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
4월달 후부터 쓰다가 날린 글만 10개가 넘는다. 정말 쓸 글이 없다. 게임 패치하는것 보면 할 말도 없고, 애써 글 써봤자 넥슨이 취할 노선이 뻔하기에 별로 효용 없다는 생각이 든다. 2/3편은 언제 나오느냐고 많은 분이 문의하셨는데 글쎄 필자는 이 게임이 그런 장대한 글의 주목을 받을 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에 젖어 글을 쓰다가 말았다. 마치 이말년 작가의 <인생의 무게 下> 처럼 생각하고 넘기자. 그리고 원래 이런 글은 자유게시판에 남기는데 도전! 기자단에 파리가 많아서..



생각보다 메이플스토리의 미래는 밝지 않다
동시접속자가 많다고 해서, 단기적으로 게임이 잘나간다고 해서 그 게임이 롱런하리란 보장은 없다. 물론 롱런만이 이상적인 모델이라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게임이 10년을 넘기지 못하고 망한다면 사람들은 게임을 여가생활으로 볼 리가 없다. 그냥 열심히 게임하면 5-6년 뒤에 게임 망해있고. 그게 한 30년 간다고 생각해보자. 아마 우리 다음 세대 때에는 게임이 여가가 아니라 돈과 시간만 탕진하는 비생산적 활동이 되어 있을 것이다. 따라서 게임의 롱런은 필요하다.


한국에서 온라인 게임이라는 건 아직 도입 초기다. 한국 온라인 게임 역사는 PC통신 시절을 제외하면 10년 선이 될 것이다.  
길게 길게 보자. 지금 이렇게 돌아가면서 상향질 하는것도 길어야 2년이다. 이 이후에 메이플스토리2 출시한다는게 넥슨의 전략이겠다. 근데 여기선 무슨 전략을 쓸 건가? 그렇다. 메이플1에서 큐브로 낚인 사람이 메이플2를 처음부터 해서 큐브를 돌려줄까. 아니다. 뭘 메리트를 줘서 유저를 끌어모은다는 건지? 뭔가 집단 블록이 형성되어야 circulation이 가능하지. 넥슨은 뭘 믿고 이런 과대 망상적 노선을 취하는지 모르겠다.
넥슨의 특성상 한 스튜디오 내에서 한 쪽으로 자원이 쏠리면 한 쪽은 텅텅 빈다. 카트라이더도 그렇게 해서 '매 주 패치' 하던 기록이 깨졌다. '당시의 예전' 개발팀장이 그거 엄청 자랑스러워했는데. 통곡을 하겠다. 물론 에어라이더는 망했고. 결론은 병살타다. 


물론 이런 시나리오 상에서 메이플2가 병살타를 쳐준다면 게임 시장의 활로는 어느정도 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병크를 터트렸다간 단기적으로만 히트하지 게임 망한다 ㅡ 라는 분명한 증거가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메이플1은 전설이 될 것이다. 앞으로 이렇게 단타로 수익 엄청 올리고 싹 빠지는 건 이젠 면역이 되어 버리니까.(넥슨은 이걸 노리지 않았을까)


그리고 중요한건, 연령층이 작은 게임일 수록 중요하다. 메이플스토리? 아마 당신이 알고 있는 게임 중에 연령층이 가장 낮은 게임중 하나일 것이다. 물론 뽀로로 나오는건 제외하고. 근데 이런 게임에서 이런 병크가 나오면 결국은 이 게임은 비생산적이다 ㅡ 라는 낙인이 찍힌채 퇴장당할 것이다. 한국이라는 특성 즉 부모의 영향력을 고려할 때 자녀에게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사고가 주입되지 않을까 한다. 부모의 입장에서 자녀가 게임을 마친 후 ㅡ 나 이 게임 하고 났더니 배신감만 들어 ㅡ 라는 말을 듣는다면 어떻게 될까. 한국의 특성상 그것이 사회적 인식으로 이어질 수 있음은 분명하다. 또 게임 후 배신감을 느낀 사람이 커서 가정을 이루면 자녀가 게임을 한다고 할때 그걸 대마초와 같이 인식하지 않을까.

그럼 게임에 대한 노출이 적어지고 이렇게 되면 연령층 높은 게임들도 타격을 받을 것이다. 어렸을 때 게임에 노출된 정도가 이후 게임에 대한 인식과 그 이상의 것에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다량으로 키우는 주인이 있다. 주인이 조사한 결과 이 거위가 낳은 알은 시장에서 그 알의 크기에 비례한 가격을 형성한다고 한다.


주인에게는 여러가지 걱정거리가 많을 것이다. 수익이야 있지만 거위도 수명이 있다. 거위가 죽어버리면 뭘 먹고 살까? 이젠 거위 2세도 길러야 한다. 전에는 거위만 키우면 되었는데 이제는 새끼 키우기 ㅡ 라는 새로운 Quest가 추가된 것이다. 키우던 대로 하면 되지 않느냐고? 새끼 키우는 데는 여러가지 변수가 많다. 못 믿겠으면 메이플 캐릭터라도 키워보라. 퍼템값만 해도


새로운 퀘스트가 하나이면 다행이지만, 보통 몇개는 나오는게 사람 인생사가 아닌가? 경기가 침체되어 '황금'알이 안 팔린다면? 갑자기 사료값이 천정부지로 뛴다면? 


끔찍하다.  그 주인에게 문뜩 떠오른 생각이 있다. 바로 알 크기를 키우는 안정성을 보장할 수 없는 화학 물질을 투여하는 것이다. 뭐 주인도 안정성이 보장되는 알 크기 키우는 물질을 투여하고 싶어할 것이다만 그런 물질이 어디 있겠는가. 주인은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지금까지 이 거위가 낳은 알은 크기에 비례한 가격을 책정받았고, 또 여러가지 암초를 만나더라도 공통적으로 먹히는 해결책 ㅡ 즉 (가격) x (판매량) 에서 판매량을 그대로 유지 혹은 더 높이면서(프리미엄) 가격을 높이는 ㅡ 이 바로 이 방법이라고. 그리고 거위에게 이 물질을 주사하기 시작했다. 


효과는 완벽했다. 황금 거위알 크기는 2배로 늘어났고 이는 시장에 대 혁명을 불러왔다. 기존의 황금 거위알들은 다 고만고만한 수준에서 도토리 키재기식 경쟁을 했었으나 이번 타격은 그냥 만루홈런인 것이다. 그리고 이 주인은 시장의 독점적 우위를 점하게 되었다. 결국 나머지 거위 양육자들은 대규모 경쟁에서 완전히 배제되었고 소규모 단체로서 극히 작은 지역에만 황금 거위알을 파는 형태로만 양육자들이 남게 되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것도 업자 입장에서 좋을 건 없다.


그런데 한가지 문제가 생겼다. 황금 거위알의 품질이 예전같지 않기 때문이다. 안정성을 보장할 수 없는 화학 물질 덕분이다. 


이제 사람들 사이에서는 ㅡ 황금 거위알 ㅡ 은 크기만 클 뿐 품질은 좋지 않다는 인식이 팽배해졌다. 물론 그나마 경쟁에서 살아남은 소규모 단체들의 황금 거위알은 크기와 품질을 어느정도 보전하고 있을 지 모르겠으나; 소비자는 그런 것까지 알고 있지 않고 알아도 도움이 안 된다.


결국 그 인식때문에 사람들의 황금 거위알에 대한 관심은 날로 떨어져만 갔다. 생각해보면 거위알만한 황금 공급원이 별로 없는데, 다시 말하면 황금 거위알은 황금 공급원으로서 정말 좋은 역할을 할 수 있는 item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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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람들은 황금 거위알을 무작정 싫어하려고 한다. 크기만 크지 안에 황금은 별로 들어있지도 않은 속 빈 강정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의 자식이 황금 거위알을 사려고 하면 그건 정말 실속없고 나쁜 템이라고 하면서 말린다.

왜 황금 거위알의 실상은 잘만 쓰이면 좋은 아이템인데 나쁜 아이템이 되어 버린 걸까? 모르겠다.

여하튼 이 사회는 황금 거위알이 아니라 직접 노가다로 황금을 얻으면서도 아이 좋아라 ㅡ 하면서 잘 돌아갈 것이다.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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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대부분을 지배하고 있는 그 한명의 양육자의, 자신의 이익만을 바라본 조그만 행동 하나가 전체 시장을 죽일 수 있습니다. 물론 그 양육자에게 무조건적인 책임을 전가할 순 없겠죠.

그 행동은 그 양육자의 수익을 최대로 만드는 선택이었겠죠? 그렇지만 시장, 또 사회를 바라보았을 때는 최대라는 글자가 갑자기 '최소'로 돌변할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