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분들도 지적하셨던 부분들 다 너무 공감됨.

일단 쇼케 때 베른 남부 이상의 연출이라는 언급을 한 탓에 기대를 더 많이 한 것도 있겠지만, 대륙 입성 전 독기 정화+에버그레이스 쪽 이야기는 (해일 그래픽이 신경쓰이긴 했어도) 스케일도 크고 재미도 있었기에 앞으로의 이야기를 더더욱 기대할 수밖에 없었는데, 정작 본론이라고 할 수 있는 대륙 입성 후 스토리는 그 기대감에 못 미쳤음.

스토리 적인 부분에서는 애초에 '혼돈의 가디언들이 엘네아드를 공격했고 비누스들 역시 움직이기 시작했다'란 사실은 처음부터 명백했고 렌도 그걸 알고 있었는데, 대륙 입성 후 렌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봐야겠어" 같은 말만 계속 반복하면서 초반이 너무 질질 끄는 느낌이 강했음.



입성 직후 퀘스트 1-2개로 <Q1: 카리오 타락혼돈의 결정 파괴→그 안에서 시체 확인> <Q2: 헤셈의 죽음 및 게메트 등 생존자와 합류>까지 빠르게 진행했다면 지금처럼 루즈하다는 느낌은 없었을 듯. 초반 스토리가 늘어진 게 렌에 감정이입을 할 시간을 주기 위함이었다는 반론도 있을 순 있겠지만, 글쎄.. 그걸 위한 스토리였다기엔 '렌은 지금 동족을 잃은 슬픔과 복수심이 가득하다'외에 렌에 대해 뭘 더 알 수 있었는지..?

렌이 아버지 타무트에 대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도 그냥 지나가는 스크립트 몇 줄로 설명 끝, 네페르나 게메트 등 동료와는 어떤 관계인지도 묘사 거의 없고, 후반부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실마엘 운용에 탁월한 재능'이라는 점도 마지막까지 별다른 언급이 없음;

'아사르는 실마엘 운용을 배운다'라는 말만 하고선 실마엘로 꽤나 큰 다리를 만들거나 장벽 하나를 제거하는 등, 이미 강력한 모습을 봤기에, 렌이 아사르 중에서도 특별하다는 느낌은 받을 수 없었고, 베히모스와의 전투에서 분노로 각성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줘도 '원래 저 정도는 할 수 있었던 거 아님?' 같은 생각밖에 안 듦불꽃의 창으로 장벽을 파쇄할 때도 불꽃의 창이 왜 다른 널려있는 실마엘과 다른지 그냥 말로 설명하고 넘어가니까 기억에도 남지 않고, 그냥 말뿐인 설정일 뿐, 그 대단함이 와닿지를 않으니까, 아사르 전체가 그 부담을 나눠 지고 운용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줘도 별 감흥이 안 느껴짐.

더구나 스토리 전체가 '아사르'에 대한 이야기라기 보단 '렌' 한 명에만 집중된 내용이다보니 렌 외에 타무트, 네페르, 게메트, 프타 얘네는 이름만 있지 없어도 되는 인물 수준으로만 등장함; 결국 아사르 간의 유대는 1도 안 느껴지고, 앞서 말한 불꽃의 창 협력 씬도 그냥 그렇구나 싶음.


심지어 후속퀘로 부랴부랴 챙긴 아사르 데런 사이드 스토리로는 '오해 받는 데런종족', '악마의 힘에 맞닿아 있으나 카제로스에 대항하기 원함'이라는 설정을 푸는데.. 이건 이미 페이튼에서 아베스타들과의 사건으로 충분히 느껴본, 이미 아는 맛임. 아사르만의 '특별한 어떤 것'이 '전혀' 없음; 이건 아사르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것뿐 아니라, 기껏 악마의 힘을 억누르며 고통스럽게 살고 있는 페이튼 데런들에 대해 '그렇게까지 억제할 필요가 있었는가'하는 의문까지 갖게 함.. (←이번 스토리 하면서 제일 짜증나고 아쉬운 부분)



캐릭터 디자인에 대해서도 말 많던데, 이것도 완전 공감.
이번 쿠남 등장인물 전원이 주름 좀 있는 프타 외에는 아크라시아에서 손꼽히는 미남미녀로 만들어놨는데, 이것도 상당히 몰입을 떨어뜨렸음. 미형 NPC가 싫다는 그런 PC적인 말이 아니고 전원이 다 예쁘게 생기니까 뭔가 이질감이 너무 심했음. 척박한 땅이라는 설정과 너무 안 맞는 것 같달까? 역시 페이튼 데런들과 비교도 되고. 이번 등장인물 중에 외형적으로 좋았던 인물은 카리오 정도 뿐인듯.

이번 스토리 아쉽다는 말 하면, 어차피 북부를 위한 빌드업인데 너무 징징대는 거 아니나면서 과민반응하는 사람들 간혹 있던데, 빌드업이고 자시고 난 그걸 유저로서, 독자로서 이해해줘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 안 함. 별로인 부분에 혹평도 해야 발전이 있는 거지, 혹평을 못 참는 분들은 이해가 좀 안 감. 쿠르잔 남부는 '엘네아드 탈환'이라는 하나의 독립적인, 완결된 이야기로서 충분히 더 재밌게 연출할 수 있었다고 생각함. '실패'라고 하는 건 너무 과한 표현인 거 같고, '성공적이진 못했다' 정도의 평가를 하고 싶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