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군대에서 쏘우 시리즈 중 하나를 본 적이 있다.
나는 잔인한 걸 존나게 싫어하지만 선임이 강제로 영화를 시청하게 해서 어쩔 수 없이 봐야만 했다.
근데 쏘우가 제시한 그 트랩 중에 하나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칼날이 손을 갉아먹기 시작하고 여기서 흘린 피가 관을 따라서 공동의 그릇으로 흘러들어감.
이 트랩에서 벗어나기 위해 각각 일정량의 피를 채우면 죽지는 않지만, 
한 명이라도 그 아픔과 공포에 못 이겨 그만두게 되면, 
나머지 사람들이 치사량 이상의 피를 채우게 되어 결국 대부분의 사람이 죽게 되는 그런 결말"

쏘우에는 이런 느낌의 공동의 책임을 요하는 트랩이 많지만,
유독 이 트랩이 더 충격적으로 다가온 이유는 (너무 잔인한 피의 향연도 있었고)
자기가 얼마나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지 수치적으로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는 이상,
한 사람의 생존 욕구와 이기주의가 전체가 살 수 있는 이상론을 너무나도 당연하게 뒤엎어 버린다는 점이었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나는 골팟이 정말 이상적인 분배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그 옛날 마르크스와 레닌이 사회주의/공산주의가 이상적인 방식이라고 생각했던 것처럼
얼마만큼 딜을 넣었고 얼마만큼 열심히 진행과 공략을 해왔는지에 대한 여부와 관계없이
모두가 똑같은 시간을 투자해 똑같은 돈을 받고, 
그걸 착실하게 발판 삼아 향후에는 좋은 아이템을 살 수 있게 만드는 것
많은 골팟 찬성론자들과 마찬가지로 와우에 골팟보다 더 뛰어난 방식은 존재하지 않고, 대안도 없다.

하지만, 이상적인 것과 현실적인 것은 다르다.
골팟에 불평 불만이 없기 위한 2가지 전제 조건은 다음과 같다.
1) 모든 사람이 공평한 실력을 가지고 있고 이에 불만이 없을 것
2) 모든 골팟의 시드 및 분배금이 동일할 것
근데 결론적으로 골팟은 그렇지 못하다.

골팟의 태생적 한계점은 결국 
1) 소위 말하는 쩔딜러들과 못하는 사람들의 능력 차이 (나라면 이 경제채제를 독점할 수 있는 재능이 있다는 불만)
2) 공장이나 사람의 능력에 따라 한계가 없는 골팟 수금
을 불러오게 된다.

조금이라도 분배를 덜 하고, 골드를 더 독점하고자 하는 마음은 필연적으로 손님/업손의 존재를 만들어 냈으며,
좋은 팟에 취업하기 위한 능력주의와 인맥 위주의 와우를 만들어냈다. 
선수들은 고손팟/저손팟 및 99/주황/보라 등으로 자신을 포장하기 시작했고,
능력도 안 되는 손님들이 골팟을 가고자 '토큰'과 '골드 구매'를 시작하면서
시장경제의 인플레이션을 만들어냈고, 그 손님들은 일반 레이드의 기본 택틱도 거치지 않은
무늬만 아이템 졸업 유저가 되면서 그 다음 시즌도 다다음 시즌도 큰 손님이 되어 
지속적으로 유저 레이드풀을 교란하고 골팟의 유용성을 알리는 도구로 사용이 되기 시작하였다.
격아에 이르러서는 골팟을 대체하는 개인룻으로 일반/영웅에서도 입장비를 받기 시작했고 더 이상 레이드는
우리가 잊고 있었던 공략의 즐거움보다는 스펙 쌓고 아이템 맞추는 하나의 코스로 전락하고 말았다.

골팟에 손님을 안 받는다는 건 불가능하다.
우리에게 주어진 기회는 오직 일주일에 단 한 번, 
남들보다 더 많은 골드를 벌기 위한 기회와 수단을 강구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이번 주 화산심장부에 골팟이 생겼다는 건 사실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당연한 수순이다.
문제는 그 다음 주 혹은 그 다음다음 주에 생길 손님팟과 고손님팟이고,
그건 큰손들의 유입, 작업장 활성화, 시장 경제의 인플레이션과 유저 내 계급 분리를 가속화시킬 것이다.
딜 미터기가 있는 이상 기존 오리지널처럼 절대 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세기말 군단 혹은 격아와 같은 선수진과 계급이 있는 완성된 골팟 시스템처럼 운용될 것이며, 
1~2달 내에 클래식 와우 자체를 고이게 만들 것이라고 예상한다.

마지막으로 클래식 유저가 이 게시판에 남긴 명언이 떠오른다.
"우리는 클래식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클래식 당시의 우리의 추억을 좋아하는 것이라고"
렙업 과정에서의 즐거움과 신선함 그리고 길지만 모든 것을 소통해야 했던 그 아련한 추억은 
이제 점점 사라지고 잊혀져 갈 것이며 
그래도 남을 사람들의 처절한 생존 욕구에 의해 클래식은 다시금 기존 와우의 역사를 똑같이 밟아나갈 것이다.
우리는 이미 쏘우의 트랩에 걸려 있는 한 유저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