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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기 위해 이전에 썼던 글을 모아보니, 대충 A4용지로 20장에 약간 부족한 분량이 나왔다. 책자까지는 아니더라도, 평범한(?) 레포트 정도다. 근거가 있을만한 내용만 집약해서 쓴게 저정도라니, 정말 이 게임을 열심히 했구나 하는 생각과, 트리 오브 세이비어라는 게임의 역사를 정리하거나, 혹은 누군가의 연구 대상이 된다면 이것보다는 더 길게 작성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렇게 과거를 되짚고, 나름대로의 문제점을 찾는 과정은 오히려 쉬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분석력과 그것을 작성하는 문장력을 요할수는 있으나 상상력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반대로 미래, 즉 '과거에는 이러했으니 앞으로 이렇게 해야 한다'라는 상상력을 요구하는 제언은 굉장히 어렵다. 역사가 거울 역할을 하더라도, 실패를 다소 피하게 해 줄 뿐이지 성공을 보장하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해야될까. 오히려 IMC와 다른 유저분들의 입장에서는 새파란 타인의 입장인 필자의 제언이 현실과 괴리된 망상 비스무리한 무엇이라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이 글에서 감히 미래를 제언하려고 한다. 미래를 이야기 할 수 있을 때 내가 한 때 이 게임을 하면서 꿈꾸었던 미래를 이야기 하고 싶어서이다. 미래라는 것은, 이야기 할 수 없을 때는 할 수 없는 것이니.

 

현실을 직시하라

 

세간에 알려진 imc의 이미지는 기존 한국 IT업계와 뭔가 다른 이미지이다.


일종의 소문 같은 이야기에 의하면 야근이 거의 없고, 직급을 가진 사람은 일정 기간마다 신기술에 대한 발표를 해야 한다. 술자리 회식도 없고 직원은 매주 자기 할 일을 정해서 스스로 한다. 스티븐 잡스의 타계일날, 회사 휴무를 선언 할 정도로, 서구적이면서 혁신 비스무리한 무언가를 좋아하는 이미지다. 표면적으로는 이상적인 시스템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애플이나 구글 등 소위 '서양의 잘 나가는 IT 기업'과 IMC의 차이는 확연하다. 애플이나 구글에서는 트리 오브 세이비어 같이 몇 주일간 골몰한 패치 하나가 두 세개의 버그를 만들지 않을 것이다. 김학규 사장은 스티븐 잡스가 아니고, 김세용 부사장은 팀 쿡이 아니고, imc게임즈는 구글이나 애플만큼의 복지후생을 제공하지 못하며, 단언할 수 없지만 아마 imc게임즈의 직원들은 구글이나 애플의 직원들보다는 그 능력이 높지 않을 것이다.

 

경영학도가 아니라서 경영학 이론을 들어가며 말하지는 못하겠지만, 서양의 경영이자 imc의 회사 경영 시스템으로 알려진 회사 경영 철학은 회사도, 경영인도, 직원도 모두 일류일 때 가능할 것이다. 회사가 1류 직원을 유인 할 만큼의 복지후생을 제공하지 못하고, 경영인이 1류의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직원이 1류의 성과를 보이지 못한다면 회사의 성과는 셋 중 가장 낮은 부류에 맞춰져버릴 것이다. 현재 시스템을 모두 뜯어 고칠 수는 없겠으나 현재의 상황이 좋다고 할 수 없다면, 회사의 경영 시스템을 돌아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것이 CEO의 역할이라고 아마 경영학 전공서적 어딘가에는 써져 있을 것이다.

 

또한 IMC 게임즈는 각 분야를 서로 분리 된 것이라고 볼 정도로, 각 파트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지 않을 정도의 큰 회사가 아니다. 예컨대 에버랜드가 어떠한 사건 때문에 입장객수가 1/10이 된다고 하여, 경영의 책임이 이건희나 이재용에게까지 미치지는 않고, 이건희와 이재용을 욕하지는 않는다. (삼성의 주력 산업인 스마트폰은 좀 영향을 미치는 듯 하지만.) 삼성은 거대한 재벌 집단이고, 각각의 사업/부서/산하기업에는 각각의 책임자가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그 책임은 에버랜드를 담당한 책임자가 지게 될 것이다.

 

하지만 트리 오브 세이비어의 경우, '김세용' 이라고 하는 총괄 디렉터가 있지만 사실상 욕은 김학규 사장에게 향한다. 굳이 트리 오브 세이비어가 아니더라도 imc게임즈와 관련된 사안에서는 결국 김학규 사장이 비판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김학규 사장이 가장 잘 알려진 인물이기도 하지만, 트리 오브 세이비어가 imc게임즈가 작은 회사이고, 트리 오브 세이비어가 imc 게임즈의 일부 따위로 인식되지 않기 때문이다. 조금 더 직설적으로 말하면 트리 오브 세이비어의 국내 상황은 imc 게임즈가 개발하는 게임 전체의 인식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세간에는 김학규 사장이 울프나이츠 개발에만 전력을 다 하는 것으로 언급되고 있는데, 설마 '트리 오브 세이비어는 우리 회사 사옥이 아닌 다른 별도의 스튜디오에서 개발중이고, 김세용씨가 개발하는거고, 내가 개발하는 울프나이츠하곤 상관 없다고 생각하겠지.' 라고 생각한다면 정말 큰 착오를 하고 있는 것이다. 트리 오브 세이비어의 흥망은 '노토리우스' 처럼, 고스란히 imc의 개발작들을 표현하는 수식어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노토리우스'의 역사를 반복하질 않길, 시대의 폭군과 현해탄 건너편의 강대국조차도 지우지 못하는 것이 역사라는 것을 기억하기를, 반쪽짜리 사학도이자 악튜러스의 팬으로서 간절히 바라고 있다.


자국에서 사랑받지 못하는 문화는 외국에서도 사랑받을 수 없다


3월 초 끝난 알파벳 이벤트 이후, 트리 오브 세이비어에는 '신규 컨텐츠'가 업데이트 되지 않았다. 인던 통합이나 신규 맵의 등장 같이 제법 굵직한 패치가 되긴 했지만, 현재의 인던-미션-퀘스트로 정형화 된 플레이 패턴을 바꾸지 못했다는 의미다. 왜 신규 컨텐츠의 서비스가 부진한가에 대하여는 다양한 의견이 있겠지만, 실제 이유가 어찌되었든 스팀이나 해외의 런칭 소식은 유저들로 하여금 배신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개발진이 국내 서비스를 포기하고 외국에 올인 하려는 것은 아닐 것이다. 130명 정도 되는 회사라면 각각 담당하는 부서나 업무가 다를테고, 스팀 담당 부서or직원은 그 일을 성실히 하여 가시적인 성과가 보이지만 버그/컨텐츠를 담당하는 부서or직원은 아직 그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지 못해서 그러한 결과가 보였을 뿐일 것이다. 이러한 불협화음이 유저들을 더욱 불안하게 하고 있지만 말이다.

 

imc게임즈, 정확히 말하면 김학규 사장 제작의 온라인 게임은 공통점이 있다. 바로 빠른 해외 진출이다. 특히나 그의 첫 온라인 작품인 라그나로크 온라인은 수출을 염두에 안하던 시점에서부터 해외의 관심을 받아 수출을 하기에 이르렀고, 그라나도 에스파다 역시 현재 국내의 저조한 관심에 비하여 진출한 국가가 많은 편이다. 트리 오브 세이비어도 마찬가지 관점에서 접근되고 있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라그나로크 온라인 및 그라나도 에스파다와 트리 오브 세이비어간에는 차이가 있다. 바로 국내 흥행 여부이다. 라그나로크 온라인은 말할 것도 없고, 그라나도 에스파다 역시 대박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비슷한 시기 출시되었던 온라인 게임 중에서는 장수할 정도로, 심지어는 게임 자체를 흔든 여러 악재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살아 남아 있는, 당시 기준에서는 나름대로 수준급의 게임이었다는 것이다. 반면 트리 오브 세이비어는 서비스 3개월이 막 지나가는 시점에서조차 유저수가 급감하고 있으며, 각종 버그 문제로 제대로 된 플레이를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외국이라 하여 이런 문제를 알지 못하리라는 법도 없고, 설령 모른다 하더라도 실제로 겪어보며 문제점을 느낄 것이다. 밸런스나 컨텐츠 문제는, 그리고 통합 매칭으로 인해 발생한 부작용(패킷오류, 매칭 불가능 문제)까지 차치함에도 불구하고 남아 있는 세세한 버그들은 유독 한국인들만 민감히 느끼는 문제는 아닐 것이다.

 

'자국에서 사랑받지 못하는 문화는 외국에서도 사랑받을 수 없다.' 같은 교과서적인 멘트를 상기 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한국 서버 상황이 이렇다는 이유로 스팀 서버 오픈을 늦춰야 할 이유는 없다. (개인적으로는 왜 3월 오픈에 목을 매는지는 궁금하긴 하다.) 하지만 한국 유저들의 불안은 해소해야 한다. 그리고 그 방법은 직접적인 의사소통(스팀 서버와 한국 서버 상황은 상관이 없다는 공지 및 설명)가 될 수도, 아니면 대규모 업데이트를 통한 간접적인 방법이 될 수도 있다. 스팀과 한국 서버의 상황 개선을 동시에 하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스팀 서비스와 한국 유저들에게 희망을 심어주는 것 정도는 동시에 할 수 있을 것이다.


게임 경제를 개방하고, 레벨 이외 요소의 성장을 체감하도록 하자


현재 트리 오브 세이비어의 정책을 보면 레벨업은 쉬워졌지만, 실버 획득(=장비 획득, 특성 추가)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거기다가 현거래를 막기 위한 경매장 제한, 팀 창고 제한, 거래 제한 등... 물론 그럼에도 현거래는 근절되지 않고 음성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니, 본말이 전도된 이 정책으로 피를 보고 있는 것은 유저들 뿐이다. 북한 조차도 장마당 같은 소규모의 자본주의적 시장경제는 묵인하고 있다. 제한적인 경제 정책에 대하여 유저들에게 납득 가능한 해명이 어렵다면 자유화 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217 인던 이후로부터 획득하는 주문서 아이템들은 애니무스 제작서(물론 애니무스 제작서의 가격은 헐값이다) 빼고는 거래 불가다. 살러스 수도원의 주문서도, 롤로펜서 시리즈 역시 마찬가지로 거래 불가다. 따라서 해당 아이템의 주문서를 원한다면 유저가 직접 뛰는 방법 밖에 없다. 설령 주문서를 구한다 하더라도 황당할 정도의 재료는 끝없는 노가다를 요구한다. 개인적인 추측으로는, 이러한 아이템을 파밍하면서 만렙들이 시간을 보내기를 바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아이템을 맞춘다고 하여도 쓸 만한 장소가 많지 않고, 성능도 만렙들이 발벗고 뛰게 만들 정도로 획기적이지도 않다. 역시나 어떠한 정책으로 이러한 방법을 사용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였다면 수정하는 방향으로 기조를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반면 레벨업 시스템은 더 이상 쉬워지는 방향으로 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유저들의 레벨업을 방해하려는 것이 아니다. 레벨링이 주요 컨텐츠라고 공언하였음에도 레벨업이 쉬워진다면 그만큼 레벨을 올린다는 것에 대한 성취감이 줄어들고, 최종 컨텐츠로의 빠른 도달은 유저들의 빠른 이탈로 이어 질 것이다. 이미 자동매칭 및 4직업 파티 경험치 대폭 증가, 필드 몬스터 경험치 대폭 증가, 신규 퀘스트 추가 등으로 정보가 없어서 레벨을 못했으면 몰라도, 경험치 카드가 부족해서 레벨업을 못하지는 않는다. 정보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튜토리얼을 강화하되, 최종 컨텐츠의 확장이 있지 않는 한 더 이상의 단기적인 경험치 이벤트는 지양할 필요가 있다.

 

이벤트는 이번 100일 이벤트처럼 이벤트 한정 아이템, 복장 중심으로 향하고(이렇게 제공되는 아이템을 헤어, 복장까지 확장 할 필요가 있다.), PC방의 경우는 현재의 경험치 상승량에 더하여 +a를 하기보다 추가 실버의 제공이나 인던 플레이시 큐브 추가 지급(혹은 PC방에서는 필보를 제외한 일반 인던 보스 큐브 1회 다시 까기를 무료로 제공), 소울 크리스탈 추가 지급이나 PC방 전용 아이템 지급과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는게 좋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리고 현재 사실상 잡템만 나오는 미션 큐브를 개편하여, 미션에서만 나오는 아이템을 지급하는 방향도 고려 해 보았으면 좋겠다. 특히나 각 미션마다 다른 아이템을 준다면 다른 미션도 활성화 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밸런스 조정이 어렵다면, 당장 급한 불인 버그부터 수정하자

 

초창기 몇 차례의 밸런스 조정은 유저들의 원성을 사기에 충분하였다. 단순한 밸런스 패치가 아니라 OP직업군을 아무런 예고 없이 갈아 치우는 (도펠/머스킷 너프, 아쳐계열 전반 버프) 패치였기 때문이며, 동시에 버그가 산재한 직업에 대하여는 근본적 원인을 해결하지 못하는 미비한 패치에 그쳤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하였는지 최근 들어서 밸런스를 뒤집고 있지는 않지만, 콘텐츠 업데이트까지 되고 않고 스팀 서버 오픈을 앞둔 상황에서는 일종의 '방치'로 비춰지는데 기여했다고 보여진다.

 

일전 글에도 썼듯 트리 오브 세이비어의 직업 시스템은 밸런스를 완벽히 맞추는 것도 어렵고, 몇 차례의 사건을 통해서 유저들은 본인들의 캐릭터의 빌드가 정통이 되길 바란다. 모든 유저의 희망을 이루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나마 가장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버그 때문에 제대로 된 플레이를 할 수 없는 직업군에 대한 집중적인 패치'를 하는 것이다.

 

매주 매주 특정 직업에 대하여 집중적인 패치를 하여 최대한 쾌적하게 플레이를 할 수 있게 해 주고, '현재 xx, yy, zz의 직업군에 버그가 있는 것을 확인했고, 조만간에 수정하겠습니다' 같은 공지를 곁들여 준다면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누군가는 '이제서야 이걸 파악했냐' 라고 하겠지만, 개발진이 버그를 인지하고 있다고 밝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확연한 차이가 있다. 언젠가는 개선될 수 있다는 '희망'을 줄 수 있느냐 없느냐와 같은 말이다. 꼭 밸런스 뿐 아니라, 다른 컨텐츠 업데이트의 경우도 '그 때 그 때 수정할 것'만 이야기 하기보다 몇 주일 뒤, 몇 개월 뒤의 장기적인 그림을 이야기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 생각된다. 현재 트리 오브 세이비어의 현재가 어두운 것도, 미래에 대해서 어떤 말도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반대로 대대적인 밸런스 패치는, 몇몇 분들에게 죄송하지만 지양하는 것이 좋아보인다. 완벽히 하는 것도 어려울 뿐더러, 추후 8랭, 9랭이 나온다면 그것에 맞춰서 대대적인 밸런스 수정을 다시 해야 한다. 정말 심각하게 밸런스가 높거나 낮은 것이 아니라면, 밸런스 수정보다는 8랭을 최대한 빨리 내 놓고, 그 뒤에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하는 것이 좋아보인다.


함께 하며 친목을 도모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자

 

인던 및 미션 통합 매칭, 파티 구성시 클래스별 경험치 가산과 같은 정책은 비주류 직업 유저들에게는 성공적이었지만 게임 내 친구나 커뮤니티, 길드원이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차단 한 결과로 이어졌다. 자동 매칭을 하여 얻는 경험치 이득이 유저들과의 친목을 쌓는 기회보다 우위에 섰기에 나온 결과였다. 위에 언급한대로 일반적인 유저라면 인던-미션-퀘스트 밖에 없는 컨텐츠 하이기에, 이러한 매칭의 활성화는 모든 컨텐츠의 매칭화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부터는 '모여서 무언가 할 수 있는 컨텐츠'를 생각 해 볼 시점이 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현재로서 그나마 다른 추가 컨텐츠를 만들지 않고 함께 하는 곳을 만든다면 살러스 수도원과 대지의 탑이 해당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위에 언급한대로 이 컨텐츠들에서 '노력 대비 성과가 가치가 있도록' 조정하는 일, 즉 아이템(주문서)의 거래를 풀거나, 더 좋은 아이템을 풀거나, 아니면 난이도를 낮추는 식의 방법을 꾀하는 노력도 병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pvp 컨텐츠로서는 파티 대 파티의 pvp도 생각 해 볼만하다. 파티 단위로 pvp를 신청하면 그것을 받아들여서 모든 쪽이 전멸할 때 까지 싸우게 하는 것이다. 현재 이 게임에서 유저가 가장 많이 죽는 지역 중 하나가 '페디미안'이다. 즉 배틀리그는 아니지만 1:1 대전은 생각보다 많이 이루어지고 있고, 그것의 확장판이다. 현재의 팀 배틀 리그는 시간과 공간이 제한적이고 보상도 형편없는데, 파티 pvp는 보상은 그렇다 쳐도 시간과 공간 제한 없이 배틀을 할 수 있고, 패배의 리스크가 없어서 전투 중심 길드가 아니더라도 대련 형태의 접근이 가능할 것이다. 조금 더 확장하면, 유저 자발적인 pvp 이벤트가 개최될지도 모를 일이다. 아니면 현재의 시간 제한적인 배틀 리그를 개편하여 참여 가능한 시간대를 늘리고, 급/단수 체계를 도입하고, 그것에 따라서 타이틀이나 아이템, 포인트를 지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pvp가 물적 이익을 얻는 형태가 된다면 pvp 밸런스를 맞추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 사항이 되겠지만 말이다.

 

비전투 컨텐츠도 생각 해 볼만하다. 예를 들어서 파볼 축구를 응용해서 정말로 축구 컨텐츠를 만든다거나, 각 맵에 산개되어 있는 기믹을 이용해서 컨텐츠를 만들거나(ex - 얼마나 힘을 주느냐에 따라서 공이 움직이는 것을 응용해서 컬링 비스무리한 이벤트를 만든다거나, 퍼즐 시간 대결을 펼친다거나, 수정구에 닿지 않는 기믹을 활용해서 빨리 탈출하는 이벤트를 한다거나, 한정된 이벤트 맵에 별을 뿌려놓고 얼마나 많이 모아서 가져다 주는가 등), 트리 오브 세이비어의 특징 중 하나인 지형지물의 점프가 가능한 것을 이용하여 메이플스토리의 슬리피우드(?)쪽의 이벤트처럼 가기 어려운 이벤트 지형에 시간제한을 두고, 거기를 다 올라가면 보상을 주고, 매 주마다 가장 빨리 올라간 x명에게 추가 보상이나 타이틀을 준다거나 식의 이벤트도 가능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아까웠던 것 중 하나가, 트리 오브 세이비어는 현존하는 이벤트 기믹을 응용하면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은데도 이런 이벤트가 아직 없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마비노기를 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이벤트가 스키점프였었는데, 스키 점프같은 것을 고려하지도 않은 플레이오네 엔진 가지고도 데브캣은 새로이 만들어서 이벤트를 했다. 이미 각종 맵의 기믹에서 예시가 있는 트리 오브 세이비어라면 데브캣의 그것보다는 덜 고생하면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벤트 특성에 따라서 공정성을 위해 스킬을 모두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전사의 달리기나 토큰/포션의 이속 등이 적용 가능하지 않게 하는 배려는 필수일 것이다.

 

필드보스 역시 개편이 필요하다. 필드보스가 저렙부터 고렙까지 나뉘는 것은, 아마 저렙이든 고렙이든 레벨대에 맞는 필드 보스를 잡도록 하는 취지에서 그렇게 설계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하지만 저렙 필보든 고렙 필보든 결국 필보를 잡는것은 280 레벨에 근접한 특정 레벨대의 유저 뿐이다. 또한 고렙 필보가 상대적으로 좋은 가치의 물건을 주고 저렙 필보가 다소 낮은 가치의 물건을 주어야 하건만, 그렇지도 않아 보인다. 고렙 유저들이 저렙 필보에 불을 켜며 잡을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그렇기 때문에 가급적 많은 유저들이 필보를 잡을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캐릭터/계정당 필보 큐브 획득 갯수 제한, 혹은 기여도에 따른 큐브 차등 지급이 주로 언급되었고, 혹은 타 게입의 던전 입장권과 같이 특정 맵 사냥중 매우 낮은 확률로 특정 맵에서만 필보를 소환 할 수 있는 티켓(유통기한 있음)을 드랍시킨다면 정보의 독점과 상관 없이, '그 티켓을 가진 유저와 가까운 사람들' 이라면 필보를 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위의 사례들이 정답은 아니고, 필보 전문 유저라면 당연히 타해법을 찾아내겠으나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필보 시스템을 만드는데도 관심을 기울여 주셨으면 좋겠다.


어두운 길을 비출 시간이다

 

개발진이 여론에 신경을 쓰고 있나, 쓰고 있지 않나에 대하여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필자는 '신경을 매우 쓰고 있다'로 생각하고 있다. 당장 채용 공고에 '멘탈 갑인 사람'을 뽑고 있고, 100일 이벤트는 비판받기 싫어서인지는 몰라도 여타 대규모 이벤트에 비하여 밋밋하다. 그나마도 이벤트 내용 중 서버당 모험일지 100위에게 100TP를 주는 이벤트도, 원래 '(아이템을) 모두가 받을 수 있어서 즐길 수 있는 이벤트' 라는 취지로 작성했겠으나 '모험일지 100위가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컨텐츠냐' 라는 말에 부랴부랴 지급 대상을 사실상 전 유저에게 확장시켰다. 사실 알파벳 이벤트도 처음에는 알파벳 구경도 못하게 만든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보상템중 희귀템이라 할 수 있는 몇몇 템들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아이템 시세 떨구려고 하냐' 라는 항의가 있었고, 그것을 의식하면서 드랍률이 극악이 된게 아닌가..라고 혼자서 추측하고 있다.

 

현재 게임 전반에 걸쳐 있는 버그 문제를 옹호할 수는 없지만, 이러한 상황을 보면 적어도 컨텐츠를 기획하는 분들은 '딜레마'에 빠져 있는 것이 느껴진다. '무엇을 하더라도 결국 비판 받고 왜곡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무엇을 해야 할지 주저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진다. 개인적으로 유저들의 항의에 그렇게 공지를 빨리 바꾸는 게임을 아직까지 본 적이 없다. 즉, 유저들 눈치에 기획의 구현 가능 여부까지 고려해야 하는게 현재 트리 오브 세이비어 컨텐츠 제작자들이다.

 

이러한 딜레마에 빠진 원인은, 조금 가혹하게 말하면 '원칙을 스스로 깬 결과' 일 것이다. 일전의 글에 언급하였듯 코토리우스 사건으로 인한 유저들의 분노는 하늘을 찔렀고, 후기 컨텐츠의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단기적인 경험치 이벤트를 남발하면서 결과적으로 현재의 '레벨은 올라갔지만 할 것이 없는' 상황이 되었다. 마족수감소 및 사냥터의 서버 증설이나, 기존에 있던 르귄 및 160인던의 경험치 조정 같은 '점진적인 방법'을 생각 할 경황이 없었더라도 말이다.

 

현 시점에서, 트리 오브 세이비어의 개발진에게 '우리는 어떤 게임을 만들고 싶은가?' 라는 자문자답을 해 보시길 권해본다. 소위 '룩덕'을 양산하며 채팅/커뮤니티 위주의 게임을 만들 것이라면 유/무료 복장을 대폭 늘리고 채팅 시스템을 개선하거나, 혹은 채팅에서 좀 더 돋보이게 만드는 아이템을 개발하면 될 것이다. 필드 사냥 위주의 게임이라면 필드 사냥에서 몬스터 개체수나 아이템/템 드랍률을 매끄럽게 조절하면서, 필드 사냥을 유도하면 될 것이다. 인던 위주의 게임이라면 인던의 추가적인 개발 혹은 기존 인던의 기믹 개발 등을 중시해야 하면 될 것이고, PVP를 중시하는 게임을 만들 생각이라면 PVP 밸런스나 PVP 보상 등을 중시하면 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어떤 게임이다'를 정한다면, 그 방향 하에서 최대한 많은 즐길 거리를 제공하되, 최소한 그 철학을 굽히지 않고 관철시켜나가기 바란다. 물론 그러한 방향성에 대해서 반발하는 유저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방향성 확정으로 인한 유저들의 이탈보다, '그러한 철학이 보여지지 않아', 즉 '미래가 보이지 않아' 이탈하는 유저들이 더 많다고 생각된다.

 

지금까지 트리 오브 세이비어는 유저들에게 안대와 지팡이를 주고 어둠속을 걷게 했다. 당연히 많은 유저들이 넘어지고 포기했다. 이제는 안대를 벗기고, 길을 보여주며 닦아나가길 바란다. 적어도 어둠속에 지쳐 멈추는 것 보다, 스스로 '내 길이 아니다' 고 뒤돌아서게 만드는 것이, 최소한 게임과 유저가 '아름다운 작별'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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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글을 겨우 마무리 지었습니다.


마지막은 개발/운영진 분들에게 뭔가 기운을 드리고 싶었는데, 결과적으로 다시 디스하는 글이 되어버렸네요. 디스 본성은 어쩔 수 없는 모양입니다. 부디 양해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현재 상황이 지속된다고 하여 트리 오브 세이비어가 망하리라곤 생각하지 않습니다.
인던/미션 통합으로 인해 현재 유저수의 절반이 되더라도 버틸 수 있는 구조가 되었다고 생각되며, 경매장 통합이나 서버 통합이 이루어진다면 좀 더 버틸 수 있을 것입니다. 해외 오픈을 하면 테섭(?)으로서의 한국 서버는 매출을 떠난 가치를 가질테고, 줄어드는 유저만큼 줄어드는 유지비용도 고려 할 수 있겠네요. 다만 그것은 '살아남는다'라고 표현하지. '즐거운 게임을 만들었다' 이라곤 하지 않습니다. 생존과 유희는 별개의 개념이니까요.

 

그리고 위 글에 모두 공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위에 언급드렸듯, 보여지는 문제점은 누구나 보여지지만 그것을 고치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를 수 밖에 없거든요. 애당초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 분도 계실테구요. 하지만 한 때 이 게임에 많은 시간을 쏟았던, 그래서 '이만큼 이 게임을 좋아했었던' 한 유저의 흔적으로만 봐 주신다면 더 이상 이 게임에 대한 여한은 없을 것 같습니다.

 

그 동안 이 글을 읽어주신 많은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p.s 글의 제목인 트리 오브 세이비어는 어떻게 똥나무가 되었나? 는 '(기아)타이거즈는 어떻게 강팀이 되었나?'의 패러디입니다.

'타이거즈를 어떻게 강팀이 되었나?'는 2015년에 나왔던 야구 칼럼 제목 중의 하나인데, 시즌 극초반 잘 나가는 기아 타이거즈를 보고 칼럼이 작성되었는데 그 이후로 성적이 쭉쭉 떨어져서 결국 플레이오프 문턱도 못 밟고 시즌을 마치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트리 오브 세이비어도 한 때는 유저들이 북적북적 했었는데 지금은 로우바둑이는 커녕 그 이하에서 멤돌고 있고, 회복의 가망은 보여지지 않네요. 기아 타이거즈와 비슷한 전철을 밟고 있지만, 그럼에도 기아 타이거즈와 같이 DTD..아니 DGD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제목을 저렇게 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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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줄 아닌 다섯줄 요약

 

1. 임씨는 애플이 아니다.

2. 자국에서 사랑받지 못하는 문화는 외국에서도 사랑받을 수 없다. 해외 진출이 한국 유저들을 포기하는 것으로 비춰져서는 안된다.

3. 어차피 밸런스 조정은 매 서클이 추가 될 때 마다 해야되는 작업이다. 큰 문제가 아니라면 밸런스 패치보다는 버그 패치에 집중하자

4. 인던, 미션 이외에 함께 할 수 있는 컨텐츠(기믹 이벤트, PVP, 필드 보스)도 시도 해 보자

5. 트리 오브 세이비어의 정체성을 다시 재정립하고, 그것에 맞춘 업데이트를 해 주면 좋겠다. 아무런 정보가 없는 유저로서는 게임이 이야기 하고자 하는 바를 알지 못하고 접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