반에 만연한 이기주의를 말하고 싶었습니다.

사실 비교대상이 미국이냐 아니냐, 그리고 미국이 개인적이냐 집단적이냐가 중요한 포커스가 아닙니다.

그 부분을 제대로 포커싱하지 못한것은 제 글솜씨가 부족한 탓인가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