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어린시절부터 컴퓨터를 했습니다.

어려서부터 게임을 만드는 것이 꿈이라 했고

지금은 모바일 게임 프로그래머입니다.

도스시절부터 게임을 해온 사람에게

워크래프트 시리즈는 한번은 거쳐본 게임입니다.

그리고 그 당시 유행이던 게임잡지에서

워크래프트가 온라인게임으로 나올 것이라는 기사를 봤을때

이 세계관에서 약간은 동떨어져있던 RTS라는 장르가 아닌

내가 직접 뛰어들 수 있기 적합한 장르로 드디어 나오는 구나...

그 기사를 본 뒤 꽤 오랜 시간이 흘렀고 

저는 그냥 잊고 있었으며 학업에 충실한 여느 고3과 마찬가지로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을때쯤

와우를 해본 사람들이 지금도 느끼는

"와우만한 게임 없네"의 시작을 알리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오픈베타가 시작됐습니다.

친구들과 어찌저찌 케릭터를 만들어

그때는 친구들이 만드는거 따라 만든다고 언데드 흑마법사를 했습니다.

레벨 올리는 재미만 있던 다른 온라인게임과 다르게

퀘스트가 너무 재미있었고

다른 게임에도 있는 저거 몇마리 잡아와라 저거좀 가져다 달라

이런 것들이 같은 것인데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식상함이 신선함으로 다가오는

그런 소소한 것에서 오는 재미가 저를 자극했습니다.

사실 그 전에는 "나는 닌텐도가 목표다. 저런 게임들을 만들것이다." 라는 것이 목표였지만

와우와 그 것을 만드는 블리자드를 봤을때는 목표가 바뀐것이 아니라

그냥 인정. 

이것은 동경이고 바라보는 것으로 이미 뿌듯한 그런 지경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저는 고3의 신분으로 그것도 수능 100일도 안남은 상태에서 열린 이 야속한 오픈베타를

그리 오래 즐기지는 못했습니다.

그리고 수능을 보고 나서는 신나게 놀고 여행가고 OT에 새터에 정신없이 보내다가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 정식 서비스 하는 와우를 다시 만났습니다.

두둑해진 용돈과 여유로운 시간. 

물론 대학 1학년 신입생은 항상 밤마다 술의 연속이지만

사실 그렇게 놀아도 역시 게임할 시간은 고3때보다야 훨씬 많았습니다.

바로 정액 결제 딱 하고 접속했습니다.

예전에 호드를 했으니 이번엔 얼라를 해볼까.

접속해서 케릭을 인간 흑마로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플레이하다 좋은 길드를 만나 형님 누님들과 친해지고 보니

흑마보다는 사제가 어떻겠냐 하는 그 시절 유행같은 꼬드김 ㅎㅎ

길드에 힐러가 부족하니 잘 모르는 초짜에게 그 막중한 임무를 지어준 것이지만

초보인 제가 그 당시 그걸 알리가 없었습니다.

저는 바로 인간 남사제를 만들어서 길드원들의 극진한 도움속에 만렙을 찍게됩니다.

그래서 그 당시 지팡이 만들면 암사, 신사 같이 쓸수있는 변환이 되는 것이 있었고

길드원들과 던전에서 힐러로써 재밌게 잘 보냈습니다.

아직까지도 제가 힐러를 하고 와우가 아니더라도 그런 지원계열의 클래스만 하게 된

가장 큰 이유이자 계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원형 클래스가 재밌어요 ^_^

그리고 와우 인생 처음으로 화산심장부를 가게 됩니다.

그 당시 레이드는 40인.

제 컴퓨터가 대도시에 있을때보다 더 요동칩니다.

 레이드 입장 딱 하고

브리핑을 길~게 듣고

바로 보스를 딱!

인줄 알았는데 그냥 잡몹이었답니다.

지금 기준으로 당시를 회상해보면

그 앞에 용암괴수인가요 거대괴수인가 아무튼..

그 두마리는 진짜 엄청난 시간과 공을 들여 잡았습니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정말 말도 안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정말 "와 이제 끝난건가요?"라고 물어봤습니다.

이제 시작이랍니다...

그렇게 정말 너무나도 긴 시간을 그 동굴 안에서 40명이 함께했습니다..

요즘은 모르겠지만 예전에는 던전만 가도 전우애가 생기는 분위기였습니다.

필드에서 지나가다 인사하고 뜬금없는 지원과 도움이 당연시 되던 시절.

그 시절에 그 긴시간 40명이 생긴 동료라는 이름의 끈끈함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네요.

그리고 마지막 라그나로스... 엄청 컸습니다.

처음에 딱 등장할때 그 포스는

그 이후 여러 거대 보스들이 등장했지만

역시 첫인상이 강렬해서인지 아직도 라그나로스는 여전히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해서 몇번의 트라이 끝에 보스를 눕히고 보니

사람들은 서로 수고했다고 인사하고

마치 오랜 시간 준비한 공연이 성황리에 끝나면

그 무대 뒤에 모습이 이러하겠구나 하는 기분.

그 사이에 나도 있구나 라는 뿌듯함.

만감이 교차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던것 같습니다.

그 맛을 잊지 못해 와우를 계속 하게 되고

10년이 지난 지금은 공찾이 생겨서 레이드가 쉬워졌네

예전의 그 어려운 고생하는 맛이 줄었네

하지만 10년 전 와우는 제게 새로운 즐거움을 주었고

지금의 와우 역시 저에게는 그때와는 또 다른 새로운 즐거움을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계속 같은 추억이 아니라

진화하는 새로운 추억들이 쌓이게 해 주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라는 게임에게

감사하는 마음과 함께 앞으로도 오랜 시간 서비스 해주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이 글을 작성해 보았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앞으로도 쭉 계속 접지 않고 플레이 하겠다 라고 장담은 할 수 없지만

"와우는 접는 것이 아니고 쉬는 것이다." 는 불변의 진리이니

만약에 접는다 하여도 새로운 컨텐츠로 영웅들을 부르면 기꺼이 귀환하지 않을까요?

마치 지금 처럼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