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포강은 [지속딜] 구도에서 유리합니다.

물론 절대적인 순간 딜량만 놓고 생각하면 포강은 딜몰이 딜러 아닌가? 싶을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직업 특성을 보면 지난번 패치 이후 [포격 사이클 회전율]에 대한 고점이 뚫리고
20초 버프 고정 시절에 비해 한 사이클 딜량은 동스펙 기준 감소했습니다.

또한 지난 테섭 패치 이후 화력게이지 역시 지속딜 상황에서 상시 유지로 바뀌었습니다.
이는 기믹과 기믹 사이 시간 간격이 긴 레이드 상황일수록 화력게이지 유지 시간이 길며
기믹이 자주 나오는 상황일수록 화력게이지가 OFF된 상태에서 때리거나
예열에 추가적인 시간을 투자한 뒤 딜을 넣어야 해서 포강의 포텐셜이 떨어지게 됩니다.

이런 관점으로 볼 때 아닌데? 나 딜몰이때만 잘박아도 밑잔인데?
이렇게 잔혈 잘먹는 지속딜러가 어딨냐 폰로아쉑ㅋㅋㅋ 하고 생각하는 분이 계셔도
포강이 지속딜 상황에서 더 유리한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즉, 포강 본캐 유저들이 딜찍에서 본인이 얼마나 강하다고 느끼든간에
딜찍 안되는 지속딜 구간에서는 그것보다 무조건 더 강하고 좋습니다.


2. 포강은 보석 투자가 적을수록 유리합니다.

포강은 보석 효율이 매우 높은 편으로 유명합니다.
따라서 보석에 같은 골드를 투자한다고 했을 때 포격스킬 보석을 높게 주는게 좋은 것은 상식이며

평균 7멸홍 스펙 -> 포격 9멸 나머지 5멸홍
주력기 9멸홍 몇개 나머지 7멸홍 스펙 -> 포격 10멸 나머지 7,5 둘둘
평균 9멸홍 스펙 -> 포격 10멸 중화 10홍 나머지 7도배

이런 식으로 보석을 맞추게 됩니다.
하지만 본캐급 유저들은 슬슬 무과금으로도 10멸홍을 수월하게 맞출 수 있는 지금
같은 10멸홍 기준으로 하면 포강의 이런 메리트는 많이 떨어지는 편이며

포강이 아무리 게이지 수급기에 10홍을 도배해서 사이클을 빨리 굴리려고 해도
레이드의 환경 즉 기믹 간 간격, 스킬 사용에 절대적으로 걸리는 시간,
미공폭과 중화의 쿨정렬 문제로 인해서 10홍 도배의 효과는 그렇게 크지 않으며
차라리 스킬이 빗나가는 등 사고가 났을 때 저점 보완의 효과가 큽니다.

또한 일반스킬 10멸 역시 나름대로 유의미한 효과는 있지만
치적 불균형으로 인해 데미지 기댓값을 따져보면 최근 유행하는 회심환각을 기준으로 봐도
멸화 하나하나가 포격 멸화의 1/5, 1/6 효과 수준입니다.

이번에도 똑같습니다.
현재 내가 본캐급 포강 유저인데 포강이 0티어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럼 더 밑에 구간에서 포강은 신입니다.
현재 포강이 1티어라고 생각하시나요? 더 밑에서 포강은 0티어입니다.
포강이 2티어라고 생각하시나요? 더 밑에서 포강은 1티어입니다.

본캐 유저가 포강의 위치를 어디로 생각하든
투자가 낮은 구간에서 포강은 그것보다 한티어가 높습니다.


3. 포강은 난이도가 그렇게 높지 않습니다.

이 말에 발끈하시는 분들은 난이도에 대한 제 설명을 들어보시면 납득하실겁니다.
포강을 하면서 우리가 불합리하다고 느끼는 부분은
[고점 플레이를 하기가 너무 어려워서] 가 아니라 [고점 플레이가 나올 확률이 너무 낮아서] 입니다.

즉 고점 플레이를 하기 위한 조건에 내 컨트롤과 뇌지컬이 일정부분 관여는 하나
사실 레이드 환경과 어그로 등 운적인 요소가 많이 관여를 하기 때문입니다.

포강 본캐 유저들이 아무리 열심히 하고 잘해봤자
딜 안밀리는 배럭 반숙팟이라 기믹 전까지 5~6사이클 돌릴 수 있는 환경이
포강의 고점을 뽑을 확률이 훨씬 높습니다.

포강은 게임하기 어려운게 아니라 더러운겁니다.
이 변수들을 다 제거하고 어떻게든 고점을 뽑아보려는 사람들끼리 경쟁할 때는 힘들지만
이 변수들을 알빠노하고 대충 플레이하는 구간에서는 오히려 너무 편합니다.

아닌데? 난 개잘치는데? 글쓴이새끼가 그냥 딜각 못잡는 무지성 똥손같은데?
나같이 잘치는 사람은 지금 포강 고스펙 기준으로도 개좋은거 같은데?
님이 얼마를 생각하든 대충 게임하는 사람들끼리 모이면 포강은 그것보다 쎕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은 로아에 생각보다 굉장히 많습니다.


4. 패치는 이 모든 지표들을 종합해서 판단합니다.

결국 앞 세 가지 요소들은 이런 결론으로 귀결됩니다.

본캐급 유저들이 본캐급 스펙으로 본캐급 컨트롤과 관심을 가지고 하는 플레이보다
배럭급 유저들이 배럭급 스펙으로 배럭급 컨트롤과 관심을 가지고 할 때 포강은 더 강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배럭급] 이라고 부르는 스펙도 로아 전체 통계상에서는
고스펙 구간에 분류되는 비율이 많은 만큼 이 지표들도 전부 통합되어 패치에 반영됩니다.

본캐급 유저들이 아무리 목에 피를 토하며 장단점을 말해봤자
밑에 구간에서는 그것보다 무조건 큰 장점이 보입니다.

즉 포강이 이 상태를 유지하는 한 로아가 섭종할때까지
본캐급 유저들의 포강에 대한 인식은 평균적인 포강에 대한 인식보다 낮을 수 밖에 없습니다.
항상 내가 진 리스크에 비해 리턴이 덜하다고 느낄 것이고
항상 내가 생각하는 적정 수준에 비해 낮은 위치로 끊임없이 패치당할 겁니다.
왜냐면 님이 얼마를 생각하든 밑에서는 그거보다 좋기 때문입니다.


* 사족

저는 개인적으로 지난번 리메이크를 실패한 리메이크라고 평가하는 쪽입니다.
족쇄가 많이 풀렸고 그 덕에 딜 포텐셜을 편하게 뽑는 사람도 늘어났다지만
중요한 것은 [절대적으로 성능이 좋아졌느냐] 가 아닙니다.

절대적으로 종합 성능이 좋아졌다면 패치로 칼날이 들어올 수 밖에 없습니다.
본캐급 유저들이 만족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상대적인 우수함 입니다.

압도적인 난이도로 인해 본캐급 열정과 관심이 아니면 포텐셜을 감당할 수 없거나
고레벨 보석을 맞추면서 직업이 더 최적화되는 구조가 있어야 합니다.
그것을 통해 저스펙보다 고스펙에서 유리한 성장 구조를 유지했어야 합니다.

실제로 악명높은 20초 시절은 저 두 가지 요건에 부합했습니다.
20초라는 말도 안되는 족쇄로 인해 진입 장벽이 굉장히 높았고

미공 10홍 -> 20초 미공 포 미공 콤보 최적화
화력게이지 효과와 화강 치적이 모든 스킬에 적용 -> 일반 스킬 멸화도 유의미한 딜 증가

이러한 구조가 무조건 바람직했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이 구조가 유지됐다면 포강은 아랫구간보다 윗구간이 성능이 높은 상태를 유지했을 것이며
장기적으로 패치 방향이 본캐들에게 억울하게 작용하는 일은 더 적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이미 벌어진 일을 돌이킬 수는 없으니 그냥 받아들여야겠지만
블래스터 자체가 굉장히 암울한 것이 보통 대부분의 직업은 고점 각인, 저점 각인이 있습니다.
고점, 저점이라는 단어의 부정적인 뉘앙스를 제거하고 말하자면

유틸성과 안정성을 버리고 고스펙에서 특이점이 오는 각인,
유틸성과 안정성이 좋고 적당한 스펙의 배럭에서 특이점이 오는 각인이 있습니다.

그런데 포강은 유틸성과 안정성을 버렸으나 특이점이 저스펙에 있어
고스펙 대비 항상 저스펙의 지표가 좋을 것이고, 결국 고스펙 유저들은 만족할수 없는 패치의 연속

화강은 유틸성과 안정성이 좋고 보석에 따라 성능이 선형적으로 증가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즉 화강은 성능과 별개로 어느정도 그 목적에 부합하는 성장 커브와 컨셉을 가지고 있지만
포강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블래스터의 고점 각인은 사실 배럭일 때 더 강한 구조입니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포강 본캐들은 앞으로도 계속 패배할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