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새내기 시절부터 지금까지, 와우를 접고 펴고를 반복하다 보니 벌써 강산이 한번 변했네요.
아제로스에도 세월은 똑같이 흘러 실종됐던 왕이 돌아와 나라의 기틀을 바로잡았는가 하면, 코찔찔이 꼬마였던 왕자가 어느새 어엿한 청년이 되어 부왕을 따라 원정길에 나설 정도가 되기도 했습니다. 
1000골마를 사기 위해 계를 모으던 아제로스의 영웅(?)들은 이제는 휘황찬란한 가지각색의 날탈을 타고 하늘을 수놓게 되었고, 일개 보병에 불과한 대우를 받던 그들이 이제 곧 장군 대우를 받으며 드레노어로 원정을 떠난다지요.
모든 면에서 상상이상으로 발전해버린 아제로스이지만, 오히려 질박했던 오리지널 그 시절이 자꾸 떠오르는 것은 왜 일까요. ㅎㅎ
저에게는 아직도 와우 역사상 최절정기로 기억되고 있는 오리지널 시절의 소소한 추억들을 함께 공유하고자 합니다.




오닉시아의 둥지로 가기 위한 선행 퀘스트인 레지널드 윈저 호위 퀘스트입니다. 
윈저는 바리안 국왕의 실종 상태, 어린 왕자 안두인의 뒤에서 섭정으로 국정을 농단하던 여군주 카트리나 프레스톨의 정체가 오닉시아라는 것을 밝힌 인물입니다. 오닉시아의 정체를 폭로하기 위해 왕궁으로 가려는 윈저를 마커스 조나단 경이 저지했다가 윈저의 설득 끝에 길을 내어주는 장면입니다. 스톰윈드의 병사들이 한쪽 무릎을 꿀고 경의를 표하는 저 장면은 와우 스토리 상 잊을 수 없는 명장면들 중 하나입니다.
더불어 지금은 작고하신 故 마커스 조나단 경에게 /애도 를...


돌다지 댐입니다. 모단 호수 북쪽에 있던 댐이지요. 데스윙이 광기를 부릴 적에 무너져버려서 이제는 볼 수 없는 곳입니다.
오리지널 시절 날탈이 없던 때에는 저런 식으로 좋은 경치를 찾아 모험하는 탐험가들이 꽤 있었지요. 아이언포지 앞 산 꼭대기에 올라간다거나, 무법항 여관 배 돛대 끝에 올라간다거나, 월드맵에서 미공개인 지역을 산을 넘고 들어가 구경하고 온다거나 하는 식으로요 ㅎㅎ 
지금의 하이잘 산 지역이 그때는 미공개 지역이었는데, 거기를 기어이 들어가 구경하고 나온 용자도 있었던 걸로 기억이 납니다 ㅎㅎ 


언더시티 입구입니다. 용맹셋과 검은바위 첨탑 하층의 웜타라크가 드랍하는 무자비의 낫을 들고 자랑하듯 찍은 스샷입니다. 한동안 바탕화면으로도 썼던 이미지 입지요 ㅋㅋ
당시 서버 이름이 뭐였더라... 이제는 기억도 안 나는군요. 여튼, 하위 서버였고, 호드도 없고 얼라이언스도 없는 을씨년스러운 서버여서 저렇게 하루종일 서 있어도 누구하나 건드리는 사람이 없었지요. 얼마 후 서버 통합이 됐지만 또 얼마 못가 달라란 서버로 통합된 비운의 서버였습니다.



10년 간 제 컴퓨터도 몇 번의 격변을 거친 터라 그 시절 그림이라고는 위의 단 3장만이 남았을 뿐이네요. 오닉시아 첫 킬의 순간, 화산심장부 입구 거인 첫 돌파 후의 순간, 그 뒤 무한대로 알을 까는 불정령을 처음으로 처리했던 순간.. 그리고 라그나로스 첫 킬의 순간까지.. 꽤 많은 추억들을 담았었는데 간수를 못한 것이 참 아쉽습니다.

돌이켜 보면 2004년 말, 엘윈 숲에서 모내기를 하고 있던 당시에는 10년 동안이나 이 게임과 함께 나이를 먹어갈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야말로 제 인생의 쾌락에 대한 욕망을 충실히 충족시켜 주어 온 와우의 10번째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