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민감한 주제로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실은 저도 몇번을 썼다 지웠다 하면서 망설였는데...

어느 정도 제 글을 참조 해주시는 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제가 지향하는 '잘 하는 힐러'에 대한 방향성을 얘기하는게 좋다고 생각해서 글을 써 봅니다.
만약 저와 다른 지향점을 갖고 계신 분들은 제 글을 참조 안하시면 될 것 같아서요.

제가 생각하는 잘 하는 힐러를 간단히 요약하면,
높은 힐량(HPS)를 오래 지속할 수 있는 힐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힘 쎄고 오래가는 건전지...)

와우는 흔히 공대 내의 병X과의 싸움이라고 합니다.
특히 힐러에게 많이 와닿는 경우가 많은 말이죠.
힐러의 일거리는 결국 공대원이 받는 피해에 비례하고, 공대원이 받는 피해는 못할 수록 늘어나니까요.

오픈 베타때부터 와우를 계속 했고, 특히 오리때부터 힐러에 맛들여서 힐러 위주로 해온 저도 돌이켜보면 많은 마음의 변화가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힐이 재밌었습니다.
그러다가 다른 클래스를 좀 알게 되면서 분노하게 됩니다. 왜 저것밖에 못하지? 저걸 왜 맞지? 등등...
특히 공대장이 잘 모르면서 무조건 죽으면 힐탓할 때 특히 분노했던거 같습니다.
분노 기간이 어느 정도 지난 후, 마인드가 바뀌었습니다.
내가 힐 캐리를 해보겠다...! 이 헬팟은 내가 다 살린다!
이런 마인드로요 ㅎㅎ.

헬팟은 보통 어떤 팟일까요?
스펙과 실력 부족의 콜라보로, 보통 요구 힐량이 높고, 전투가 오래 지속됩니다.
저는 이런 헬팟을 살리는 힐러를 지향합니다.
누군가에게 "크~ 이번 주에 간 팟은 헬팟이었지만, 내가 힐 열심히 해서 클리어했어!" 라는 말을 할 수 있거나,
혹은 레이드 끝나고 공대원분들이 "힐러님 너무 고생 많으셨네요 ㅜㅜ 감사합니다!" 하면서 공수 하나라도 챙겨 주시면 너무 기분이 좋습니다. 보통 탱커에게만 주는 공수를 챙겨주시는건 적어도 빈말이 아닌 진심으로 생각되니까요.

힐러에게는 자원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MP가 있죠. 없으면 힐을 못씁니다.
그리고 시간이 있습니다. 힐 스킬은 최소 글쿨 1.5초가 적용되고, 시전 시간이 있는 스킬도 있으니까요.

세고 오래 힐을 하기 위해서는, MP와 시간을 모두 효율적으로 써야 합니다.
불성 사제의 경우, 힐 스킬이 가장 다양하고, MP 효율적인 힐과 시간 효율적인 힐을 가장 다양하게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 힐 방식이 나올 수 있고, 그로 인해 논란도 많죠. 솔직히 신기 복술 회드는 크게 논란될 것도 없습니다. 힐 스킬이 별로 없어서, 선택지가 별로 없거든요.

제가 힐 스킬을 판단할 때 있어서, 몇 가지 사용하는 기준이 있습니다.

1) HPS (초당 힐량)
2) HPM (마나 대비 힐량)
3) HPC (시전 속도 대비 힐량)
4) 즉시 시전 우대 (이동 상황에 유리)

HPS, HPM은 어느 정도 익숙하실 텐데, HPC는 좀 익숙하지 않으실겁니다. 내가 시전한 시간 대비 힐량으로, 내 시간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지표로 많이 사용합니다.

HPS가 높은 스킬은 짧은 시간 안에 큰 피해를 회복하는데 좋습니다. 순치, 상치, 치기 정도가 HPS 고효율을 보입니다.
HPM이 높은 스킬은 마나를 아끼는데 좋습니다. 소생, 상치를 기본으로, 각종 저렙 스킬도 HPM이 좋은 경우가 많습니다.
HPC가 높은 스킬은 많은 수의 공대원의 피가 많이 빠졌을 때 유용합니다. 아무래도 여러명에게 힐을 하려면 그만큼 캐스팅을 많이 해야 하니까요. 소생, 회기(3회 이상 튕김), 치마가 해당합니다.

레이드 힐에서 가장 이상적인 것은, 모든 공대원이 빠르게 만피가 되는 상황입니다. 언제 피가 깎일지 모르니까, 최대한 만피를 유지하면 생존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불확정 상황에 대비할 수 있죠.
만약, 공대 딜이 좋아서 전투 시간이 짧다면, HPM은 무시하고 HPS가 높은 스킬로 밀어 붙이면 됩니다. 즉, 좋은 공대일수록 결국 순치 비중이 높아지겠죠. 닥순치를 해도 마나가 버틸테니까요.

하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참여하는 공대는 보통 그렇지 않습니다. HPM을 적절히 고려하지 않으면 안되죠.
전투 시간이 높아질 수록, HPM이 높은 스킬을 써야 합니다. 저렙 힐스킬로 오버힐을 줄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죠.

다음, 공대 전체적으로 힐량이 부족한 경우! 진정한 헬팟은 여기까지 가야죠.
예를 들어, 일반적인 그룰 7힐 막공에서, 첫 산산조각 때 힐러 3명이 죽어버렸네요... 다행히 저는 살아 남았습니다.
이 팟을 살리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요? 탱커힐만 보다간 딜러들이 하나둘씩 죽고, 결국 고중첩 상황이 되어 전멸하겠죠? 결국 탱힐 위주로 보면서, 딜러들 힐도 챙겨야 합니다.

이럴 때 가장 좋은 스킬이 바로 소생입니다. 어차피 딜러는 바닥만 잘 피하면 다음 데미지를 받기 까지 시간이 꽤 있습니다. 이 때 피가 회복되는 속도는 느리지만, 1.5초의 시간만으로 4천 가량의 힐을 할 수 있는 소생이 탁월한 선택지가 됩니다. 이런 딜러에게 순치를 쓰면 마나가 타서 못 버티고, 상치를 쓰면 2.5초에 한명밖에 힐을 못하니 내 시간이 타버리죠. 물론, 딜러가 함몰을 잘 못보고 계속 있어서 죽을수도 있습니다..만, 그런 분들까지 챙겨줄 여유가 없는 상황이니까요.
또, 탱커에게 소생을 유지하면 15초 동안은 약하지만 자동힐이 들어가게 됩니다. 내가 멀티힐을 하는 동안 탱커가 데미지를 받아도, 조금이나마 캐스팅힐할 시간을 벌어 주죠.

즉, 헬팟일 수록, HPM과 HPC가 높은 스킬을 써야 합니다. 사제의 경우 이에 가장 부합하는 스킬이 바로 소생과 회기가 되겠습니다. 즉, 소생과 회기를 잘 쓸 수록, 힐 캐리를 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물론 이런 스킬들은 급사에 상대적으로 취약해 집니다. 눈치껏 탱이 괜찮을 타이밍에 멀티힐을 하는 거니까요. 눈치껏도 결국 운빨... 이 눈치는 결국 경험으로 늘어납니다.

몇 주 전에 사제로 막공 모출팟을 갔는데, 길팟인데 2힐 팟이었습니다. 이 때 좀 제대로 힐 캐리를 했던거 같아 뿌듯했었네요 ㅎㅎ. 몇 가지 로그를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사냥꾼 어튜맨


전탱님 + 부탱 보기님 조합의 2힐입니다.
보시면 딜이 별로 좋지 않습니다. 함께 힐 하신 복술님도 갓만렙 급이라 5인 일던급 템이시구요.
탱 소생 유지, 탱 상치 캔슬링 하면서 틈틈이 소생으로 멀티힐 뿌렸습니다.
보니까 복술님은 틈틈이 딜 지원도 하셨네요. 술사는 치물 캔슬링 말곤 애매하니, 캔슬링이나 오버힐 할 바엔 딜 지원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 같긴 합니다.


2) 아란의 망령

아란은 어글 개념이 없고, 생각보다 빠른 피 채우기를 필요로 합니다.
딜이 부족하면 물정령 페이즈부터 꽤 어려워지는데, 2흑마님에도 불구하고 물정령이 좀 날뛰어서 자힐 비율이 많네요. (힐어글이 높아서 물정령이 저를 팹니다) 이럴 땐 결치가 소중하죠.
여튼 다른 넴드보다 순치와 결치 비율이 높습니다. 마나가 제일 딸렸던 걸로 기억되네요.


3) 황천의 원령

저는 황천은 기본적으로 회기를 5번 튕기게 하고, 소생을 10명 모두에게 유지하려고 합니다.
회기를 푸광 쪽으로 쏴 주시면 푸광 대상자 힐이 추가로 잘 들어가고, 특히 푸광 대상자는 힐을 좀 더 신경 써 줍니다.
황천에 한 가지 팁이라면, 보통 오프 탱커님들이 녹광을 몸으로 계속 막으실텐데요.
그 상태에서 녹광을 적광 탱커님이 와리가리 하는 것처럼 하면 1페이즈 내내 녹광 상태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첫 1페이즈는 마나 다 털어 버리고 (필요하면 마귀까지)
두 번째 1페이즈 때 녹광 와리가리하면서 마나 채우면서 다시 힐을 합니다. (녹광 맞는 상태면 최대 마나가 줄고 마나젠이 올라감. 계속 맞으면 마나가 0이 되서 힐을 못함...)
다만 녹광 몸으로 막아 주시는 오프탱커님이 놀랄 수 있으니 사전에 얘기 꼭 하시고, 혹시나라도 와리가리 타이밍 늦으면 녹광 줄줄 새는 대참사가 발생할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4) 말체자르

말체는 기본적으로 탱힐이 가장 많은 요소를 차지합니다.
때문에 탱소생 유지, 상치 캔슬링을 메인으로 힐을 하며, 특히 쌍도끼를 드는 2페이즈 (70퍼였나 60퍼였나)에는 탱 오버힐을 퍼붓는 것이 안전합니다. (1렙 상치 캔슬링 안하고 그냥 꽂아버리기)
당시 보기님이 힐 지원을 하셔서 해제 위주로 부탁드렸습니다.

3페이즈 되면 랜덤 대상에게 도끼가 날아가서 패는데, 특히 추가 데미지 받는 디버프 걸린 사람이 도끼 맞으면 훅 갈 수 있으니 특히 유의하세요. 그 경우에는 순치 폭힐 넣어야합니다. 도끼 맞는 사람에게는 기본적으로 보막을 주시면, 캐스터의 경우 시전 밀림 방지 효과가 있으니 좋습니다.


일단 기본적으로 소생 비율이 다 높죠? 탱 소생 유지만 해도 유효타로 잘 들어갑니다. 그 외 급하지 않은 멀티힐도 소생을 넣으니 더 그렇겠죠. 덕분에 마나 효율이 좋은 힐이 되며, 장기전에도 좀 버틸 수 있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로그에 대해 사견을 써 보겠습니다.

현재 불성 레이드에서, 불필요한 힐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주작성 피해 생성(바닥 일부러 안피하거나, 흑마가 만엠인데 생전하거나 등)은 빼구요.
즉, 결과적으로 높은 유효힐이 공대 힐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일부 소생 힐딸이니 로그만 높니 하는데...
기본적으로 지금 레이드는 탱힐을 안하면 로그가 높게 나올 수가 없습니다.
딜러 힐도 해야죠. 딜러 죽으면 딜 밀려서 킬 못하는데.
탱힐은 기본이며, 멀티힐도 최대한 챙겨 줘야 합니다.

저는 갠적으로 신기도 눈치껏 멀티힐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힐이 넉넉한 상황이면 상관 없겠지만, 헬팟일 수록 더더욱이요.

특히 불뱀 제단이 새로 나오면, 딜이 많이 빡빡해 질겁니다.
이러면 필연적으로 힐러를 줄이게 되요. 그럼 힐러는 더 빡빡하게 해야 하죠.

결과적으로, 힐 로그가 좋은 사람이 헬팟이나 트라이 팟에서 좋은 힐을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힐 로그가 낫다고 너무 좌절하실 필요는 없는게,
힐이 넉넉한 팟이면 힐 로그가 안나옵니다.
저도 카라잔 3힐로 갈 때는 거의 로그 녹색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저런 2힐팟 (거의 1.5힐팟) 가서 로그가 오른 거구요.
작정하고 스런팟 처럼 1힐이나 2힐해서 짧은 시간을 노리는 팟이라면 모르겠지만, 일반적인 막공이나 고정 공대에 참여하시는 분들은 평범한 상황에서는 로그가 안 나오는 것이 당연합니다.

힐러의 로그는 높을 수록 좋지만,
낮다고 그 힐러가 못한다고 평가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여러 넴드 로그 중 최고 성적으로 판단을 하는 편입니다.
카라잔에서 대부분 로그가 3~40점이지만, 특정 넴드에서 8~90을 찍었다면,
아 이 힐러님은 위기 상황에서 8~90점 까지는 찍을 수 있는 분이구나. 정도로요.
최고점으로 판단하는게 경험상 젤 정확한 것 같더군요.

만약 탱커가 죽어가는데 멀티힐만 하는거 같다면, 탱힐 비중을 보시면 됩니다.
힐 대상 1위가 특임 없는 흑마면 좀 문제가 있는 힐러겠죠?
근데 이런 분들이 힐 1등한다는건 애초에 힐이 널널한 상황이라는 거기 때문에, 별로 신경쓸 상황은 안됩니다.


힐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다만, 저와 같은 지향점을 가지신 분들에게는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지향점을 가지신 분들은 나름의 노하우와 방법이 있으시겠죠? 여튼 다들 좋은 힐러가 되기 위해 즐기고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