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 29일 패치로 인해 늘어난 인던 입장 횟수 증가로 인해 인던 입구 앞은 인산인해를 이루기 시작했다. 조금 과장이라면 과장이지만, 이 때 르귄 앞에 있던 인원수가 현재 한 서버의 인던 대기 인원을 합한 숫자보다 많았던 기억이 있다. 기원의 숲 전 채널이 빨간색으로 표시되었던 것은 지금은 억지로 재현하려고 해도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북적거리며 희망찬 공간은 아니었다. 르귄 인던 앞은 거대한 인력노동시장이었을 뿐이다. 현실의 직업소개소도 몇 가지 우대 요소를 가진 사람이 쉽게 하루의 일감을 얻을 수 있듯, 르귄의 인력노동시장에서도 링커, 힐러 같은 직업군은 쉽게 인던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필자 역시 탱커였기 때문에 인력노동시장에서 살아 남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인력노동시장에서 그다지 인기가 없었던 직군은, 머리 위에 노란 글씨를 띄우고 기약 없이 기다려야 했다. 물론 이 전부터 캐릭터간 밸런스 관련 논의나 토론은 있어 왔겠지만, 아마 이 때 대부분의 유저들은 느꼈을 것이다. 어떤 직업을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신이 될 수도, 누구도 나의 접촉을 원치 않는 불가촉천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일관성 없이 자주 바뀌는 직업간 밸런스

 

그렇다보니 트리 오브 세이비어의 유저들은 밸런스에 굉장히 민감하며, 불행히도 이 게임 자체도 밸런스의 조정이 굉장히 어려운 게임이다. 예를 들어 똑같은 위저드3이라도 그 이후에 엘리멘탈리스트를 찍으면 퀵캐스트와 엘리멘탈리스트의 강력한 마법 공격력이 더해져 현재 마법사 계열에서 가장 핫한 '위엘' 조합이 되지만, 보조직군인 크로노맨서나 쏘마터지를 찍으면.. 솔직히 이렇게 찍은 분을 안 봐서 모르겠지만 적어도 시너지를 내기 어려운 것은 확실할 것이다. 이는 이 전전글에서 말했듯, 제작에 가용할 수 있는 개발력을 초월한 직업 시스템을 기획한 산물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좋은 방법 중 하나는 그들의 개발력 수준으로 직업 시스템을 재편하는 것이나, 애시당초 현재의 시스템을 원점으로 회귀하는게 가능하리라고 생각하기도 어렵고, 설령 '그들의 개발력 수준으로 직업 시스템을 개편한다면' 직업 시스템은 과장을 조금 보태면 '바람의 나라'급으로 회귀 하게 될 것이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최대한 직업간 밸런스를 맞춰서 격차를 줄이는 방법인데, IMC의 접근방법의 대체적인 기조는 이쪽이다.

 

밸런스를 맞추기 위한 시도까지 지적 할 수는 없다. 하지만 IMC가 밸런스를 맞추는 방법은 대개 '버프' 보다는 '너프'를, 그것도 유저들의 연구에 의해 효율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직업의 주력 스킬을 너프 해 버리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도펠이 전사직군의 마지막 희망쯤으로 불려가던 시점에 주력스킬인 사이클론을 '버그 패치'의 명목으로 너프했고, 탱커들이 많이 사용하던 로델레로의 회피이동도, 많은 아쳐들이 거쳐간 테크인 머스킷기어의 스나이프도 마찬가지의 전철을 밟았다. 물론 명목상으로는 '버그의 패치'였지만, 그 결과 해당 스킬을 보고 테크를 밟은 유저들은 마른 하늘의 날벼락처럼 전력이 급감(속된말로 X캐가 되었다)하게 되었다. 이것은 단순히 해당 유저들의 피해에 그치지 않았고, 본인들의 주력 스킬이 너프 당했기 때문에 다른 직종의 강한 스킬을 너프해야 형평성에 맞다는 볼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설상가상으로 이 게임은 아직 랭킹 초기화 관련한 아이템이 없다. 랭초권에 대하여는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이 글에서 랭초권의 필요 여부에 대하여 논하지는 않겠으나, 한가지 확실한 것은 현재 상황에서 자신이 키운 캐릭터가 게임사의 일방적 패치에 의해 하루 아침에 추락하더라도, 유저들은 그 어떠한 대응도 할 수 없다.

 

오늘도 유저들은 목요일을 기도하는 심정으로 기다린다. 

 

보조직군에 불리해져가는 게임

 

약 1~2주일 전, 클레릭의 시위 때 '보조직군은 주방도구고 딜러는 요리사니 요리사가 더 받는게 뭐가 이상한거냐' 라고 어떤 분이 망언을 할 당시, 그 광경을 실제로 목격했다.

(관련글 : http://www.inven.co.kr/webzine/news/?news=152388&site=tos 의 베댓 참조)

 

농경사회에서 잉여생산물이 나오고, 식량 생산 이외의 무언가에 종사하는게 가능해지면서 청동기 시대와 문명/문화는 꽃피었다. 조금 거친말로, '인간이 먹고 사는 식량을 생산하는 것이 중요하고, 농기구 만드는 사람이나 세금 관리하는 사람이나 족장은 식량을 생산하지 않는 보조 역할이니 농부가 대접 받는게 당연한거다' 라고 생각하는 카오스_xx 같은 분이 신석기 시대에 더 많았다면, 청동기 시대나 문명은 아마 발현되지 않았을 것이다. 다행히도 우리 선조들은 현명했고, 문명을 꽃피웠다.

 

여튼 사회가 다원화되면서 다양한 직업이 생기는 것은 역사적으로 증명된 사례이고, 이는 여타 게임들 뿐 아니라 트오세의 세계도 마찬가지다. 힐러가 있고, 탱커가 있고, 알케미스트/파드너/스콰이어 같은 생산직이 있고, 법사 중에서도 쏘마터지나 크로노맨서가 있고, 필자가 알지 못하지만 보조직군의 역할을 수행하는 분들이 있다. 이제 이들이 모두 없어진 트오세의 세계는 상상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들은 자원봉사자가 아니다. 일반적인 캐릭터에 비해 범용성을 희생하고 특성화를 선택했다. 그렇다면 이들이 특성화 된 무언가를 할 수 있게 환경을 조성해야 하며, 동시에 특성화를 하였다고 하여 공통적인 요소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서 들어가자마자 사실상 진로가 정해지는 간호학과에 입학하였다고 한다면 이 학생이 간호학을 열심히 배워서 관련 직종에 취업할 수 있게 해야 하며, 동시에 간호학과에 진학하였다고 하여 학교 정책, 혹은 국가 정책상 차별을 하여서는 안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트리 오브 세이비어에서 특성화는 부족하고, 공통적인 요소에서는 차별을 받는다. 예를 들어서 힐러는 클레릭 랭크가 중요하고, 결국 다른 것을 무엇으로 가느냐는 중요하게 보지 않는다. 특성화가 잘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RPG의 본연, 즉 역할 놀이가 이루어 질 수 있는 컨텐츠가 갖춰져야 하지만 현재 대지의 탑 같이 매우 어려운 곳을 제외하곤, 파티가 극악의 확률로 이상하게 구성되지 않는 한 아무나 다섯명 모여서 깰 수 있는 것이 트리 오브 세이비어의 인던/미션이다. 각 직업별로 파티 구성시 추가 경험치를 얻는 것으로, 억지로 특성화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반면 지금까지 패치 노선은 보조직군에 불리한 것들이 많았다. 자동 매칭 경험치가 대폭 확대되면서 '안정적인 파티를 위해' 캐릭터를 만들었던 보조직군 유저들은, 자동매칭 되는 매 순간순간 다른 파티에서, 다른 상황을 직면하며 싸워야 했다.(사실 이건 누구나 마찬가지의 상황이긴 하다. 경험치를 더 받는 대신의 패널티 격이라고 해도 무리는 없겠다.) 표면적으로는 '누구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바이보라의 날개의 몬스터 도감 경카 지급은 사실상 보조직군 유저들에 대한 전면적 차별 선언이었다. 물론 이후에 '파티가 잡은 것도 횟수로 인정 해 주겠다'는 패치를 했지만, 이 역시 완벽하지 않다. 결국 닥사터는 한정되어 있고, 그 닥사터 이외의 지역은 조금 극단적으로 말해서 딜러들은 파드너의 버프를 두르고 몬스터를 잡을 수 있지만, 보조직군은 어떻게든 딜러를 구하는 번거로운 절차를 밟아야 한다. 왜 그 직업을 선택하였다는 이유로 사람을 별도로 구해야지만 무언가를 얻을 수 있게 만들었냐는 것이다.

 

'간호학과에 진학해야지만 간호사 면허를 받을 수 있다'는 말에 간호학과에 입학했는데, 어느순간 간호사 면허는 누구나 다 받을 수 있게 법률을 개정하고, 간호학과 재학생은 국가장학금 지급시 더 많은 서류를 제출하게 한 격이다.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버그 패치

 

밸런스를 잡으려는 시도, 그리고 게임 내 여러 패치가 진행된다면 누군가는 수혜를 얻고, 누군가는 피해자가 된다. 이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와 정책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공감을 얻어야 한다. 수혜자는 물론, 피해자도 '이것이 게임을 위한 길이라면 납득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개발진/운영진이 쉽게 흔들리지 않고, 공명정대하고 중립적인 자세로 나아가면서 신뢰 받을 수 있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물론 트리 오브 세이비어의 개발진/운영진은 전혀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게임 자체의 오류라던가 문제 대처의 미흡, 너무 이른 해외 진출 등등.. 불신의 아이콘이 된지는 오래다.

 

하지만 필자는 여기에 하나 더,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직업간 버그 패치를 들고 싶다.

 

게임이 지속되면서, 사람이 많은 테크가 있고 사람이 적은 테크가 있다. 물론 위에 언급하였듯, 정형화 된 테크의 주력 스킬의 '밸런스'를 무너뜨리는 패치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버그'에 대한 대처는 대규모 직업군에는 철저하지만, 소수 직업군에게는 너무 냉정하다.

 

간단히 예시를 들어보면 아래와 같다.

 

도펠죌드너 : 2016년 2월 18일 사이클론 너프로 인해 대형 몬스터에게 타격이 되지 않는 버그가 발생하였으나, 당일 무점검 패치

펠타스타 : 베타 이후부터 버터플라이의 데미지 버그가 있었으나, 2016년 2월 4일에서야 픽스가 이루어짐

 

링커 : 2016년 2월 25일 패치로 조인트 페널티에 걸린 상태로 피격당하지 않는 몬스터 중 1마리만 대미지가 증가되어 적용되는 문제발생, 다음날인 2월 26일 패치

소서러 :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십 수가지의 버그가 있으나, 아직도 픽스 되지 않은게 많음

 

클레릭 : 2016년 2월 4일 세이프티존의 버그를 픽스한 후 방어 횟수 급감하자, 1주일 뒤인 2월 11일 특성 연구로 횟수를 늘려주는 패치 단행

보코르 : 베타 이후부터 수십가지의 버그가 발견됨에도 아직도 픽스 되지 않은게 많음

 

비주류 직업의 경우는 오픈 베타 이래로 계속 버그가 유지되고 있지만, 주류 직업군은 빠르면 당일, 연휴가 끼어도 1주일이면 패치가 된다. 물론 쉽게 고칠 수 있는 것은 빨리 고치는게 맞다. 하지만 주류 직업군의 패치는 그렇게 금방하면서 비주류 직군의 버그는 최소 수십일 이상 방치 해 둔채 해외 서비스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에서, 우리는 어떻게 신뢰와 책임감을 느낄 수 있겠는가. 삼성 본사에 정전이 발생하면 한전에서 당일 복구 해 주고, 같은 날 IMC 본사는 '사람이 적은 회사' 라고 2개월씩 복구를 미뤄도 '우리 회사는 사람이 적으니 어쩔 수 없지' 라면서 자가 발전기라도 돌릴 생각이신지 여쭤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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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는 커뮤니티 문제 및 길드 시스템의 문제에 대해서 논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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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줄 아닌 3줄 요약

1. 유저들은 직업을 바꿀 수 없는데, 임씨는 매주 예고도 없이 직업들을 죽이고 살린다.

2. 보조직군은 범용성을 포기하고 특성화를 선택한 직업이지만 특성화가 되지 않았고, '트리 오브 세이비어' 유저로서 받아야 하는 것을 차별을 받고 있다.

3. 어떤 직업은 버그가 발생하면 당일 픽스가 되는데, 어떤 직업은 CBT 시절부터 발견된 버그가 고쳐지지 않는다. 누가 개발진/운영진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