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칭 '코토리우스' 사건 이후, 마족수감소에 수감되어 있던 '일반적인 선두권'은 탈옥을 선택했다. 하지만 그들에게 보여진 풍경은 마족수감소보다 더 잔혹한, 레벨을 올릴 수 있는 마땅한 퀘스트도, 인던도 존재하지 않은 답답한 벽만이 보일 뿐이었다. 160대 중후반에서 175 인던까지의 정체 구간이 그것이었다.

 

정식 서비스를 앞두고 그나마 희망적이었던 트리 오브 세이비어 개발진측에서는 경험치 획득 용이성을 위하여 특단의 조치를 연이어 발표했다.

 - 인던 횟수를 인던당 2회에서 총 5회로 증가시킴 (http://tos.nexon.com/community/tosnotice/view.aspx?n4ArticleSN=67) - 자기 레벨에 맞는 인던을 더 돌 수 있어 많은 경험치 취득 가능

 - 일일 퀘스트 추가 및 몬스터의 경험치 카드 드랍 (http://tos.nexon.com/community/tosnotice/view.aspx?n4ArticleSN=78)

 - 양봉지, 누오로딘 폭포 등 160대~170대를 위한 닥사터 추가

 - 115, 145 레벨 인던 추가 및 160인던 경험치 상향

 - 서버 오류 보상 및 이벤트로 인초권 지급 시작

 - 경험치 이벤트(주말 접속, 사이다, 리플레쉬) 실시 등

 

또한 유저들도 카타콤 미션의 재발견을 통해, 이전까지는 있으나 마나 했던 미션도 하나의 레벨링 구간으로 부각시켰다. 인던, 미션으로 이어지는 트오세의 레벨링 루트는 이 때 정립되었다.

 

위에 '희망적' 이라고 언급하였듯, 이 시기가 트오세에게는 가장 빛나는 시간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고쳐지지 않은 버그가 산적했고, 서버 상황도 불안정하였지만, 매일매일 패치를 하며 분전하는 것 처럼 보여지는 개발진을 보면서 일종의 희망 - 저렇게 열심히 한다면 지금 있는 버그도 언젠가 고쳐지겠지 - 을 가지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분명히 경험치 획득량의 상향은 당시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었다. 하지만 정책이라 함은 가시, 단기적인 것 뿐 아니라 다양한 요소와 장기적인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가령 우리나라의 영유아 보육료 지원은 저출산 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정책 중 하나일 수 있으나, 정책과 관련된 예산 문제, 국민 정서, 관공서(=동사무소)의 행정 과중 등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즉, '보육료 부족으로 인해 아이를 키우기 어렵기 때문에 지원한다'고 하는 '필요의 충족'만이 정책의 성패를 가늠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기저에 깔려 있는 수 많은 요소, 그리고 궁극적으로 '출산률 증가' 라는 것을 달성 하여야지만 이 정책이 성공했다고 평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예산 분배에 관하여 교육부와 교육청이 싸우고, 임시로 두세달 가량 예산을 임시로 편성하며 학부모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고, 보육료 신청 시즌이 되면 동사무소에 수 많은 학부모들의 신청을 한두명의 사회복지 공무원이 처리하는 상황임에도, 단기, 중기, 장기적인 출산률의 상승은 보여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단순히 현재 어머니들의 경제적 부담을 감경 해 주었다고 하여 현재의 보육료 정책을 성공하였다고 평할 수 있을 것인가?

(보육료 대란은 단지 예시를 든 것으로, 이 글에서 보육료 정책의 책임을 누구탓으로 돌리고자 하려는 의도는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의 경험치 정책은 유저수 유지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하는데 실패했다. 왜 레벨업이 쉬워졌는데 유저수는 급감하는 것인가?

(개학/개강으로 유저수가 줄어든 이유도 있겠으나, 애시당초 이 게임은 개학/개강에 '영향을 받을' 유저수가 그렇게 많지 않다.)

 

유저가 갈구하는 것은 레벨업만이 아니다.

 

인간은 자신이 종사하고 관심이 있는 분야에서 성취를 이루기를 바란다. 그 중 레벨은 게임에서 가장 단적으로 성취를 알 수 있고, 드러낼 수 있는 요소이다. 어느 게임이나 마찬가지지만, 일단 게임 내에서 본인을 소개해야 할 때 가장 먼저 나오는 것이 레벨과 직업임을 봐도 자명한 일이다.

 

그리고 동시에, 인간의 성취 욕구는 복합적이다. 수학을 잘하는 학생이라 하더라도 수학만 잘하길 바라는 것을 원치 않는 것처럼, 게임 역시 올라가는 레벨에 걸맞게 장비, 스킬등 부가적인 사항 역시 발전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트오세의 레벨링 정책은 어디까지나 '레벨링'에만 집중되었다. 220 레벨제 장비 중 쓸만한 장비 대부분은 거래 불가 딱지가 붙었고, 어쩌다가 주문서를 얻어도 그 이후에 해야 하는 것은 잘 나오지도 않는 재료들의 무한 파밍이다. 또한 스킬을 강화시킬 수 있는 특성은 그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반면 유저가 가용할 수 있는 금액은 사실상 제자리걸음이다. 이 게시판의 어떤 분이 써 주신대로, 분명히 몇 시간씩 열심히 사냥을 하지만 돈을 벌기 위해서는 또 130제 인던을 돌거나, 40제 필드맵에서 득템을 노리며 방황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래서야 레벨이 높아지는 의미가 없다. 170 이상부터는 레벨이 높아져도 쓰는 장비가 동일하고, 7랭 이상부터는 쓰는 스킬도 동일하다. 레벨이 높아짐으로써 즐길 수 있는 것이 늘어나지 않는다. 수학은 석박사급으로 한다 하더라도 국어, 영어가 초등학생 수준이라면 그 사람이 행복하다고 단정지을 수 없는 것 처럼, 트오세의 유저들도 마찬가지의 상황일 것이다.

(물론 행복하게 사는 사람도 있을 수 있기에 '행복하지 않다' 라고 단정하지 않겠다.)

 

조삼모사의 최후는 최종 컨텐츠의 부재

 

여튼 레벨업은 뚫려 있기에, 장비 욕심, 특성 욕심 없이 인던, 미션, 닥사+맵탐사, 몹도감 등을 이용하다보면 무난히 현 시점의 만렙을 찍을 수 있을 것이다.

게임에 있어서 만렙은 다양한 의미를 가진다. 게임 내의 모든 컨텐츠를 즐긴 정점의 상징이자 도달점이며, 레벨링에서의 졸업, 그리고 새로운 컨텐츠로의 또 다른 시작 등..

 

레벨링이 쉬워진다는 것은, 곧 이러한 만렙 도달이 쉬워진다는 것을 누구나 예측 가능한 일이었고, 개발사 입장에서는 그에 따른 만렙 컨텐츠를 조기에 확보 해 둘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트리 오브 세이비어의 만렙 컨텐츠는 굉장히 부실하다. 현재 만렙 컨텐츠로 할만한 것은 대지의 탑 정도인데, 유감스럽게도 대지의 탑은 만렙 유저들의 흥미를 끌지 못하고 있다. 일반적인 만렙 컨텐츠가 만렙이라면 누구나 무난히 즐길 수 있거나, 아니면 난이도는 높지만 얻는 것이 좋아서 도전 의식을 고취시키거나 둘 중 하나는 충죽해야 하는데. 대지의 탑은 난이도가 엄청나게 어렵지만, 그러한 난이도를 뚫으면서 얻는 것은 현재 최고 장비보다 약간 더 나은, 그나마도 거래가 불가능해서 재화적 가치가 없는 장비 뿐이다. 즉, 대지의 탑은 비단 트오세 뿐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하기 싫어하는 고 난이도 저 성취 과제인 셈이다. 

 

분명히 대지의 탑을 설계하면서 트오세 개발진도 느꼈을 것이다. 설마 설계 중 느끼지 못했더라도, 업데이트 이후 수 주일간 사람이 거의 없는 대지의 탑을 보면서 만렙 유저들의 관심을 얻는데 실패했다는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트오세 개발진은 요지부동인 것인가. 개인적인 억측에 가까운 추측이긴 하지만, 대지의 탑이 이렇게 만들어지고, 이렇게 유지되는 것에는 개발진의 책임 회피, 그리고 유저들의 발목 잡기에 그 목적이 있다고 생각된다. 즉, '우리는 너희들이 원하는 만렙 컨텐츠를 만들어 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깨지 못하는 것은 전적으로 너희들의 노오력이 부족한거다' 라는 메시지. 언젠가는 대지의 탑도 난이도(유저 레벨이 오르든 몬스터 스펙이 낮아지든)가 낮아지겠지만, 적어도 다른 만렙 컨텐츠가 개발에 착수되지 않는 한 대지의 탑의 난이도는 그대로 유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대지의 탑이 뚫리는 순간, 말 그대로 밑천이 끝장나기 때문이다.

 

굳이 대탑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한 때 논란이 되었던 '만렙 탱커의 샤울레이 플레이'도 성실한 플레이의 여부도 그렇지만, '만렙이 왜 샤울레이에 와서 (몬스터 레벨을 높여서)다른 유저들을 힘들게 하느냐'는 것도 반대측의 주요 주장 중 하나였다. 만렙이 이런 취급을 받는 게임은 많지 않을 것이다.

 

경직된 인던 개발, 그로 인한 유저의 파편화

 

그렇다면 왜 만렙 컨텐츠가 부재 한 것인가. 다양하고 복합적인 원인이 있겠지만, 얼마 안되는 개발력의 낭비도 원인 중 하나로 볼 수 있다고 생각되며, 그 중 하나가 바로 신규 인던에 있다고 본다.

 

앞 글에서 언급했듯, 원래 트리 오브 세이비어에서 인던은 레벨링의 보조적인 역할만을 담당하였다. 각 인던이 레벨 구간 끼리 연계되지 않고 띄엄띄엄 있었고, 초기에 50인던을 제외하고 단 2회만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이 이를 반증한다. 하지만 패치로 인해 같은 인던을 최대 5회 돌 수 있게 되면서 인던의 중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트리 오브 세이비어는 일종의 '쩔'을 막기 위해, 캐릭터의 레벨 기준으로 10레벨 이상 높거나 4레벨 이상 낮을 경우 레벨당 5% 씩의 경험치 패널티를 부여하고, 레벨차가 23 부근이 되면 경험치를 받지 못하게 패치가 되었다. 그러다보니 캐릭터 육성에 있어서 상당히 경직된 형태 - 해당 레벨대에는 반드시 이곳에서만 사냥을 해야 경험치를 받는 - 가 되었다.

 

그러다보니 애써 만든 인던을 돌 수 있는 레벨대가 한정되어버렸다. 예를 들어서 90인던이라면, 이 인던을 돌아 경험치 혜택을 볼 수 있는 레벨은 아무리 높게 잡아도 110 가량이 된다. 과거 115인던이 없던 시절, 130인던으로 가기 위해서는 110에서 20레벨을 더 올려야 하는데, 유감스럽게도 110~130대는 초기화구간인 136의 직전 구간으로 레벨업이 힘들었다. 퀘스트를 듬성듬성 거친 유저들이 130까지 올리지 못해 '기원의 숲'에서 닥사를 하기도 했다는 것을 기억하는 유저들도 있을 것이다. 그 결과, 내 놓은 것이 115, 145, 240 인던과 160인던의 개선이었다. 이 인던들은 레벨링을 위해서는 필요한 인던이기도 했지만, 트리 오브 세이비어 개발진의 꽉 막힌 사고방식이 드러난 인던이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새로운 인던이 만들어 질 때마다, '차라리 기존의 인던의 입장 레벨을 낮추거나, 인던 입장 레벨과 몬스터 레벨을 다르게 하는 방법도 있을텐데..' 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대표적으로 190인던을 들면 입장 가능 레벨은 190이지만 실제 몬스터들의 레벨은 200이고, 그 결과 그 다음 인던인 217인던까지 별 공백이 없이 넘어갈 수 있게 된다. 만약 90인던도 몬스터 레벨을 100으로 만들어두었다면, 다음 인던까지의 소요되는 20레벨의 공백을 10까지 낮춰서 (퀘스트만 밀어도) 130인던까지 무리 없이 진입할 수 있게 되고, 130인던도 몬스터 레벨을 140으로 하면 큰 공백 없이 160인던으로 가거나, 혹은 175 인던까지 25레벨의 공백을 15로 줄여서 퀘스트만 밀어도 진입을 가능하게 했을 것이다.

 

굳이 필자가 말한 방법이 아니더라도 기존 헬 구간의 서브 퀘스트의 경카 숫자를 늘린다거나(이미 깬 유저들에게는 경카를 추가 지급하는 방식), 신규 인던 대신에 기존 인던의 입장 레벨, 몬스터 레벨을 유연하게 조정을 하면 기존 인던만으로도 공백을 거의 느끼지 못하고 다음 인던으로 진입할 수 있었겠으나, 꽉 막힌 트오세의 개발진은 굳이 사이사이 인던을 만들어서 대처하였다. 이러한 인던들은 결과적으로 부족한 개발력을 낭비하게 하였고, 그 결과 리플레쉬 이벤트 같이 어설픈 이벤트, 그리고 만렙 컨텐츠 부족이라는 악순환을 반복시킨 원인 중 하나로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다.

 

이러한 인던의 세분화는 유저를 파편화시킨 문제도 야기하였다. 예를 들어서 130~150대의 유저가 100명이 있고, 이 곳을 담당하는 인던이 한 곳이라면 유저 100명이 인던 한 곳에 모이게 된다. 그렇다면 매칭이나 파티 구성에 있어서 유연성, 편의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145인던이 생김으로써 100명의 인원이 절반으로 갈라지게 되고, 줄어든 인원만큼 파티의 유연성이나 편의성은 감소하게 되며, 신규 진입 유저들에게 '사람이 별로 안하는 게임인가보다' 라는 인식도 덤으로 심어주었다. 이러한 파편화가 쌓이고 쌓여 속칭 '시골서버'는 몰리는 시간대 조차 인던 파티 구성이 힘들어지게 된 것이다.

(물론 미션까지 고려한다면 서버별 매칭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긴 하였겠으나, 인던의 경우는 이러한 매칭을 조금 늦출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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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는 인던 파티 구성의 역사(5인구성에 따른 선호/비선호 직업 - 갓동으로 인한 보조직군의 상대적 박탈감)에 따른 클래스 밸런스의 문제점, 그리고 개발진의 클래스 차별 등에 대해서 논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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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줄 요약

1. 레벨업과 동시에 스킬, 자금(장비)도 강해져야 하지만 트오세 개발진은 딱 레벨업만 용이하게 하고 스킬, 자금(장비)의 강화를 어렵게 함. 유저들은 레벨은 오르지만 강해지고 싶다는 욕구를 충족하지 못함.

2. 레벨업을 용이하게 하였다면 최종 컨텐츠를 갖춰두어야 하지만 현재 트오세의 최종 컨텐츠는 매우 부족하고, 대지의 탑은 현재로서는 생색용에 불과하다고 생각함.

3. 최종 컨텐츠의 부족에는 안그래도 부족한 개발력의 낭비에도 원인이 있다고 생각하며, 그 원인 중 하나는 기존 인던의 레벨 조정을 통해서 가능했던 '중간 레벨대의 공백'을 꼭 인던 개발을 통해서만 해결하려 한 개발진의 경직성에 있다고 생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