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가시아를 떠올리면 전형적인 천국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하얀 날개가 달린 라제니스라는 종족, 신과 가장 가까운 존재 등 기독교적 모티브를 떠올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조금 다른 관점에서 엘가시아를 분석해보고자 합니다.
바로 중국의 유학자인 "공자"의 사상입니다.

1. 카양겔의 세 보스와 삼원
공자의 논어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있습니다.
"예가 아닌 것은 보지도 말고, 듣지도 말고, 말하지도 말고, 행하지도 말라."
그리고 일본에는 이를 토대로 만들어진 조각인 "삼원"이 있습니다.
이 삼원 조각상은 원숭이가 각각 눈, 귀, 입을 가리고 있는 조각입니다.
이 부분이 카양겔의 세 라제니스와 상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봅니다.

1-1. 보지 않는 원숭이와 프리우나
카양겔의 보스 중 한 명인 프리우나는 가면으로 자신의 눈을 가리고 있습니다.
스토리 중 프리우나는 니나브가 아크라시아에서 악마군단과 싸운 것을 "보지 않고"
단순히 엘가시아에서 라제니스들을 돕지 않았다고 매도합니다.

1-2. 듣지 않는 원숭이와 라우리엘
카양겔의 최종보스인 라우리엘은 니나브가 아크라시아로 떠난 이후,
신탁을 독점했으나 신탁이 내려오지 않아서 "듣지 않았습니다."
또한, 디오게네스를 비롯한 몇 라제니스의 의견을 "듣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1-3. 말하지 않는 원숭이와 티엔
카양겔에서 유일하게 선역으로 돌아서고, 호감도가 생기는 티엔입니다.
티엔은 라우리엘의 계획을 내심 부정적으로 생각했으나,
이를 "말하지 않고" 라우리엘의 계획을 따르기만 했습니다.
하지만 티엔의 경우 유일하게 마지막 순간에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는 아래에서 설명하게 될 다른 내용과 연관이 됩니다.



2. 니나브의 행적과 공자의 친구 관계에 대한 사상
엘가시아 스토리 라인을 따라가다 보면,
니나브의 행동이 라우리엘과 티엔에게 서로 다른 영향을 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아래와 같습니다.

2-1. 니나브와 라우리엘
공자는 친구 관계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
자공이 벗에 대하여 물으니,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충고하여 선한 것으로 이끌되
안된다면 그만두어야 하니,
(이 일로 인하여) 스스로 욕됨이 없게 하라”
----------------------------------------------------------
쉽게 말하자면 친구는 선한 것을 권하되, 바뀌지 않는다면 멈추라는 말입니다.
사람은 강요를 통해서 변화하지 못하고, 친구는 그저 권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러한 내용은 엘가시아에서 니나브가 라우리엘을 대한 태도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니나브는 라우리엘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 그만두라고 말했으나,
라우리엘이 개심하려 하지 않자 이에 대해서는 더 이상 강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당시 관점으로는 그 계획의 결과가 부정적으로 보였기에 막으려 했습니다.

2-1. 니나브와 티엔
공자는 친구가 나쁜 행동을 지속하고, 이러한 태도가 고쳐지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하냐는 질문에
나의 행동으로 인한 감동을 통해 상대를 "감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티엔은 엘가시아에서 니나브가 라우리엘의 계획을 막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며
자신의 잘못된 행동을 돌아보고, 최종적으로 이에 감화되어 개심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러한 모습은 위에서 말한 공자가 말한 "감화"와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3. 라우리엘의 계획과 공자의 인
공자는 "인"에 대해서 "남을 아끼는것"이라고 말합니다.
라우리엘의 계획은 분명히 라제니스들을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이는 라우리엘이 그만큼 라제니스와 엘가시아를 아끼기 때문에 한 선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라우리엘은 라제니스를 아끼고 있었고,
이는 공자가 말하는 인에 부합한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공자는 라우리엘의 계획에 대해서 인을 지키지 못했다고 말할 것으로 보입니다.
논어에는 아래와 같은 서술이 있습니다.
-------------------------------------------------------
"죽여서 이롭게 하면 어떻습니까?"
"어찌 정사를 하면서 죽임을 말하십니까?"
...
"바람이 불면 풀은 반드시 따라서 쓰러집니다."
-------------------------------------------------------
이는 "인"이 "목적을 통한 수단의 정당화"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오히려 "선한 영향력을 통한 목적의 구현"이 공자의 "인"에 더 걸맞습니다.

즉, 라우리엘의 행동은 처음에는 "인"에 부합하는 행동이었을지도 모르지만
계획에 희생된 라제니스들이 있는 시점에서 잘못된 행동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점은 엘가시아 후일담에서 라제니스들이 충격을 받은 것,
라우리엘에 대한 작 중 인물들의 평가 등을 통해서 스토리에서도 표현이 되고 있습니다.



4. 엘가시아의 문화와 공자의 학문에 대한 관점
엘가시아에는 명예의 도서관이라는 거대한 도서관이 있습니다.
또한, 엘가시아의 다양한 지역에서 엘라와 여러가지 기술에 대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공자가 배움에 대해서 말한 것과 연관이 있습니다.

공자의 가르침 중에서 가장 중요시되는 것은 "호학", 배움을 즐거워하라는 점입니다.
엘가시아에 처음 입성해서 퀘스트를 진행하다보면 엘라를 연구하는 퀘스트들을 많이 하게 됩니다.
또한, 에포나 임무를 통해서 책을 읽고, 책을 직접 작성해보는 경험을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점은 공자가 말한 "호학"과 부합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엘가시아는 외형적 컨셉과 별개로 다양한 면에서 유학의 성격을 많이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조금 더 깊게 분석하면 다른 해석이 나올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상으로 조금 많이 부족하지만 긴 고찰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로아 생활 되시기를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