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이 불태운 폐허의 위치


모험가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요소 중 하나로 빼놓을 수 없는 게 보물상자다. 열기 전부터 안에 어떤 유용한 아이템이 들어있을지 상상력을 자극한다.

하지만 모든 보물상자가 모험가를 즐겁게 해주는 것은 아니다. 엘든 링에서도 이른 바 '함정 상자'라고 불리는 녀석들이 시커먼 입을 벌리고 해이해진 모험가들을 낚아채고 있었는데, 기자도 그만 그 마수에 걸려버리고 말았다.

'용이 불태운 폐허'는 시작 지점인 림그레이브 근처에 위치하고 있는 지역이다. 비룡 아길이라는 필드 보스가 해당 지역을 지키고 있지만, 영마를 획득한 이후에는 비교적 간단하게 돌파할 수 있다.

나는 용의 목을 베어넘긴 뒤, 당당하게 영마를 이끌고 폐허를 탐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찾아낸 지하통로! 필시 그 안에 값진 무언가가 있으리라 생각했다.

주변에 축복이 없어 룬을 잔뜩 들고 있는 게 불안하긴 했지만, 용도 처치했는데 두려울 게 뭐가 있겠는가. 자신감에 가득 차 끝을 향하니 영롱한 보물상자가 날 반겼다. 난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새로운 아이템을 얻을 기대감에 상자를 열었다.

허나 나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빛나는 무기가 아닌 악랄한 '전송 함정'이었다.

▲이.. 이게 뭐야?


여긴 대체 어디지? 나는 시리아의 갱도라는 의문의 장소로 날아왔다. 불안감에 빠른 이동을 하려 했지만 다음 축복 이용 전까지 사용할 수가 없었다.

조심스럽게 발을 내디뎌 주변을 탐색해보았는데, 스산한 분위기와 달리 허약한 광부들밖에 없었다. 안심하고 나갈 길을 찾아나가는 순간, 오 맙소사! 빗발치는 무수한 투사체에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다. 지네처럼 생긴 몬스터가 저 멀리서 나를 발견하자마자 고슴도치를 만들어버린 것이다.

용이 불태운 폐허를 탐험하며 모은 7천 룬이 바닥에 떨어졌다. 안일하게 레벨업을 하지 않은 과거의 나에게 주먹을 날리고 싶어졌다. 어떻게든 룬을 집어 들고 탈출하려 했지만, 매서운 투사체는 나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지 않았다. 정신을 차리니 나의 룬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후였다.

축복이 근처에 위치하고 있어 탈출하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았지만, 룬을 모두 잃어버린 허탈감만은 어찌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나는 다른 모험가들에 비해 운이 좋은 편일지도 모른다. 어두운 갱도에서 가진 것을 모두 잃고 모든 것을 포기해버린 모험가가 속출했다는 괴담이 숱하게 들려오니 말이다.

용이 불태운 폐허를 진행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해당 지역을 탐험할 때는 꼭 함정 상자를 조심하도록 하자. 기자처럼 모든 룬을 잃거나, 갱도를 떠도는 영혼이 되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약한 적으로 방심을 시키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